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아시아의 미래와 전략 (1)
부상하는 메가아시아: 역사와 개념

신범식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아시아가 세계사의 중심축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제 아시아는 제국주의 시기의 대상화된 수동성과 냉전 시기의 진영논리에 의해 제약된 존재성을 넘어서고 있다. 과거 타자에 의해 부여된 공간적 구획을 넘어 아시아를 하나의 거대한 메가지역(Mega Region)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동력은 지구화, 지역화, 지역주의의 압력으로 최근 등장한 신대륙주의와 신해양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화된 지역으로서 ‘메가아시아(Mega -Asia)’ 개념은 아시아의 급변하는 현실을 적절하게 포착하기 위한 분석적 도구이다. 동시에 미-중 경쟁이란 강대국 관계가 규정하는 한계를 넘어 아시아인들이 스스로 만들어 갈 아시아의 미래를 담아낼 전략적 개념이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아시아의 부상

이미 20세기 중·후반부터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표-1>에서 보듯 세계에서 아시아의 비중은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세계 202개국 중 1/4이 아시아에 위치하며, 세계 영토 면적의 1/4을 차지한다. 또 인구나 경제력으로 보면 세계 인구의 60%가 아시아인이며, 세계 명목GDP의 38%, 구매력 기준 GDP의 46%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 인도라는 세계 성장의 두 축, 그리고 이들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아시아의 국가들을 포괄하는 아시아 지역은 이미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아시아는 너무 넓고, 너무 다양하고, 너무 분열적이고, 너무 큰 발전의 격차를 가지고 있어서 하나로 포착하기에는 많은 난제가 있다. 아시아를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정치체(polity)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아시아’라는 용어를 둘러싼 개념사적 전개 과정을 검토해 보면, 초기에는 유럽이 느끼는 아시아로부터의 위협이라는 인식과 결부되어 확산되었다. 이후 제국주의 시기 유럽에 의한 위협 인식의 확산과 그에 대응하는 아시아인들에 의해 확산되면서 아시아적 연대성을 강화하는 개념적 보따리의 역할을 감당했다. 또 탈냉전 이후 부상하는 아시아에 대한 서구의 위기의식 및 아시아의 새로운 자의식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의 필요성을 요청하게 되는 복잡한 뉘앙스를 내포한 개념으로 진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탈냉전 이후 지구질서의 변동 가운데 아시아는 하나의 지역으로서 특성을 지닌 질적인 변모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포착하고 분석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오래된 아시아(Old Asia)’를 회고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아시아라는 명칭은 오리엔탈리즘적 기원을 가진다. 그런데 유럽이라는 ‘주체’가 아시아라는 명칭으로 부른 이 타자에 대한 인식의 뉘앙스는 시기에 따라 변화해 왔다. ‘아시아’는 기원전 5세기 경 고대 그리스에서 보스포루스(Bosporus) 해협 너머 페르시아 제국의 영역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이후 유럽인들이 유럽의 동방에 위치한 영역을 부르는 용어로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는 명확히 정의되기 어려웠으며, 특히 이 용어는 강성하고 광대하며 많은 인구를 지닌 동방에 대해 상대적으로 약하고 협소하며 인구도 적은 유럽이 느끼는 위협감과 오랜 시간 결부되어 있었다.

긴 시간이 흐른 16세기에 제수이트(Jesuit) 선교사들이 아시아라는 용어를 동아시아에 전파하였다. 17세기 초 마테로 리치(Matteo Ricci)가 제작과정에 참여한 중국의 세계지도에 “아세아(亞細亞)”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하지만 이 용어가 오늘날 아시아인들 가운데 확산된 것은 19세기 유럽의 제국주의적 침탈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시아의 공유된 역사, 밀접한 문화적 연계, 장구한 외교적 관계, 교역, 그리고 공동의 운명 등과 같은 공통점을 통합적으로 묶어내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그러하듯이 당시에도 광대하고 다양성 가득한 아시아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용어는 유럽의 위협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결부되면서 아시아적 연대를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확산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아시아에 대한 이해는 그것이 지칭하는 대상으로서의 아시아 전체를 묶어 보려는 이념이나 운동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하게 되며, 아시아는 그 용어의 기원 상 전체로서 하나의 아시아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해도 무방해 보인다.

그러나 아시아는 하나의 ‘지역’(region)1)이 되지는 못했다. 19세기를 통해 아시아는 서구의 시선에 의해 대상화된 수동적 객체로서 구획되고 조각나 제국주의적 침탈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일찍부터 역사 속에서 유럽과 조우하며 경쟁해 온 근·중동, 세계를 제패한 영국을 위시한 유럽 세력들이 구축한 해양 네트워크와 식민 제국주의에 의해 일찌감치 포획된 해양아시아, 그리고 대륙 세력 러시아와 청(淸)의 각축 속에 해양 패권국 영국이 벌인 ‘거대게임’(Great Game)이라는 충돌 과정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중부아시아(Middle Asia) 등 아시아는 강대국의 세력팽창과 각축에 의해 여러 조각으로 분할되었다. 유럽(특히 서유럽)이 아시아를 지배한 기간은, 아시아의 장구한 역사에서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서유럽에서 기원한 근대 국제질서 및 생활양식의 확산에 의한 아시아의 다양한 ‘전통’이 변혁되는 과정은 질적으로 밀도 높은 시간으로 채워져 있었음에 분명하다. 이후 양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 아시아에서는 많은 신생 독립국이 등장하였지만, 지역으로서 아시아의 의미는 부각되지 못하였고, 냉전시기 미-소 대립 구도의 틈바구니 속에서 아시아 제국(諸國)은 진영논리에 따라 줄서기를 하거나 비동맹의 깃발 아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등 지리멸렬한 가운데 아시아를 하나로 인식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표 1> 세계 지역들 통계

  국가 수 총 면적

(백만 km2)

총 인구수

(백만 명)

명목 GDP

(US Billion$)

PPP GDP

(Billion $)

비율 비율 비율 비율 비율
유럽 43 21% 23,049.45 17% 746.84 10% 21,614 26% 30,359 23%
북미 23 11% 22,524.26 17% 583.05 8% 24,981 30% 26,833 20%
남미 12 6% 17,706.25 13% 426.91 6% 1,634 2% 6,488 5%
오세아니아 18 9% 8,489.57 6% 41.50 1% 1,646 2% 1,601 1%
아프리카 55 27% 28,836.23 22% 1,214.40 16% 2,763 3% 6,477 5%
아시아 51 25% 31,954.66 24% 4,601.37 60% 31,793 38% 60,155 46%
전체 202 132,560.42 7,614.06 84,431 131,913

새로운 아시아(New Asia)’를 상상하다

탈냉전 이후 세계 질서의 변동은 주권적 국민국가 중심의 체제를 넘어선 세계화와 지역화라는 새로운 변화의 동인을 강화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아시아를 하나의 지역으로 인식하고 정의하기 위한 주장과 지리적 인접성에 기초한 ‘자연경제구역’(Natural Economic Territory)과 같은 역사적 상호작용의 패턴을 복원하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지역주의적 노력이 강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주-객의 관계로 보는 사고는 점차 변화해 갔다. 이런 변화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따른 서구적 인식의 변화로부터 촉발되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에 의한 근대화의 성공신화는 유럽인들의 아시아 인식을 더욱 빠르게 변화시켰으며, 나아가 아시아인의 아시아 인식 또한 변화시켰다. 오래된 아시아는 주체적 근대화를 이룰 수 없는 수동적 존재로 간주되었다면, 새로운 아시아는 그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어쩌면 서구적 근대화를 넘어설 수도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유럽의 선진적인 근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사회적 관계 및 제도와 그 기저에 깔려 있는 문화적 유산의 등가물을 다양한 경로의 “아시아적 발전모델”과 그것의 기저에 놓인 “아시아적 전통이나 가치”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아시아 국가들의 개별적 이슈로 취급되어 왔을 뿐, 아시아를 하나로 상상하는 원천이 되지는 못했다. 사실 기존 아시아에 대한 연구는 교류사나 개별 국가사에 치중되어 있었으며, 아시아 지역 전체를 다룬 지역사에 대한 본격적 연구는 거의 없다. 그나마 개별 국가사 연구도 서구와의 관계사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아시아의 자기 인식에 대한 반성은 이후 다양한 학술적 시도로 표출되었다. 예컨대 대만의 첸콴싱(Chen Kwan Hsing) 등이 주장하는 “방법으로서의 아시아(Asia as Method)”는 탈제국주의, 탈식민주의, 탈냉전의 과제를 강조하는데, 결국 아시아적 가치에 의존하는 범아시아주의 담론을 소환하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탈냉전 이후 30년여 간 지구화와 지역화가 빚어낸 변화 가운데 있는 아시아주의의 성과를 구체적 포착하는데 크게 성공적이지는 못하다.

21세기 들어 새로운 아시아를 연구할 수 있는 변화된 환경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지구화가 추동해 온 변화의 유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화의 신화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지구전환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양면적 상황 속에서 아시아가 상호 연결되고 있는 현실 가운데 배태되었다. 방법론적 국가주의를 넘어 지구사 속에서 아시아를 재규정하고자하는 노력도 시도되고 있으며, 동시에 강화되고 있는 지역주의적 컨텍스트 속에서 아시아를 자리매김할 필요성은 더욱 커가고 있다. 특히 고무적인 점은 아시아인들에 의한 아시아를 정의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그동안 축적해 온 아시아 근대화의 경험을 “하나의 아시아(One Asia)”를 상상하는 기반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경섭은 이를 ‘세계화로서의 아시아의 아시아화’ 현상으로 주목하면서,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상호관계와 역사적 거시적 맥락에서의 공통성이 부각되고 있는 흐름은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정치·군사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제·사회·문화적 차원의 유기적 통합을 촉진하면서 유럽에 견줄 수 있는 아시아가 형성되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아시아에서도 하나의 아시아를 구성해 가는 내적 동력이 축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그랬듯이 이제 아시아인들에 의한 “새로운 아시아”(New Asia)의 ‘발명’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표 2> 아시아 지역들 통계

  국가 수 총 면적

(백만 km2)

총 인구수

(백만 명)

명목 GDP

(US Billion $)

PPP GDP

(Billion $)

비율 비율 비율 비율 비율
동(북)아시아 6 12% 11,800.03 37% 1,672.61 36% 21,022 66% 31,0854 52%
동남아시아 11 22% 4,501.16 14% 662.01 14% 3,175 10% 8,479 14%
남아시아 9 18% 6,764.03 21% 1,918.21 42% 4,046 13% 13,005 22%
중앙아시아 5 10% 4,004.52 13% 73.21 2% 297 1% 912 2%
서아시아 18 37% 4,884.93 15% 275.32 6% 3,253 10% 6,673 11%
전체 49 31,954.66 4,601.37 31,793 60,154

메가아시아(Mega-Asia)’인가?

최근 들어 ‘아시아’를 메가 지역으로 포지셔닝하는 담론적 실천이 늘어가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만한 물적인 교류와 실천이 증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세계의 공장이면서 세계의 소비지로서의 아시아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G2로서 중국이 부상하고 미-중 전략경쟁이 고조되면서 그 주된 경쟁지로서 아시아가 주목받게 되었고,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또한 유럽, 북미, 동아시아라는 세계 경제의 3대 축을 중심으로 지구적 세력 배분을 논의하던 시각은 최근 축 사이의 연결에 주목하는 시각으로 대체되고 있음에도 주목해야 한다. 북미 축과 유럽 축을 연결하는 대서양 연대는 이미 그 역사가 오래며 안정적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진력하는 북미-동아시아 축의 연결 노력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TPP) 등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가 추진 중인 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려는 노력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전략 등으로 나타나면서 서로 각축하고 있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전략에 대한 견제의 성격과 더불어 아·태 구상의 확장된 버전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강대국 중심의 구상과 각축에 대하여 아시아의 각국들은 개별 국가의 이익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지역들이 지닌 구도에 따라 신중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유럽 또한 이 과정에 대해 관망세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신대륙주의와 신해양주의적 동학이 만들어낼 아시아의 미래와 관련하여 특히 “중국 중심성”에 의해 규정될 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아시아 내부에서도 심심치 않게 표출되고 있다. 탈제국주의, 탈식민주의, 탈냉전의 21세기적 전략은 미국의 영향력을 아시아로부터 덜어내는 전략이며, 그것이 성공적이 되었을 때에 그 빈자리를 메우게 될 중국이 중심이 된 아시아의 미래는 또 다른 의미에서 분열적일 수 있다. 아시아를 분열시키고 고립시켰던 기존 서구의 전략으로부터 탈피와 극복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표 2>에서 보듯이, 아시아 내 압도적 영향력을 지닌 중국 일방주의에 기초한 아시아 질서의 재편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고 아시아 보편의 공영의 전략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필요와 관련하여 변화하는 아시아 안팎의 상황 속에서 아시아 내의 다양한 주체들의 상호작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틀로서 아시아를 메가 지역으로 조망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거대지역으로서의 새로운 아시아는 상이하면서도 공통의 역사적 경험을 가진, “여럿이면서 동시에 하나인 지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를 권역 단위라는 ‘부분’ 또는 그 합으로 파악하는 시각을 넘어 ‘메가아시아’, 즉 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설정하여 개념적이며 현상적으로 규명하는 시각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메가아시아(Mega-Asia)”아시아들(Asias)

메가아시아란 아시아 내 존재하는 다양한 지역들(regions)이 신대륙주의 및 신지역주의와 같은 지구적 및 지역적 동학에 의해 서로 연결됨으로써 구성되는 거대한 상호작용의 네트워크라고 정의될 수 있다. 두아라(P. Duara)는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예에서 보듯이 역사적으로 아시아는 네트워크 지역이었음을 강조한다. 이 네트워크화 된 메가지역은 제국에 의해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파괴되기도 했다.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연결들은 “네트워크화 된 지역(networked region)”을 구성해 왔으며, 네트워크화 된 지역은 제국의 힘이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지역들의 연결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 혹자는 메가아시아는 실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아직 상상의 단계 또는 담론의 수준에서 시험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층적인 네트워크에 의해 연결된 이 거대한 아시아적 구조는 통합된 유럽과는 다른 방식으로 형성되고 있는 아시아의 메가지역으로 이미 출현한 실체로 보아야 한다.

<그림 1> 아시아의 지역들

<그림 1>에서 보듯이 메가지역으로서 아시아는 몇 개의 지역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서구와 미국, 그리고 러시아에 의해 구획되어진 아시아의 대표적 지역들로는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그리고 동북아시아가 있다. 서방 세력의 전략적이며 상업적 이해에 따라 구획되어진 “아시아들(Asias)”은 새로운 방식으로 자기를 재규정하고, 서로 연결하고, 새로운 아시아를 구성해 나가고 있다. 19~20세기에 아시아를 서구와의 대칭적 개념으로 설정하여 타자, 객체, 타지역 등을 중심으로 설명해 온 인식틀은 주-객의 관계를 상정했지만, 이제 이러한 주-객의 구분과 그 관계 맺기의 양식이 바뀌고 있다. 아시아인들은 서구적 개념으로서의 ‘지역’과 그 명칭을 수용하였지만, 주체적으로 그것을 새롭게 규정하기 시작했다. 최근 아시아 여러 지역들의 변화는 ‘아시아들’이 하나의 지역으로서의 지역격(regionhood)을 획득하는 수준을 넘어 그 지역성(regionness)을 고도화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이뤄진 지역주의의 경험은 동남아시아에서 멈추지 않고, 과거의 아시아에서 그랬듯이 동남아와 동북아를 연결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그리고 서아시아를 연결하고 있다. 그리고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가 서로 연결되고 있다. 아시아의 지역들이 서로 연결되어 구축되어가는 메가아시아가 현실 속에서 작동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이런 간지역적(inter-regional) 내지 초지역적(trans-regional) 연결에서 발견된다.

결국 21세기 아시아에서 중요한 변화의 핵은 기존 역사적 경험과 범아시아적 인식을 기반으로 아시아가 지구화와 지역주의의 결과 추동된 동력에 의하여 하나의 거대한 전체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연결되고 구성되어 가는 아시아가 바로 메가아시아로서 아시아의 미래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역사적 혜안은 과거를 반추하기보다 역사적 미래 구상을 상대화하는 역사적 예측을 통해 포착해야 한다는 코젤렉(R. Koselleck)의 조언이 새롭게 다가온다. ‘지역’으로서의 아시아 또는 지역적 상호작용 및 그 결과로 형성되는 실천적이며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아시아를 탐구 할 때, 우리는 “메가지역으로서의 아시아”에 주목해야만 그 변화의 실체와 미래적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 아시아의 지역적 상호 작용, 집합 및 관계를 국가적, 초국가적, 지구적 컨텍스트 속에서 재구성하고 고찰해 봄으로써 아시아 지역주의가 추동하고 있는 메가아시아의 미래가 무엇인가를 상상해야 한다. 따라서 메가아시아는 현재적(분석)이면서 미래지향적(실천)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메가아시아 연구는 “부상하는 메가아시아(emerging Mega-Asia)”를 개념화하고 이론화함으로써 그 존재의 인식적 기반을 탐구하는 작업과 함께 이 과정을 가속화하고 아시아인들에 의한 아시아의 공생적 구조를 구현해 나가는 실천적 전략과 정책을 구체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1) 일반적으로 ‘지역’이란 소속감, 동질성 및 정체성을 바탕으로 사회적·역사적 과정과 실천(social practices)을 통하여 형성된 ‘운명공동체’ 같은 존재로 이해된다. 지역이 형성은 크게 “담론적 실천”에 의해 용어가 확산·공유되는 과정과 더불어 그것을 구성해 나가는 주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제도화” 과정에 의해 결정된다. 이때 지역이 지니는 단위로서의 응결성을 지역성(regionness)이라 부르는데, 아시아의 지역성은 유럽의 그것에 비해 낮은 수준에 있다고 이해된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1권 15호 (2021년 6월 14일)

Tag:아시아, 메가아시아, 네트워크화된지역, 지역화, 지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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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신범식(sbsrus@snu.ac.kr)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아시아연구소 부소장
(전)동북아시대위원회 연구위원, (현)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저서: 『21세기 유라시아 도전과 국제관계』, 한울, 2006
『유라시아의 심장 다시 뛰다』, 진인진, 2017

발행처: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 발행인: 박수진
편집위원장: 김용호 편집위원: 이명무, 정다정 객원편집위원: 김윤호 편집간사: 최윤빈 편집조교: 민보미, 이담, 정민기 디자인: 박종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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