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시아 회고: 동남아시아의 2024년

윤대영 (서울대학교)

동남아 관련 5대 사건은 국내 이슈가 인근 지역과 주고받는 상호 영향, 개별 국가의 핵심 이슈, 국내 이슈의 역내 연계성 등을 고려하며 선정되었다. 관련 내용은 미얀마 내전의 고조와 아세안·중국·유엔, 인도차이나반도의 아세안익스프레스와 캄보디아·필리핀·베트남의 남중국해, 베트남 총서기 응우옌푸쫑 시대의 폐막과 새로운 지도자,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가족 정치, 태국의 동성 결혼 법안 통과 등이다.

<사진 1> 2024년 7월 26일 베트남 총서기 응우옌푸쫑의 장례식 출처: VGP(베트남 정부 포털)

2024년은 동남아시아에 여러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해였다. 2024년 동남아시아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 5개는 다음과 같다.

  1. 미얀마 내전의 고조와 아세안중국·유엔

중국은 인도차이나반도에 철도를 건설하여 아세안익스프레스 시대를 열었다. 육로에서 확장된 중국의 해양 정책은 캄보디아에 해군 기지 건설로 나타났다. 중국과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빚던 필리핀은 베트남 해경과 최초의 합동 훈련에 돌입했다.

  1. 인도차이나반도의 아세안익스프레스와 캄보디아·필리핀·베트남의 남중국해

중국은 인도차이나반도에 철도를 건설하여 아세안익스프레스 시대를 열었다. 육로에서 확장된 중국의 해양 정책은 캄보디아에 해군 기지 건설로 나타났다. 중국과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빚던 필리핀은 베트남 해경과 최초의 합동 훈련에 돌입했다.

  1. 베트남 총서기 응우옌푸쫑 시대의 폐막과 새로운 지도자

1975년 이래 베트남의 최장수 총서기 응우옌푸쫑(Nguyễn Phú Trọng)이 사망했다. 부정부패 척결과 유연한 외교 정책은 그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공안부 장관 출신으로 후임 총서기가 된 또럼(Tô Lâm)은 자신의 권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인사들을 충원하고 있다.

  1.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가족 정치

인도네시아의 대선 이후 등장한 대통령 프라보워(Prabowo)와 부통령 기브란(Gibran)은 수하르토(Soeharto)와 조코위(Joko Widodo)의 가족이다. 독재와 초헌법의 그림자가 두 사람에게 드리워져 있다. 아울러, 태국의 여성 총리 패통탄(Paetongtarn)은 탁신(Thaksin)의 막내딸이자, 탁신 일가의 세 번째 총리이다.

  1. 태국의 동성 결혼 법안 통과

동성 결혼 법안이 하원과 상원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통과되었다. 아시아에서 세 번째이자, 동남아에서는 첫 번째 사례이다. 이제 태국의 성소수자 국민은 의료, 재정 등의 영역에서 일반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동남아 관련 5대 사건은 국내 이슈가 인근 지역과 주고받는 상호 영향(1, 2), 개별 국가의 핵심 이슈(3, 5), 국내 이슈의 역내 연계성(4) 등을 고려하며 선별되었다.

1. 미얀마 내전의 고조와 아세안·중국·유엔

2021년부터 등장한 미얀마의 쿠데타 정권은 정치범 구금과 민간인 학살 등을 이유로 말레이시아의 야당 정치인이었고 현재 총리인 안와르(Anwar)의 비판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저항군 측의 ‘1027 작전’에 타격을 받은 정부는 작년 12월 중국의 중재로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정부군과 저항군 사이의 교전은 계속되었다. 이렇게 내전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가비상사태는 7월 말 다시 연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4월 중순에 5천 명을 징집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많은 청년이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갔다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본국으로 송환되기도 했다. 유엔 인권 이사회는 미얀마에 항공유, 무기, 군수품 및 기타 군사 장비의 불법적인 이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로힝야족을 포함한 모든 난민과 강제 이주민에 대한 보호를 주장했다.

2. 인도차이나반도의 아세안익스프레스와 캄보디아·필리핀·베트남의 남중국해

지난해 중국-라오스-태국 철도가 개통되었다. 7월 초에는 이 철도가 말레이시아까지 연결되자, 아세안익스프레스(ASEANEXPRESS)의 첫 운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캄보디아 남단의 시아누크빌에 중국의 리암 해군 기지가 조성되어,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중국은 남중국해에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초 기지를 마련했다. 그런데 6월에는 중국 해경이 도끼와 칼로 필리핀 해군을 공격하는 사건까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필리핀 해군의 손가락이 절단되면서 현지에서 대대적인 반중 시위가 벌어졌다. 베트남 해경 함정은 8월에 마닐라를 방문하여 루손섬 마닐라만 일대에서 처음으로 합동 훈련을 했다.

3. 베트남 총서기 응우옌푸쫑 시대의 폐막과 새로운 지도자

세 차례의 임기(2011, 2016, 2021)를 통해 1975년 이래 최장수 총서기였던 응우옌푸쫑이 80세의 나이로 7월에 사망했다. 통찰력 있는 공산주의 이론가였던 그는 하노이 당위원회 서기(2000-2006), 국회의장(2006-2011) 등을 거쳐 총서기가 되면서, 부정부패 척결과 유연한 외교 정책을 실현해 왔다. 신임 총서기 또럼은 2016년부터 공안부 장관을 맡아서 국내의 시민운동과 인권운동을 강력하게 진압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8월에는 임시 국회에서 새로운 부총리, 최고인민법원장, 검찰원장, 장관 등이 임명되어 또럼의 새로운 권력 기반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4.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가족 정치

3월 인도네시아의 대선이 실시되어, 프라보워와 기브란이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프라보워는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이고, 기브란은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이면서 초헌법적 일탈 끝에 선거에 출마한 후보였다. 마찬가지로, 탁신 전 태국 총리의 37세 막내딸 패통탄은 막내 고모인 잉락(Yingluck) 전 총리가 창당한 프아타이당 자문으로 정치에 입문하여 이듬해 당 대표를 거쳐 결국 8월에 31대 총리가 되었다. 그녀는 태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이자, 잉락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총리이고, 탁신 일가가 배출한 세 번째 총리이다.

<사진 2> 동성 결혼 법안 통과 후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프라이드 깃발’을 들고 있는 기념사진 출처: X(@Thavisin)

5. 태국의 동성 결혼 법안 통과

3월 하원에서 가결된 동성 결혼 법안이 4월 상원에서 투표 참여 의원 152명 중 130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세타 타위신(Srettha Thavisin) 총리는 이 법안의 통과를 축하했고, 총리 관저 앞에서는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제 태국의 LGBTQ+에 해당하는 국민은 의료, 재정,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태국의 모습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태도는 다양하지만, 태국은 대만과 네팔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동남아에서 첫 번째로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나라가 되었다.

미얀마의 내전은 이미 국내 문제를 넘어섰다. 내전의 고조로 중국이 개입했고, 내전 과정에서 발생한 정치범과 민간인 학살은 유엔 인권 위원회의 주목을 받았지만, 아세안의 공동 대처는 2025년 의장국을 맡게 될 말레이시아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미약하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동남아에서 철도와 해군 기지 건설로 구체화되었는데,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벌이던 필리핀과 베트남의 동병상련은 해경 합동 훈련으로 나타났다. 응우옌푸쫑이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 또럼은 결국 총서기가 되어 부총리, 장관 이외에도 법원, 검찰 등의 기관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잠시 주춤했던 과거의 족벌 정치는 부녀 정치 혹은 부자 정치 등의 가족 정치로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불교가 융성한 대만, 붓다의 조국 네팔에 이어, 불교 국가 태국이 동성 결혼 법안을 채택한 사실은 성에 대해 사성(四性), 즉 남성, 여성, 양성(兩性), 무성(無性)으로 바라보는 불법의 실제적이면서도 포용적인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4권 36호 (2024년 12월 9일)

Tag: 미얀마, 남중국해, 응우옌푸쫑, 가족정치, 동성결혼법안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장준영 (2024).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사평의회의 통치전략과 소수종족무장단체(EAO)의 대응: 평화협상을 중심으로.” 『동남아연구』 34(2).
  • 조원득 (2024). “최근 남중국해 정세와 필리핀의 안보전략 변화에 대한 분석과 함의.” 『주요국제문제분석』 2023(50).
  • 조문희 (2024). “태국, 동성혼 법적 절차 완료···내년 1월부터 가능.” 『경향신문』 9월 25일.https://www.khan.co.kr/

저자소개

윤대영(sansfin@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HK연구교수

전) 한국동남아학회 연구이사, 역사학회 편집위원, 동양사학회 편집위원

주요 저서와 논문

『아시아의 20세기 지역변동과 지역상상』 (공저), (진인진, 2023).

Les idées et les mouvements réformistes en Corée et au Việt Nam, 1897-1911 : la tradition, le nouveau savoir à travers les nouveaux écrits, et leurs interactions. (Editions universitaires européennes, 2011).

“프랑스의 아시아연구: EFEO의 성립 및 활동과 관련하여.” 『아시아리뷰』 12(1), 2022.

“남중국해 문제의 기원과 쟁점화 – 중국과 베트남의 파라셀 군도 및 스프래틀리 군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하여 -.” 『동양사학연구』 148,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