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 기후변화 어젠다와 회원국 확장의 함의
G20은 2023년 9월 인도에서 18차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기후변화를 2020년대에 우선적으로 협력할 위기로 지정하고, 아프리카연합(AU)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변화를 달성했다. 다른 한편, AU의 가입과 기후변화 대응의 긴급성을 이유로 G20 정상회의가 합의(consensus)보다 숫자 대결(numbers game)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G20 정상회의에 정치적 위기를 추가하는 것은 G20의 성과 달성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정당성을 감소시키는 것이므로, G20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점진적인 진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G20의 거버넌스 위상
2023년 9월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18차 G20 (Group of 20)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세계 20대 경제국들로 구성된 G20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시작했는데, 거시경제 조율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Great Depression)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기여하였다. 이 성과를 기반으로 G20은 2009년에 “세계경제 조율의 최상위체”(premier body for global economic coordination)로 격상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로서 G20은 구속력을 가진 결정을 내리는, 조약에 기반한 다자 국제기구는 아니다. G20은 글로벌 문제에 대해 국가들의 접근법을 조율하는 비형식적 협의체(informal consultative forum)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0 정상회의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것은 G20의 실효적 관련성(relevance)과 국제관계의 작동 방식 때문이다. G20은 세계 GDP의 80%, 무역의 75%, 인구의 70%를 차지한다. G20 국가들이 실질적인 이해상관자들(stakeholders)이기 때문에, G20 정상회의는 세계가 직면한 도전을 논의하기에 적절하고, 그의 결정이 실행되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과 결과를 통해 국제관계에서 작동하고 있는 원칙, 국제적 리더십, 국가들의 동맹과 분산 상태 등을 드러낸다. G20 정상회의의 작동은 국제관계 안정성의 바로미터(barometer)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는 15년 역사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2023년 G20 정상회의는 G20의 진화와 미래를 보여준다.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는 2020년대 G20 정상회의의 어젠다, 즉 글로벌 위기를 규정하고, 협력 방식으로서 다자적 포용을 달성하였다. 2020년대에 G20의 협력은 기후변화 대응에 집중할 것이고, 다자적 포용으로 정당성을 강화한다. G20의 다자적 포용이 기후변화 위기의 해결에서 효과성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제가 남았다.
2020년대의 글로벌 위기와 G20 정상회의
2008년에 G20 정상회의가 처음 개최되었을 때, G20이 다루어야 할 글로벌 위기는 금융·거시경제 위기였다. 글로벌 위기는 규모가 크지만 금융·통화와 거시경제 하나에 한정되었고, 금융위기가 실물 분야로 전이되어 경기가 침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해결 방안이었다. 그래서 G20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없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여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20년대에 G20 정상회의가 다루어야 할 위기는 2008년과 완전히 달라져 있다. 2020년대에 G20이 다루어야 할 위기는 거시경제, 보건, 환경이 복합되어 인류에 제기하는 위협이다. 구체적으로 G20 정상회의는 팬데믹, 기후변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3중 위기를 다루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지 3년이 경과한 현재 팬데믹의 긴급성은 낮아졌지만, 다시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다른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은 공급망 혼란, 통화팽창, 인플레이션을 수반했는데,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급속한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상태에서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통제가 거시경제의 우선적인 목표이고 통화긴축을 필요로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 충격에서 국가들의 회복이 상이하므로 집합적으로 통화를 긴축하는 조율이 쉽지 않다. 그리고 개도국들은 포스트-팬데믹 스태그플레이션을 선진국들보다 더 심각하게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개도국들은 상당한 부채를 축적하였는데, 2022년부터는 수입 식량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부채가 더욱 증가하였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은 개도국 통화의 가치를 절하시켜서 부채 부담을 높였다.
기후변화는 생태계는 물론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긴급한 글로벌 위기라는 데에 공통 인식이 형성되었다. 지구 기온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높은 수준에서 제한한다는 목표 하에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하였지만, 이를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조치의 이행은 느리고 기후 재난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기후 재난을 겪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책임이 작은 개도국이 더 많은 피해를 입으면서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
팬데믹, 기후변화, 스태그플레이션의 3중 위기만으로도 G20은 협력에 어려움을 겪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G20은 G20 정상회의 개최의 원래 목적과 무관한 지정학 위기 때문에 협력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정학 위기가 단순히 G20이 다루어야 할 사안의 증가를 넘어서 G20 국가들을 분열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2008년에 G20이 상대적으로 쉽게 협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일정 정도 지정학 위기가 부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20년대에 G20의 협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지정학 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강대국의 무력을 사용한 현상 변경 시도로서, 국경 보존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UN 헌장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러시아도 G20 국가인데다, 다른 G20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분열하고 협력을 외면한다. 더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에너지와 식량 공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켜서 개도국에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3 인도 G20 정상회의의 성과
주요 합의
인도는 2022년 12월 1일부터 2023년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수임하였다. 인도는 세계가 지정학 갈등, 경제성장 둔화,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 영향이 동시에 전개되는 어려운 시기에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인도는 G20 정상회의의 주제로 “One Earth, One Family, One Future”를 설정하였다. 이 주제는 글로벌 공동체가 직면한 위기인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그러면서도 그에 대해 경제, 사회, 기술, 국제 차원에서 포괄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과거 G20 정상회의가 기후변화 대응을 다른 어젠다와 동일한 수준에서 다룬 것과 구별된다. 인도 G20 정상회의 정상선언문(Leaders’ Declaration)은 12개 원칙에 합의를 발표하고 있는데, 다수가 기후변화 대응과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 지속가능하고, 균형을 유지하며, 포용적인 성장.
▲ 2030 지속가능 발전 어젠다의 완전하고도 효과적인 이행의 가속화.
▲ 탄소배출 저감, 기후 회복력,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경로의 추구.
▲ 장래 보건 위기에 대비로서 개도국의 의료 접근 향상 및 의약품 공급역량 강화.
▲ 개도국의 회복력있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부채 취약성 완화.
▲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진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재원 동원 증대.
▲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 증대.
▲ 글로벌 도전을 다루면서 개발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다자개발은행(MDBs) 개혁.
▲ 디지털 서비스·공공 인프라에 접근 향상, 디지털 전환을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에 활용.
▲ 지속가능하고, 안전하고,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 공급.
▲ 성차별 감소, 여성의 완전하고도, 평등하며, 유의미한 경제활동 참여 촉진.
▲ 장래 G20 어젠다에 개도국의 관점 통합과 글로벌 결정에서 개도국의 발언권 강화.
주요 합의의 함의
정상선언문에서 알 수 있듯이 인도 G20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을 G20 정상회의 어젠다로 주류화했다는 점에서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과거 G20 정상회의의 중심적인 어젠다인 거시경제, 자유무역에 대한 합의는 상대적으로 감소하거나 과거의 합의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경제 논의의 전제로 삼았던 세계화의 지속이 더 이상 우선 사안이 아님을 의미한다. 기후변화가 G20 정상회의의 어젠다로 등장한 것은 약 10년 전부터인데,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는 기후변화를 다른 어젠다에 우선시켰다. 더 나아가서 G20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과 재생에너지 역량을 3배 증가시킨다는 목표에도 합의하였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주류화시키기 위해 다자개발은행을 개혁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다자개발은행은 기존에는 빈곤퇴치를 우선시하였지만, 이제는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기후변화 대응이 빈곤퇴치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인도 G20 정상회의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회원국을 확장하였는데, 정부 간 기구(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인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AU)이 G20의 정식 회원국이 된 것이다. G20이 다자적 포용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는 개도국을 통칭하는 글로벌 남부(Global South)의 리더를 자임하면서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글로벌 남부의 공평한 발언권 확보를 강조해왔다. AU의 G20 가입은 그동안 발언권을 갖지 못했던 개도국 지역에게 발언권을 확보해 준 것이다. 그리고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는 과거 G20 정상회의보다 기후변화, 부채위기 등에서 글로벌 남부의 필요를 더 많이 반영하는 합의를 포함하고 있다.
인도 G20 정상회의가 혁신적 진화를 보여주는 반면에, 분명한 한계도 갖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보건, 부채위기 등에서 글로벌 남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상당한 재원의 투입을 요구하는데, 인도 G20 정상회의는 구체적인 재원 동원에는 합의하지 않고 있다. 개도국의 부채 취약성 완화를 위한 다자 프레임워크(Common Framework for Debt Treatment)의 수립도 합의되지 않았다. 글로벌 남부가 필요로 하는 재원에 관한 합의는 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포럼(COP28 UAE) 또는 2024년 G20 정상회의로 연기된다는 의미이다. 사실 이러한 한계는 기후변화와 부채위기에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G20 정상회의의 다른 어젠다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해왔고, G20의 구속력을 결여한 협의체 속성을 표출하는 것이다. 다만 G20 정상회의가 합의 달성에 점진적, 누진적 접근법을 취해왔다는 경험으로 볼 때, 글로벌 남부가 필요로 하는 재원 동원에 대한 합의가 점진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희망은 있다.
G20 정상회의의 향후 과제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는 G20 정상회의의 글로벌 위기 대응과 국제관계 안정성의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 G20(이제부터는 G21?)이 역량을 집중해야 할 글로벌 위기임을 명확히 하였고, 지정학 위기 때문에 G20이 협력을 포기하는 것도 방지하였다. 문제는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의 성과의 지속가능성이다. ▲ 2024년 G20 정상회의는 2023년 기후변화 대응에 진전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인가, ▲ AU의 G20 참여는 G20의 기후변화 대응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 AU의 G20 참여는 G20의 합의 도달을 더 용이하게 할 것인가, ▲ G20은 기후변화 이외의 사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 G20은 AU와 유사한 확장을 지속할 것인가, 향후 G20 정상회의 앞에 놓인 과제와 의문들이 적지 않다.
2024-25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은 각각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이 두 국가는 인도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남부의 정체성과 리더십을 자처하는 국가들이다. 이 세 국가가 G20 의장국 트로이카(troika) 체제를 통해 기후변화 의제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G20 정상회의가 합의(consensus)의 정신을 유지할 것인가는 확실하지 않다. 기후변화 대응의 긴급성을 이유로 그리고 AU의 가입을 이용하여 G20 정상회의가 합의보다 숫자 대결(numbers game)로 전환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가능성은 G20 정상회의에 정치적 위기를 추가하여 G20 정상회의를 마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AU가 가입하더라도 G20 정상회의가 자체 임명된(self-appointed) 국가들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한 특성의 포럼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제시할 때만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G20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위기의 긴급성이 급격한 조치를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과와 안정성을 위해서 점진적인 진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Tag: G20정상회의,3중위기,기후변화,아프리카연합(AU),포용성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G20 New Delhi Leaders’ Declaration.” New Delhi, India, 9-10 September 2023. https://www.g20.org/
- I. Ordoñez Núñez (2023). “Dynamics within the G20” Revista Mexicana de Política Exterior 126.
- J. Clemente Rueda Abad and R. del Carmen Vargas Castilleja (2023). “Climate Change in the G20.” Revista Mexicana de Política Exterior 126.
- S. Ray, S. Jain, V. Thakur and S. Miglani (2023). Global Cooperation and G20: Role of Finance Track. Springer Singapore.
- V. Srinivas (2023). G20 @ 2023: The Roadmap to Indian Presidency. Pentagon Press.
저자소개
강선주(sjkang07@mofa.go.kr)
현) 국립외교원 교수
전) 외교안보연구원 부교수, University of North Texas 조교수
주요 저서와 논문
『2023년 일본 G7 정상회의: G7의 블록화와 국제질서에의 함의』. (국립외교원, 2023).
『2022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 지정학 위기와 글로벌 거버넌스 함의』. (국립외교원, 2022).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 Assessing Its Economic and Strategic Prospects.” IFANS Perspectives 2022-08. 2022.
“포스트-팬데믹 국제체제 전환과 중견국 외교.” 『정책연구시리즈』 2021-17. 2021.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국제정치논총』 60(2).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