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2년 아시아 정세전망(10)
2022년에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지역 안보 질서에 변화가 예상되는가?

브랜든 아이브스 (서울대학교)

본 글에서는 최근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앞으로 역내 역학 관계는 탈레반의 통제력 강화 역량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이는 정치, 경제, 지리적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만약 탈레반이 경제적,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다면 내전의 국제화, 초국가적 테러, 국경 간 이주 등과 같은 역내 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 4개월이 지났고, 아프가니스탄 주변 국가들은 여러 도전과제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향후 역내 역학관계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 탈레반 정권하에 아프가니스탄이 안정을 찾는다면 파키스탄이나 이란과 같은 일부 이웃 국가들에 정치적,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탈레반이 정치적,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내전의 국제화, 초국가적 테러 및 국경 간 이주와 같은 역내 안보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 정권은 여전히 더 심각한 내전이 일어날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 무너지는 경제, 정치 권력에서 배제되었지만 비교적 많은 수를 차지하는 인종 및 하위민족(부족민, 씨족민, 지역민) 인구, 산악지형, 그리고 허술한 국경 등이 앞으로 정치가 불안정해지고 내전으로 인한 폭력행위가 늘어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불안정성은 역내 국가들에 주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성으로 발생한 내전 폭력이 일부 주변 국가로 번질 수도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성 증가로 인해 파키스탄에서도 국내 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탈레반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다른 활동 주체들을 지원해왔으며, 향후 아프간 내전 발생 시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더 심각한 내전이 발생하는 경우 파키스탄인 목표물에 공격을 가하고 전반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초경 지대(cross-border region)에서의 폭력 상황이 심화되어, 파키스탄 탈레반(TTP)과 같이 파키스탄에 적대적인 주체들이 더 과감해질 수 있다. 그 결과 파키스탄과 특히 국경에 있는 부족민 지역에서 내전과 기타 형태의 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문제의 국제화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성 증가와 내전 발생은 여러 국가가 얽힌 국제적 문제로 비화할 것이다. 이란은 최근까지 탈레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아프가니스탄이 안정을 찾을 경우 경제와 안보 차원에서 얻을 것이 많다. 하지만 더 심각한 내전 발생, 소수 시아파에 대한 폭력, 그리고 갈등으로 인한 교역 및 국경통제력 축소 등으로 인해 이란 측에서 태도를 달리 할 수도 있다. 그동안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예맨 그리고 1990년대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아파 조직들을 지원해온 사실을 고려하면, 이란은 아프간 내전 발생 시 시아파 조직들을 지원하고 내전에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불안정성이 커지고 권력에 공백이 발생할 경우 초국가적 테러 활동이 역내 국가들을 위협할 수 있다.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이 초국가적 테러 분자들의 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전쟁을 겪은 활동 주체들이 아프가니스탄을 갈등의 다음 무대로 삼을 수도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및 아프가니스탄의 주변 국가들은 지리적으로 아프가니스탄과 가깝고, 저마다 어느 정도 역내 상황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조금 전 언급한 바와 같이 파키스탄은 TTP와 같은 단체로부터 추가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위협 중 일부는 테러 폭력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 파키스탄의 국경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들도 더 많은 테러 공격을 받을 수 있다. 파키스탄 내 시아파 지역도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도의 경우 아프가니스탄이 불안정해지면 테러 조직들이 성장하여 인도에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할 것이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우려와는 달리 불안정성이 더 증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과연 탈레반에게 인도인 목표물을 공격할 수도 있는 활동 주체들을 통제할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도 인도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탈레반 정부에는 과거에 인도인 목표물을 표적으로 삼았던 하카니 네트워크의 일원들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 탈레반 정권하에 아프가니스탄이 안정을 찾는다면 인도에 적대적인 활동 주체들이 더 번영하고, 파키스탄 보안군의 지원에 힘입어 인도인 목표물에 테러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1990년대 후반에 아프가니스탄이 특정 테러 조직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다는 점이 인도 측에서 특히 우려하는 부분이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이주 문제

열악한 경제 상황과 불안정성으로 인한 이주도 역내 국가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아프가니스탄의 북쪽에 위치한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아프가니스탄의 경제 상황과 갈등이 악화되면 상당한 수의 이주민이 유입될 수 있다. 특히 내전 폭력으로 인한 대대적인 이주 행렬이 이들 국가에서 새로운 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자국 내의 극단주의자들을 부추길 수도 있다. 내부 안보 위협과 이주민 증가는 탈레반 정권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타지키스탄은 그동안 반(反) 탈레반 세력들을 지원해왔고, 앞으로도 특히 아프가니스탄 북쪽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들의 반 탈레반 저항군을 위한 거점이자 지원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반 탈레반 저항군에 대한 지원은 탈레반 정권의 반감을 사고 국가 간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다.

파키스탄과 이란은 오랫동안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여 왔다. 과거 파키스탄으로의 이주로 인해 폭력 분자들이 국경 지역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거점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주가 증가하면 파키스탄 지역의 활동 주체들이 아프간의 갈등 상황에 개입하고, 그 갈등의 여파가 파키스탄까지 번질 수 있다. 또한 이주민이 증가하면 파키스탄 보안군이 피난민과 전투원을 구분하기 힘들어지는 등 안보 노력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악화일로인 경제 상황, 정부 내 인종 및 종교적 소수자의 배제 및 지리적 특성이 내전의 국제화, 초국가적 테러 행위, 국경 간 이주 등의 문제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파키스탄은 특히 향후 내전 가능성과 폭력 사태의 확산을 염려하고 있다. 앞으로의 역내 역학 관계는 전적으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권력 강화에 성공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2권 13호 (2022년 1월 28일)

Tag:
아프가니스탄, 남아시아, 탈레반, 내전,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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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Brandon Ives (brandonives@snu.ac.kr)

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조교수

저서와 논문: 「Greed, Grievances, or Graduates? Why do Men Rebel? 」 (co-author) (Journal of Peace Research, 2021).
「Trickledown Politics: Do Excluded Ethnic Groups Benefit from Non-violent National Resistance Campaigns?」 (Conflict Management and Peace Science, 2021)
「From Rallies to Riots: Why Some Protests Become Violent.」 (co-author)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