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과 아프리카

김동석 (국립외교원)

올해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물리치고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전 세계는 트럼프의 귀환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프리카도 예외가 아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아프리카 외교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 1> 2022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출처: U.S. Department of State/Ben Solomon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아프리카를 상대적으로 홀대했으며, 대아프리카 정책은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 유입 억제를 주장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을 “shithole nations”라 칭하였다. 이 발언은 아프리카, 흑인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무슬림이 인구의 대다수인 소말리아, 수단, 리비아 출신 국민의 미국 입국 금지를 시행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차별 논란을 낳았다. 아프리카 홀대, 무시 논란 속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 견제 차원에서 아프리카로의 민간 투자 및 개발 협력 증진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였다. ‘번영 아프리카(Prosper Africa)’를 통해 아프리카에 투자하고자 하는 미국 기업들을 지원하였다. 국제개발금융공사(IDFC: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를 발족하여 아프리카 개발협력 프로젝트에 재정적 지원을 단행하였다. IDFC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되면서 100억 달러 이상의 대아프리카 투자 성과를 거두었다.

<그림 1> 미국의 대(對)아프리카 투자 지도
출처: Prosper Africa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때와는 달리 아프리카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제 무대에서 아프리카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이 트럼프 1기 시절보다 상승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의 대아프리카 외교는 1기 시절과 유사하게 ▲고립주의, ▲보호무역, ▲중국 견제, ▲기후변화 위기 부정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고립주의 측면에서 트럼프 2.0은 강력한 불법 이민 규제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으로 58,000명의 아프리카인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미국 입국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4배가 증가한 숫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통제 강화 및 불법 이민 단속 강화는 가난, 전쟁, 박해를 피해 미국 이주를 시도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수를 감소시킬 것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프리카의 분쟁 해결, 평화 구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아프리카 지역 안보 위기인 사헬 지역 폭력적 극단주의 무장활동, 수단 내전, 소말리아 내전 등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대신 아프리카에서 영향력 있는 국가인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앙골라, 남아공, 케냐, 르완다, 코트디부아르 등과 양자 협력 증진을 통한 역내 분쟁 해결, 평화 구축 지원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와는 달리 안보 협력 파트너 선정에 있어서 트럼프 2.0은 상대국의 인권 상황,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전망이다. 즉 트럼프 2기는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한 아프리카 권위주의 지도자들과의 협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조는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의 갱신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AGOA를 통해 남아공, 케냐를 비롯한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의 미국 수출이 증가하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는 2025년에 AGOA가 만료된다. 미국 우선주의 및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AGOA를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설사 AGOA를 존치시키더라도 혜택받는 아프리카 국가 조정, 관세 혜택 품목 조정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와 같은 범지역적 자유무역체제 지원 대신 아프리카 국가들과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추구하면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 확대를 시도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무역 거래 강조는 8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아프리카 원조의 일부 삭감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중국 강경책을 지향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프리카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1기 행정부 때 추진된 ‘번영 아프리카’ 및 ‘국제개발금융공사’와 같은 이니셔티브가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지부티 해군기지 건설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중국의 대아프리카 군사적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앙골라, 적도 기니, 남아공, 나이지리아, 케냐 등과 협력을 증진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친한 국가들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경제적, 정치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의 귀환은 전 세계 기후변화 위기 대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파리 협약을 재탈퇴하겠다고 공언하였으며, 화석연료 산업의 부흥을 외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심각한 가뭄, 홍수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의 기후변화 대처 리더십 축소가 자신들의 기후 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 에너지 산업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석유, 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나이지리아, 앙골라, 모잠비크, 알제리 등 자원 부국과의 관계를 증진할 전망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4권 34호 (2024년 11월 25일)

Tag: 트럼프 2기, 아프리카, 고립주의, 보호무역, 중국견제,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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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unter, Qaanitah (2024). “With Trump election win, Africa braces for US aid cuts, uncertainty.” Al Jazeera, November 9.https://www.aljazeera.com/
  • Chibelushi, Wedaeli (2024). “Trade, aid, security: What does Trump’s win mean for Africa?” BBC. November 7.https://www.bbc.com/
  • Hudson, Cameron. (2024). “What U.S. Elections Could Mean for Africa.” CSIS, October 8.https://www.csis.org/

저자소개

김동석(dskim21@mofa.go.kr)

현)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 부교수

주요 저서와 논문

“How Does Foreign Support Account for Severity of Civil Conflict? Focusing on Intervening States’ Characteristics.” (공저), 『평화연구』가을호, 2024.

“나일강 물 분쟁: 갈등과 협력의 기로.” (공저), 『한국아프리카학회지』 65, 2022.

“서아프리카 지역 군사 쿠데타 고찰: 말리, 기니를 중심으로.” 『담론201』 25(2), 2022.

“Coup, Riot, War: How Political Institutions and Ethnic Politics Shape Dominant Forms of Conflict?” (Choi et al.), Terrorism and Political Violence 30(4),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