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갯벌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촌 곳곳이 기후위기로 만신창이가 됐다. 단순한 온도 상승을 넘어, 폭염, 폭우, 홍수, 가뭄, 초대형 산불과 같은 기후재앙으로 인간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서식지 파괴와 생물다양성 훼손은 자연 본연의 지지서비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 최근, 한반도는 가시적 열대화와 함께 연안 취약성이 커지면서 생물다양성 또한 위협받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해졌다. 이제 강력한 탄소흡수원인 갯벌에 주목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특급 구원투수로 등장한 세계자연유산 K-갯벌의 가치를 재조명하면서 그 활약상을 기대해본다.

<그림 1>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새로운 블루카본, 비식생 갯벌(강화도)
출처: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기후위기, 물러설 곳 없는 지구촌

‘기후위기’가 생각보다 더 심각해졌다. 올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승인한 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온난화가 예상보다 빠르고, 그 추세 또한 가속화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만약 이대로라면 2040년 전에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한다고 예측했다. 2014년의 5차 보고서 예측보다 무려 10년이나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6차 보고서의 예상 시나리오는 끔찍하다. 만약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3도 상승한다면, 2100년 기근 사망자 300만 명, 해안침수 피해인구 1억 7,000만 명이 발생하고, 그리고 지구상 생물 종 50%가 멸절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재앙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겨울왕국 캐나다는 기록적인 수은주 49.6도를 찍었다. 캐나다 서부 한 마을은 대형 산불로 마을 90%가 불에 탔다. 같은 해 북미대륙 서부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4개월간 지속됐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과 재산을 빼앗아 갔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가 폭염에 시달렸다. 특히, 올해는 기후 기록이 시작된 이후 가장 따뜻했던 여름이었다고 한다. 지난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한 달 반 넘게 지속된 사상 최악의 산불을 기록한 캐나다를 비롯하여 호주, 시베리아, 아마존 열대우림 등 전 세계 곳곳이 초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됐다. 최근 몇 년 한반도 여름도 특히 더웠고 역대급 폭염은 일상이 됐다.

기후재앙이 임계점을 넘기고 피해가 속출되면서 이제 인류 존속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만이 지금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기후변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농도가 더 증가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 즉 ‘넷-제로’ 대열에 전 세계가 동참하고 있다. 2019년 유럽연합을 필두로 세계 각국은 2050년 완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2020년 10월 전 세계에 탄소중립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제 2050 탄소중립 실현이 관건이다. 이론적으론 간단하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만큼 흡수하면 된다.

최근 주요국들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조정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중기목표로 2030 감축목표를 상향했다. 2021년 미국은 2005년 대비 최대 52% 감축목표를 상향 제시했고, 영국도 1990년 대비 78%로 목표를 일제히 상향했다. 아시아 국가의 노력도 엿보인다. 일본은 2013년 대비 26%에서 46%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중국도 2005년 대비 60% 이상 감축이라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8년도 대비 40%로, 타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탄소중립 특급 구원투수, 블루카본!

전 지구적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타 주요 선진국처럼 공격적인 탄소중립 목표 제시가 필요하다. 2021년 말 해양수산부가 ‘탄소 네거티브’를 천명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탄소흡수원도 주목을 받게 됐고, 올해 ‘블루카본’이 국가 추진전략으로 채택됐다. 블루카본은 바다가 흡수하는 탄소로 육상의 숲으로 대변되는 그린카본과 대비되는 말이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약 400억 톤으로 추산할 때, 그린카본은 약 110억 톤, 블루카본은 약 100억 톤을 흡수한다. 큰 차이는 없다. 산림에 저장되는 그린카본이 국토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염습지, 잘피림 등 블루카본 서식지는 그린카본의 0.1%에 불과함을 고려하면 블루카본의 가성비는 훨씬 크다. 즉 블루카본의 가성비는 면적 대비 탄소저장(흡수+침적) 효율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염습지는 해양퇴적물에 있는 모든 탄소 저장량의 50% 이상을, 잠재적으로 최대 70%까지 저장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블루카본의 탄소흡수 속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루카본의 탄소흡수 속도는 그린카본 대비 최대 50배 빠르다. 블루카본은 연간 최대 2억 3천만 톤의 탄소를 흡수하며, 육상과 비교해 영구 고정능력이 10배, 단위 면적당 고정량은 2~4배에 이른다.

여기서, IPCC에서 탄소감축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블루카본’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IPCC가 인정하는 블루카본은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 등 세 가지에 국한한다. 첫째, ‘맹그로브’는 연간 탄소흡수량이 침적량 기준 면적 1ha당 1.62t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블루카본이다. 아열대성 기후에서 바다의 고염 환경을 견디며 왕성하게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룬다. 특히 뿌리가 깊어 탄소를 퇴적물 깊숙이 반영구적으로 저장하는 훌륭한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아열대화가 더 진행되면 언젠가 맹그로브가 상륙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시기상조다.

두 번째 국제 공인 블루카본은 ‘염습지’다. 다행히 염습지는 2022년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흡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염습지란 염생식물 식생이 발달한 상부 조간대 갯벌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염습지는 일제 강점기 이후 간척과 매립으로 대부분 사라졌고, 현재 남아있는 면적이 전체 갯벌의 채 1~2%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탄소감축원으로서의 큰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 끝으로 ‘잘피림’도 있으나, 국내 서식지 면적이 역시 협소하고 탄소저장 기능이 얼마나 되는지 등 과학적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다만 2023년 인벤토리에는 포함됐으나 향후 확장 가능성은 낮다.

<그림 2> 블루카본 서식지별(염습지, 맹그로브, 비식생갯벌, 잘피) 탄소흡수율
출처: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왜 갯벌 블루카본이 중요한가?

탄소흡수량은 해당 서식지 면적과 탄소 흡수계수의 곱으로 산출한다. 따라서 흡수계수가 크더라도 서식지 면적이 적다면 흡수량이 적고, 블루카본으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탄소감축량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IPCC가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블루카본 중 염습지와 잘피림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현재 우리나라 염습지 및 잘피림의 면적은 수십 km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비식생 갯벌은 흡수계수가 맹그로브나 염습지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나, 해당 면적은 2,450 km2에 달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경우 탄소감축량도 크게 증가하게 된다. 즉 비식생 갯벌의 블루카본 국제 인증이 더 중요해졌다.

최근 우리 연구진은 비식생 갯벌이 가지는 탄소저장고로서의 가치, 즉 블루카본 기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국가 수준에서 우리나라 전체 갯벌을 대상으로 탄소흡수 역할과 그 기능을 규명한 세계 최초의 연구이다. 간략히 연구 내용을 소개하자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연안의 21개 지역 갯벌(강화도, 영종도, 시흥, 대부도, 화성, 가로림만, 근흥만, 오천, 비인, 선유도, 곰소만, 함평만, 신안, 압해도, 강진만, 득량만, 순천만, 여자만, 진해만, 낙동강 하구, 울진)을 대상으로 탄소저장량을 조사했다. 4년간 해당 지역의 300여 개 정점에서 채취한 해양퇴적물 내 총유기탄소량과 유기탄소 침적률을 분석한 것이다. 나아가 인공위성 원격탐사 기법을 적용, 전국 갯벌을 11,905개의 격자로 구분하고 퇴적상을 고려한 탄소흡수계수를 적용하여 전국 단위로 갯벌의 블루카본량을 산출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우리나라 갯벌이 약 4,8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26~48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침적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승용차 11~20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비식생 갯벌일지라도 탄소저장고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IPCC 등 국제사회에서 비식생 갯벌을 탄소감축원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IPCC로부터 국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국내 블루카본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비식생 갯벌이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먼저 등록돼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 한국 갯벌의 관리와 지속적인 보호 노력을 국제사회에 입증해야 한다. 이러한 선행조건이 갖춰져야 한국 정부가 IPCC에 비식생 갯벌에 대한 블루카본 인증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림 3> 비식생 갯벌의 연간 탄소흡수량 출처: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비식생 갯벌 블루카본의 과학적 메커니즘을 잠깐 설명하고자 한다. 비식생이라고 하지만 사실 갯벌 표층에는 수많은 저서미세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저서미세조류는 퇴적물 표층(수~수십 mm)에 서식하는 초미세(수십~수백 mm) 크기의 단세포 광합성 조류를 총칭한다. 갯벌에는 다양한 저서미세조류가 사는데, 대표적인 우점종은 바로 저서규조류다. K-갯벌의 경우 저서규조류의 생물다양성이(400종 이상) 매우 높고, 일차생산력 역시 세계적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즉, 수많은 갯벌 저서규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사후 갯벌 퇴적물에 묻혀 퇴적되면서 탄소를 격리하는 것이다. 특히 서해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규조류는 늦겨울부터 봄까지 폭발적인 생산이 이루어지므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해 준다. 또한 7000년의 역사를 가진 서해 갯벌 퇴적물에 차곡차곡 쌓여 저장됨으로써 탄소가 반영구적으로 저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훌륭한 탄소흡수원이자 탄소감축원으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블루카본의 대표 주자인 셈이다.

<그림 4> 갯벌 내 서식하는 저서미세조류 출처: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과학, 정책, 언론의 삼중주

현재 과학계에서는 비식생 갯벌을 비롯한 굴 패각, 대륙붕 저서 퇴적물, 해조류, 산호 등 다양한 블루카본 후보군에 대한 탄소흡수 메커니즘을 연구 중이다. 블루카본 후보군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되려면 무엇보다 국가 단위에서의 블루카본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그 자원을 관리하는 추가적인 노력이 제시돼야 한다. 블루카본 서식지에 대한 기초 생태계 조사는 물론 주변 해양환경 특성까지 체계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대상 블루카본 후보군의 탄소흡수와 탄소침적 메커니즘이 규명돼야 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논의중인 연안퇴적물의 경우 미국, 호주에 이어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국가 단위로 탄소저장량을 산출했다. 비식생 갯벌만 놓고 보면 세계 최초의 연구 결과다. 세계적으로 관심이 커진 블루카본 사이언스의 한 축을 우리나라 과학계가 리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해양환경 분야에서의 과학, 정책, 홍보(언론)는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각 부문에서의 노력과 성취는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소통과 연계가 부족했던 것 같다. 해양과학자는 바다 탐구에만 집중했고, 우리 바다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적었다. 과학자가 정책수립자에게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문제 해결책을 애써 제시하거나 설명하지 않았음도 반성해야 한다. 정책수립자도 바다의 이해보다는 과학연구의 우수성과 성과에만 관심이 컸다. 우수한 과학연구 결과를 사이언스나 네이처지에 싣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적 위주의 평가체계를 고집하는 공공기관의 평가체계도 개선돼야 한다. 과학자도 이제 정책 테이블에 나가서 우리 바다의 어디가, 얼마나, 왜 아픈지,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작금의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과학자와 정책수립자의 소통과 협력이 시급하다.

끝으로, 과학이 앞서나가더라도, 정책이 훌륭하더라도, 국민에게 다가서지 않는다면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언론의 관심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래세대, 우리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블루카본이 무엇인지, 탄소중립은 왜 해야 하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잘 설명해줘야 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우리의 훌륭한 세계자연유산인 한국의 갯벌이 블루카본으로서의 가치와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더 많이 알려야 한다. 이제 과학, 정책, 언론의 삼중주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3권 58호 (2023년 12월 18일)

Tag: 기후변화,탄소중립,블루카본,갯벌,저서미세조류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2023). “해양수산분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블루카본 추진전략」도 논의.” 보도자료.
  • 서울대학교 (2023).“한반도를 덮친 기후위기, 블루카본 갯벌에 주목해야할 이유?” 『서울대학교 샤로잡다』.
  • 해양수산부 (2021).“우리나라 갯벌, 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흡수.” 보도자료.
  • KBS (2022).“블루카본을 아시나요? 갯벌이 이산화탄소흡수.”『인사이드 경인』.
  • YTN (2021). “탄소중립, 지구의 마지막 1℃.” 『다큐 S프라임』.

저자소개

김종성 (jskocean@gmail.com)

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및 국가지원연구센터 블루카본사업단 단장·해양환경영향평가사업단 단장

 

주요 저서와 논문

『기후위기 해결사 바다』(매경춘추, 2023).
『K-갯벌의 가치』(매경춘추, 2023).
『블루카본의 보고, 우리 바다를 사수하라!』(현대해양, 2021).
『우리 갯벌, 소중한 자연유산이자 탄소중립 중요한 대안』(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1)
“The first national scale evaluation of organic carbon stocks and sequestration rates of coastal sediments along the West Sea, South Sea, and East Sea of South Korea.”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793,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