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2024 아시아의 회고와 전망(6)
서아시아 지역의 2023년 회고와 2024년 전망

구기연(서울대학교)

2023년은 서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격동의 해로 평가될 수 있다. 2023년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오랜 반목 관계가 외교적 복원으로 이어져 중동 지역의 국제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카타르 등 다른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국교 수립 관련한 협상은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은 202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서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장기적인 국제적인 협상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쟁은 이웃 국가인 이집트, 레바논, 요르단에게도 부정적인 경제적 및 사회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과 서아시아는 오랜 기간 동안 자원, 무역, 국제 정치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2024년에도 이 위기의 시기에 대한 외교적 관심을 높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격동의 2023년 서아시아

2023년은 서아시아 지역에 있어 변동성과 격변의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23년이 시작될 때, 중동 지역은 긴장의 완화와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외교 관계가 복원되면서 지역 내 국제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기대했다. 이란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회복은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카타르 등 다른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의 신호로 해석되었다. 이란은 2023년 3월, 8년 만에 아랍에미리트에 대사를 임명하며 이러한 변화의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및 걸프 국가들 간의 관계 개선이 예멘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2023년 말로 가면서 중동 지역은 연초의 낙관론과는 대조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유가의 큰 변동은 없었지만, 자연재해, 정치적 탄압, 극단주의 정치인들의 권력 강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그리고 군사적 갈등 등 일련의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2023년 2월, 시리아와 튀르키예 지역은 대규모 지진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 지진은 튀르키예 남부와 중부, 그리고 시리아 북부와 서부 지역에 큰 영향을 미쳐, 두 국가에서 약 7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지진의 여파와 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했으며, 그의 정책은 세속주의도, 이슬람주의도 아닌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외교 정책으로 특징지어진다. 이 지진은 아이러니하게도 시리아의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국제 사회로 복귀할 기회를 제공했다. 2011년 시리아 정부 반군에 대한 대규모 학살 이후 아랍 연맹에서 회원 자격이 정지되었던 시리아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알 아사드 대통령의 정치적 지위가 다시금 정상화될 가능성이 열렸다.

2023년 서아시아 지역의 국제 관계는 중국의 역할 확대와 이로 인한 지역적 변화로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이 지역의 중대한 국제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강대국으로 부상하였으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관계 정상화 합의가 중국 베이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상징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합의는 중국이 서아시아 지역에서 갖는 영향력의 증대를 입증하는 사례이다. 동시에, 많은 서아시아 국가들은 다자주의 외교를 추구하면서 러시아와의 경제적, 군사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미국 정부가 이란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간접 회담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이는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동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장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자, 미국의 지역 내 영향력 회복을 목표로 하는 전략으로 해석되었다. 미국과 이란은 카타르의 중재 하에 양국에 수감된 인물들의 맞교환에 합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이란 관계에 영향을 미쳤던 이란에 대한 원유 결제 대금이 카타르 은행으로 송금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해 2023년 10월 7일부로 미국의 대이란 외교 재개 및 이란 핵 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당분간 불투명한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해 1,400여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 군인, 경찰이 사망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지속했다. 2023년 12월 현재, 가자지구에서는 약 8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대다수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되었다. 11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짧은 휴전 기간이 있었으나, 이 전쟁의 여파는 2024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역내 혼란 상황에서 걸프 국가들은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없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그림> 이스라엘 공습에 폐허로 변한 가자지구 출처: BBC News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되었고, UAE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를 개최하며 ‘걸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란과 레바논을 포함한 걸프 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개입할 의사가 없어 보이는 가운데, 2023년 서아시아는 불안정한 정세로 한 해를 마감하게 되었다.

평화가 시급한 2024년 서아시아

2023년 상반기에 잠시 완화되었던 서아시아 지역의 긴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인해 급격히 증폭되었다. 이에 따라, 2024년에도 서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내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분쟁은 이웃 국가들, 특히 이집트, 레바논, 요르단에게도 사회경제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분쟁 발발 초기의 확전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 보이나, 이란과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세력, 시리아 및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와 같은 세력들과의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2024년 초 이란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은 최대 84명의 사망자를 낳으며 지역의 불안정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란의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살라미 혁명 수비대 총사령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테러 배후로 지목했으며, 무장테러 조직 IS 또한 배후를 자처했다. 이와 더불어,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활동으로 인한 물류 차질이 주요 글로벌 해운회사들의 홍해 운항 중단을 초래했다. 이란이 직접적인 전면전에 나서지 않을지라도, 중동 지역에 포진된 친이란 세력들과의 충돌이 발생한다면, 서아시아 정세는 세계 경제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은 진척이 더디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군사 전략에 대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가자지구 통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랍 국가들 역시 팔레스타인인의 이주나 가자지구의 직접 관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문제는 역내에서 큰 과제로 남을 것이다. 이 지역의 전쟁 난민 문제는 특히 심각하며, 이집트를 비롯한 인근 아랍 국가들도 난민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분쟁으로 인한 난민의 도미노 현상은 전 지구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올해는 서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정치적 변화의 시기로, 여러 국가에서 대선 및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역사적 경험과 지역의 정치적 특성을 고려할 때, 선거 결과 자체가 지역의 정세에 큰 변동을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선거 결과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시위로 확산될 경우, 이는 역내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2024년은 미국 대선이 예정된 해로, 이 대선의 결과는 서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외교적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JCPOA(이란 핵 합의) 복귀를 공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 없는 협상을 거듭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선출은 이 지역의 외교적 균형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서아시아 국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외교적 전략을 재평가하고 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지속적인 분쟁은 서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여러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 지역의 각국은 이 분쟁뿐만 아니라 다른 내부 문제들에 대응하면서 자국의 이익과 권력 유지를 위한 복잡하고 다양한 외교적 및 생존적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서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러한 분쟁들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될 것이다. 서아시아의 평화 추구는 지역 안정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안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한국과 서아시아는 오랜 기간 동안 자원, 무역, 국제 정치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서아시아 지역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한국에 있어서 원유 공급의 안정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서아시아 지역 내의 정치적 불안정과 분쟁은 원유 시장에서 가격 변동성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은 서아시아 지역과의 무역 및 투자를 통해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

서아시아의 정치 및 안보 상황은 세계 경제, 특히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요소로 평가된다. 따라서 한국은 이러한 위기의 시기에 대한 외교적 관심을 높이고 우호적인 에너지 협력, 경제적 협력 관계를 통해 서아시아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할 것이다. 또한 서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 증진을 위해 한국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상호 이익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4권 7호 (2024년 1월 25일)

Tag: 서아시아,이스라엘,팔레스타인,중동,평화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안소연 외 (2023). 『MENA Focus 12월호』.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
    http://wac.snuac.ac.kr/

저자소개

구기연(kikiki9@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및 서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법무부 난민위원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