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동아시아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 밖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정부는 경제 우선 정책과 더불어 선택적 대외 개입 외교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중 전략 경쟁과 동아시아의 외교 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과 북미 관계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2기의 정책 불확실성은 세계 경제와 국제 정치 질서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가 의미하는 것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초박빙 선거라는 예측과 달리 7개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하였고, 2020년에 비해 약 90%의 카운티에서 득표율이 상승했다. 뉴욕과 뉴저지와 같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도 득표율이 상승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히스패닉 유권자층의 공화당 지지도 확대되었다. 흑인 유권자들은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지지율은 하락하였다. 흑인 남성과 농촌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증가했다. 이번 트럼프의 재선은 1892년 이후 최초로 비연속적 임기를 수행하는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트럼프의 승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양한 입법 성과와 경제성장, 실업률 저하 등 성과를 이루었으나, 유권자들은 이를 평가하지 않았다. 특히 인플레이션의 증가와 국경 관리 실패, 이민 문제 등에 관한 비판은 두드러졌다.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은 뒤늦은 등판에도 불구하고 선거 운동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바이든 행정부와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거 의제를 선점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정치 의제를 주도하는 소위 ‘의제의 트럼프화’ 현상을 이끌었다. 민주당의 선거 의제 중 상당수는 트럼프의 문제 제기에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이민 정책, 관세 인상, 세금 감면,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 확대, 그리고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등 주도적 의제들보다는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는 공화당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민주당의 문화 의제들은 유권자층의 저변 확대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는 트럼프 개인에 대한 비판과 사법 리스크가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더 큰 질문은 이번 대선의 결과가 미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심화된 국내 정치 경제 문제의 표출 때문인지에 대한 것이다. 1980년대 전후 시작된 신자유주의 개혁 이후 미국 자본의 힘은 중산층과 노동자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어 미국 상위 1%의 자산은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구화의 추세 속에서 미국의 자본은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해외 진출과 해외 직접투자를 강화했다. 국내 제조업이 몰락하고 중산층이 약화되는 국내문제는 악화하였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불평등은 해소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계속 활용했다. 민주당이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한 것은 아니지만 점점 더 많은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해법에 만족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퓰리즘적 민족주의로 유권자들을 선동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미국의 문제가 깊고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
트럼프 2기 미국 정치경제와 세계경제의 향방
공화당은 상원에서 다수당이 되었고 하원에서도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의 지지를 받아 막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약 1,2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대규모로 추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 이상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2020년 1월 6일 폭동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지지자들을 사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부와 연방 행정부의 고위직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기존의 핵심 관료층을 약화시키기 위해 정보기관 및 고위 공무원들을 교체할 계획이며, 사법부의 법관 임명 역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 특히 경제 정책이 애초에 달성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세금 감면, 규제 완화, 그리고 관세 인상으로 이루어진 경제 정책은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경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재정 적자는 GDP의 약 6%에 달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세금 감면 정책이 시행될 경우 2035년까지 12%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장기적으로 재정 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 금리 상승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관세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실질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GDP 성장률 둔화와 함께 세계 경제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민 규제 정책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건설업, 농업, 서비스업 등에서 이민자 규제가 강화되면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은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자기모순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 내 소비 위축 효과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글로벌 경제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미래 세계정세와 동아시아
트럼프 1기 정부와 바이든 정부는 모두 미국의 대외전략을 국내 정치 경제의 문제 속에서 중산층 부활과 제조업 강화, 성장률 증가를 위한 대외전략이라고 정의해왔다. 이를 위해 바이든 정부는 장기적으로 미국 패권의 부활을 추진하고, 단기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했다.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을 중시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국익을 앞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 정부는 대외전략의 일관성, 패권의 부활과 같은 외교 전략의 전망보다 미국 경제의 부활을 최우선에 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군사안보 분야에서 일관성이 약화되거나 예측성이 상실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에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약속한 바 있다. 중동 분쟁의 미래에 대해서는 명확한 밑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적응하면서 거래적 이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다. 벌써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의 강력한 리더십을 칭찬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리한 협상 조건을 확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의 지지 아래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더 큰 재량권을 확보하려는 기대를 품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압박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긴급회의를 열어 새로운 안보 전략을 논의했으며,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리더십을 추진하는 비자유주의적 패권(illiberal hegemony) 전략을 추진할지, 오직 국익만을 추진하는 고립주의 전략을 펼지가 핵심 질문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핵심은 미중 전략 경쟁의 향방이다. 중국은 단기적으로 대중 경제 압박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기회요인도 없지 않다고 볼 것이다. 서방 동맹국들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 간의 경제적 분열을 초래하여 중국이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희생을 대가로 전쟁을 조속히 종식시킨다면, 동맹국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동맹국들은 더 이상 미국의 안보 공약을 신뢰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대만의 중요성을 폄하하면서도, 동시에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군사 지원을 강화했다. 이는 중국 지도부에게 큰 혼란을 주는 요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일방주의를 고수하고 탈퇴를 선언할 경우, 중국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협력에서 미국이 이탈할 경우 중국은 탈탄소화 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도 불안 요소이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은 핵심 인사들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경제 정책에서는 트럼프의 노선이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만,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주요 정책 결정자들의 성향이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1기 행정부의 인사를 보면, 무조건적 충성파, 이념적 인사들, 그리고 전통적인 공화당 인사들로 3분될 수 있다. 향후 전통적인 공화당 노선을 고수하는 인사들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으나, 충성파의 등용도 주시해야 할 바이다. 이미 경험한 바 있지만 트럼프 2기의 불가예측성이 많은 국가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Tag: 트럼프, 미국대선, 동아시아, 미국우선주의, 미중전략경쟁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Acemoglu, Daron (2024). “The Trump Shock Is the Democrats’ Fault.” Project Syndicate, November 12.
https://www.project-syndicate.org/ - Drezner, Daniel W. (2024). “The End of American Exceptionalism: Trump’s Reelection Will Redefine U.S. Power.” Foreign Affairs, November 12.
https://www.foreignaffairs.com/ - The Economist (2024). “The return of Trumponomics excites markets but frightens the world.” The Economist, November 6.
https://www.economist.com/
저자소개
전재성(cschun@snu.ac.kr)
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센터 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전)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장,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주요 저서와 논문>
『동북아 국제정치이론: 불완전주권국가들의 국제정치』 (한울, 2020).
『주권과 국제정치: 근대주권국가체제의 제국적 성격』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북미관계의 권역이론적 분석을 위한 시론.” 『한국과 국제정치』 40(1),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