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영문 학술서 ‘New Asias’ 펴내

점점 거세지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아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영문 학술서적 ‘새로운 아시아(New Asias: Global Futures of World Regions)'(서울대출판문화원)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 의해 출간됐다. 한국·미국·영국·독일 등의 학자 13명이 필자로 참여한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아시아가 하나의 덩어리(bloc)가 아니라 복잡하면서도 다양성을 지닌 지역(region)이므로 세계화(globalization)도 각국의 특징을 살리면서 추진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트 슈미트 독일 에를랑겐-누렘베르크대 교수는 “최근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과 인도가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경제가 살아나다 보니 민주주의, 사회질서,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구성원들의 욕구 또한 커졌다”면서 “아시아 각국들은 세계화를 경제 영역뿐 아니라 정치 영역, 성(性)·종교·직업윤리 등 개인 영역까지 골고루 적용해 구성원들의 의식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로날드 도어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회사를 향한 피고용인의 충성심과 평생고용 제도를 특징으로 하는 일본식 자본주의를 만들었던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개인의 능력과 경쟁을 중시하는 영미식 자본주의를 적극 도입했다”며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자 본래의 고용제도로 선회해 그들만의 제도를 새로 만드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는 “‘리오리엔트(ReOrient)’에 입각해 새롭고 다채로운 아시아를 만들어가자”고 말한다. 리오리엔트는 종속이론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안드레 군더 프랑크가 만년에 제창한 개념으로, ‘방향을 다시 잡다’와 ‘아시아로 되돌아오다’라는 이중적 뜻을 담고 있다. 프랑크는 “1800년 이전까지 세계 경제와 문명의 중심은 중국이었고, 오늘날 세계 역사는 동아시아로 회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이 개념을 받아들이면서도, “중국의 부상(浮上)으로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배우자는 흐름이 생긴 건 사실이지만 계급질서 강조와 독재 등 치명적 단점까지 아시아적 가치로 합리화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2004년 지구촌 각 지역의 미래를 사회과학적 시각에서 분석·예측하기 위해 시작한 국제적 학술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자들은 2005년 4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새로운 유럽(new Europe)’ ‘새로운 미국(new America)’ ‘새로운 아시아(new Asias)’란 주제로 뉴욕, 베를린, 서울에서 각각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2010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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