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초거대 AI의 미래(4)
AI의 금융경〮영의 활용과 경영의 미래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최근 챗GPT의 등장과 함께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그 중 실제 경영에 AI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개인과 기업 입장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AI를 경영에 활용함에 있어서는, 조직의 변화가 없이는 기존 기술 도입의 실패 사례를 반복하게 되므로, 조직의 변화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 성공의 전제 조건이다. 개인차원에서도 AI를 활용하기 위하여 개인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어떤 능력을 준비하여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AI의 경영적용의 시작
최근 놀라운 챗GPT의 능력을 실감하며, 다시 한번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은 독립 조직인 오픈AI가 개발한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로 인류 역사상 어떤 인간도 할 수 없었던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글을 생성하는 AI프로그램이다. 기존의 AI가 생성하던 글은 가장 확률이 높은 단어의 나열을 통하여 생성하는 글인데, 이상하게도 인간이 보기에 기계적인 ‘어색한 글’이 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오픈AI는 나이지리아 등에서 저가로 고용한 인력의 방대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 강화학습법을 통하여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제 챗GPT는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의 글을 빠른 시간에 쓸 수 있게 되었다.
과거 AI의 성공이 의심되는 학문의 암흑기인 ‘AI의 겨울’들을 거쳐, 지금 새로운 AI 시대를 여는 일이 가능해진 이유에는 인터넷이 있다. 과거의 AI는 꾸준한 기술 발전을 통하여 인간보다 나은 이미지 인식 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인간보다 훨씬 많은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필요한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점은 인터넷을 통하여 풍부한 데이터가 공급되면서 해결될 수 있었고 바야흐로 AI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금융권의 경우 이러한 빅데이터와 AI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이미 수 년 전 은행에서 보험까지 전 분야에 걸쳐 데이터 분석 부서를 운영하게 되었다. 타분야의 기업들도 속속 데이터 분석 부서를 만들고 AI 기법들을 도입하여,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서비스, 제품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
이와 같은 데이터와 AI 기술의 등장과 함께 비즈니스 모델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IT 산업의 예로 설명하자면(그림 2), 7-80년대는 하드웨어 중심 시대로 기업의 수익은 하드웨어 판매로서 나게 되며 하드웨어 교체 주기마다 수익이 발생하는 판매를 통한 수익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이 시기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하드웨어에 포함되어 무료 또는 번들로 판매되는 형태였다. 90년대에 이르러 이 하드웨어 시대는 소프트웨어 시대가 된다. 이 시대를 이끈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로이며,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의 유료 판매 시대를 열었다. 놀랍게도 이 시기 소프트웨어 시장은 하드웨어 시장의 2배 규모가 된다. 이유는 매우 아이러니컬한데, 소프트웨어산업 생산성이 하드웨어산업 생산성 대비 높지 않고,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90년 PC 가격이 200만 원이었는데,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2023년 PC 가격이 100만 원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이유가 설명이 된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을 누가 범접할 수 있을까”를 염려하며 회사의 경제 독점 우려로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강제 기업해산까지 검토되던 상태에서, 이 우려를 해소한 것은 2000년대 ‘데이터’의 시대를 연 구글이다. 그리고, ‘플랫폼’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데이터의 가치는 데이터 량의 증가 시 선형 증가도 아니고 지수 형태의 증가패턴을 보이며, 그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그동안 이 모델이 사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정보 활용의 효용이 비용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IT의 발전으로 정보의 양이 늘고, 정보를 수집하는 비용이 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가 그 손익분기점을 넘게 되었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유사한 셋업으로 다양한 적용이 가능한 모델로, 아마존의 경우 기존 기업의 비전이었던 “세상에서 가장 큰 서점”에서 그 작동하는 플랫폼 모델이 오픈마켓, 노동시장 등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모델로 확장되었다. 그 파괴성과 확장성이 가공할 정도라는 것을 확인하고, 확장을 시작한 결과이다.
AI의 금융과 경영 분야 활용사례
금융분야에서 AI를 적용한 최초 서비스 분야는 딥러닝을 이용한 부도 고객의 예측이었다.
딥러닝을 통하여 고객의 정보를 이용하여, 앞으로 예상되는 부도고객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여 대출금의 미환급분을 줄임으로써 수익을 늘일 수 있다는 목적하의 시도였다. 이후 각종 언론 문헌 등의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분석을 통하여, 투자 전망을 예측하는 시도들도 금융분야의 AI활용 사업으로 계속되고 있다. 또한, 은행권에서의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고객 투자 상담은 중산층 투자자들이 기존 부유층만이 받을 수 있었던 프라이빗뱅킹의 투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축소되고 있는 리테일 뱅킹 인력의 새로운 활용 방안도 될 수 있다.
이외에도 금융 고객들의 고객 세분화에 있어서는 K-means 클러스터링이나 가우시안 혼합모델 클러스터링 기법들이 활용되어 보다 나은 고객의 이해를 위한 고객군 분석에 활용되고 있다.
경영분야 적용에 있어서는 AI를 활용한 고객 메시지 분석을 통하여 고객의 미래 행태를 예측하는 분석이 더욱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스포츠의류 업체는 2주 뒤 마라톤에 참석하는 고객에게 당시 우천가능성을 예측하여 러닝용 레인자켓을 추천하는 광고를 통하여 고객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었으며, ‘지그재그(Zigzag)’와 같은 패션몰의 경우 AI기법을 활용한 동적 광고배치를 통하여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다. 고객의 반응에 따라 실시간 기준으로 반응이 좋은 아이템들을 고객의 행동패턴에 따라 동적으로 첫 화면 상단으로 배치하고 반응이 안 좋은 아이템은 하위로 배치하거나 리스트에서 삭제한다.
음악 서비스에서는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여 취향에 맞는 곡을 추천하고, 모바일 게임의 경우 사용자의 이탈을 AI를 활용하여 예측하고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프로모션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온라인 소매업의 경우 사용자들을 성격에 의해 분류하고, 판촉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여 적절한 판촉 강도를 결정하여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챗GPT의 영향과 전망
챗GPT 열풍은 역사상 AI관련 열풍 중 그 영향면에서 가장 큰 열풍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인간의 수준을 능가하는 답변 능력과 문서 작성 능력은 너무나 인간의 표현에 근접하는 자연스러움과 함께 인간 인력 대체의 가능성으로 인한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의 조사에 의하면 IT, 경영분야 전문가 4,500명 중 약 30%가 이미 챗GPT 나 유사프로그램을 작업에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헬스케어, 세금신고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GPT3.5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에 접목한 서비스들이 이미 출시,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파이톤(Python) 프로그래밍 등 프로그래밍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 기존 프로그래머의 대체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일의 방식인 프롬프트 (Prompt) 엔지니어링이 미래 일의 방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실제 업무에서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우수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거짓을 꾸며내는 할루시네이션 (Hallucination), 정보 누출 관련 보안 문제 등 향후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이 존재한다.
국내 기업의 챗GPT와 유사한 AI 프로그램 개발 측면에서는 LG, 네이버 등 국내 많은 기업들이 개발 중이며, 목표는 언제나 한국 기업들이 지향하는 이 분야 세계 최고이다. 각 프로그램들은 각각 그들만의 특장점들을 가지고 있어 기대되는 측면들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소프트웨어 양강 대비 규모의 절대적 차이를 생각하고, 시장에서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전략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전체 일반 시장 1위가 아니라, 각 특정 분야 중 우리가 1위를 하거나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냉정히 선별하여, 시장에서 살아남고 번창할 수 있는 전략들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AI와 경영의 미래
AI에 대한 많은 기대들이 있지만, 실제 이 기대들이 실현되어 경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에서 새로운 서비스나 경영방식의 형태가 개발,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향후 AI 기반 기계들 간의 자동화된 거래 (Machine-to-Machine, M2M) 방식을 도입하게 될 때, 기존의 대인 거래와 같은 저빈도•고단가 거래 방식 대신 초고빈도•초저단가 거래 방식을 사용해야 하는데, 새로운 방식 도입을 위한 신비즈니스 모델 확립 등 극복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AI에 대한 많은 기대 대비 실제 경영 측면에서 어떤 가치를 양산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아직 일부 문서 작업의 대체, 자율주행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증명된 가치, 사례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단순히 AI 기술을 발명, 도입하는 것만으로 경영에서 실제 성과는 나올 수 없으며,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내재화하여 가치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경영조직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본질적 변화가 일정 기간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면, AI에 의한 경영 전환은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몫은 전적으로 창의적으로 AI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혁신적인 개발자들과 창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우리는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발전의 원동력인 기술 및 경영 혁신을 일으켜 줄 한국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인류의 마지막 남은 노동 영역인 화이트컬러 영역이 기계에 의해 침범되는 중요한 역사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개인차원에서, 이와 같은 기술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어떻게 기술을 활용하여 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롭게 나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 기술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개인, 기업, 국가는 이를 실현하는 이들에 의해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Tag:AI,인공지능,챗GPT,금융,경영,미래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김대식 (2023). “챗GPT에게 묻는 한국의 미래”. 『아시아 브리프』 3(21).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ttps://asiabrief.snu.ac.kr/
- 유병준 (2023). 『마지막 생존코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21세기북스.
- 이강재 (2023). “인공지능과 고전학 연구”. 『아시아 브리프』 3(23).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ttps://asiabrief.snu.ac.kr/
- Fishbowl (2023). “ChatGPT sees strong early adoption in the workplace.” Fishbowl (January 17)
- Leminen, S., Westerlund, M., Rajahonka, M., & Siuruainen, R. (2012). “Towards IOT Ecosystems and Business Models.” In Internet of Things, Smart Spaces, and Next Generation Networking. Springer Berlin Heidelberg. 15-26. https://link.springer.com/
저자소개
유병준(byoo@snu.ac.kr)
현) 서울대학교 AI연구원 실무위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주요 논문:
“Does fun or freebie increase in-app purchase?” Information Systems and e-Business Management (19). 2021.
“Social Dollars in Online Communities.” Journal of Marketing 82(1). 2018.
“The Optimal Number of Versions and Bundles for Information Goods.” Journal of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Winter 2007-2008. 2008.
“Electronic B2B Marketplaces with Different Ownership Structures.” Management Science 53(6).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