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아시아의 영토·해양 분쟁(1)
동남아의 안보위협에 대한 한국의 미래 전략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증대하고 있는 안보위협에 한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남중국해 갈등을 비롯해 동남아 안보 위협은 아세안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자,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책임 있는 중견국가(Middle Power)로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정책의 외교성과를 바탕으로 중장기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은 동남아와 동북아를 아우르는 동아시아 다자 협력체 설립을 주도하고, 국방협력 확대와 함께 방산 수출을 증대하는것 뿐만 아니라, “평화유지(Peace keeping)”에서 “평화 만들기(Peace building)”로 비전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중요성
동남아시아의 안보위협은 동남아시아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사안이자, 동시에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그리고 지역안보에 가장 큰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군사화와 함께 항해의 자유를 위협하고,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압박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안보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은 동남아시아를 적극적으로 도와서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차원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정책을 통해 해양안보, 재난대응, 평화유지 활동, 초국경 범죄 대응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이나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해 아세안은 아세안의 중심성(centrality)이 인정되고 확보되어야 아세안이 자주와 독립성을 유지하고 지역 패권경쟁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강력한 영향력 하에 놓인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배제하는 지역구도보다는 양국을 모두 포용하는 보다 개방적인 지역구도를 선호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행정부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정상회담이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개최된 것은 아세안이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지역안보문제에 많은 관심과 기여를 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실제로 아세안 10개국은 모두 북한과 수교하였고, 또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는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데, 아세안은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일종의 “정직한 중재자(honest broker)”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의 교역, 투자 2위 대상국인 아세안은 중요한 경제 동반자일 뿐만 아니라 정치·안보 협력 차원에서도 전략적 동반자로서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 그리고 경제안보를 포함한 포괄적인 안보협력을 위한 중요한 파트너이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간 다층적 관계의 심화를 위해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사고가 갈수록 요구되고 있다. 첫째, 한국은 전략적 사고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고 중장기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중상주의적 접근이 아닌 사람 중심의 신뢰를 얻는, 그리고 상호이익이 되는 장기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한국과 아세안 간 중장기적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아세안 간 현인그룹(Group of Wise Persons)을 구성하여 실천 가능한 분야와 우선순위를 정하여 2030년까지 중기적 협력과제, 2050년까지 장기적 협력과제를 제시한 ‘2030, 2050 미래협력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아세안·인도와의 협력관계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외교 다변화와 아세안·인도의 지정학적,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한 것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다. 장차 한국이 아세안·인도와 관계를 강화하여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려면 미국과 중국 간 상호 배제적, 배타적인 경쟁을 완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인 지역구도 구축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와 규범 형성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지역협력 체제 형성에 대한 한국의 가치, 규범과 역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유주의 지역 질서에 대한 지지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포용적인 지역 공동체 구축에 기여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이 아세안과의 관계를 내실화하고 양자 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발판으로서 아세안의 중심성을 지지하면서 아세안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역내 지역통합에서 건설적인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책임있는 중견 국가(Middle Power)로서 동아시아의 지역안정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패권을 지향하지 않고, 또 패권 국가가 될 수도 없기 때문에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 해양안전과 오염방지, 사이버 안보, 테러 등 비전통적인 안보에 대해 협력기반을 만들고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중장기적인 지역 외교안보전략
1) 동아시아에서 소지역 다자 협력체와 동아시아 안보협의체 설립 주도
앞으로 동남아와 동북아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외교안보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략의 지평을 동아시아를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넓혀 나가야 한다. 한국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역내 주요 안보이슈에 대해 기존과 같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다면 역내 안보 분야에서 한국의 전략적 존재감(strategic presence)은 계속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는 동맹관계를 강화하면서 안보문제를 넘어 ‘포괄적인 글로벌 동반자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고, 중국과는 경제안보와 비전통적인 안보분야에서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 국익에 부합한, 그리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실용외교를 적극 수행해야 한다. 미-중 갈등과 전략적 대립 속에 우리의 외교, 군사, 경제 지평을 동북아에서 동아시아, 나아가 인도-태평양까지 넓힐 수 있는 협력 파트너 국가는 지정학, 지경학, 전략적 측면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호주이다. 이들 국가들은 동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며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위해 균형자로서, 또는 협력자로서 같이 일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들이다. 특히, 아세안의 V.I.P(Vietnam, Indonesia, the Philippines) 국가들은 인구, 경제적인 비중, 풍부한 자원보유, 남중국해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위치와 중요성, 한국과의 지정학, 지경학적 관계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들이다. 우리가 G20내 중견국 그룹인 믹타(MIKTA: Mexico, Indonesia, Korea, Turkey, Australia) 창설을 주도한 것처럼 아세안의 V.I.P.국가와 호주를 연계하여 VIPKA(Vietnam, Indonesia, Philippines, Korea, Australia)라는 소지역다자안보협의체를 신설하여 경제안보와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소지역 안보협의체,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일한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별도로 비전통적인 안보위협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논의를 이끌어 가기 위해, 특히 경제안보와 비전통적 안보를 중점 논의하고 협력하기 위해 정부와 학자가 참여하는 반관반민형태(track 1.5)의 동아시아 협력대화(EASD: East Asia Security Dialogue)를 발족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도 포함하여 정부간 협의체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같은 아시아 안보협력기구(OSCA)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중층적인 지역 안보협의체가 창설되면 기존의 동북아 방역협의체처럼 비전통적 안보 이슈별로 별도의 협의체를 만들어 동아시아 지역내 논의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또한 동아시아에서도 우주개발과 관련한 협력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 모두가 참여하는 가칭 ‘동아시아 우주개발기구(East Asian Space Development Agency: EASDA)를 창설하거나 아시아안보협력기구(OSCA) 산하 기관으로 두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 이를 통해 우주개발 선두주자인 중국, 일본, 인도와 우주개발 후발주자인 여타 아시아 국가 간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한국이 적극적인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향후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은 동아시아의 역할과 위상을 보다 확고히 하고, 이 지역의 공동번영과 발전을 위하여 추구해 나아가야 할 장기적인 목표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 역사적인 관계, 그리고 현존하는 군사ㆍ안보적인 갈등으로 인하여 탈냉전 이후에도 오히려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 지역에 있어서 경제안보, 우주안보, 비전통적 안보를 포함한 정치·안보 협력 공동체의 필요성을 말해주며 동시에, 그것의 성공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에서 안보 협력 없이는 경제적, 정치적 협력이 성공을 거두기 힘들며, 따라서 동아시아는 유럽과 같이 궁극적으로 자체의 안보협력기구를 가져야 하며, 중견국가인 우리가 이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2) 국방협력 확대와 방산 수출
동아시아 국가들은 군사력 증강과 군 현대화 및 자체 방위산업 기지의 건설을 통해, 안보와 외교정책의 실질적인 자율성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수십년간 미-중간의 패권전쟁이 가속화되고, 남중국해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불안요인이 지속된다면 각국은 더욱 군비증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 등 많은 아세안 국가들도 군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한국이 동아시아 국가와 국방협력 뿐만 아니라 방산수출 등의 전기를 마련하도록 장기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국전 참전국가인 필리핀은 한국으로부터 경전투기(FA-50) 12대를 구입한데 이어 호위함 2척, 그리고 2021년 말에는 초계함 2척을 추가 구매하고, 앞으로도 한국과 방산분야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국방협력을 확대해 나가길 희망하고 있다. 방산 분야는 무기체계의 호환성을 통해 양국 간 국방협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성장 동력산업이기도 하다. 우리가 단지 무기 등 방산 물자 수출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훈련과 현지 무기 생산 및 공동개발을 추진한다면 아세안은 우리의 중요한 미래 군사협력 동반자가 될 것이다.
아세안은 신뢰구축, 예방외교,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3단계 방식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러한 아세안 방식을 존중해 가면서 아세안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남중국해를 포함하여 지역 안보이슈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아세안이 운영하는 국방 핫라인(ASEAN Direct Communication Infrastructure)에 호주가 가입한데 이어 일본이 참여 신청을 하였는데 아세안 국방 핫 라인은 역내에서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각국 국방 방위당국 간에 직접 연락을 주고받는 시스템이므로 우리도 이에 가입하여 전통적 안보이슈 외에도 해적, 해양안보,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3) 평화 유지(Peace keeping)에서 평화 만들기(Peace building)로 전환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재의 평화유지활동(PKO)을 어떠한 방식으로 확대할 계획인지 구체적인 내용과 비전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특히 사이버 전쟁과 테러 등 비전통적인 안보위협에도 대처하고, 캄보디아의 지뢰제거와 미얀마의 재건 등 지역협력, 국제협력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의 안보공헌 외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2013년 필리핀에서 하이엔 태풍으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수십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하자, 필리핀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이 540명의 의료/공병부대로 구성된 아라우 부대를 파견하여 1년동안 필리핀 타클로반에서 복구 활동을 전개하여 성공적인 평화 공공외교를 시행한 바 있다. 이렇게 동남아시아지역에서 대규모 자연재해나 분쟁으로 인해 피해가 많이 발생한 지역에 아세안과 더불어 비전투병 평화유지군을 적극 파병하여 “평화를 유지하는 나라(peace keeping nation)“를 뛰어넘어 ”평화를 만드는 나라(peace building, peace making nation)“로 비전을 확대해야 한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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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남방정책,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외교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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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Detail?nodeId=NODE09396994
저자소개
한동만(dmhan1985@snu.ac.kr)
현)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 연구센터 고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전) 필리핀 대사, 재외동포영사 대사,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외교부 국제경제국장
저서: 『대한민국의 신 미래전략, 아세안이 답이다』, (글로벌콘텐츠,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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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0년 후를 말한다: 글로벌 메가트렌드 변화와 우리의 미래전략』, (한스미디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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