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하원 총선 전망과 총선 후 경제정책의 향방
21세기 세계는 급격한 변화와 새로운 질서의 형성 속에 있다. 기존 강대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새롭게 떠오르는 국가들이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도는 빠른 경제 성장, 거대한 인구,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 확립된 민주주의 체제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인도는 임기 5년의 연방하원 의원 543명을 뽑는 총선을 4월 19일부터 6주 동안 실시하고, 결과를 6월 4일 발표한다. 이에 인도 하원 총선을 전망하고, 총선 이후 경제정책, 국제사회 및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였다.
떠오르는 글로벌 강국, 인도
인도는 7.0%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50년에는 세계 GDP 2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계 5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며, 국제사회에서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중심국, G20, 쿼드(QUAD), BRICS의 회원국으로서 중요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유엔인구기금의 2023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인도는 14억 2,86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도 넓게 존재하여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해상 교역로와 유라시아 대륙 중앙에 자리 잡은 인도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재외 인도인(NRI)이 약 3,00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넓게 퍼져 있는 인도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인도는 확립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내정 운영을 자랑하며, 독립 이후 군사 쿠데타가 없었다는 사실로 그 정치적 안정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인도가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 경제 현황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리더십 하에 인도는 다양한 경제 이니셔티브를 통해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클린 인디아 (Clean India) 등이 포함된다. 주요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투자 촉진책으로 통신기기, 자동차, 응용화학전지 등 주요 분야에 대한 생산연동형 우대정책(PLI)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포괄적인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사회기반시설 정비를 위해 국가 마스터플랜 ‘가티 샤크티(Gati Shakti)’를 발표하여 인프라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 국가 잠정 예산안을 보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2024년에도 활발한 소비와 민간투자 유발, PLI 제도를 통한 투자 본격화로 높은 성장률 유지가 예상된다. 그러나 리스크 요인으로 엘니뇨 현상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고금리 장기화는 소비 확대에 제동을 걸 수 있다.
2024년 하원 총선 전망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 정부는 현재 인도를 통치하고 있으며, 하원 총선거는 5년마다 열린다. 역대 선거에서는 2014년에 인도국민당이 282석을 획득하여 제1당이 되었고, 2019년에는 303석을 확보하여 대승을 거두며 모디 총리가 재임하게 되었다. 연방하원 의원 543명을 뽑는 총선은 2024년 4월 19일부터 6주 동안 실시되며, 결과는 6월 4일 발표한다. 지역별로는 인도국민당이 기존 지지기반인 북부에서 우세하지만, 남부에서는 지역 정당들이 각 주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하원의원 구성(2023년 12월 기준). 전체 523석(과반수 270석)
여당 연합 국민민주주의연합(NDA) 323석
인도국민당(BJP) 290석 BJP 우호 정당 33석 야당 연합 인도국가개발포용연맹(INDIA) 138석 인도국민회의당(INC) 47석 기타 정당 91석 기타 (지역정당) 62석 |
양원제인 인도에서 2024년 2월 27일에 상원(간접선거) 245석 중 56석이 선출되었다. 41석은 무투표(지방의회 의원 수에 따른 비례대표제), 나머지 15석은 지방의회 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되었다. 15석 중 10석을 차지하는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주에서 여당인 인도국민당이 8석을 차지하는 등 예상보다 큰 승리를 거두면서 4~5월 하원 총선에서도 모디 정권을 지지하는 여당 인도국민당이 우세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더해 모디 현 총리의 높은 지지율도 인도국민당 인기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8월 실시한 India Today의 조사에 따르면, 차기 총리로 누가 적합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가 모디 총리를 꼽았다. 모디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3%가 ‘매우 훌륭하다’ 또는 ‘훌륭하다’라고 답했다. 긍정 평가요인으로 ‘코로나19 대응’과 ‘부패 척결’이 꼽혔다. 반면 ‘물가’, ‘실업률’, ‘경제성장’ 등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낮았으며,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4~5월 하원 총선에서 모디 총리의 3선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상원 선거와 2023년 11월의 대형 주의회 선거, 그리고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인 인도국민당의 우세가 강화되고 있다<그림 2>. 또한, India TV-CNX의 2024년 3월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인도국민당이 단독으로 절반을 넘는 335석을 얻으며, 인도국민당이 이끄는 국민민주주의연합(NDA)까지 포함하면 378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2014년과 2019년 총선과 같은 총선 후에 주가가 상승하는 ‘모디 웨이브(Mody Wave)’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그림 3>.
하원 총선 후 경제정책 전망
인도가 중국을 초월하는 경제 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앞으로 30년 동안의 정치 및 경제 정책에 달려 있다.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물가 안정, 고용 증대 그리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다. 모디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통해 국내 제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조업 확대를 통한 고용 기회 증가는 지역에 있는 풍부한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으며, 소득 증가는 가계 저축률을 높이고, 이는 다시 투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국내 생산 기반 강화와 수입 의존도 감소는 국내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며, 이러한 선순환은 인도의 잠재 성장률을 높일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인도는 2050년까지 생산연령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8년부터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 추세에 접어드는 중국과 비교했을 때, 젊은 인구의 두터움으로 인해 인구 보너스를 받기가 더 쉬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1인당 GDP를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 보너스를 누릴 수 있는 시기를 생산연령 인구가 부양 인구(0~14세와 65세 이상)의 약 2배가 되는 시기로 가정하면, 인도는 대략 2051년까지가 해당 시기가 된다. 인도가 향후 중국을 능가하는 경제 대국이 될지 여부는 앞으로 30년간 인도의 정치-경제 정책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와 한국에 주는 시사점
모디 정권은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발언권을 강화하고 탈중국의 접점으로서 해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등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기업 친화적 정책을 지향해 온 모디 총리의 3기 임기가 시작되면 투자를 기점으로 생산-고용-소비의 선순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3기 연임이 기대되는 모디 정부의 주요 과제는 종교, 지역, 카스트 간 대립을 넘어선 협력적 사회 구축,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재정 건전화 및 인플레이션 억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및 ‘메이크 포 월드(Make For World)’ 프로젝트의 성공적 실현 그리고 미국, 일본, 호주와의 협력 강화 및 러시아와의 전통적 관계 유지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역할 강화를 포함한 외교 정책 추진 등에 있다.
총선에서 모디 정권의 연임이 결정되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성장 잠재력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인도의 제조업과 공급망 관리는 한·인도 간 경제 협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경제의 주요 도전 과제 중 하나는 제조업의 발전이다. 중국 리스크를 줄이고, 생산 기반을 다양화하며, 시장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인도와의 제조업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조선, 자동차, 전자, 반도체, 차세대 통신 등 주요 산업은 인도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려는 분야와 일치한다. 인도는 제조업 발전 외에도 R&D, 기후 변화 대응, 에너지 자원 대체, 인프라 개발 등 다양한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인도는 ICT, 항공우주, 인공지능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미-중 경쟁 상황에서 인도는 한국의 첨단화를 지원하는 인프라 사업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 파트너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인도는 G3로 부상할 가능성, 민주주의 가치 공유,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 완화, 최근 강화되는 대미국 관계 등의 측면에서 접점을 가지고 있다.
인도는 2010~22년 누적 기준 한국의 20위 투자 대상국으로, 누적 투자액은 57억 4,400만 달러이다. 2022년 인도 수출은 188억 70만 달러 (한국기준 8위), 수입은 88억 97만 달러(한국기준 17위)이다. 한국산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이미 인도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성장 시장을 찾아 인도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한국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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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인도,총선,인도국민당,BJP,모디정부,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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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diatoday.in/
저자소개
이명무(leemm@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전) 홍익대학교 스마트도시과학경영대학원 교수, 한양사이버대학교 ITMBA 교수
김윤호(kic555@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