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2024 아시아의 회고와 전망(1)
베트남 이슈의 2023년 회고와 2024년 전망

김용균 (서울대학교)

2023년 베트남의 경제성장은 애초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5%에 그쳤으며, 섬유·의류 수출 부진과 부동산·건설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외국인직접투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으로는 미·중과의 관계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가 빛을 발한 한 해였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중국과의 관계도 한층 긴밀해졌다. 정치적으로는 국가주석의 중도 사임으로 보 반 트엉(Vo Van Thuong)이 국가주석을 승계하며 권력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제 응웬 푸 쫑(Nguyen Phu Trong) 총비서 주도의 ‘당건설파’의 당내 헤게모니는 확고부동해졌으며, ‘포스트 쫑’ 시대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2024년에는 대외 환경의 개선,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지속적 유입, 공공투자 확대로 경제가 회복되리라 전망된다. 또한, 베트남공산당은 차기 당대회를 대비해 간부 검증과 인사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며, 강력한 반부패 투쟁을 비롯한 “당 건설, 정돈” 사업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회고: 경제 부진, 외교 약진, 정치 정진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은 최종적으로 5%를 가까스로 넘는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애초 2023년 성장 목표로 설정했던 6.5%를 크게 밑도는 저조한 성적이다. 이로써 2021년 제13차 당대회에서 공산당이 제시한 2045년 고소득 국가 진입 목표 달성에 일단 빨간불이 켜졌다. 2045년까지 국민소득 1만 5천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매년 평균 6.5%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저성장을 만회하고 중장기 목표 성장 궤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 베트남은 앞으로 수년 내에 경제성장의 전기를 만들어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베트남 경제가 5%의 성장률에 그치며 고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대외 환경이 무척 좋지 않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이 100%가 넘을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베트남 경제는 자국 수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시장의 수요 약화와 중국의 경기침체로 연초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베트남 전체 수출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섬유·의류 분야는 해외 주문량이 크게 줄어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 2023년 섬유·의류 수출량은 전년 대비 최소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 번째 성장 저해 요인은 GDP의 15% 가까이 담당하는 부동산·건설 경기의 침체였다. 연초부터 부동산 수요가 큰 폭으로 꺾이며 수많은 국내 건설업체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부터 중국에서 터진 부동산 위기가 유사한 부동산 산업구조를 지닌 베트남에 전파될지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를 낳았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던 정부의 정책이 부작용을 낳으며 업체의 자금난이 오히려 가중되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업계에 대형 부패 스캔들마저 터지며 자본 시장이 얼어붙었다. 많은 업체가 심각한 자금난 속에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했으며, 그중 수백 개는 도산에 내몰렸다. 결국 수출과 내수 양 부문의 주요 업종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 속에 큰 타격을 입으며 작년 베트남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전반기에는 경기가 아주 어려웠으나 그나마 하반기에 들어서며 서서히 회복되면서 5%대 성장률이나마 달성할 수 있었다.

작년 한 해 전반적인 경기 부진의 어두움 속에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지난해 FDI 유입은 전년 대비 37%나 증가한 38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19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작년의 베트남 투자 붐은 특히 싱가포르, 중국, 홍콩, 대만 등 범중국계 투자가 주도했으며, 투자 분야는 70% 가까이 제조업에 집중되었다. 미·중 패권 경쟁 시대 글로벌 공급망의 탈동조화 재편 흐름이 본격화하자 미국과 중국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베트남의 지정학적 위치 잡기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는 중심을 잘 잡고 대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가 전성시대를 구가한 한 해였다. 베트남은 중국(2008년), 러시아(2012년), 인도(2016년)와 외교 관계 최고 수준인 포괄적·전략적 파트너십(CSP)을 맺어왔다. 여기에 더해 베트남은 2022년 한·베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과의 관계를 CSP로 격상한 데 이어 작년 9월에는 미국과 그리고 11월에는 일본과 각각 CSP 관계 격상을 이루어냈다. 이로써 베트남은 글로벌 패권 경쟁의 양 축을 형성하는 주요국 6개국과 모두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내며 양축을 연결하는 전략적 연결국가의 위상을 구축하게 되었다.

특히 9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기존의 포괄적 파트너십에서 CSP로 두 단계 격상하는 파격을 연출한 베트남은 바로 3개월 뒤 12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하노이로 맞아들여 이미 최고 수준의 양국 관계를 “미래 공유 공동체”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양쪽으로부터 경쟁적인 구애를 받아온 베트남은 그동안 몸값을 올릴 대로 올리다가 2023년 들어 두 나라 정상을 하노이로 불러 양측 모두로부터 상당한 투자와 지원 약속, 외교 현안에 관한 양해 및 양보 등을 받아내며 비싼 값에 관계 격상에 합의하는 눈부신 외교적 승리를 끌어냈다. 특히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베트남 정부는 미국 정부 및 구글,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 유수의 빅테크 및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관련 분야 투자, 기술 이전, 인재 육성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중국과는 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비롯해 36개 항목에 걸친 상호협력에 합의했다.

1년 내내 베트남이 국제 외교무대의 중심에 있다 보니 지난해 대내외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정치인은 국가수반으로 대외관계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보 반 트엉(Vo Van Thuong) 국가주석일 수밖에 없었다. 트엉 주석은 이미 2021년 13차 당대회에서 50세라는 꽤 젊은 나이로 정치국에 입성하면서 바로 당서열 5위에 해당하는 비서국 상임비서로 임명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던 그가 작년 초 벽두부터 베트남 정국을 뒤흔든 응웬 쑤언 푹(Nguyen Xuan Phuc) 국가주석 중도 사임 사건 이후 52세의 나이에 서열 2위인 국가주석 자리에 등극했다. 작년 한 해 화려하기만 했던 베트남 외교무대에 데뷔해 젊고 능력 있으면서 겸손하고 품위를 갖춘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각인시킨 트엉 주석은 응웬 푸 쫑(Nguyen Phu Trong) 현 총비서가 최종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이후, 즉 ‘포스트 쫑 시대’를 이끌 차기 혹은 최소한 차차기 후보 선두 주자의 입지를 확실히 굳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푹 전 주석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그 자체로 상당히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베트남공산당 역사에서 국가주석의 중도 사임이 전례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쫑 총비서 2기에 수상, 3기에 주석을 이어 맡으며 7년 넘게 사실상 2인자 위치에 있던 인물의 실각이라는 점에서 공산당 내 권력 구도에 어떤 중대한 전환점이 도래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 푹 주석의 사실상의 불명예 퇴진은 멀리는 2013년, 가깝게는 2016년 시작된 쫑 총비서 주도의 당 정풍 운동, 이른바 “당 건설, 정돈” 사업이 적어도 최고 지도부 내 부패 인사(혹은 반대파) 숙청이라는 측면에서는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제 정치국 내에서 쫑 총비서 개인의 권력 공고화 및 그가 대표하는 ‘당건설파’의 압도적 우위는 확고부동해졌다. 이로써 쫑 총비서가 주도해온 “당 건설, 정돈” 사업 및 그 대표 사업으로 진행된 반부패 투쟁이 앞으로도 중단 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쫑 총비서가 후계 원픽(one pick)으로 정한 트엉 주석의 작년 화려한 부상은 그러한 기조가 2026년 14차 당대회 이후 차기 지도부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당분간은 베트남 정치에 큰 불확실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전망: 경제 회복, 정치 혁신 지속

2024년 베트남 경제는 대외 환경의 개선, FDI의 지속적 유입, 정부의 적극적인 공공투자에 힘입어 순항하리라 전망된다. 우선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세계 경기가 곧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중국 정부 역시 올해에는 성장 지향 재정 정책을 기조로 삼고 경기 부양에 나선다고 알려져 베트남 수출 부문은 작년과는 반대로 대단히 우호적인 대외 환경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과 인프라 분야에 대한 FDI와 공공투자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미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최고의 제조 기지로서 부동의 위상을 확립한 베트남은 2023년 이룬 외교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반도체, AI 등 첨단 산업 육성과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현대적 인프라 구축을 중장기 발전 계획의 중점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올해에도 공공투자 예산 확충과 집행률 제고, 그리고 민관합작 프로젝트의 활성화를 통해 도로, 철도, 항만, 공항 건설 및 디지털 기반 구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 제13기 지도부의 임기 반환점을 지나 이제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베트남공산당은 올해부터 2026년 초에 개최될 14차 당대회를 준비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핵심은 당의 기초단위부터 성급 조직까지 차기 당의 핵심 대오를 구성할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검증 등 인사 준비 작업이다. 연줄과 아울러 능력과 도덕성이 간부 승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만큼 각급 단위 지도부는 2024년 한 해 동안 투자 유치 및 경제성장 등 경제 분야 업적과 부패 통제 등 조직 관리에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미진했던 각급 정부의 공공투자 집행률도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높아지리라 전망된다. 이러한 점들 역시 대외 환경 개선과 더불어 2024년 베트남 경제 전망을 밝게 만드는 요소이다.

한편 당대회 준비를 위한 기층 간부 검증 과정에서 중앙당의 “당 건설, 정돈” 사업 지속 기조와 맞물려 올해에도 크고 작은 반부패 숙청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차기 당권을 둘러싼 당내 권력투쟁도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 당권 투쟁은 주로 주요 유력 후보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루머나 스캔들 형태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에 이들 중 일부가 부패 혐의로 낙마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술했듯이 현재 쫑 총비서의 공산당 장악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큰 분란이나 스캔들 없이 쫑 총비서가 낙점한 후계자로 차기 당권 인사 문제가 비교적 일찌감치 조용히 정리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2023년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으나 한국은 여전히 베트남에서 누적 투자액 1위 국가다. 양국 교역도 지난해 1,000억 달러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비단 투자와 무역뿐만 아니라 올해 수교 32년째를 맞는 한국과 베트남은 개발 협력, 인적 교류,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외교·안보 분야 전략적 협력 등 CSP 이름에 걸맞게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양국 모두에 의미 있고 중요한 사안들에 관해 깊이 있는 상생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한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이미 대체 불가한 전략적 협력 파트너이며, 양국 간 상호보완적 관계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그러한 상호의존적 협력 관계는 계속 깊어질 것이다.

2023년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베트남 경제가 비록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베트남의 올해 전망과 향후 중장기 전망은 상당히 밝아 보인다.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언제나 능동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한 덕분에 베트남은 현재 조성된 미·중 전략 경쟁 국면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외교 역량을 발휘해왔다. 국가 통치역량 및 거버넌스 시스템 역시 당-국가 체제의 개혁 노력을 수년째 지속해 온 결과 한층 성숙하고 안정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 및 거버넌스 혁신의 노력은 당분간 중단 없이 지속될 전망이다. 베트남의 미래가 밝은 이유이며, 한국이 계속해서 베트남과 전략적 협력 관계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켜 가야 하는 이유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4권 2호 (2024년 1월 8일)

Tag: 아시아,베트남,동남아시아,보반트엉,경제성장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Dapice, David (2023). “A Slower 2023 and Uncertain 2024 for Vietnam’s Economy.” East Asia Forum, December 14.
  • Nguyen Dieu Tu Uyen (2023). “Global Headwinds Hinder Vietnam Hitting 2023 Growth Target.” Bloomberg, September 19.
  • Strangio, Sebastian (2023). “Vietnam Communist Party Chief Vows to Hasten Anti-Graft Campaign.” The Diplomat, November 24.

저자소개

김용균(yongkyunkim@snu.ac.kr)

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부교수 겸 아시아연구소 베트남센터장, 베트남 국립대 하노이 인문사회대 정치학과 방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