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클래식 음악가들, 유튜브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2)
음악 연주로 만나는 유튜버 세상

첼로소년 (유튜버)

어릴 때부터 나는 음악가와 훌륭한 교육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한길만을 걸어왔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나의 꿈 또한 많이 바뀌었고, 이러한 변화에 따른 나의 결정도 결코 쉽지 않았다. 나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경험과 실패를 공유하며 유튜버로서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림 1> 롯데콘서트 지브리 연주

나의 과거현재미래, 유튜브는 제2의 세상이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 사실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포트폴리오를 쌓는다는 기분으로 영상 하나하나를 만들었다. 구독자 또한 부모님과 몇몇 지인들뿐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업로드를 하고, 영상을 올리면서, 나의 영상과 음악을 좋아하는 구독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의 음악과 내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 주었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인간은 지난 삶의 여정 가운데 남겨진 기억을 시간의 흐름 속에 하나의 날실로 꼬아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과 사건들을 또 다른 씨실로 여겨 그것에 자신의 날실을 엮어 널어 미래의 비단을 짠다. 그래서 지나온 모든 삶의 여정과 가야 할 미래에 대한 꿈을 앞뒤로 두리번거리며 그 운명적인 줄거리를 감탄하거나 탄식한다.”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다른 유튜버 음악가와의 교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튜브를 통해 KTV 방송에서 연락이 왔고, 작곡가로 활동 중이신 정영주 선생님과의 콜라보를 시작으로, 환경오염에 관한 주제와 윤동주를 주제로 훌륭한 음원 시리즈를 진행하게 되었다. 또한 벨라앤루카스, 피아니스트 김경진, 요룰레히 등, 많은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 콜라보 연주와 라이브 방송을 하였고, 지금도 함께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2년에는 나를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로부터 팬클럽과 팬카페까지 생겼으며 축하와 응원을 해주시는 많은 분들 덕에 좋은 일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많은 연주와 사업 제안이 들어왔으며, 이러한 유튜브의 활약이 널리 알려지면서 현재는 기획사 툴뮤직 소속의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저 유튜브에 내 영상을 꾸준히 올렸을 뿐인데 그 꾸준함으로 인해 내 주변에는 행복한 일들과 좋은 분들이 많이 생겼고 유튜브 안에서 나만의 작은 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앞에서 유튜버로서의 히스토리에 대해 언급했지만, 사실 이 모든 게 처음부터 잘 풀리지는 않았다. 우리의 인생에서 굴곡 없이 평탄하게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처럼, 나 또한 어렸을 때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그림 2> 홍대 거리에서 필자

나의 과거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극복

어느 여름날, 옆 동네 친구가 학교에 첼로를 가져왔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그 아이가 첼로를 매고 가는 모습과 악기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었다. 이런 나를 보신 부모님께서는 14살, 생일선물로 첼로를 사주셨고 그것이 첼로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저 한낱 열등감으로 인해 첼로라는 악기를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첼로에 깊이 빠져들었고, 열심히 준비하여 선화예고에 진학했다.

예고에서의 하루 일과는 새벽 연주 연습으로 시작되었다. 방과 후에도 레슨을 받고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는, 단조로우면서도 힘든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참고 견디면서 버텼던 이유는, 나에겐 오로지 음악이 전부였고, 음악으로 성공해야 하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 인생에도 무얼 해도 안 되는 시절이 찾아왔다.

고등학교 당시 실기 실력은 수석이었지만, 대회 예선을 단 한 번도 통과한 적이 없었고, 심지어 유학 시절에도 수많은 오디션에서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이내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자괴감으로 인해 점점 더 용기와 자신감을 잃어 갔다. “왜 나는 계속 실패만 할까? 그러면서 왜 계속 같은 실수를 할까? 슬럼프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분명 학창 시절 나의 하루 일과는 최선을 다한 것밖에 없는데 뭐가 문제일까?” 그러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가지고 있던 음악적 재능만을 믿고 연습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을까? 과연 난 이 한 곡을 위해 첫 음을 위해 몇 번이나 활을 그어 봤을까?”

갑자기 머릿속에 불꽃이 일어났다. 내가 이렇게 방황하고 실패를 한 이유는, 노력을 하지 않고 매사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새벽부터 일어나 연습하고 레슨받으며 밤늦게까지 이어진 일상에서 내가 놓친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 유행했었다. 어떤 일이든 1만 시간을 지속하게 되면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될 수 있다는 법칙이다. 하지만 그 1만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종일 연습실에서 아무리 첼로를 잡고 있어도 집중을 하지 않고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간은 무의미했던 것이다. 스스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은 후 다시 악기를 시작했고 매시간을 집중하며 노력하기 시작했다.

실패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깨닫는 것은 몇 배 더 고통스럽다.” [앤드류 매튜스(Andrew Matthews)]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온 사이, 세상은 많이 변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클래식만을 전공하고 공부해왔기에, 세상의 움직임은 나의 관심 밖이었다. 이에 서울대학교 박사를 수료하고 논문을 남겨 둔 지금을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진정한 음악가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계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생각한 것이 바로 유튜브였다. 사실 클래식 전공자로서 내 마음속에는 세상에서 가장 깊이 있고 아름다운 음악은 단연 클래식이라는 생각이 컸기에 다른 음악이나 장르에는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전해지는 음악을 접하고는 호기심에 끌려 점점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기타와 드럼의 리드미컬하고 파워풀한 사운드와 열정적인 보컬에 매료되기도 했고, 때로는 자유롭고 즉흥적인 재즈에 심취하고 중독성 강한 대중음악의 멜로디에 이끌렸다. 이렇게 유튜브를 통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접하며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클래식이 최고라는 생각이 달라졌다. 클래식만이 최고라는 생각은 나만의 오만과 편견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클래식 또한 다른 장르의 음악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살아 움직이는 예술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알게 해준 것이 바로 유튜브이며, 유튜브는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길을 안내해 주는 이정표 역할을 해주었다. 나는 이런 영향을 받아 유튜브를 통해 연주 콘텐츠를 올리기도 하고, 음악적 재능을 살려 클래식을 비롯한 K-pop, 트롯, 드라마, 영화 OST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편곡 및 작곡하며 조금씩 나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유튜브를 시작하고 1년 반이 지났을 때까지만 해도 구독자는 5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에 실패를 극복했던 경험이 오히려 “노력하면 된다”라는 굳은 믿음이 되었고, 묵묵히 콘텐츠를 올리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힘이 되었다. 이 세상은 음악이 아닌 또 다른 나 자신을 알리고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부터는 공연장에서 잘 세팅된 상황에서의 연주회 모습 외에 연주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일상 속에서의 진솔한 나의 모습을 담아내는 데 흥미를 느꼈다. 사람들은 나의 진정성과 끈기에 반응하며 많은 응원을 해주었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내가 유튜브를 해 오는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클래식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 클래식을 하나의 장르로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소통하고 협업하며 아름다운 음악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각오와 포부가 생겼다. 이외에도 유튜브로 인해 클래식 외에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고 음악뿐만 아니라 무용과 국악 분야도 배우고 접하며 소통하고 있는데, 이는 곧 나의 경쟁력과 재산이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유튜브는 내가 음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보게 해줬으며 행복하게 음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고마운 친구이고 선물이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

<그림 3> 온라인 아트 콜라보 페스티벌 선정작 (유튜브) 인터뷰 장면오늘날 클래식을 보는 관점의 변화는 유튜브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나의 음악적 전문성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통로였지만, 지금은 기술이 음악적 전문성을 점점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GPT-4(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4)에 대한 영상을 보내 주셨다. 챗GPT는 Open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을 의미한다. 그 영상에는 인공지능이 대신 글을 써주고, 문제를 풀어주며, 심지어 작곡까지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실로 놀랍고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유튜브를 통해서 여러 음악을 접하고 ‘다양한 클래식’을 영상으로 보여주었던 것처럼, 챗GPT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내게 또 다른 관점을 열어줄 것이라고 본다. 인공지능이 보여줄 새로운 음악은 유튜브처럼 나에게 음악적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나는 요즘 휘몰아치는 파도를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대세의 흐름을 읽지 못해 후회하는 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주체가 되어 활동하며 나를 좋아하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꿈을 새롭게 꾸고 있다. 그런 측면에 있어, 유튜브는 나를 홍보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유튜브를 활용함으로써 더 많은 대중들에게 나 ‘조재형’이란 사람을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혁신적인 21세기의 젊은 리더로서 홍보하고 소개할 것이며 다양한 커뮤니티와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자 한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땐 참 좋았는데…”라는 이 한마디가 후회가 아닌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 그런 ‘오늘’, 그리고 ‘이 순간’을 살아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3권 20호 (2023년 4월 19일)

Tag: 첼로소년,유튜버,첼리스트,챗GPT,음악가

저자소개

첼로소년(cellobest1@naver.com)

현) 첼리스트, 유튜버(첼로소년)
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원 박사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