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아시아: 인도

김태형 (숭실대학교)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인도의 모디 총리는 트럼프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다. 트럼프 1기 시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양국은 2기 트럼프와 3기 모디 시대에 두 지도자 간 브로맨스를 강화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디 정부로서는 무역, 취업비자 등 일부 분야에서 어느 정도 타격을 각오해야 하겠지만 대중 견제, 러시아와의 친밀한 관계, 파키스탄 고립 등 대부분의 주요 전략적 이해관계에 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에 트럼프의 귀환을 적극 환영하고 양국 관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대한 기대감으로 양국 관계 증진에 노력할 것으로 사료된다.

<사진 1> “Namaste Trump”: 2020년 2월 트럼프의 Ahmedabad 방문
출처: Flickr 저자: MEAphotogallery (https://flic.kr/p/2ixvPNP)

전세계가 마음 졸이며 지켜봤던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후보가 민주당의 캐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에 압승을 거두며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였다. 이미 2017-2020년 동안 트럼프 1기 동안에 경제,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혹독한 경험을 했던 많은 국가들은 트럼프 2기의 출범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트럼프의 재등장을 우려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국가는 이를 환영하기도 한다. 모디(Narandra Modi) 총리가 이끄는 인도도 트럼프를 환영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모디 총리는 선거 결과가 공표된 직후 “my friend”라는 표현을 쓰며 트럼프의 재선을 축하하였다. 인도 정부는 왜 트럼프의 귀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가?

최근 인도와 미국 간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부상과 공세적 행동을 견제하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미국에게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인도양 지역의 중앙에 위치하여 중국이 범정부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해양 일대일로를 견제할 수 있는 인도는 최적의 파트너인 것이다. 냉전 시기 인도의 비동맹 외교정책으로 소원했던 관계가 탈냉전기 인도의 개방적 시장경제 추진과 서방과의 관계 개선으로 가까워졌고 최근에는 지정학적, 전략적 필요에 의해 더욱 가까워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에게 여전히 핵심적인 전략지역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인-태전략 추진을 위해서도 인도와의 협력과 공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회담) 출범 초기에 가장 약한 고리로 여겨졌던 인도가 최근 더욱 적극적으로 다방면에 걸쳐 연계의 강도를 높이면서 양국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더욱 증대되었다. 그렇기에 인도는 외무장관 자이샹카르(Jaishakar)가 말한 것처럼 이번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건 인도-미국 간 협력관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을 인도에서는 더욱 반기는데 1기 트럼프 행정부 때의 인도-미국 관계를 살펴보면 인도의 이러한 환영의 이유에 대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인도가 중시하는 쿼드와 미국의 인-태전략은 모두 트럼프 1기 때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정책적으로 강하게 표출되어 인도의 이해와 공명하였고 트럼프의 중국상품에 대한 높은 관세부과도 인도의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또한 힌두 민족주의를 강하게 주창하며 스트롱맨적인 경향을 보이던 모디 총리에 대해 트럼프는 오히려 공감과 응원을 표시하였다. 중국과의 깊어지는 협력, 테러리즘 퇴치 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이웃이자 숙적 파키스탄이 트럼프 행정부의 눈 밖에 나게 된 것도 인도에게는 호재였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인-태전략과 쿼드는 더욱 정교하게 추진되었고 인도와의 동반자 관계도 심화되었다. 2022년에는 인도-미국 핵심 첨단 기술 이니셔티브(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iCET)가 출범하여 AI, 양자역학, 반도체 칩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양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고, 공군기 엔진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것을 합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도와 바이든-해리스의 미국 간 갈등관계도 상당히 깊어졌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인도와 러시아 간의 끈끈한 관계 지속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 주도하에 서구세계는 러시아를 비난하고 우크라이나를 군사, 경제적으로 지원하며 러시아를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 하였다. 하지만 쿼드 멤버인 인도는 2023-24 회계연도에 러시아로부터 1,400억 달러의 원유를 수입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삼가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효과를 무력화하는 등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다. 미국과 서방 견제의 성격이 강하고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BRICS나 상하이 협력기구(SCO)에서 인도의 적극적인 활동도 미국을 불쾌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또한 “World’s largest democracy(세계 최대의 민주주의)”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모디 정부 하에서 더욱 심해진 권위주의 경향은 인도 민주주의 지표를 상당히 하락시켜 바이든 행정부의 규칙기반질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경쟁 추진을 힘빠지게 만들었다. 특히 최근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일부 시크교 지도자들의 캐나다에서의 암살과 미국 내 암살 시도에 인도 정보부가 연루되어 있다는 보도에 동조하며 인도 정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시선은 모디 정부를 분노케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국과의 갈등 요인을 상당히 완화시켜 모디 3기의 인도와 트럼프 2기의 미국을 대단히 가깝게 할 수 있다. 먼저 트럼프가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공언한 러-우 전쟁의 경우 미국이 무기 지원 중단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여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휴전을 강요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입장과 국제사회의 분노와 상관없이 인도 입장에서는 전쟁의 종결을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러-우 간 균형외교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중동전쟁의 경우에도 이스라엘에 강력한 힘을 실어줄 트럼프가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전쟁을 어느 정도 종결시킬 경우 역대 인도 정부와 달리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쳐 온 모디 정부에게 희소식이 된다. 더구나 잠시 중단되었던 I2 U2(India, Israel, USA, United Arab Emirates)도 재추진하여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고, 2023년 9월 인도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발표되어 의욕적으로 추진되었다가 전쟁으로 흐지부지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 IMEC)도 다시금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민주주의 가치나 인권에 별 관심 없는 트럼프가 인도의 민주주의 하락이나 무슬림들에 대한 차별, 인권침해에 항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에 모디 정부의 강경 힌두 민족주의 정책도 거리낌 없이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파키스탄에 대하여 고립시키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에 인도 정부는 다시 들어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많은 기대를 걸 수 있다.

그러나 양국 간 관계가 장밋빛만인 것은 아니다. 인도 정부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려할 수밖에 없는 분야는 바로 무역이다. 트럼프 1기 시절 미국 정부가 2.3%의 관세를 올림으로써 인도산 철강재 수출이 46% 하락하였고, 개도국에 부여하는 일반특혜관세제도(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s)를 2019년에 취소하여 인도는 56억 달러 상당의 수출 감소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2018-2022년 동안 인도의 대미 수출은 44% 증가하였고 미국의 대인도 무역적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그림1 참조). 트럼프는 모든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관세를 20% 이상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특히 인도에 대해서는 ‘관세 남용자(tariff abuser)’라고 불렀기에 이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현재 미국이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인 인도 경제에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바이든에 비하여 미국의 첨단기술 공유에 인색할 수도 있다.

<그림 1> 미국과 인도의 무역 거래
자료: TradeImeX

그리고 이민자에 대한 혐오와 배격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단기취업비자(H1-B) 발급 제한도 IT 분야 인력의 미국 상주가 중요한 인도 업체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트럼프는 이미 2020년에 해당 비자 발급을 급격히 축소함으로써 인도 IT업체에 큰 타격을 준 적이 있는 데다 최근 주요직 임명에서 이 분야 관련 장관, 고위 관료가 트럼프 측근 초강경파들로 채워지고 있기에 인도 정부는 미국 신정부의 이민자 정책을 근심스럽게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일부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2기 트럼프는 3기 모디와 브로맨스를 강화하고 미국-인도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디 정부로서는 무역, 취업비자 등 일부 분야에서 어느 정도 타격을 각오해야 할 수 있지만 대중 견제, 러시아와의 친밀한 관계, 파키스탄 고립 등 대부분의 주요 전략적 이해관계에 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에 트럼프의 귀환을 적극 환영하고 양국 관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기대감을 감추지 않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 의원은 공화당에서도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데다 최근 인도의 지위를 미국의 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격상하자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인 마이크 월츠(Mike Waltz) 하원 의원도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와의 군사협력 강화를 주창해 온 인물이라 모디 정부는 더욱 안도감을 느낄 만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 그리고 외교를 거래(transactional) 행위로 생각하는 성향을 감안하면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도의 과제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4권 32호 (2024년 11월 25일)

Tag: 모디와트럼프, 대중강경책, 스트롱맨브로맨스, 무역마찰, 러-우전쟁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Menon, Shivshankar (2020). “League of Nationalists: How Trump and Modi Refashioned the U.S.-Indian Relationship.” Foreign Affairs, August 11.
  • Pathi, Krutika and Sharma, Ashok (2024). “India’s Modi likely to find comfort in Trump’s return and a shared worldview.” AP, November 14.
  • Roche, Elizabeth. (2024). “India Confident of Managing Ties With Transactional Trump.” The Diplomat, November
  • Trigunayat, Anil and Kaushik, Sumit (2024). “Modi 3.0 and Trump 2.0: How the two will shape India-US relations.” The Indian Express, November 8.

저자소개

김태형(tkim2002@ssu.ac.kr)

현)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5년 한국 국제정치학회 회장전)

전) 한국 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 정치학회 연구위원장, 국방부 군비통제단 자문위원

주요 저서와 논문

『인도-파키스탄 분쟁의 이해: 신현실주의로 바라본 양국의 핵개발과 안보전략 변화』 (서강대학교 출판부, 2019).

“전략사령부 창설 어떻게 할 것인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략사령부 창설, 운용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과 함의.” 『국방연구』 67(3), 2024.

“인도의 ‘강대국’ 지향 외교와 힌두 민족주의 정책은 양립가능한가?” 『21세기 정치학회보』 34(1), 2024.

“글로벌 안정/불안정 역설의 심화: 인도-파키스탄 사례에서의 교훈과 과제.” 『국제정치논총』 64(1),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