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2024 아시아의 회고와 전망(2)
예상했지만 가속된 변화를 맞은 2023년의 남아시아, 그 가속은 2024년의 관성을 만들 것인가?

2023년 강달러와 고금리 기조 속에서 남아시아 각국을 향한 경제적 압력은 강화되었고, 국제정치적 불안 요소는 남아시아 역내 지역패권국 인도에 많은 과제들을 던져 주었다. 인도는 경제발전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 최다 인구 보유국으로서 다양한 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어려운 국내 상황에도 방글라데쉬와 몰디브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으며, 스리랑카는 회복의 기조를 확보해 가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위기 속에서 정치체제 재구성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일반적인 예상의 방향에 부합하는 것이었지만, 그 가속도가 관측자들의 예상범위를 넘어서는 한 해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쉬가 맞을 2024년의 총선은 지금의 경제발전 기조와 결합된 권위적 통치의 강화 흐름을 확인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에게 다극화된 세계에서 남아시아 역내 국가들에 대해서도 세분화된 전략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다.

가속도가 붙고 있는 남아시아의 발전, 그 방향에 대한 질문을 키운 2023

2023년 남아시아 역내의 변화는 예상 가능한 방향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그 가속도를 더해가는 양상이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증폭시켰다. 중국이 경제성장 목표치 5%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IMF 추정으로 인도는 2023년 6.3%의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예측되며, 게다가 4월에는 인도의 인구가 공식적으로 중국의 인구 규모를 앞서는 것으로 발표되면서 인도가 미래의 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들이 많아졌다. 인도의 경제규모는 약 3.5조 달러로 현재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은 15조 달러 규모의 경제력으로 세계 2위의 위치에 있다. 인도가 예상보다 빠른 내수시장 발달을 이루고, 외국인직접투자(FDI)액 유입이 긍정적 추세를 유지하는 상황이 기대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인도의 경제발전은 가속도를 더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도가 원하는 것처럼 중국을 넘어서는 강대국이 되자면, 인도는 매년 8%의 경제성장을 달성해야 한다는 바클레이(Barclays)의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강달러 기조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낳은 불확실성 등의 요인을 인도도 피해갈 수 없어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지속적인 유입과 장기적인 확장 추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그 최고 정점을 찍었던 2022 회계년의 총액 848억 달러 규모의 유입은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다. 2023 회계년의 2사분기에 인도 내 외국인 직접투자가 전년도 대비 16%의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고 인도 정부가 발표한 상황이다. 구조적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안고 있는 인도에게 경제개혁을 추진할 조건을 만들어 줄 외국인 직접투자의 추이는 예의주시해야 할 요인이다. 인구증가에 상응하는 일자리 창출과 교육수준의 전반적 향상, 그리고 구조적인 쌍둥이 적자의 해결을 향한 반전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한계를 인도는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발전의 가속도는 확인된 상황이지만, 그 방향이 지속가능한 쪽인지에 대한 의문을 지우지는 못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겠다.

방글라데쉬도 2023년에 IMF 추정 6%의 견조한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녹록지 않은 세계경제의 상황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선제적인 재정 안정을 위한 지원”을 IMF로부터 47억 달러 확보하여 대형 인프라 투자는 물론 이와 연관된 외채와 이자상환의 부담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제난과 정치적 위기를 맞아 군부 주도의 정치지형 재편의 과정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이 자연재해와 팬데믹의 악재를 벗어나지도 못한 채 -0.5%(IMF 추정)라는 경제 역성장을 보여준 것도 예상 밖의 상황은 아니었다. 결국 30억 달러 상당의 구제금융의 집행에 대한 지난한 협상과정을 거쳐 2023년 11월 실무합의를 이루고 IMF가 우선 7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외환보유고가 고갈된 상황에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관광업 비중이 높은 몰디브는 23년 방문 관광객 추정 인원이 190만 명에 도달하여 견조한 8.1%의 경제성장(IMF 추정)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지만, 고유가에 따른 수입 증가와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에 따른 외채 증가로 2022년의 경제성장률 13.9%에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COVID-19의 충격으로부터 정상을 찾은 것으로 보이는 스리랑카는 관광업 비중은 물론 해외송출 인력의 본국 송금 의존도가 높아서, 현재는 안정세에 접어들었으며 2022년 4월 맞은 국가부도사태에서 벗어나는 중이라고 보인다. 2023년 3사분기에 스리랑카는 국가부도사태 이후 처음으로 1.6%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 강달러와 고금리 그리고 미중패권경쟁으로 인한 갈등구조와 국제적 공급망의 불안정이 낳은 경제적 압력은 남아시아 역내 국가들을 피해가지 않았고, 많은 국가들에서 내부적으로는 강한 인플레이션과 생활고를 유발했으며 이는 각국에서 전통적인 정치세력(들)의 극단적 대립을 강화시켰다. 이러한 흐름도 큰 틀에서는 예측 가능한 것들이기는 했지만, 그 진행 속도와 강도는 일반적인 예상을 넘는 것들이었다.

인도가 남아시아의 지역 패권국으로서 안정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2023년의 경제상황 때문만이 아니다. 인도는 역사적 맥락에서 남아시아 주변국의 관리에 성공해야만 하는 자기 정체성을 지닌 국가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도는 8월에 찬드라얀 3호를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시키며 우주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했고, 자체 건조한 항공모함 비끄란뜨(INS Vikrant)호를 2022년 취역시키는 등 인도양에서의 대중국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2023년 9월 몰디브 대통령 선거에서 “인도 추방!”(India Out)을 선거 구호로 채택한 무이주(M. Muizzu)가 당선되었고 12월에는 무이주 정부가 인도와 2019년에 맺은 수로측량 합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인도의 실질적 보호국인 부탄은 중국과의 국경 획정 협상을 진척시켜 국경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두 소국들의 움직임이 반드시 반인도 노선의 천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도-중국 간의 패권 대결의 전선에 서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역내 소국들의 현실적인 노력의 발현이라고 읽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인도의 관점에서는 분명하게 주변국을 둘러싼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강화되는 흐름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남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인도와의 관계설정이 이차방정식 이상의 복잡한 과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2023년의 가속도는 2024년에 관성의 강화를 의미할 것인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쉬, 이 남아시아 3대국은 2024년 총선을 맞고 있다. 2023년에 나타난 가속은 2024년에는 관성을 만들면서 기존의 이동 방향을 유지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도 내의 집권당 BJP(Bharatiya Janata Party)가 지향하고 RSS(Rashtriya Swayamsevak Sangh) 등의 조직이 추구하는 힌두국수주의 강화는 이제 자유시장주의와 능력주의로 재포장된 기득권층의 사회조직 논리와 맞물리면서 사법부마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현실을 만들어 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6년 갑자기 발표된 500루피와 1,000루피 고액권 유통금지 조치를 2023년 1월 대법원은 적법한 것으로 판단했고, 12월에는 잠무-카쉬미르 지역의 특별 지위를 취소하고 연방직할지로 변경한 2019년 조치도 받아들였다. 12월에는 알라하받(Allahabad) 고등법원이 현재 이슬람 사원이 있는 장소에서 힌두교 사원의 흔적이 있는지 발굴 조사하는 것을 허가하는 등의 예전에 상상하기 힘든 판결들을 내리고 있다. 큰 틀에서 보자면 아요댜(Ayodhya)의 바브리모스크 파괴 사건의 판결처럼, 사법부의 판단도 이제는 인도의 정치현실에 대한 고려를 반영하고 있다거나 혹은 힌두 국가 건설의 아젠다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인다.

피할 수 없이 인도 내에서도 인플레이션은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고 인도중앙은행(RBI)은 2024 회계년의 CPI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5.4%로 상향했다. 일상생활의 압력은 높아지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않는 경제발전의 수혜는 (최)상층만이 누리고 있다. 이런 대립구도의 강화와 정치의 사법화가 맞물리는 상황이 빚은 작은 사건으로, 야당 지도자인 라훌 간디(Rahul Gandhi)가 2023년 3월에 대법원에서 명예 훼손 확정판결을 받아 의원 자격을 박탈당하는 일이었다. 반면 경제발전의 논리는 ‘강한 인도’와 ‘세계의 스승’ 인도를 주창하는 애국주의 흐름을 강화했고 이는 외교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풍토를 강화시켰다. 인도가 2023년 의장국으로 주최한 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국제적 다자 외교의 무대에서 모디(Modi) 총리 정부는 인도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대변하는 국가를 자처했고, 그 상승된 위상을 국내 정치에 적극 활용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도는 2024년 총선을 맞아 모디 총리가 3연임에 도전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2023년 2월 뜨리뿌라(Tripura)와 5월 까르나따까(Karnataka) 주의회 선거에서 야당 콩그레스(Indian National Congress)가 압승하면서 모디의 연임이 좌절되지 않느냐는 회의감도 제기되었지만, 이 두 주에서의 선거는 정치적 주도권을 가진 지역이 아닌 곳의 지역 이슈가 강한 선거였다. 11월에 이루어진 5개 주의 선거는 대규모 인구와 의석수를 보유한 곳이자 힌두국수주의의 근거지에 가까운 지역에서 이루어진 선거였다. 찯띠쓰가르(Chhattisgarh)와 라자쓰탄(Rajasthan)에서 BJP는 기존 콩그레스 정부를 몰아냈고, 마댜 쁘라데쉬(Madhya Pradesh)에서는 5연승 집권에 성공했다. 뗄랑가나(Telangana)를 콩그레스에게 내어주기는 했지만, 남인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결국 11월 선거는 BJP의 압승이었다고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BJP의 압승 직후, 인도 주식시장은 다시 폭발적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경제와 힌두국수주의 연합의 강고함을 과시했다.

현금지원, 무료 가스통 배포 등등의 포퓰리즘 정책은 서민층 생활고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무마하는데 성공적이었고, 이러한 활동은 단순화된 이미지를 통해 대다수 농촌지역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다가갔다. 모디를 중심으로 구축된 이미지 정치는 식민지적 열등감의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애국주의 정서에 불을 질렀고, 제도적으로 왜곡된 선거자금 모금제도(Electoral Bond)는 고착된 고비용 선거 구조에서 BJP의 일방적인 우위를 보장하기에 충분했다. 2017~2022년 사이에 야당 콩그레스는 (일부 주의 집권당임에도 불구하고) 총 선거모금액의 10% 정도밖에 차지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력한 야당의 모습은 24년 총선에서도 바뀌지 않을 듯하다. 콩그레스 중심으로 28개 정당을 엮어 만들어 낸 I.N.D.I.A.(Indian National Developmental Inclusive Alliance) 연합은 그 작명의 훌륭함으로 인해 때 아닌 인도의 국호 변경 논란을 만들어 내기는 했으나, 결국 통일성과 대안적 지향성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남아시아를 보는 우리의 시각에 대한 질문

남아시아를 향한 전략적 접근이 부재하다시피 했던 우리에게 가속화된 남아시아의 변화는 많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수출지향적이고 인도 편중의 접근을 넘어서는 지역단위의 접근 전략과 지속가능한 관계 설정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이다. ‘14억의 시장’이라는 공허한 노래를 부를 것이 아니라, ‘20억 인구의 고민’을 담은 남아시아를 고민해야 한다. ‘인도’에 대해 ‘인도’ 안의 ‘인도들’과 ‘인도’ 밖의 ‘인도들’에 다가갈 현실적인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4권 3호 (2024년 1월 11일)

Tag: 아시아,남아시아,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쉬,스리랑카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Ananda, D. (2023). “Electoral Bonds: A Peril to Democracy and Transparent Elections in India.” Journal of Liberty and International Affairs 9(1), 89-100.
  • Mehta, Deepak (2015). “The Ayodhya dispute: The Absent Mosque, State of Emergency and the Jural Deity.” Journal of Material Cutlure 20(4), 353-458.
  • Needham, Anuradha Dingwaney et al. (2007). The Crisis of Secularism in India. Durham: Duke University Press.

저자소개

강성용(citerphil@snu.ac.kr)

현)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 및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