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2년 아시아 정세전망(11)
중앙아시아의 지역협력, 지역통합으로 나아가나?

김효섭 (아시아연구소)

최근 중앙아시아에서는 지역협력이 증진되고, 지역화와 지역주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16년 우즈베키스탄의 리더십 교체와 대외정책의 변화가 중앙아시아 지역협력의 전환점이 되었다. 국경 개방에 따른 인적, 물적 교류 증진, 접경지역 협력 및 아프간 사태 등 지역안보에 대한 공동대응 협의를 포함하여 이전과 다른 획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18년에 재개된 ‘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지역협력의 상징적이고 중요한 협력의 기틀이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지역협력이 아세안 등과 같은 형태의 국제기구로 제도화될 가능성은 당분간 그리 높지 않다. ‘지역으로서의 중앙아시아’ 형성, 지역화와 지역주의로의 발전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앙아시아 지역으로서의 재출현

2022년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한 세대가 시작되는 해다. 1991년 말 소련이 해체되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한 지 30여 년이 흘렀다. ‘철의 장막’에 둘러싸인 채 아시아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했던 ‘미지의 지역’ 중앙아시아가 세계무대에 등장한 지 한 세대가 지났다.

최근 중앙아시아에 다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소련 해체 직전부터 정권을 장악해 온 리더십의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국가 독립 이후 근 30년간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국민국가 건설(nation-state building)의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지역으로서의 중앙아시아’ 형성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역내 국가 간 협력이 재개되고, 이를 통해 지역과 국가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역협력이 강대국과의 결별을 통한 독자노선의 추구도 아니며, 역외 국가들에게 배타적인 지정학적 지역 형성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내 국가 간 협력 강화는 중앙아시아의 지역화로 발전될 여지가 크다. ‘지역으로서의 중앙아시아’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30여 년 전 소련 해체 시에 나타났던 중앙아시아 지역주의 경향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중앙아시아 역내 협력 증진

중앙아시아 지역의 역내 협력과 통합의 흐름은 2016년 가을부터 우즈베키스탄의 주도 하에 시작되었다. 이슬람 카리모프 초대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집권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그동안 고립적인 대외정책을 폐기하고, 개방정책을 추진하였다. 역내 모든 국가와 접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향적인 변화는 지역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동안 역내 협력의 커다란 장애물이었던 수자원 이용, 전력과 에너지 공급 및 국경 획정 문제에 대해 양자 또는 다자협의를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의 결과로 지역협력은 더욱 발전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역내 교역 증가로 이어졌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2017년 말 중앙아시아 역내 교역 규모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30억 달러였는데, 전문가들은 2020년 말에는 약 5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역내 지역 간 협력은 교역뿐만 아니라, 경제·산업협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카자흐스탄과 자동차, 농기계, 직물, 농산품 등의 생산협력을 시작하였으며, 그동안 국경 폐쇄와 교통 운송망을 단절하였던 타지키스탄과도 생활가전과 건자재 분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우즈베키스탄은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투자기금과 개발기금을 조성하여 광업, 금속, 섬유산업의 공동프로젝트를 수립하였다.

사실 그동안 중앙아시아 지역의 협력은 강대국의 지정학적 경쟁, 협력을 추진할만한 역내 국가들의 정치, 경제적 능력 부족 등의 구조적 요인과 함께 수자원, 전력, 에너지 공급 및 국경 미확정 문제 등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특히 수자원 문제는 첨예한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겨울철 전력생산용으로 수자원을 사용코자 하는 상류국(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과 여름철 농업용수로 이용하려는 하류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사이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 국가 간 선린·우호관계가 형성되고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즈스탄은 7억 5천만 kWh 상당의 전력공급 협정을 체결하고,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수력댐 건설 사업도 공동으로 진행키로 합의하였다.

지역통합을 위한 제도화의 첫걸음 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지역협력이 국가와 지역발전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자각 속에 약 20여 년간 지속되었던 서로 간의 경쟁과 갈등을 극복하고, 협력의 분위기를 증진시키고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아시아 정상회의(Consultative Meeting of the Heads of State of Central Asia)’이다.

<그림> 제 3차 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출처: 투르크메니스탄 정부

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우즈베키스탄의 주도하에 개최되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사마르칸트에서 개최된 ‘중앙아시아 안보와 지속가능한 개발 국제회의’에서 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였다. 정상회의는 지금까지 총 3회 개최되었다. 제1차 회의는 2018년 3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현재 누르술탄), 제2차 회의는 2019년 11월 타슈켄트, 그리고 3차 회의는 2021년 8월 투르크메니스탄 아바자에서 개최되었다. 주요 의제는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 간 협력 증진, 공동의 문화역사 유산 개발, 코로나 팬데믹 대응 및 아프가니스탄 사태 대응 등 역내외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과 협력 등이었다.

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합의된 내용과 결과물을 차치하더라도, 개최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그간 중앙아시아 지역에 존재했던 고립주의적 경향을 탈피하고 역내 모든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소련 해체 후 중립국을 선언하고 국제기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투르크메니스탄도 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였다. 더구나 애초 키르기스스탄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던 제3차 정상회의가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간 국경분쟁으로 인해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투르크메니스탄이 자발적으로 개최하였다는 점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띤다.

둘째, 협력의 수준이 국가 차원에서 지방 차원까지 확산되었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접하고, 국경 문제와 자원 이용 문제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첨예한 페르가나 지역의 지방정부 간에도 협력과 협의의 틀이 마련되었다. 접경지역 협력도 활성화되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대중교통 운행이 재개되고, 접경 무역이 활발해졌으며, 경제자유구역이 설치되었다. 폐쇄적 국경정책으로 인해 단절과 대립의 공간이었던 접경지역이 이제는 협력과 통합의 공간으로 변하였다.

셋째, 1990년대의 ‘열망적 통합주의’가 다시 살아나고, 다자협력-다자주의의 제도화로 발전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지역통합, 지역화, 지역주의의 움직임은 최근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1990년대 소련 해체로 인한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 외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국제조직을 결성하였다. 1991년 12월 소련의 해체를 결정한 ‘벨라베슈카야 푸샤 회의’에 초대받지 못한 중앙아시아 정상들은 중앙아시아 차원의 대처와 지역통합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중앙아시아연합’(1994년), ‘중앙아시아 경제공동체’(1997년), ‘중앙아시아협력기구’(2002년) 등을 결성하였으며, ‘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2009년까지 총 6차례 개최되었다. 그러나 2006년 중앙아시아협력기구가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공동체’에 흡수·통합되면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역내 국가들의 주도적인 통합 과정은 중단되었다.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이 주도하는 다양한 국제기구(CSTO, SCO, EAEU 등)에 가입하였지만, 이러한 국제기구들은 역내 협력이나 지역통합을 촉진하지는 않았다. 강대국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 형태, 다양한 조직의 일명 ‘스파게티볼 효과’로 인해 중앙아시아 지역협력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열망적 지역통합주의’도 사그라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개최된 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지역협력 증진과 점진적 지역통합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 양자주의적 경향이 지배적이고, 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분쟁을 방지 또는 해결할 수 있는 역내 다자 조절 기제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실크로드비자 도입을 통한 중앙아시아 단일관광권 형성, 수자원 문제, 아프가니스탄 사태, 코로나 팬데믹 공동대응 등 더디고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중앙아시아 다자주의의 제도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역통합의 전망과 한계 및 위협 요인

현재 중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역통합의 움직임은 20세기 말의 통합주의와 결을 달리한다. 20세기 말의 통합주의는 예기치 못한 소련의 해체와 정치, 경제적 혼란에 대처하기 위한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차원이었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의 경향은 지역의 잠재력을 재고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내륙국이라는 지정학적 불리함을 탈피하기 위한 공동 협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를 비롯하여 유라시아교통회랑(동-서 회랑, 남-북 회랑)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즉, 소련 시대에 형성된 모스크바 중심의 경제-교통 네트워크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교통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앙아시아 지역발전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2020년 7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개최된 국제회의(Central and South Asia: Regional Connectivity. Challenges and Opportunities)에 중앙아시아·남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전 세계 40여 개 국가, 30여 개 국제기구가 참여한 점에서 그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또한, 중앙아시아 지역협력은 에너지, 운송, 가스, 수자원, 관개망의 공동 활용과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해 공동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역내 협력이 증진된다고 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외부 지향적 경향이 축소되거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즉, 역내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고 해서 시야를 지역 내부로만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만든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지역 맹주를 꿈꾸는 국가들이 주도하는 조직에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터키가 주도하는 투르크국가기구(2021년 11월, 투르크평의회를 개명)에 중앙아시아 4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동안 적극적이지 않았던 우즈베키스탄이 2022년에 투르크국가기구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결정에서도 그 의지가 드러난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외부 지향적 경향, 국제조직에의 참여는 단일한 형태를 띠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국제조직에 중앙아시아라는 공동의 이름이 아니라 개별 국가차원에서 참여할 것이며,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참여의 깊이와 폭도 달라질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지역협력은 경제개발뿐만 아니라, 지역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발전이다. 지역협력이 더욱 증진되고 중앙아시아 지역은 이전보다 더 통합적인 지역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협력이 가까운 시일 내 지역조직의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유럽연합은 고사하고, 아세안과 같은 형태의 지역조직으로의 발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 자체의 내부적인 구조나 역량과 외부적인 요인이 중앙아시아 지역협력과 지역통합의 장애물이나 한계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 요인으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소규모의 역내 교역량과 미약한 경제협력, 협력의 기반이 되는 기술과 자금 부족 및 각국의 경제 지향점, 경제 전략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 중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경제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을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해외송금액이 GDP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과 경제기반이 매우 열악하다. 나머지 3개국은 에너지를 비롯한 자원의존형 경제구조로 인해 상호보완적 경제협력이 일어나기 어렵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다자외교 경험 부족, 낮은 수준의 정치발전과 책임감, 그리고 신세습적(neo-patrimonial) 정치체제로 인해 지역통합으로의 발전과정에 불안정성을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주변 국가의 안보 불안은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지역협력에 장애가 되고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테러와 극단주의, 마약, 난민 유입 등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으나, 현재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역량으로는 이에 대응하기 어려워, 러시아나 중국 등 역외 강대국에 의존하게 만든다.

아울러, 중앙아시아 지역협력과 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국경분쟁과 에너지, 수자원 등 자원 이용과 관련된 갈등이다. 1920년대 모스크바의 주도하에 그어진 국경선은 소련 해체 후에도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30년이 흘렀고, 이는 접경국가 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였다. 2021년 4월 말에서 5월 초, 페르가나 지역에서 발생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국경을 둘러싼 무력충돌은 오랜만에 조성된 지역협력과 통합의 분위기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각국의 불안정한 정치, 경제 상황은 2022년을 예측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2022년 새해 벽두에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시위는 최소 164명이 사망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양상과 방향으로 진행되었는데, 러시아를 비롯한 외부세력의 도움으로 간신히 진압되었다. 석유가스부국인 카자흐스탄에서 LPG 가격이 2배 인상된 것이 시위 발생의 도화선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높은 물가인상률(2021년 8.9%)로 국민들의 삶은 궁핍해졌는데, 2022년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나아가 부의 독점(162명이 국부의 55% 소유)과 만연한 부정부패 등으로 국민들의 반발은 언제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중앙아시아의 다른 4개국도 각기 우려스러운 국내문제를 안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정부 주도의 개혁 정책의 성공 여부, 특히 자유화와 경제개방정책에 대한 개혁 세력과 반개혁 세력(국영기업 또는 기득권 세력 등) 간 갈등 문제, 타지키스탄은 팬데믹으로 인한 러시아로의 노동이주 제한과 극심한 실업률, 투르크메니스탄은 열악한 경제 상황과 사회적 긴장 및 불평등 심화 문제, 키르기스스탄은 2020년 10월 부정선거 규탄 시위와 정권교체 이후 혼란한 정치 상황이 아직 채 정비되지 않아 여전히 불안의 씨앗이 남아 있다. 이러한 문제는 중앙아시아 국가 간의 협력과 지원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중앙아시아 지역의 통합 움직임은 지체되거나 또다시 좌절될 가능성도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협력, 지역통합의 함의

우리는 그동안 중앙아시아 지역을 ‘신거대게임’, ‘신 실크로드’, ‘유라시아 심장지대’, ‘유라시아 랜드브리지(Eurasia Land Bridge)’ 등 다양한 용어로 접했다. 지역 그 자체의 사회, 문화적 특성보다 지정-지경학을 통해 지역을 바라보았다. 유라시아지역을 연결하는 이동과 교류의 교차로, 러시아와 중국 등 강대국과의 접경지, 석유·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의 보고(寶庫), 중앙아시아를 신거대게임의 각축장으로만 인식하였다. 특히 강대국의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프리즘을 통해서 지역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중앙아시아 지역은 수동적인 객체로서 대상화되어 왔다. 이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지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한 것도 있었지만, 지역 내부의 시선을 통해 내재적 관점으로 지역을 인식하려는 점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지역 자체의 빈약한 정치, 경제적 역량이 내재적 관점의 중요성을 약화시켰던 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지역협력, 지역통합의 움직임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재형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앙아시아 역내 협력 증진은 국가 간 관계 증진뿐만 아니라, 지역통합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으로서의 중앙아시아’, 공동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지닌 ‘상상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내적 변화, ‘지역’으로서의 성장은 중앙아시아를 대하는 우리의 관점과 태도 및 전략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대외협력의 기본 틀은 C5+1 형태다. 이미 미국, EU, 중국, 일본 등과도 이러한 형태의 다자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다자협력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한-중앙아시아협력포럼’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해 왔으며, 가장 큰 성과를 거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변화에 발맞춰 협력의 방식과 전략의 변화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도 ‘한-중앙아시아협력포럼’이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협력의 기본 플랫폼이 될 것이지만, 운영 방식과 의제 변화는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중앙아협력포럼’은 다자협력의 형식을 띠었으나, 실제적인 운영과 구체적인 협력사업은 양자관계에서 진행되었다. 중앙아시아 지역 자체에서도 기존의 양자주의를 벗어나 다자주의로의 변화와 발전이 일어나는 것처럼, 우리도 다자관계의 측면에서도 의제와 협력의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2권 14호 (2022년 1월 31일)

Tag:
중앙아시아, 지역협력, 지역통합, 중앙아시아정상회의, 열망적통합주의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조영관(2021). “중앙아시아의 독자적 지역협력 모색, 정상회의 출범.” 『다양성+Asia』 2021년 9월호(통권 14호). http://diverseasia.snu.ac.kr/?p=5485
  • Costa Buranelli, F. (2021). “Central Asian Regionalism or Central Asian Order? Some Reflections,” Central Asian Affairs 8, 1-26.
  • Lee, J., Asiryan, A., and Butler, M. (2020). “Integration of the Central Asian Republics: the ASEAN example,” E-International Re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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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tnaik, A. (2019). “Regionalism and Regional Cooperation in Central Asia,” International Studies 56(2-3), 147-162.

저자소개

김효섭 (khsup@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극동경제협력특별위원회 특별위원
전)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HK연구교수

주요저서:『러시아와 세계정치』(공저) (사회평론아카데미, 2019)
『환동해 관계망의 역동성』(공저)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