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초거대 AI의 미래(7)
의료의 미래, 디지털 헬스케어

정수민 (서울대학교)

디지털 헬스케어는 최근 가장 유망한 산업 분야로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이 광범위한 건강관리에 활용되는 영역이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은 더욱 발전되어 의료 서비스와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황과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기 위한 의료진과 사용자의 현명한 태도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그림 1> 디지털 헬스케어
출처: 헬스코리아뉴스 https://www.hkn24.com/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재

몇 년 전부터 진료실에서는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심전도, 도보 수와 같은 지표에 대해 대화하게되었다. 예를 들면,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이 들어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측정해 보았더니 심방세동이라고 나왔어요.”, “건강관리 앱에서 VO2 max (최대산소소비량)가 기준치보다 부족한데 괜찮은 건가요?”, “워치로 보면 하루에 1만 보는 최소 걷는 것 같아요.”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범용으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우리 생활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심전도와 최대산소소비량 수치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임상적으로 진료 상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디지털 기술을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단연코 건강 관리 영역이며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의료의 미래에 주축이 될 것으로 의심하지 않는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는 2022년 2천억 달러(약 260조 원)의 가치로 추정되며 2030년 8천억 달러까지 급속도로 확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2021년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총매출규모 1조 8천억 원으로 2020년 대비 34.6% 성장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러한 높은 산업 성장세를 고려하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지속적으로 향후 우리의 삶과 진료 현장에 변화를 가지고 올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쉽게 말하면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수집된 빅데이터 (유전체 정보, 생활 습관 정보-걸음 수, 식사, 수면 등, 의료 지표-실시간으로 변하는 혈당, 혈압, 체온, 맥박 등)와 기존의 의무기록 정보를 결합하고 분석하여 질병 예방, 치료, 예측에 활용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매 순간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있는 개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므로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가 가능해지며 대상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속성이 중요해진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영역 중 하나인 디지털 치료제는 약처방과 같은 고전적인 치료방식과 달리 스마트폰 앱, 게임, VR, 챗봇 등의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한 스타트업인 눔(Noom)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2016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43명의 과체중 및 비만한 당뇨병 전단계의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고, 24주간의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식단, 체중 기록을 스스로 기록한 결과를 바탕으로 1:1 모바일 코칭이 제공되었다 (BMJ Open Diabetes Research and Care 4(1). e000264). 그 결과 64%의 참가자들이 5~7%의 체중감량을 하는 데 성공하였고, 84%의 참여자들이 6개월 간 프로그램에 지속 참여하여 지속 참여율도 높았다. 일반적인 진료실에서 대면 상담에서 나아가 모바일 앱 사용만으로도 충분히 체중 감량의 효과를 나타내었음을 입증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체중 감량의 폭이 큰 참여자의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자주 체중과 저녁식단을 앱에 기록한 경우 체중 감량 효과가 더 좋았다는 것이다. 앱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참여자는 체중 감량에 대한 내적 동기가 더 컸으리라 추측한다. 과거에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종이에 식사 일기를 써서 본인의 언제,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를 인지하게 되는 것이 체중 관리를 위한 행동 변화를 촉진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이제는 모바일 앱에서 식사 전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이 음식 종류를 인식하여 영양 정보와 칼로리를 보여주는 시대이다. 기술적인 진화는 있었으나 그 원리는 과거와 동일하게 스스로 인지하기 힘든 식사 습관과 건강 행동을 기록함으로써 비교적 본인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여 건강한 행동으로의 변화를 유도하는 인지행동요법이다. 필자도 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에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모바일 앱을 활용하여 식단을 체크하고, 하루에 몇 보씩 걷는지 진료 시간에 참여자와 같이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고 있다. 체중 감량의 효과가 좋았던 참여자들은 모바일 앱을 적극적으로 잘 사용하여 행동 변화까지 연결되었던 경우이다.

<그림 2> 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 비만클리닉에서 활용 중인 HealthOn 앱
출처: 헬스커넥트㈜ HealthOn 서비스 사용자 가이드

일본의 CureApp 회사에서 니코틴 중독(금연)을 위한 치료 앱의 효과에 대한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NPJ Digit Med. 2020 Mar 12;3:35). 12주간 통상적인 금연 상담을 제공한 비교군(287명)과 모바일 앱을 통해 매일 금연 일기를 쓰고, 금연 영상 교육, 챗봇 상담(AI 간호사), 금연 성공을 판단하는 지표인 호기 일산화탄소 수치 측정 기구를 추가로 제공한 치료군(285명)의 금연 성공률을 비교하였다. 의료진은 웹기반의 소프트웨어로 참여자들이 입력한 자료를 확인하고 대면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금연 성공률은 모바일 앱을 사용한 군에서 63.9%, 비교군에서 50.5%로 앱을 사용한 경우 유의하게 금연 성공률이 높았다. 이는 디지털 치료제로 금연 치료 효과를 입증한 첫 연구였다. 또한, 금연에 성공한 참여자에서 일기, 교육 동영상, 챗봇을 자주 활용했다는 패턴을 확인하여 앞서 체중 감량 효과가 컸던 참여자와 비슷한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앱을 개발하는 회사는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앱 기능을 개선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모바일 앱 사용의 효과와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치료 앱을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금연에 대한 동기가 부족했던 사용자도 매일 금연 일기를 쓰고 호기 일산화탄소를 농도를 측정을 하는 것 자체로 금연에 대한 동기가 유발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GPT vs. 의사

챗GPT는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흥미로운 관심과 동시에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려도 불러왔다.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여러 최신 연구 결과를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의학 연구에서는 챗GPT의 의학적 지식을 평가한 결과를 공개하였다. 의학적 지식은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 결과로 평가하였는데, USMLE의 3단계 (Step 1, Step 2CK, Step 3) 시험 과정에서 350문항을 풀어보도록 하였다. 그 결과 60%이상의 정답률로 의사 면허시험을 통과했다. 그 답에 대한 의학적 근거도 적절하게 제시하여 일각에서는 챗GPT가 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림 3> 챗GPT 미국의사면허시험 통과
출처: WOMS https://worldofmedicalsaviours.com/

이후 저명한 의학저널(NEJM)에 교육목적으로 발표되는 자료(임상 및 실험실 데이터, 조직병리학적 결과)인 진단이 어렵고 드문 케이스 70개를 모아 진단 능력을 테스트했는데, 여러 감별진단을 제시하는 것에 64%, 최종 진단을 맞추는 것에 39%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이 정답이라는 가정을 전제한다. 의료진이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챗GPT가 내가 모르는 주제와 진단명에 대해서 언급하면 더 이상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또한 의료진의 판단과 상반된 의견을 제시할 때 어떻게 조정을 해야 하는지 아직 모호한 부분이 많다. 또한, 의료 현장에서는 여러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생명 윤리에 대한 고려와 환자와 의사 관계를 잘 맺기 위한 공감과 소통과 같은 단순 의학지식을 넘어선 영역이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 결과와 직결된다. 챗GPT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 능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지 내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은 이에 대한 가능성에 일부 답을 주는 듯하다. 공개적인 인터넷 게시판(Reddit’s r/AskDocs)에서 환자가 물어보고 의사가 답하는 내용 중 195개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기존 의사의 답변과 챗GPT의 답변을 세 명의 의사가 블라인드로 비교 평가하였다. 답변의 질과 공감 정도에 대해서 점수를 매겼고, 그 결과 78.6%에서 의사의 답변보다 챗GPT의 답변을 질적 측면에서 더 좋게 평가하였으며 챗GPT 답변의 공감력도 의사의 답변 보다 9.8배 더 높은 비율로 ‘좋음’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았다. 이 연구에 사용된 공개 문답은 환자의 전후 상황을 이해하고 비언어적 대화가 동반되는 실제 진료 현장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환자의 의학적 질문에 챗GPT의 답변 능력을 어쩌면 활용할 수도 있을까 하는 잠재력을 볼 수 있었던 연구였다. 현재까지는 챗GPT가 차트 정리 등 의사의 단순 업무를 돕거나 의사의 임상 결정에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은 미래 의료의 중심이 되고 있다. 스마트 폰과 웨어러블 디바이스로부터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는 개인의 건강 정보를 기존의 의료 데이터와 통합하여 건강 관리에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관련한 효과와 안전성 평가, 허가 및 규제, 보험적용,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의 소유권, 윤리적 사용 등과 같은 데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올해 2월 국내 1호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불면증 치료 앱 ‘솜즈(Somzz)’도 비용 및 수가(보험적용)에 대한 논의를 거쳐 상용화되기까지 여러 행정적 절차가 남은 상태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시의적절하게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계, 의료 전문가, 사용자가 의견을 모아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 점들이 보완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환자들은 매일 병원에 오지 않아도 가장 가까이 있는 스마트폰 앱의 챗봇 상담을 통해 건강한 생활 습관 관리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 사용자의 미세한 심전도 변화를 인공지능이 분석하여 심장질환 발생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료진들은 머지않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의무기록을 손으로 작성하지 않고 음성과 영상정보로 자동 정리하고, 환자의 위험 신호를 미리 발견하여 의료진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3권 41호 (2023년 8월 14일)

Tag:의료,디지털헬스케어,건강관리,보건서비스,챗GPT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최윤섭 (2020).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클라우드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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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정수민(smjeong.fm@snu.ac.kr)

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 보건진료소 가정의학과 조교수
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진료조교수

 

주요 논문

“Association of changes in smoking intensity with risk of dementia in Korea.” JAMA network open 6(1). 2023.
“Association of change in alcohol consumption with risk of ischemic stroke.” Stroke 53(8). 2022.
“Smoking cessation, but not reduction, reduces cardiovascular disease incidence.” European heart journal 42(40).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