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시아 회고: 서아시아의 2024년
2024년 서아시아에서는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되고 레바논까지 확전되며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약화시키고 이란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드러내며 서아시아의 세력 균형이 이스라엘에게 유리하게 기울었다. 한편 튀르키예와 이란에서는 선거에서 변화를 향한 국민의 의지가 드러났다.
2024년은 서아시아에 여러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해였다. 2024년 서아시아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 5개는 다음과 같다.
- 가자지구 전쟁 지속
7월 31일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가 이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데 이어 10월 16일에는 하니예의 후임으로 하마스 지도자로 선출된 야흐야 신와르(Yahya Sinwar)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과의 교전으로 사망하면서 하마스 지도부가 큰 타격을 받았다.
- 레바논 확전
9월 27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를 포함해 헤즈볼라 고위급 인사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하고 이스라엘군이 남부 레바논으로 진입해 헤즈볼라와 전면 교전에 나서며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전쟁은 레바논까지 확대되었다.
-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4월 1일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 등으로 상대 영토를 직접 공격하고 보복하며 서아시아 정세 불안을 심화하고 있다.
- 튀르키예 지방선거
3월 31일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이 패배하고 야당 공화인민당이 승리했다.
- 이란 총선
5월 19일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 사건으로 사망한 뒤 7월 치러진 보궐 선거에서 중도파 인물 중 유일하게 출마가 승인된 마스우드 페제시키얀(Masoud Pezeshkian)이 당선되었다.
2024년 서아시아 지역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2023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과 레바논으로의 확전,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되고 확대되며 서아시아 지역 정세는 큰 변화를 겪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핵심 지도부를 궤멸시키며 조직력과 군사력을 크게 약화시켰지만, 여전히 전쟁 지속 의사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인도적 피해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분쟁은 점차 이스라엘과 이란 및 친이란 동맹 세력 사이의 전면적 대립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헤즈볼라가 사실상 이스라엘과 전쟁을 시작하면서 레바논은 새로운 전장(戰場)이 되었고,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하며 가자지구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우려까지 제기되었다.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라는 동맹 세력을 이용하는 전략을 통해 이스라엘을 간접적으로 견제했지만, 이스라엘의 유례 없는 대응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힘이 크게 약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대(對)이스라엘 전략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2024년 이스라엘이 잇따라 거둔 군사적 성과는 또한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격차가 상당하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서아시아 지역 정세가 급변한 결과 이란은 대외 안보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편 2024년에는 서아시아의 두 주요국인 튀르키예와 이란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두 선거 결과 모두 예상 밖이었다. 튀르키예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균열이 나타났고, 이란에서는 예상과 달리 중도파 후보가 승리했다. 서아시아의 두 주요 국가에서 일어난 변화는 향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으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3년 10월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1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으며, 2024년 11월 현재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전쟁 목표로 제시한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인 인질 구출과 하마스 궤멸 가운데 하마스의 조직력과 군사 능력 약화라는 목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7월 31일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에서 사망한 데 이어 10월 17일에는 하니예의 뒤를 이어 하마스 지도자로 선출된 야흐야 신와르(Yahya Sinwar)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과의 교전에서 사망했다. 지도부의 피해 외에도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하마스는 25,000명에서 30,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던 무장대원 중 약 18,000명을 잃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목표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마스가 여전히 게릴라전을 통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으며, 하마스가 지속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며 병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러 차례 외교적 수단으로 전쟁을 끝내려는 시도가 이루어졌지만,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는 대가로 완전한 종전을 요구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종전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휴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결국 협상을 중재하던 카타르가 11월 9일 양측이 진지한 의지를 보이기 전까지 중재 노력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전쟁은 2024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의 충돌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며 레바논까지 확대되었다. 9월 17~18일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호출기와 무전기가 폭발해 수십 명이 사망하고 부상자 수천 명이 발생하며 충돌은 고조되었다. 폭발한 무선호출기와 무전기는 헤즈볼라가 수입한 것으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하기 위해 무선호출기와 무전기에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헤즈볼라의 고위 인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전술은 9월 27일 레바논 근교 지역을 공습해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와 다른 고위급 지휘관을 사살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어 이스라엘군은 10월 1일 레바논으로 진입했고, 나스랄라의 후계자로 점쳐지던 하심 사피알딘(Hashim Safieddin)까지 공습으로 사살하며 헤즈볼라 지도부에 큰 타격을 가했다. 네타냐후(Netanyahu) 총리는 2023년 10월 헤즈볼라의 로켓포 공격이 시작된 이후 피난을 떠난 북부 지역 주민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헤즈볼라가 더 이상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분쇄할 때까지 레바논에서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11월 27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60일간의 휴전에 합의하고 남부 레바논에 완충지대를 두기로 했지만, 휴전 협정 하루만에 상대가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긴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더욱 격화되면서 서아시아 지역 전체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4월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며 시작된 충돌은 4월 13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타격하면서 처음으로 양측이 상대를 직접 공격하는 분쟁으로 확대되었다. 하니예와 나스랄라가 사망한 뒤 이란은 보복을 천명했고 10월 1일 다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역시 10월 26일 이란의 군사 시설을 공습해 보복했다. 이란은 대응을 예고했으나, 11월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신중한 행보는 이란이 ‘저항의 축’과 반이스라엘 동맹의 맹주로서, 저항의 축을 구성하며 이란의 대이스라엘 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동맹인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보호할 필요성과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피해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이 10월 공격에서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군사적 우위를 과시한 상황에서 이란은 이스라엘을 자극하려는 움직임을 피하는 모습이지만,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한다면 국내 강경파가 반발하고 대외적 영향력이 약화될 위험에 직면했다.
분쟁 외에 2024년 서아시아의 주요 사건은 역내 두 주요 국가인 튀르키예와 이란에서 치러진 선거다. 두 선거 모두 정치적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3월 3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야당 공화인민당(CHP)이 득표율 약 38%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정의개발당(AKP)을 제치고 승리했다. CHP는 앙카라와 이스탄불을 포함해 35개 지역에서 승리한 반면, AKP는 24개 지역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AKP는 콘야와 카이세리와 같이 전통적인 지지기반을 지켜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득표율은 지난 선거보다 감소했다. CHP가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특히 2023년 대선에서 야권 연합 후보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패배하고 1년이 지나지 않아 치러진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크다. AKP의 패배는 유권자들의 불만이 드러난 동시에 에르도안과 AKP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또한 AKP의 지지기반이었던 이슬람주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나타나 이스라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부에 반감을 품은 유권자들이 다른 이슬람주의 성향의 정당인 신복지당(New Welfare Party, YPR)에 표를 던진 것도 AKP의 패배에 일조했다.
이란에서는 5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뒤 치러진 보궐 선거에서 중도파 후보 페제시키얀이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총 6명이 후보자 심사에 통과해 출마했으며, 페제시키얀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 5명은 모두 보수파로 분류되었다. 1차 선거에서 페제시키얀은 득표율 44%를 기록했으며, 2위인 사이드 잘릴리의 득표율은 40%, 3위인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의 득표율은 14%로 결선 투표에서는 갈리바프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가 잘릴리에 쏠려 잘릴리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는 페제시키얀이 약 300만 표 차로 승리했다. 1차 투표에서는 투표를 포기했던 중도 개혁 성향 유권자들이 유일한 중도파 후보가 결선까지 진출하자 페제시키얀을 찍기 위해 투표에 참여한 것이 페지시키얀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실제로 1차 투표에서 39%에 불과하던 투표율은 결선 투표에서 49%까지 늘어났다. 페제시키얀은 선거 운동 기간에 정부의 사회 통제를 완화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대외 정책과 히잡 착용 문제에서도 온건한 입장을 취했다. 이란 정치체제에서는 최고지도자가 국내 정치와 외교 정책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며 대통령의 권한은 비교적 제한되어 있으나, 온건 중도파 대통령의 등장으로 이란의 국내외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2024년 서아시아에서는 가자지구 전쟁이 미친 여파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2024년이 거의 저물어가는 지금, 힘의 균형추는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기운 것처럼 보인다. 이란은 더 이상 과거처럼 ‘저항의 축’을 토대로 이스라엘을 견제하고 중동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페제시키얀의 당선은 현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이란 국민의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튀르키예에서도 정치적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2024년 이후의 서아시아는 과거와 확연히 다를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Tag: 가자지구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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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황의현(katib@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서아시아전공 강사, 단국대학교 중동학전공 강사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강사
<주요 저서와 논문>
『대체로 무해한 이슬람 이야기』 (씨아이알, 2023).
“초국적 아랍 정체성과 국가 이익 사이의 긴장: 아랍 국가의 팔레스타인 난민 정책을 중심으로.” 『한국중동학회논총』 45(2), 2024.
“생존을 위한 아사드 정권의 ‘쓸모 있는 시리아’ 전략: 강제 이주, 난민, 인구 구성 변화.” 『중동문제연구』 23(1), 2024.
“초국적 쉬아파 공동체 내의 인적 이동과 이란의 영향력 확대.” 『한국이슬람학회논총』 33(1), 2023.
“이라크의 종파별 권력안배제도와 국가 능력 약화 관계 분석.” 『중동문제연구』 20(1),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