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3년 아시아 정세전망(9)
아시아 주요국의 이민과 다문화 공생 전망

윤인진 (고려대학교)

2020년 이후 2년간의 코로나19의 확산이 멈추면서 국제이주는 세계 많은 국가에서 반등하고 있다. 이민자의 고용률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다. 생산인구감소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의 많은 국가가 국경 폐쇄를 중단하고 자국으로의 이민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등 아시아의 주요국들은 내국인이 꺼리는 산업에서 일할 필수인력을 확보하고, 지식기반산업에 종사할 고숙련 전문직 종사자와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이주로 인해 인종과 문화적 배경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이민자와 선주민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공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이주의 반등

2020년 이후 2년간의 코로나19 유행병의 확산이 멈추면서 국제이주는 세계 많은 국가에서 반등하고 있다. OECD 국가로의 정주형 이민은 2020년 대비 2021년에 22%가 증가했고, 이런 추세는 2022년 이후에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OECD, 2022). 한국 역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는 252만 명의 체류 외국인이 있었는데, 2021년에는 195만 명으로 급감했다가 2022년 5월에는 2백만 명을 넘어섰고, 2023년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민자는 거주국에서 내국인보다 실업의 위험이 컸는데 현재 이민자의 고용률은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였다. 2021년에 OECD 전체에서 이민자의 약 70%가 취업한 상태이고, 내국인과 비교해서 1% 포인트 정도 고용률이 낮은 수준이다(OECD, 2022). 통계청의 2021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2021년 외국인 취업자의 고용률은 64.2%로 전년 대비 0.5% 포인트 상승했다.

OECD 국가로의 정주형 이민은 2020년 대비 2021년에 22% 증가 이민자의 고용률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

<그림 1> 세계의 국제이주 동향
출처: OECD. International Migration Outlook 2022.

세계는 글로벌 탤런트 전쟁 중

국제이주가 증가하는 원인은 세계의 많은 국가가 국경 폐쇄를 중단하고 자국으로의 이민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국가에 따라서는 이민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데에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경험하는 선진국들은 내국인이 꺼리는 산업에서 일할 필수인력을 확보하고, 지식기반산업에 종사할 고숙련 전문직 종사자와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통상적인 무역전쟁이나 기술 전쟁이 아니라 해외 인재, 즉 ‘글로벌 탤런트(Global Talent)’를 유치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일본 정부는 2018년에 ‘특정 기능 1호’와 ‘특정 기능 2호’라는 새로운 체류자격을 만들어 숙련 노동자를 유치하고 있다. 특정 기능 2호에 해당하는 숙련된 기능 보유자에게는 체류 기간 제한을 두지 않으며, 10년 이상 체류하면 영주권 취득까지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에서 심각한 간병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08년에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3국과 EPA(경제제휴협정)를 체결해서 간병 인력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농업과 건설업 등에 제한했던 외국인 기능실습제도를 간병업종으로 확대하는 간병 기능실습생제도를 도입했다. 간병 기능실습생은 일본에서 일정 기간 연수한 후 간병시설에서 근무할 수 있는데, 일본 정부는 2018년에 베트남 정부와 이 제도를 합의한 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중국은 해외로 자국 인구를 내보내는 전통적인 인구 송출국이었는데, 현재는 해외 우수인재 유입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확대된 교육, 취업, 사업 기회를 찾아 유입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 체류 외국인은 2010년의 593,832명에서 2020년에는 845,697명으로 약 25만 명 증가했다. 홍콩, 마카오, 대만 국적의 화교·화인을 포함하면 2010년의 약 1백만 명에서 2020년에는 약 143만 명으로 43만 명가량이 증가했다. 또한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외국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외국 인재의 비자 신청 및 거주요건을 간소화하고, 사회보장, 호적, 자녀교육 지원 등의 우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해외 대학에서 학업을 마친 중국인 유학생의 상당수가 본국으로 귀환해서 우수인재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인도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거주국에 정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호주는 코로나19 기간에 강도 높은 국경 폐쇄로 인력 부족을 심각하게 경험했다. 인력이 부족한 직업군이 급증하면서 호주 정부는 2022년 9월에 정주형 숙련 이민자를 연간 16만 명에서 19만 5천 명으로 대폭 늘리고, 이들에게 교육과 훈련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호주 정부의 인구정책은 이민을 통해 저출산·고령화를 대비하고 적정한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점수기반시스템(point-based system)을 도입해서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고학력 기술 이민자와 풍부한 인적자본을 갖춘 이민자를 선발한다. 이로 인해 가족 초청 이민자는 감소하고 기술 이민자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다문화 공생은 불가피한 선택

국제이주의 증가로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세계 많은 국가는 더욱더 다인종·다문화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동화정책으로는 자국 내 다양한 배경의 인구집단을 통합할 수 없어서 선진국들은 이민자통합정책과 다문화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2005년을 기점으로 ‘다문화 공생’이라는 정책을 표방하면서 외국인과 내국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비록 중앙정부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외국인이 밀집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2007년에 외국인처우기본법, 2008년에 다문화가족지원법 등을 제정해서 이민자와 그 가족이 한국에서 인권을 보장받고 사회에 통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왔다. 한국은 ‘다문화 공존’이라는 이름으로 이민자와 선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만은 2001년에 “대만은 민족 다원적이고 다문화주의 국가”라고 헌법에 명시할 정도로 원주민, 하카인,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강력한 다문화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국가 중에서 다문화주의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국가는 대만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서구에서는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다문화주의는 상호문화주의 또는 문화 다양성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런 개념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문화적 차이 또는 다양성을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문화 간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고, 다양성 속에서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공통의 문화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을 추구한다. 다문화사회에서 정부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집단을 관리하고 통합하기 위해 다문화주의 정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에서 이민자 대상 다문화주의 정책 수준의 변화를 시계열적으로 보여주는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이,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는 정치적 수사와는 달리 서구 국가들은 다문화주의 정책을 지속해서 유지하거나 확대해왔다. 단지 다문화주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를 문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것은 일본의 다문화주의 정책지수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0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아이누족, 오키나와인, 재일동포, 부락민에 대한 혐오차별이 남아있는 일본 사회의 배타성과 폐쇄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머물러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한 것이 일본이 쇠락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이민자와의 조화로운 공생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문화 다양성을 혁신과 창의성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림 2> 이민자 대상 다문화주의 정책지수의 변화, 1980-2020
출처: Multiculturalism Policies in Contemporary Democracies (https://www.queensu.ca/mcp/)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3권 11호 (2023년 1월 26일)

Tag:
국제이주, 이민, 다문화공생, 다문화사회, 다문화주의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OECD (2022). International Migration Outlook 2022. https://www.oecd.org/
  • 조영희 외(2021). 『제4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 이상우(2018). “일본의 외국인 간병인력 양성화 정책.” 『고령화리뷰』 25호, 22-24. https://www.kiri.or.kr/

저자소개

윤인진(yoonin@korea.ac.kr)

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및 한국이민학회 회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전)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 조교수, 북한이탈주민학회 회장, 재외한인학회 회장

주요 저서

『코리안 디아스포라』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4).
『동북아시아의 국제이주와 다문화주의』 (한울, 2013).
『세계의 코리아타운과 한인 커뮤니티』 (공저), (북코리아,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