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2년 아시아 정세전망(6)
2022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아시아 국가의 대응

정인교 (인하대학교)

오늘날 국제통상 분야 최대 화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대응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록다운(Lockdown)으로 국내외에서 부품 조달 차질로 생산설비의 가동이 전면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기업과 정부는 공급망 안정성(Resilience)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식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이 지난 수십 년에 걸친 해외직접투자(FDI)와 국내외 산업 연계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어서 변경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효율성 위주의 공급망을 유지할 수 없기에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팩토리 아시아’ 조정 이후 아시아 산업협력을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미-중의 갈등

세계 경제가 선순환으로 안정적인 고성장을 지속했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까지의 시기를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라고 한다. 말 그대로 세계 경제의 황금기이었다. 이 시기에 공급망은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글로벌 공급망의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었다. 중국에서 공급하는 저가의 소비재는 각국의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켰지만, 중국이 원자재를 대거 수입하면서 자원 부국의 소득을 증가시켰고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 따른 국제무역 활성화와 물가 안정 혜택을 누렸다.

국경 간 생산공정을 세분화시켜 공급망의 효율성을 높일수록 대내외 충격에 의한 리스크는 커지게 되지만, ‘골디락스’ 기간 기업인은 리스크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했다.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면 국경을 수차례 넘나드는 중간재 무역을 용인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비즈니스 관행이 되었다.
글로벌 공급망이 확충되던 시기에는 국제정세가 대체로 순탄했다. 9·11 테러 등 국제적 위기 상황이 더러 있었지만, 냉전 와해 이후 미국 일극 체제가 형성되면서 국제질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WTO 출범의 주역인 미국 역시 글로벌 패권국으로서 WTO 규범 준수 및 미 해군을 동원한 국제무역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등 글로벌 공공재 제공에 적극적이었다.

해외투자를 검토하는 기업들은 투자 유치국의 정치 상황 변화로 투자자산이 몰수당하거나 핵심이익이 침해당하는 위험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냉전 종식으로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국가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일부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투자자산 몰수 상황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됨으로써 해외직접투자는 더욱더 활성화되었다. WTO 가입을 원했던 중국은 이념적 색채를 최소화하면서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얼마 안 가 중국은 ‘세계의 공장’과 세계 1위 무역 국가로 발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패권국인 미국의 위상 약화와 중국의 부상을 의미했다. 이후 미국의 대응은 흔히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s Trap)으로 설명된다. 중국 역시 굴기론을 내세웠다.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 주요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금기시되어왔던 미국의 달러 패권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국가의 화폐가 기축통화로 통용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이는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를 시사했다.

이에 미국 전략가들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응을 모색했고,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 발표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결정하게 되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일대일로(OBOR) 정책을 통해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했다. 이로써 미·중은 본격적인 대결체제로 돌입했고,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반중국 및 고립주의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최근의 공급망 리스크

공급망 리스크는 지진, 홍수 및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공급망 훼손과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로 인한 인위적 충격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자의 예로는 2011년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있다. 지진으로 인한 해일이 동북부 지역을 휩쓸게 되어 발생한 핵발전소 폭발로, 현지에서 일본 전역의 산업단지로의 물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본 산업 전체가 완전히 정지되었고, 일본산 중간재를 사용하던 외국의 기업들도 영향을 받았다. 얼마 후 태국 방콕 지역에서 대홍수로 차오프라야강이 범람하면서 현지 진출한 일본 기업의 생산기지가 마비되면서 일본과 동남아 간 연결된 일본 기업의 공급망이 정상화되는데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정책 변화로 인한 공급망 영향은 자연재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국내에서 공급망의 안정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9년 7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폴리아미네이드 등 4가지 물질에 대한 일본의 수출통제제도 개정이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확산하면서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전기다발(하네스) 조달이 차질을 빚게 되어 국내 자동차산업의 조업이 중단되었다. 또한, 미국 및 국내에서는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조립공장이 멈춰서는 상황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던 요소수가 부족해지는 사태가 생기면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요소수 수출 중단 조치를 발표한 지 2주일이 지나도록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정책당국자도 요소수와 관련된 우려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공급망 리스크가 우리에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게 되었다.

공급망 리스크 대응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관리는 세계 경제가 당면한 과제이다. 기업들은 공급망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균형 있게 평가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공급업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항상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복수의 공급자 확보, 안정적 수준의 재고 유지 등으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기후 변화 등의 이유로 자연재해가 더 빈발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엄청난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공급망 훼손은 일정 시간 후 회복이 가능하지만, 정책 변화는 공급망 자체를 변경시키게 된다. 미-중 갈등 장기화와 디커플링(경제 분리), 신냉전체제 등으로 압축될 수 있는 현재의 국제정세는 자연재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공급망을 재편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였고,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에 대한 과잉의존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전 세계에 상기시켜 주었다. 워낙 촘촘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으로 정책 변화는 ‘나비효과’를 통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게 된다.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와 그 이후 전개된 전력 부족 사태와 생산설비의 가동 중지로 중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계승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국제무역질서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략산업의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WTO 보조금협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 5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산업정책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유럽연합(EU)과는 무역기술위원회(TTC)를 결성하여 미-EU 기술표준을 확립하고, 일본과 인도, 호주 등과 인도태평양동맹을, 호주와 영국과는 외교안보협의체(AUKUS) 등을 결성하여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아태지역 경제통합을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공급망을 포기할 경우 너무나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호주, 일본과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의 반중국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미-중 갈등이 최소 10년 이상 지속될 것임을 고려하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규정 위반을 이유로 화웨이를 비롯한 수많은 중국 기업의 대미국 거래를 중지시켰고, 최근 SK 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 노광장비(EUV)의 중국 공장 반입 논란에서 나타났듯이 미국은 수출통제제도 등 각종 수단으로 중국과의 거래를 위협할 것이다.

공급망은 생산활동과 지속적인 투자로 유지된다. 현재의 국제정세 하에서 중국 비중을 줄여나가면서 ‘차이나+1’1)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이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공급망 리스크 대응이 될 것이다. 또한, 생산공정별 리스크를 분석하여 통합하거나 안전지역으로 거래처를 변경해야 하고, 리쇼어링(본국 회귀)이나 국내 설비 증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 하의 중국이 이념적 색채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은 권위주의 국가가 유지하는 비시장경제적 요소를 국제무역질서에서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수차례 밝혔다. 여러 아시아 국가가 미-중으로부터 줄서기 압력을 받고 있고, 신냉전과 디커플링의 체감도는 국가별로 다를 것이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절실한 국가는 미국 편에 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한 ‘팩토리 아시아’가 조정되고 있다. 동아시아 생산 분업체제에서 중국의 비중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고, 그 공간을 어느 국가가 차지하는가가 아시아 산업지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를 간파한 일본은 대만과 손잡고 4차산업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태국, 필리핀 등 일본 기업이 대거 진출한 국가와의 공급망을 확충하고 있다. 최악의 한-일 관계로 인해 산업협력은 고사하고 외교적 대화도 어려운 실정이다. 아시아 공급망에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1) [편집자 주]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이란 중국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 등 중국 이외의 국가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말한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2권 9호 (2022년 1월 24일)

Tag:
글로벌공급사슬, 미중갈등, 생산공정, 세계화, 수출규제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저자소개

정인교(inkyoc@gmail.com)

현)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통상교섭자문위원회 민간위원
전) 인하대학교 부총장, 한국협상학회 회장, 한국통상학회 회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외이사, 동아시아 비젼그룹(EAVG) 사무국장

저서와 논문:
『트럼프 시대 통상정책 이슈와 대응』 (정석물류통상연구원. 2018)
『FTA 통상정책론』 (율곡출판사, 2016)
“Pitfalls of the EU’s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ed.), (Energies, 2021),
“The Impact of Global Protectionism on Port Logistics Demand.” (ed.),(Sustainability,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