기획특집: 아시아의 MZ세대와 사회변화(2)
동아시아의 새로운 청년운동: 대만과 한국의 기후정의와 멸종저항 운동

주윤정 (부산대학교)

그레타 툰베리 등으로 대표되는 기후위기 운동은 현재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으로 명명되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한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멸종저항운동은 ‘Extinction Rebellion’을 줄여 XR이라 불리운다. 대만에서는 기존의 환경운동의 민족주의적 성향과는 다소 다르게 국제 연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구에 비해 비교적 온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XR은 국가의 개발주의에 저항하며 신공항 개발 저지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동아시아 청년들은 이런 멸종저항운동 이외에도 동물권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성장 위주의 근대 사회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의 기후·생태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 미래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림> 멸종저항운동 로고
출처: https://culturalaction.org/

기후위기와 미래세대의 문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의 전환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청년의 운동은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그레타 툰베리 등으로 대표되는 기후위기 운동은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으로 명명되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멸종저항운동은 ‘Extinction Rebellion’을 줄여 XR이라 불리운다. 이것은 2018년 영국에서 시작되어 76개 국가로 퍼졌다. 이 운동은 본격적인 무정부주의 운동은 아니지만, 무정부주의적인 측면이 강하며, 직접적인 행동을 강조하고, “지도자 없는” 구조이며, 탈중심화와 시민 불복종을 강조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구의 기후는 과학자들이 예측한 것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생물 다양성 손실, 대규모 흉작, 사회 및 생태적 붕괴, 대량 멸종. 시간이 부족하지만 정부는 대응하지 않았습니다(멸종저항 운동 선언문).”

기후변화의 문제와 더불어 현재 모든 생명체들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멸종저항운동은 전개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는 지구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경고하지만, 각국은 이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청년 운동가들은 바로 이런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청년세대의 환경운동이 활성화되는 것은 미래세대의 미래문제에 대한 가치관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구의 환경파괴가 나날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위기, 생태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을 가장 크게 경험할 이들이 미래세대이기 때문이다. 생태위기가 발생하면 청년들이 미래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미래세대는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양한 종들을 만날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그래서 청년,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멸종저항 운동은 과격한 방식으로 시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슈를 널리 알리기 위해 강력한 방식으로 저항하거나 일부러 체포되기도 한다.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도 심각하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과격함을 운동의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멸종저항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국가별로 위법행동 정도와 주제에는 차이를 보인다. 대만과 한국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대만의 멸종저항과 동물저항운동

대만의 경우에도 XR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만의 기존 환경운동은 풀뿌리, 반공해운동, 중산층 중심의 서식지·생태보호운동, 반핵운동, 하이테크 산업재해 고발 운동 위주였으며, 이는 일종의 에코-민족주의적 성격이 있다. 대만의 본토화(本土化)의 기치 속에서 대만섬을 온전하게 보전하고 수호한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민족주의적 경향과는 거리가 있는 운동이 등장하고 있다. 대만의 멸종저항운동은 “반항절멸(反抗絶滅)”이라 불리며, 국제적 연대를 기본으로 한다. ‘멸종저항’의 가치에 동의하는 다양한 국적의 대만 거주 외국인들이 이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현재 주류 환경운동은 40년 전과 같이 강이나 특정 동물종을 살리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식을 지속하고 대체할 ‘재생에너지’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위상을 높이고자 투쟁하고 있다.”면서 기성 환경운동을 비판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근저에 있는 경제성장주의를 비판하면서, 근대 사회의 기술과 경제발전 위주의 패러다임으로는 생태학적 붕괴, 종멸종, 기후위기, 전염병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만의 멸종저항 운동은 우리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구의 과격한 멸종저항운동과 달리 대만에서 멸종저항운동은 비교적 온건한 방식과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대만에서는 멸종저항운동 뿐 아니라 동물저항운동도 활발하다. 동물권 운동과 멸종저항운동을 결합하여 이 이슈를 동물저항과 연결하고 대만의 전체 음식체계를 채식 위주로 변화시킬 것을 주장한다. 멸종저항운동이 화석연료 체제를 문제 삼는다면 동물저항운동은 공장식 축산 체제를 문제로 삼는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방출되는 메탄가스가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동물권의 보호, 즉 공장식 축산의 반대와 기후정의의 문제는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기후위기의 대응과정에서 에너지 체제의 선택과 기술의 사용 등에 대한 이견이 있기도 하지만, 대만에서는 멸종저항과 동물저항 운동이 공존하고 있다. 이들은 행진, 퍼포먼스 같은 온건한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며 대체로 비(非)위계적이며 민주적인 네트워크형의 조직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멸종저항과 동물권 운동

한국에서도 멸종저항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조직화되고 있다. 젊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멸종과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상당히 높다.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공항건설 등 개발 위주의 토건사업들이 펼쳐지고 있기에 국가 권력에 대한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민주당 당사를 점거하거나 국회를 월담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와 신념을 알리려고 노력한다. 정부가 주장하는 합법성의 허위를 알리고 재판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입으로는 탄소중립을 말하면서 탄소배출을 늘리는 개발주의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비판하고, “정부와 여당의 배신과 기후파괴 행위를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이들은 가덕도 신공항 뿐만 아니라 새만금 신공항, 삼척의 포스코 석탄발전소, 홍천과 횡성의 송전탑, 청주와 합천 등에 지어질 민간 가스발전소 등 국가 주도의 개발사업을 비판하고, 이것을 일종의 ‘기후생태학살(ecocide)’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은 환경문제가 단순히 인간의 삶의 환경을 파괴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생태학살, 다시 말해 에코사이드적인 측면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에코사이드는 제노사이드(genocide)의 개념을 원용해 자연에 대한 대규모의 파괴를 일종의 학살로 보는 시각으로, 현재 국제법 상에서 처벌 가능한 범죄가 되도록 개념화, 규범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멸종저항 운동은 다양한 사회운동과 결합하는데, 한국의 차별과 관련된 사회운동과 결합하여 다종간 정의(multispecies justice)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장애인차별운동 시위에 연대하면서 다양한 종에 대한 차별에 함께 저항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동물권 저항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청년들은 동물의 고통을 종차별이라 생각하는데, 차별의 관점에서 인간 사회에서의 차별과 그리고 평화운동과 연대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보는 쇼츠(shorts)나 유튜브에는 제로웨이스트, 비거니즘 등과 관련된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문제는 소수 운동가들의 주장만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변화하는 측면이 있다. 청년 사이에는 셀럽문화가 있는데 SNS 등을 통해 명성을 획득한 셀럽이 기후위기, 동물권을 강조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주장하는 경우들도 점차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시위 문화가 퍼포먼스와 문화제 형태로 발전하면서 재미있는 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한다. 그래서 전투적이고 과격한 운동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운동으로 점차 전환되어가고 있다.

동아시아 청년운동의 새로운 흐름과 기후위기에 대한 청년의 가치관

동아시아 사회에서 근대 산업사회의 도래 이후, 산업사회의 문제로 인한 다양한 환경운동이 펼쳐졌다. 대만에서는 환경운동이 중국과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민족주의적 성격을 갖고 다양한 생태운동, 환경보존 운동들이 활발히 펼쳐져 왔다. 대만의 본토화라는 기치 속에 대만의 자연과 생태를 파악하고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환경운동이 반공해 운동으로 시작되어 점차 탈핵운동으로 전환되어갔다. 최근 지역에서 소규모 생태환경 보존운동, 개발반대 운동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역사 속에서 청년들의 새로운 멸종저항운동과 동물권 운동들은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문제에 함께 대응을 하는 한편, 새로운 정의(justice)를 위해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또한 환경 파괴를 인간중심적으로 사고하며 환경을 일종의 자원으로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성장을 유지하려는 방식과 달리, 청년들의 멸종저항 운동은 자연을 하나의 행위자, 주체로 생각하며 이에 대한 파괴를 일종의 학살로 인식하는 문제의식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운동에서는 인간만이 지구의 거주자(inhabitant)가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 즉 비인간(nonhuman)들 역시 지구의 정당한 거주자이며 이들을 포함한 다종간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의 멸종저항 운동은 서구의 과격한 운동에 비해 비교적 얌전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는 전체적인 사회의 시위문화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유럽에서의 멸종저항운동에서는 운동가들이 일부러 체포되기 위해 법을 위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는 사회의 운동의 조건과 규율화에 따른 차이로 보이는데, 그렇지만 문제를 알리는 절박성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는 미디어를 통해 비건, 동물권, 제로웨이스트 등이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청년들의 ‘힙’한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하는 측면이 있다. 급진적 사회운동과 일종의 새로운 소비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 결합되는 것은 현재 청년운동의 새로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는 것은 거시적 차원에서만 사회문제, 환경문제를 인식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기후위기의 문제들이 근대인의 삶의 방식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entangled)’는 각성에서 비롯된다. 현재 기후위기, 생태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은 현재 파국이 외부의 적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연결되어 있고, 이런 위기를 야기하는 관계망 속에 자신도 일부분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후이변이 자신의 일상, 그리고 다양한 유통망·공급망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윤리적 각성은 때로는 기후 우울, 생태 우울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찌보면 현재 기후위기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실천의 생태학은 이렇게 현재의 거시적이고 추상적으로 숫자화되었던 문제가 자신의 미시적 실천 및 행위와 연결되고 삶의 방식과도 연루되어 있다는 상황적인 각성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국익, 민족주의, 안보, 자본 등 추상적 범주와 보편성을 위해 이질성과 다양성이 포기되던 것들에 대하여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국가가 강제하는 망각을 거부하고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런 운동들은 현재의 위기가 우리의 삶,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기존의 성장의 방식과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운동과 함께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2권 28호 (2022년 5월 30일)

Tag:
멸종반란, 기후위기, 동물권, 환경운동, 청년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김준 (2022). “2022년 아시아 국가들의 환경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인가?” 『아시아브리프』 2권 5호. https://snuac.snu.ac.kr/
  • 주윤정 (2022). “스탱게르스의 가이아와 강정에서 고사리 꺾기: 이야기, 실천의 생태학, 관심을 기울이기.” 『과학기술학연구』 22(1), 63-83.
  • 아시아브리프 (2021). “유연철(P4G 서울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 외교부 기후변화 대사) 초청 강연회: 한국 녹색외교의 미래: P4G 서울정상회의의 성과와 과제.” 『아시아브리프』 1권 19호. https://snuac.snu.ac.kr/
  • Enbion Micah Aasn (2021). “Animal Rebellion Stakes out a Presence in Taiwan with Ximending Rally” New Bloom (April 3) https://newbloommag.net/
  • Jobin, Paul (2021). “Environmental Movements in Taiwan’s Anthropocene: A Civic Eco-Nationalism.” in Paul Jobin., Ming-sho Ho., Hsin-Huang Michael Hsiao., eds. Environmental Movements and Politics of the Asian Anthropocen. ISEAS: Singapore, 27-28.

저자소개

주윤정(araby@pusan.ac.kr)

현)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선임연구원

저서와 논문:
『보이지 않은 역사: 한국시각장애인의 저항과 연대』 (들녘출판사, 2020)
“스탱게르스의 가이아와 강정에서 고사리 꺾기: 이야기, 실천의 생태학, 관심을 기울이기.” (과학기술학연구, 2022)
“경이와 돌봄의 정동:천성산과 제주의 여성 지킴이들.” (젠더와 문화, 2020)
“상품에서 생명으로 : 가축 살처분 어셈블리지와 인간-동물 관계.” (농촌사회, 2020)
“Same Despair but Different Hope: Youth Activism in East Asia and Contentious Politics.” (Journal of Asian Sociology; Development and Society,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