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양극이 지배하는 나라에 대한 양극적 서사의 이면
방글라데쉬를 2009년 이래로 통치하던 하씨나(Sheikh Hasina) 총리가 금년 8월 5일 권좌에서 쫓겨나 인도 망명길에 오르면서 세계의 눈이 방글라데쉬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빈곤과 발전이라는 두 얼굴이 얽힌 정치적 불안정성이 연말 시즌을 준비하는 국제 섬유업계에 폭풍을 몰아올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국가 체계의 미비함이 일상을 지배하는 나라이지만, 남아시아 국가들 중 모범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가는 나라이기도 한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둑함’이라고 해야 한다.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두 극단이 서로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에서의 현실을 이해하는 핵심이라는 점을 밝혀서, 방글라데쉬의 미래는 뚜벅뚜벅 걸어 나가기에는 충분하게 밝고 달려가기에는 너무 어둡다는 필자의 전망을 밝히고자 한다.
신년 특집: 2024 아시아의 회고와 전망(2)
예상했지만 가속된 변화를 맞은 2023년의 남아시아, 그 가속은 2024년의 관성을 만들 것인가?
2023년 강달러와 고금리 기조 속에서 남아시아 각국을 향한 경제적 압력은 강화되었고, 국제정치적 불안 요소는 남아시아 역내 지역패권국 인도에 많은 과제들을 던져 주었다. 인도는 경제발전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 최다 인구 보유국으로서 다양한 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어려운 국내 상황에도 방글라데쉬와 몰디브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으며, 스리랑카는 회복의 기조를 확보해 가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위기 속에서 정치체제 재구성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일반적인 예상의 방향에 부합하는 것이었지만, 그 가속도가 관측자들의 예상범위를 넘어서는 한 해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쉬가 맞을 2024년의 총선은 지금의 경제발전 기조와 결합된 권위적 통치의 강화 흐름을 확인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에게 다극화된 세계에서 남아시아 역내 국가들에 대해서도 세분화된 전략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