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3년 아시아 정세전망(10)
밀크티동맹(#MilkTeaAlliance): 아시아의 MZ세대, 인권과 민주주의로 연대하다

허정원 (서울대학교)

2020년 전후로 아시아의 민주화 시위는 MZ 세대가 주축이 되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자신의 문법으로 저항하고 연대하였다.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은 태국, 홍콩, 미얀마,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여 시작되었으나, 점차 아시아 전역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로 진화하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젊은 시위대는 소셜미디어에서 상호 참조와 연대를 강화하였으나, 현실에서 자국의 민주화를 쟁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가상 세계의 초국적 연대는 언제라도 다시 불타오를 수 있다. 메가아시아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시민들의 연대를 위해 메가아시아 시민사회연대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그림 1> 밀크티 동맹 시위자의 모습
출처: https://www.scmp.com/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은 2020년을 전후로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젊은이들이 권위주의 정부에 저항하며 국제적으로 연대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사용하였던 해시태그 이름이다. 이 해시태그는 2020년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던 태국 배우가 트위터 계정에 홍콩을 독립된 국가로 분류한 사진을 리트윗하자, 중국 네티즌들이 그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한다고 사이버 상에서 공격하며 시작된 태국과 중국 네티즌 간의 치열한 공방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에 대만과 홍콩 등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나라의 젊은 네티즌들이 참전하면서 전선이 확대되었다.

분명히 밀크티 동맹은 중화주의와 중국식 세계화에 반대하는 주변국들의 반중 정서에서 시작되었다. 여러 방면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중국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고 있기에, 피아의 경계가 명확해지면서 밀크티 동맹국들 사이의 유대감은 공고해졌다. 태국과 미얀마에서 자국의 정치적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밀크티 동맹은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저항의 연대로 발전하였다. ‘밀크티 동맹’이라는 용어는 이 국가의 사람들이 밀크티를 즐겨 마신다는 공통점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차(tea)라는 중국문화에 연유 등 다양한 유제품과 타피오카 콩을 첨가하는 등 자국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즐긴다는 의미도 있다. 트위터에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1년 동안 밀크티동맹(#MilkTeaAlliance)이라는 해시태그는 1,100만 회 이상 사용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실시간으로 서로의 전략을 습득하고, 연대를 강화해 나가는 MZ세대의 사회운동

밀크티 동맹처럼 ICT 기술을 활용한 MZ세대(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의 사회운동은 기존 사회운동과 대비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아시아 시민들은 서유럽이나 북미 등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국가에 비해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을 소유한 개인이 1인 미디어가 되어 실시간으로 송출한 사진과 영상은 권위주의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지구 반대편까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무장한 젊은 시위대는 다른 시간대와 다른 지역에서 사용되었던 전략들을 쉽게 공유하고 자국의 시위에서 사용하고 자신들의 전략과 경험을 반대로도 빠르게 전파한다. 일례로 2020년 태국 시위대는 홍콩 시위대가 사용했던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홍콩 시위대처럼 시위 장소와 시간을 시위 직전 온라인에 게시하여 경찰과 군대의 진압을 피했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산, 헬멧과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또, 미국영화 헝거게임(The Hunger Games)에서 착안한 세 손가락을 들어 경례하는 방식으로 참가자들 사이의 연대를 강화하였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운동의 진정한 힘은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과 시위대의 저항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해지는 것보다는 이 사진과 영상에 대한 세계 시민들의 반응 역시 즉각적으로 시위대에게 전해진다는 점에 있다. 이를 통해 시위대는 고립감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정신적 지지를 얻게 된다. 한편, 해외는 물론 같은 나라에서도 국지적 이슈에 머물렀을 법한 지방의 반인권적인 억압이나 시위가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또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이 온라인 운동은 정부에게는 골칫거리이다.

<표 1> 태국, 홍콩, 미얀마, 대만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사용(2022년)

태국 홍콩 미얀마 대만
인터넷 사용자 54,500,000명 7,050,000명 25,280,000명 21,720,000 명
인터넷 보급율 77.8% 93.0% 45.9% 91.0%
소셜미디어 사용자
(인구 중 사용자 비율)
56,850,000명
(81.2%)
6,680,000명
(88.1%)
20,750,000명
(37.7%)
21,350,000명
(89.4%)
트위터 이용자
(인구 중 사용자 비율)
11,450,000명
(16.4%)
2,100,000명
(27.7%)
NA 2,700,000명
(11.3%)

출처: https://datareportal.com/

국가 차원에서 진압하기 어려운 소셜미디어의 초국적 연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2020년 태국의 반군부 시위, 2021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였던 젊은 세대들이 밀크티 동맹의 주축이었지만 대만 등 주변국 네티즌들이 이들의 운동을 적극 지지하였고, 자국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시위에 밀크티 동맹 해시태그를 사용하였다. 각국이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활동가들은 온라인으로 긴밀한 연대감을 공고히 해나갔다. 실제로 16세의 태국 활동가와 홍콩의 유명한 활동가인 조슈아 웡이 함께 BBC에 출현하여 자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국제 연대를 호소하기도 하였다. 시민들은 이웃 나라의 시위에서 자국의 독재 정부의 폭력적 억압과 그에 저항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연대의식을 확장시켰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하였다. 가상 세계에서의 초국적 시민사회 연대는 현실의 권위주의 정부를 굴복시키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적받는다. 사실 이전의 국제 시민사회 연대도 국내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초국적 연대는 그 특성상 강제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초국가 연대 세력이 국가의 정부를 무력으로 굴복시키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민사회 연대의 힘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밀크티 동맹을 사용한 트욋의 언어와 해시태그가 사용된 지리적 위치를 살펴보면, 밀크티 동맹 해시태그의 사용자들은 해당 국가뿐 아니라 서구 세계, 특히 미국에 상당히 강력한 지원 세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태국어로 태국 민주화 운동에 대해 트윗하면, 이것이 미국의 사용자에 의해 영어로 전달된 후 전 세계로 확산한다. 다른 지역의 시위에 대한 소식을 공유하는 데에도 미국과 영국에서의 트윗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중요한 영향은 자국 내 민주화 세력이 약해지더라도, 이웃 국가 정부의 폭력과 시민들의 대항에 연대하는 상호 참조의 과정을 통해 민주화 열망이 되살아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1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으로 소강상태에 있었던 태국의 민주화 시위가 다시 시작되기도 하였다.

아시아의 청년 민주 세력들의 연대를 위한 시민사회 공유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

아시아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는 낯선 일이 아니다. 1973년 태국의 학생시위, 1980년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 1986년 필리핀 피플파워(People Power) 시위, 1987년 한국 6월 항쟁, 1988년 미얀마의 8888 시위, 1989년 중국 천안문 시위 등 아시아 시민들은 인권의 보장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싸워왔다. 홍콩, 태국, 미얀마 민주화 운동은 아시아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마지막 시위가 아닐 것이다.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몇몇 아시아 국가의 민주주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밀크티 동맹으로 가시화된 아시아 젊은이들의 민주화 시위는 2023년에도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연대를 시도할 것이다. 이러한 연대가 실질적으로 권위주의 정부를 굴복시키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까지는 우리의 바람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시민들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국제사회의 관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아시아의 민주주의 연대를 위한 견고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사회운동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등락을 반복한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상업적 소셜미디어 기반의 온라인 연대가 내재하고 있는 휘발성을 극복하려면 정보와 경험을 안정적으로 아카이빙하여 세계 시민들이 상시로 교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아시아 인권과 민주주의 연대를 위한 전문화된 공유 플랫폼, “밀크티 동맹 공유 플랫폼”의 구축이 절실하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3권 12호 (2023년 1월 26일)

Tag:
밀크티동맹, 소셜미디어, MZ세대, 민주주의, 시민사회공유플랫폼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Austin Wang & Adrian Rauchfleisch (2021). “Understanding the #MilkTeaAlliance Movement.” 2021-22 Wilson China Fellowship. https://www.wilsoncenter.org/
  • Pages vii-ix (2021). “Asia’s new generation of pro-democracy protesters.” Strategic Comments (June 28). https://doi.org/
  • BBC news (2020). “Milk Tea Alliance: Thai and Hong Kong activists on Fight for democracy”. BBC news (November 9). https://www.youtube.com/

저자소개

허정원(jwhuh@snu.ac.kr)

현) 아시아연구소 HK 연구교수
전) University of California Office of the President, Senior Impact Analyst California State University, Senior Research Analyst

주요 논문

“메가아시아 탐색을 위한 새로운 양적 지역연구방법론의 필요성과 가능성: 국내 변수 중심 지역연구를 중심으로.” 『아시아리뷰』 11권 2호, 2021.
“COVID-19 vaccination campaign trends and challenges in select Asian countries.” 『As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29권 3호, 2021.
“코로나19 확산 시기 서울시 외국인 밀집지역의 지역특성과 생활인구 변화.” 『공간과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