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아시아의 미래와 전략 (4)
시진핑 시대 중국의 주변외교 전략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의 주변국가 전략은 점차 더 정교화되고 있다. 시진핑 집권이후 중국은 주변국 외교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이 추구한 미국과의 평등성에 기초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가 실현되기 어렵고, 오히려 전략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주변국들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 것이다. 미중 간의 전략경쟁이 본격화되고, 양국 간의 경제 탈동조화(decoupling)의 추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중심의 아시아 지역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주변국 외교 중시는 한국에게 그만큼 선택의 압력이 가중되고, 향후 미중 전략경쟁에서 더욱 고도의 외교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 대외전략의 흐름

중국은 시기별로 형세 변화에 따라 대외전략의 방향을 설정하였다. 1950년대는 한국전쟁과 냉전의 여파로 소련 주도의 동맹에 참여하는 ‘일변도(一邊倒)’ 정책을 추진하였다. 1960년대 이후에는 중소관계가 악화되면서 자신과 연대할 ‘중간지대’를 모색하였고, ‘제3세계 이론’을 통해 소련진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였다. 동시에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여, 1979년에는 마침내 미국과 수교하였다. 중국은 1980년대 마오쩌둥의 시대와 결별하고 개혁개방정책을 본격화하면서 보다 유연하고 독립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였다. 외교안보적 갈등보다는 경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하였다. 1990년대 덩샤오핑이 제안한 ‘힘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이나, 2000년대 후진타오 시기 ‘평화적 발전(和平發展論)과 조화로운 관계를 추진(和諧世界論)한다’는 정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대외전략의 흐름은 2012년 시진핑 집권이후 크게 변화하였다. 그 변화의 근저에는 2010년 세계 2위의 규모로 커진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미국발 금융위기(2008~09)로 인한 미국의 상대적인 리더쉽 약화가 있었다. 시진핑 시기 중국은 기존의 발전도상국이라는 국가정체성에서 벗어나 스스로 ‘대국’임을 자처하였다. 미국과 대등한 관계(新型大國關界論)를 설정할 것을 제안하였고, 또 적극적으로 새로운 국제질서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두 개의 100년 목표에서 최종 단계로 2049년까지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개적으로 표방하였다.

중국의 아시아 전략

중국이 그간 일관된 전략으로서 아시아 지역 전체를 통괄하는 대외전략을 추진하였는가는 의문이다. 중국은 1990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기구(APEC)에 가입함으로써 아시아지역 문제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또 베트남, 한국, 인도네시아, 싱가폴,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크스탄 등 아시아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수교를 하였다. 2001년에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등 6개국이 함께 상해협력기구(SCO)를 설립하였다. 2002년부터는 동남아 국가연합(ASEAN)과 협력을 본격화하면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2003년부터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을 주선하기도 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더 나아가 2013년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상 최초로 중국이 아시아 전체를 전략공간으로 하는 ‘일대일로’ 구상을 추진하였다. ‘일대일로’는 비단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이처럼 아시아에서 양자 및 다자 관계에 적극 참여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점차 넓혀나갔다. 브레진스키가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게임(1997)”에서 크게 우려한 중국-러시아-이란을 연결하는 전략동맹을 실제 형성하면서, 미국과 서구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항하는 세력으로서 아시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외정책을 살펴보면, 중국은 그간 지리적 공간 중심의 전략보다는 시대적인 전략방향에 맞춰 나름의 유형화를 통해 자신들의 대외전략 목표를 설정하였다. 따라서 상기의 움직임들을 중국의 대아시아 정책 일반과 연동지어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질서 형성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대외정책 영역을 세분화하였다. 2002년 제16차 공산당 대회, 2007년 제17차 공산당 대회에서 대외정책의 영역을 ‘발달국가,’ ‘주변국가,’ ‘제3세계,’ ‘다자외교’로 구분하기 시작하였다. 아시아 외교는 이들 모든 구분을 다 포함한다. 아시아에는 러시아, 인도, 일본과 같은 대국이 포함되어 있고, 스리랑카,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같은 제3세계 국가들도 존재하며, 이미 언급한 바대로 APEC, ASEAN,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상해협력기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와 같은 다자외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4월 후진타오 주석은 보아오 아시아논단 강연에서 중국은 시종일관하게 아시아를 중국 대외정책의 가장 중요한 위상에 놓고 있다고 언급한 바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실제 대외전략은 지역에 기반하기보다는 중국 당대회에서 구분한 4가지의 큰 틀 안에서 추진된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중국의 주변외교 전략

중국의 4대 대외정책 영역 가운데 우리의 주목을 가장 끄는 것은 ‘주변외교전략’이다. 이는 주변을 네 개의 다른 주변(四夷), 즉 서융(西戎)・남만(南蠻)・동이(東夷)・북적(北狄)으로 구분하고 경계했던 과거 중국 중심의 대외관계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이 안보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시하는 영역이다. 2012년 3월 원자바오 총리의 정부공작보고에서 중국 외교의 새로운 포석으로서 ‘주변국가,’ ‘발전중인 국가,’ ‘발달 국가,’ ‘다자’ 외교로 순서를 정한 바 있다. 그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미국과의 ‘대국 외교’가 잠시 그 수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주변국 외교에 대한 강조는 시진핑 시기 들어 더욱 강화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하자마자 동년 10월 중국 최초로 ‘중앙주변외교공작 좌담회’를 직접 주재하였다. 주변국 외교를 중국의 두개의 백년 목표와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데 있어 중시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한 것이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데 중국은 과거처럼 세계와 주변의 ‘중심국가’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물론 미중 전략경쟁의 시대에 ‘중국 위협론,’ ‘중국 혐오론’ 등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중국 중심론’의 주장은 가급적 신중하게 다루려 할 것이다.

중국의 주변국가 전략은 점차 더 정교화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다양한 형태로 아시아 다자외교에 참여하고 있다. 상해협력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6자회담은 개최자로서 깊이 개입하였고, 10+1 아세안 회의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남아시아 협의회는 적당한 수준에서 참여하면서, 미국과는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나누는 공존형 분할 전략을 추진하였다. 일대일로 구상은 마오쩌둥이 중시했던 중국의 동부와 북부 지역 대신, 미국과의 직접적인 마찰과 충돌을 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서부 지역으로 적극 진출하려는 전략구상이다. 특히 군사외교적인 접근 대신 모든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 건설을 위한 투자와 경제 지원을 통해 영향력을 자연스레 확대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이미 2003년 ‘이웃과 화목하고(睦隣), 이웃과 화평하며(安隣), 이웃과 같이 부유해지는(富隣)’ 것을 목표로 하는 주변외교 3대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2007년 제17차 공산당 대회에서는 이웃을 선의로서 대하고, 이웃을 동반자로 삼는 외교정책을 추구한다고 하였다.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강조하고, 다시 자신의 경제발전이 이웃 국가들에게 혜택이 되게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였다. 특히 18차 당대회에서는 주변국 외교를 중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重中之重)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시진핑 시기 들어 중국은 주변국 외교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이 추구한 미국과의 평등성에 기초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가 실현되기 어렵고, 오히려 전략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주변국들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 것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소련과 마찰을 빚은 1960년대 초, 그리고 천안문 사태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1990년대 초에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었다. 시진핑 주석은 ‘친성혜용(親誠惠容)’의 대주변국 외교원칙을 추가하였다. 즉, ‘주변국들에 대해 친밀하고, 성의를 다하며, 혜택을 베풀고, 관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시대 중국판 Soft Power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외교상황에서는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고, COVID-19의 발단국으로써 비난받자 중국이 공격적인 태도로 전랑외교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부는 주변국 외교의 공간으로서 아시아 외교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 시진핑 시대 중국은 이미 ‘중국 특색의 주변국 외교’를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2014년 상해에서 개최된 제4차 아시안 신뢰구축 정상회의(CICA)에서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이 해결한다”라는 유명한 화두를 이미 던진 바 있다. 이는 마치 아시아판 먼로선언이 아닌가 할 정도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시진핑은 더 나아가 “공동안보, 포괄안보, 협력안보, 지속가능한 안보”를 내건 ‘아시아 안보관’을 제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는 상호협력과 공동번영을 핵심원칙으로 한 ‘아시아운명공동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미중 간의 전략경쟁이 본격화되고, 미중 간의 경제 탈동조화의 추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중심의 아시아 지역질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1] 중국의 외교전략
출처: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113017002

중국의 주변국가와 주변외교에 대한 관심 증대

시진핑 시기 중국의 주변국 외교에 대한 중시와 점증하는 관심은 중국내 학계에서 이미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주변학”이라는 학문적 분야가 새로이 탄생하였다. 2018년 상해 푸단대학에 ‘중국과 주변국가관계 센터’가 설립되었다. ‘중국주변외교연구총서’가 발간되었고, ’중국주변외교학간(中國周邊外交學刊)‘과 같은 정기 간행물은 물론이고 ‘중국주변외교연구논단’과 같은 토론회, 중국주변외교관련 보고서와 연구서들이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외교수사에서 간헐적으로 나오던 ‘주변’이란 개념이 이제는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육지로 인접한 14개국과 해상으로 연결된 8개국을 넘어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중동 등을 다 포괄하는 ‘대주변’ 개념과 연구들이 제시되었다. 중국 남해-대만해-동해-황해-일본해를 연동시켜 사고하는 ‘오해연동(五海聯動)’의 전략개념도 유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 시기 미중 전략경쟁에 함몰되기보다는 자신의 전략이익을 지키려는 국가군들을 총칭하는 ‘중간국가’라는 개념도 나왔다. 여기에는 일본,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을 포함하고 있다. 중간국가 개념은 과거 미소 냉전시기 이들 초강대국으로부터 중국의 생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중간지대론을 제시하고, 이들과 유대를 강화하고자 했던 중국의 1960년대 외교정책을 연상하게 한다. 현재 중국이 생각하는 천하 3분론은 미, 중, 그리고 이들 중간국가와 서유럽 국가들의 병존체제를 의미하며, 이들 제3지대는 향후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할 외교공간이 된다.

한국에 대한 함의

한국은 중국의 주변국 외교에서 대단히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주변국가’이면서 ‘중간국가’ 군에 속하며,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국이 당분간은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고품질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갖춘 국가이다. 미국이 한국을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핵심축이라 하였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은 중국의 주변외교전략의 핵심축이 된다. 중국의 주변국 외교 중시는 한국에게 그만큼 선택의 압력이 가중되고, 향후 미중 전략경쟁에서 더욱 고도의 외교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분간 중국은 한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한국의 신정부가 반중(反中)정책으로 전환하는 경우, 강력한 보복으로 맞설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중국의 주변부 연구가 강화되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전략 역시 풍부하고 세밀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중국 내의 변화와 연구동향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한국의 외교안보 생태계가 이를 따라가기에는 너무나 조악하고, 정치 지도자의 관심이나 이해도는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1권 26호 (2021년 9월 27일)

Tag:중국특색의주변국외교, 아시아운명공동체, 아시아안보관, 중간국가, 오해(五海)연동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김흥규 주편. (2021). 『미국 바이든 행정부 시대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 연구』. KIEP.
  • 石源華 主編. (2019). 『中國周邊學硏究文集』. 世界知識出版社.
  • 石源華. (2016). 『中國周邊外交14講』. 社會科學文獻出版社.
  • Saich, Tony. (2021). From Rebel to Ruler. Harvard University Press.
  • Markey, Daniel. (2020). China’s Western Horizon. Oxford University Press.

저자소개

김흥규(bemoderate@hanmail.net)

현)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겸 정치외교학과 교수,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외교부 외부혁신위원회 위원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외교 소분과 위원장, 국무조정실 정부정책 평가위원

 

저서와 논문:

『중국의 영토분쟁』 (동북아역사재단, 2008) 공저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안보』(동아시아 재단, 2015) 공저
『한반도 2022』 (서울: 사회평론 아카데미, 2019) 공저
『신국제질서와 한국외교전략』 (서울: 명인문화사, 2021)
『미국 바이든 행정부 시대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선택 연구』 (서울: KIEP, 2021)

발행처: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 발행인: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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