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한겨례] 독방 갇힌 ‘히잡 의문사’ 보도 기자…“그녀는 늘 여성 편에 섰다”2022-10-24 14:11
작성자 Level 10

[테헤란의 사자들] ④의문사 최초 보도한 기자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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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마흐사 아마니의 죽음을 최초로 알린 기자 닐루파 하메디는 지난 6월에도 가족과 공원에 갔다가 지도 순찰대의 총을 맞은 한 여성의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그는 이 기사로 올해의 기자상을 받았다. 피루지 제공


9월 16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붙잡힌 22살 마흐사 아미니가 사망했다. 아미니의 진료기록을 본 의사들이 구타를 당해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란 여성들은 분노했다. 다음날부터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는 이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시위는 한 달째로 접어들었다. 그 사이 사망자는 2백명을 넘어섰고, 중고등학생부터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경험한 세대까지 거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왜 용맹한 사자처럼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가. 이란 청년 세대를 연구해온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가 시위 참여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거리에 나선 ‘테헤란 사자들’이 답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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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가 일어나자마자 시위 관련 게시물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쏟아내기 시작한 피루지(가명)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한국 관련 게시물을 자주 올려 내 눈길을 끌어온 30대 이란 여성이다. 왜 이란 사회가 이렇게 분노하는지, 또 이란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는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피루지는 닐루파 하메디에 대해서 꼭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9월16일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최초로 알린 이란의 개혁 성향 일간지 <샤르크>(Sharq daily) 기자 하메디가 학창 시절 만난 친한 친구라고 했다. 하메디는 체포돼 교도소에 갇혀 있다. 이 용기있는 기자가 아니었더라면, 지금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이란 시민들의 봉기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닐루파 (하메디)는 기자로서의 일은 물론이고, 자연과 스포츠, 여행을 좋아하는 긍정적인 친구입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활기찬 사람이죠. 등반을 좋아해서, 이란의 최고봉인 다마반드 산을 정복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자연 환경과 보존을 늘 고민하는 친구이고요.”

테헤란국립대에서 스포츠 과학을 전공한 하메디는 스포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초기에는 여성 운동 선수들이 겪는 성차별 등을 집중 보도했고 그후 여성 인권으로 관심사가 넓어졌다. 아프간 전쟁 난민, 성폭력, 가정 폭력, 그리고 빈민가 주택문제 등 이란 내 가장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는 힘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 관한 기사를 썼다.

지난 6월에는 가족과 공원에 갔다가 지도 순찰대의 총을 맞은 한 여성의 사건을 보도했는데, 이 기사에서 지도 순찰대의 과격한 활동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메디는 이 기사로 올해의 기자상을 받았지만 동시에 이란 정보국으로부터 경고도 받았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아미니의 의문사를 용감하게 알렸다.

하메디는 지난 9월16일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아미니의 부모가 서로 껴안고 울고 있는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혼수상태로 누운 딸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의 모습이 이란 사회를 뒤흔들었다. 지난 9월25일 하메디는 정보국 요원들에 의해 모든 전자기기를 압수당하고 트위터 계정 역시 삭제됐다. 그리고 이란의 정치범이 주로 수용되는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의 독방에 감금됐다. 에빈 교도소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전후 정치범이 수용돼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은 곳이다.

“닐루파 (하메디)는 정직하고 용감한 여성이에요. 그녀는 늘 여성들의 편에 서 있었죠. 체포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나 충격이었죠. 닐루파 (하메디)가 왜 감옥에 가야하나요?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기자라는 직업에 충실했을 뿐인데요?”

피루지와 하메디의 가족은 그녀가 감옥에서 어떤 압박과 고초를 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그의 안위를 애타게 걱정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하지 못하면 친구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고 피루지는 말했다. 그가 이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닐루파 (하메디)가 석방된다면 당당하게 이야기 하고 싶어요. 네가 감옥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동안 우리도 너의 자유를 위해 잠시도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날이 곧 오겠죠?”

연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닐루파는 10월22일, 오늘 에빈 교도소의 독방에서 서른 한 번째 생일을 맞는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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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루파 하메디 기자가 남편과 함께 산을 등반하는 모습. 피루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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