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류와 아시아(3)
한류, 현재의 K-pop을 만든 CT와 미래를 열어갈 SMCU
Culture First, Economy Next
1980년대 미국 유학을 하던 당시, MTV가 개국하는 모습을 보고 전 세계적으로 음악시장의 형태가 바뀌면서 음악산업이 더욱 넓어지고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유학을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가수를 발굴하고 프로듀싱 하겠다는 꿈을 품고 1989년에 만든 SM기획을 모체로 하여 1995년 주식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게 되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해외 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1997년에는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경제대국이 되면 국외로 그 나라의 문화가 전파된다”라고 믿었다. 하지만 좋은 문화 콘텐츠가 인정받고 사랑받아 주변국으로 퍼지고, 전 세계로 퍼지게 된다면 이로 인해 파생되고 발전하는 산업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 대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1997년 해외시장 진출을 시작하면서 ‘Culture First, Economy Next’ 라고 선언하게 되었다.
2000년 2월 H.O.T의 베이징 콘서트 때 중국팬들이 가방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H.O.T가 좋아서 한국을 동경하고 좋아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Culture First, Economy Next’가 실현 가능 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H.O.T가 베이징에서 공연을 진행한 이후 중국의 일간지 사회면에 ‘한류’라는 단어가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음악, K-pop은 한류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게 되었다.
Culture Technology
필자는 문화가 세상을 이끄는 파워를 가질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 즉 ‘CT (Culture Technology)’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최고의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탄생시켜 왔다. CT (Culture Technology)는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매니지먼트-마케팅’으로 세분화하고 체계화하여 최고의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이다.
CT는 ‘캐스팅·트레이닝- 프로듀싱- 매니지먼트-마케팅’ 크게 4가지 단계로 나눠 질 수 있다. 먼저 전 세계에서 인재를 캐스팅하여 개인의 능력과 재능에 맞게 체계적으로 트레이닝 시킨다. 그리고 완벽한 기획을 바탕으로 아티스트를 프로듀싱하여 데뷔시킨 후, 포괄적인 매니지먼트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 아티스트를 다채롭게 알리는 마케팅까지 크게 4가지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일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CT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음악이 K-pop으로 불리고, 한류라는 문화현상을 만들어내며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CT는 SM엔터테인먼트의 근본적인 운영체계가 되었고, CT를 통해서 SM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한국의 프로듀싱 시스템이 주목받게 되었고, 이제 K-pop은 세계가 주목하는 종합예술 콘텐츠가 되었다.
Beyond Live
SM은 전 세계 최초로 온라인 전용 유료 공연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선보였다. 이러한 공연을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이 아닌 아시아의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런칭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고, 오프라인 공연 중심이었던 공연 업계에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와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전 세계적으로 관심과 러브콜을 받았다. 비욘드 라이브는 기존의 오프라인 공연을 단순히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AR, VR, Volumetric과 같은 기술과 다중 화상 연결 시스템을 활용한 시청자와의 실시간 소통 등을 접목해 온라인에 최적화한 것이다. 이렇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미래 엔터테인먼트 세상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 그리고 문화와 기술의 융합을 꾸준히 시도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연으로도 시야를 넓혀왔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소녀시대가 홀로그램으로 등장하는 공연을 개최했고, 홀로그램 전용 극장을 만들어 동방신기, 샤이니, 엑소 등 K-pop 스타들이 참여한 세계 최초의 홀로그램 뮤지컬을 상영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인텔사의 인텔 스튜디오와 협업해, AR 기술을 K-pop 스토리텔링과 결합한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를 프로듀싱했다. 2021년 1월 1일 전 세계에 중계한 비욘드 라이브 “SMTOWN LIVE ‘Culture Humanity’”는 코로나로 고통받는 팬들의 Humanity를 축복하고 위로하기 위해 기획한 무료공연이었다. 186개국에서 접속하였고, 한국 온라인 콘서트사상 최대 시청 수치인 3,583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Neo Culture Technology
지난 30여 년 동안 CT는 3단계를 거쳐 발전을 거듭해 왔다. 1단계는 수출이었다. 한국에서 만든 수준 높고 획기적인 음악과 뮤직비디오, 관련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되었고, 현지 팬들이 수입되어 온 콘텐츠를 향유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2단계는 현지 합작으로 해외 출신의 멤버를 캐스팅해 양성한 후 한국 멤버들과 함께 하나의 팀으로 데뷔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우리 문화를 해외에 일방적으로 수출하는 형식에서 한 단계 나아가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쌍방향적 한류의 모습을 갖추어 나갔다. 여기서 한 단계 성장한 3단계는 바로 완벽한 현지화 전략이다. 이제는 현지에서 한국인 멤버와 외국인 멤버를 한 팀으로 만들거나 현지 멤버들로만 구성된 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NCT는 이러한 현지화 전략의 확장성과 문화기술로 탄생한 그룹이다. NCT는 ‘Neo Culture Technology’의 약자로, 멤버수의 제한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그룹이다. NCT라는 브랜드 아래 전 세계 각 도시를 베이스로 각각의 팀을 만들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개념으로, NCT는 함께 활동하기도 하고 각각의 다양한 유닛팀으로도 활동할 수 있도록 프로듀싱 했다.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한 NCT127은 한국과 아시아 정상을 넘어 미국 빌보드 200차트 최상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고, 청소년팀 NCT Dream은 최근 발표한 앨범이 16일만에 200만장이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중국팀 WayV 도 중국 현지 Top 가수로 성장하는 등 NCT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특히 올해 안에 미국의 대형제작사인 MGM Worldwide Television, 마크 버넷(Mark Burnett) 프로듀서와 함께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활동할 NCT-Hollywood 런칭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도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멤버들은 한국에 와서 프로듀싱 및 NCT 멤버들의 멘토링을 받아 향후 새롭게 런칭할 NCT-Hollywood 멤버로 글로벌 활동에 나서게 된다.
SM Culture Universe
미래 세상은 Wireless, Borderless, 요즘 많이 쓰이는 Seamless World가 될 것이고, 바이오, 나노 테크, AI 등의 급격한 발전으로 기술이 특이점(Singularity)을 향해 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삶 속에 매일 매일 끊임없는 기하급수적인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청각과 시각으로 음악을 즐기던 한계를 뛰어넘어 현실 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 없이 콘텐츠를 경험하게 될 미래에는 무한한 크로스오버와 컬래버레이션이 이루어지며 새로운 콘텐츠 세상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미래는 로봇과 셀러브리티의 세상이 될 것이라 예측해왔다. 가수는 물론 배우, MC, SNS 채널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등 말 그대로 셀러브리티, 유명인들이 더욱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IT의 발달로 셀러브리티의 일거수 일투족은 바로바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가고 있고, 어떤 것을 듣고, 입고, 먹고, 노는지 등 모든 부분이 관심사이고,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되고 있다.
더불어 로봇의 세상도 다가와 2030년이 되면 우리의 뇌와 같은 AI의 뇌가 만들어질 것이다. 아바타가 대신해서 일을 하고 어떤 정보를 얻고 그들끼리 교류를 하면서 아바타의 세상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단순한 인구수가 아닌 아바타의 수까지 포함한 수로 전 세계 인구수를 측정해야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5,000만 명밖에 안되는 인구 수의 한국도 그들의 다양한 아바타의 수까지 포함해 5억 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 아주 거대한 그야말로 큰 강대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에 맞춰 제시하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세상의 비전은 바로 ‘SMCU (SM CULTURE UNIVERSE)’이다.
2020년 11월에 선보인 혁신적인 개념의 걸그룹 에스파는 저와 SM엔터테인먼트가 제시하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세상의 핵심가치이자 비전인 SMCU (SM CULTURE UNIVERSE)의 본격적인 시작을 연 프로젝트로,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초월하는 혁신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그룹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기획에서 출발했다. 에스파는 가상 세계의 아바타와 현실 세계의 멤버가 함께 공존하고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그룹이다. 에스파의 활동이 거듭될수록 아바타 멤버와 AI 기술이 더욱 깊이 통합되며, 팬들은 에스파와 원하는 곳 어디서나 직접 교감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 실제 멤버는 4명이지만, 모두 각자의 아바타를 가지고 있어 8명으로도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콘텐츠는 소비자들이 콘텐츠 속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가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본다. 이에 에스파는 기획 단계부터 혁신적이고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있는 탄탄한 세계관을 만들었고, 벌써 전 세계의 많은 팬들이 에스파의 세계관에 매료되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최근 메타버스가 전 세계적으로 큰 화두인데, SMCU (SM CULTURE UNIVERSE)를 통해 필자만의 방식으로 이미 메타버스를 새롭게 해석했다. 얼마 전 공개한 에스파의 세계관 스토리 영상이자 SMCU가 담긴 첫 클립에는 ‘CAWMAN’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하는데, ‘CAWMAN’은 ‘Cartoon’(카툰)의 C, ‘Animation’(애니메이션)의 A, ‘Web-toon’(웹툰)의 W, ‘Motion graphic’(모션 그래픽)의 M, ‘Avatar’(아바타)의 A, ‘Novel’(노블)의 N을 조합한 것으로, SMCU를 표현할 새로운 혼합 영상 장르로 필자가 새롭게 만든 개념이다. ‘CAWMAN’은 기존 영상 콘텐츠 방식과는 달리 다양한 콘텐츠 기법을 활용해, 보는 이들이 더욱 다채롭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앞으로 ‘CAWMAN’을 통해 더욱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할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에스파를 비롯한 SM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SM CULTURE UNIVERSE’라는 거대 세계관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문화를 통해 현실세계, 꿈, 가상현실, 우주 등으로 확장된 무대에서 그들의 음악과 콘텐츠를 선보이며 미래 엔터테인먼트 세상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Tag: SM엔터테인먼트, K-pop, Culture Technology, SMCU, CAWMAN, ae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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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2020, 2021). 카이스트 영상강연문, 제29회 다산경영상 ‘창업경영인’ 부문 수상소감문, 제1회 세계문화산업포럼 연설문 등
- 이어령. (2021). “문명의 전환과 아시아-생명화·상생·창조력의 新문명시대에 대한 메모.” 『아시아브리프』 (1권 6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 이장우. (2020). 『K-POP이노베이션』. 21세기북스
- 최보윤. (2021). “팬1억 명, 구매파워 8조원, K 팝 새로운 산업이 되다.” 『조선일보』 (5월 31일).
- 한국국제교류재단. (2021). 『2020 지구촌 한류현황』.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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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현) SM엔터테인먼트 설립자이자 총괄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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