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클래식 음악가들, 유튜브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3)
클래식 아티스트의 퍼스널 브랜딩 이야기

조윤경 (첼리스트)

2023년. 밀레니엄을 넘어 강산이 바뀔 시간이 벌써 두 바퀴나 지났다. 대규모의 생산 주체가 사회 전반의 유행과 분위기를 만들고 주도해 나가던 한때도 저물고 있다.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세상, 1인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이 트렌드가 된 시대의 흐름 속에 20여 년을 클래식 공부를 해온 나의 또 다른 이름인 ‘첼로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클래식이라 하면 “시절에 따라 유행이 변하지 않는, 황금률이 있는, 딱딱한” 등등의 수식어들이 떠오른다. 누구보다 유연하게 트렌드를 읽고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야 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요소 때문에 고민을 할 때가 많다. 클래식, 그중에서도 현재의 한국 클래식 음악시장에서 클래식 악기 연주자로, 또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첼로댁으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보고자 한다.

<그림 1> 한경아르떼TV ‘아르떼 라르고’ 진행하는 모습

불투명했던 나의 미래

9세에 첼로를 취미로 시작하고 12세에 전공을 하고자 마음먹은 뒤 예술중학교,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유학 생활까지 장장 14년이었다. 그만큼의 시간을 첼리스트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린다면 첼리스트로서의 나의 미래가 더 구체적이고 뚜렷해질 거라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찌 보면 더 불투명하게 느껴졌달까. 30대에는 연주자로 혹은 교육자로 살고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과연 이 길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길일까에 대한 불확실성만 커졌다. 음악을, 첼로를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더 빠져들고 좋아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이 세상엔 나보다 뛰어나고 나보다 잘하는 연주자가 정말 많다는 사실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첼리스트로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며 국제 콩쿠르의 문을 두드리던 나의 20대 후반, 과도한 연습으로 손가락을 다치게 되어 예상치 못한 귀국을 하게 되었고 2017년 그 해는 내 인생 전반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

한걸음 뒤에서 보게 된 현실

2017년, 만 스물여덟의 나이에 약 1년간 악기를 쉬게 되었고 잠깐 멈춰 선 자리에서 내가 그동안 속해 있었던 한국의 클래식 시장을 보게 되었다. 유학을 하고 귀국을 한 국내 클래식 전공자들의 길은 정해져 있다. 귀국 독주회를 하고 학교 강사를 하거나 오케스트라에 취직을 한다. 몇몇 극소수의 클래식 음악가들은 국제 콩쿠르에 우승을 하고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솔리스트 연주자로 연주활동을 한다. 20여 년을 클래식 전공자로 살며 앞선 분들이 닦아 놓은 길을 걸어왔던 나는 생각보다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연주자로서 사회에 나와 직시한 현실은 참 아팠다. 연주를 하려면 대관비, 대행사비 등을 지불하고 지인들에게 초대권을 줘야 하며 그마저도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는 것 등, 예민하고도 참 어려운 질문들이 내 속을 헤집고 다녔다. 해외 유학 생활을 하면서는 보지 못했던 마주하기 싫었던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첼로댁’, 그 시작

다쳤던 손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난 후 난 연주를 하고 싶었다. 이 독주회는 ‘귀국 독주회’라고 이름 짓고 싶진 않았다. 귀국 후 1년 이상이 지나기도 했고 조금은 다른 방향의 공연을 하고 싶었던 나는 ’귀국 독주회‘ 대신 ’비욘드 뮤직‘이라는 부제를 붙여 음악 너머의 스토리를 토크 형식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대관을 했고 포스터도 지인과 함께 직접 만들었다. 이때부터 유튜브 채널명을 ‘첼로댁’으로 바꾸고 독주회 준비과정, 독주회 비하인드 영상들을 제작하여 업로드하며 SNS를 공연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재활을 하며 클래식 이외의 다른 장르 연주들을 업로드했던 덕도 있었을까. 귀국 후 첫 독주회에 생각보다 많은 모르는 분들(팬이라고 하기엔 아직 쑥스러웠던)이 와 주셨고 이 공연은 내게 큰 깨달음을 준 값진 공연이 되었다.

‘아, 내 음악을, 나를, 내가 알리자.’

그 이후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첼로를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기 위해’라는 소명감과 연주자로 살고 싶은 나의 열망을 담은 나의 작은 (첼리스트 조윤경 마케팅) 채널이었다.

<그림2> ‘무비ost 콘서트 with 첼로댁’ 공연 후 사인회를 갖고 있는 모습

SNS를 브랜딩의 도구로

우리는 1인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이라는 단어가 주목받는 때에 살고 있다. 백명이 있다면 백 개의 생각과 취향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남들과는 다른 나, 그러한 나를 남들에게 드러내어 관심을 이끌어내야 성공적인 브랜딩을 이뤄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SNS를 능동적으로 그리고 지혜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퍼스널 브랜딩은 자신을 브랜드화하여 특정 분야에 대해서 대중이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또는 특정 분야에서 차별화되는 나만의 가치를 높여서 인정받게끔 하는 과정을 말한다. 현재 ‘첼로댁’은 대중에게 친숙한 다양한 음악장르를 첼로의 매력적인 소리로 전달하는 여성 첼리스트이다.  ‘첼로댁’이라는 이름으로 어딘가 모르게 푸근하고 친근하지만 수준과 격조가 있는 첼로연주를 선보이는 아티스트이고 싶었다. 처음부터 이 같은 브랜딩의 방향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며 기준을 삼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일들은 한번 더 신중하게 고려했다. 나름의 엄격한 기준 아래 연주곡을 선정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나갔다. 여기에 구독자분들의 피드백도 참고하며 브랜딩 방향을 설정해 나갔다. 생각해보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구독자분들의 애정어린 관심이 지금의 ‘첼로댁’이라는 퍼스널 브랜딩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처음 첼로댁 채널은 여러 음악 커버 연주, 첼리스트로서의 브이로그, 첼로 기초 레슨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 약 5년간 여러 콘텐츠를 시도해 보았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폭발적인 조회수의 영상들이 나오기도, 그렇지 못한 영상들이 있기도 했다. 조력자는 남편이었다. 남편은 레코딩과 촬영을 맡았고, 나는 기획과 편집을 하며 하나하나의 콘텐츠에 최선을 다했다. 청각의 음악만 하던 내게 시각적 요소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신선하고도 즐거운 작업이었다. 음악을 들을 때면 구체적인 시각적 심상을 떠올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영화를 보면서 구도와 색감을 분석하기 시작한 것도, 나는 내 연주가 영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나길 원했고 자연과 함께하는 첼로 연주 영상을 생각해 내었다. 해외 유튜브에는 이미 ‘2CELLO’나 ’Piano guys’처럼 감탄할 만한 자연경관 속에서 촬영한 첼로 연주 영상들이 많았다. 나는 한국의 멋진 자연경관이 드러나는 영상을 제작하고 싶었다. 날씨가 좋을 때면 어김없이 자연 속 야외촬영을 감행했다. 업로드 시점은 정해 놓지 않았다. 조급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고의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첼로댁’의 정체성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에서 깨달은 것은 대중은 ‘나의 일상적인 생활’이 아닌 ‘나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는 것. 브이로그보다는 연주 영상의 조회수가 현저히 높게 나왔고 대중의 관심은 조회수로 그대로 나타났다. 그 이후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브이로그나 무언가를 설명하는 콘텐츠보다는 연주 콘텐츠에 집중하였다. 그리하여 지금의 ’첼로댁‘ 유튜브(구독자 약 23만 명, 23년 5월 기준)와 인스타그램(팔로워 약 15만 명)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무대 위의 연주자로

2021년 초부터(구독자 10만 명이 넘고 나서) 공연기획사 측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하였다.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하고 싶었던 내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들이었다. 처음에는 클래식 곡들과 다른 장르의 곡들도 연주하는 첼로댁의 색을 가진 ‘크로스오버’ 공연들이었고 시간이 지나 클래식 공연 섭외 요청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용을 받고 무대에 오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했다. 이 모두 ‘첼로댁’ 채널을 통해 이루어진 일들이었다. 수많은 시간을 연습실에서 보냈고 연주자를 꿈꿔왔던 나에게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국내 클래식 시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 흔치 않은 기회를 잡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매 공연마다 철저히 연습하여 준비된 연주자로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애쓰며 매 공연 후에는 커뮤니티와 SNS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후기를 남기고 있다.

<그림3>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의 협연 모습

클래식과 대중음악, 그 사이에서

항상 생각해 본다. ‘과연 내가 정통 클래식만을 고집했다면 지금 클래식을, 아니 첼로를 대중 앞에서 연주할 수 있었을까’라는 참 아이러니한 질문. 사실 난 첼로로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장르를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첼로댁’의 강점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클래식과 대중음악이라는 가깝지만 아주 먼 장르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도 존재한다. 대중의 니즈와 나의 니즈 사이에서도 항상 고민한다. 대중의 니즈는 항상 대중음악, 나의 니즈는 항상 클래식, 이렇게 딱 떨어지는 정답도 아니다. ‘첼로댁’이 첼리스트 조윤경이 된 시점에 어떠한 음악 장르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좋을까, ‘첼로댁’이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매 공연 때마다 고민한다. 청중에게 음악으로 힘과 위로받는 경험을 주는 것. 내가 추구하고 있는 이 가치를 되뇌며 나의 브랜딩을 검토하고 보완하고 또 검토한다. 지금의 공연 프로그램이나 채널의 콘텐츠가 꾸준히 사랑받으려면 이전 프로젝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하는 나의 결심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첼로댁’을 운영하고 공연자로 살아가냐는 질문이다. 내 음악을 좋아해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 하나하나의 콘텐츠에 최선을 다하며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오늘을 살고자 하는 마음. 조급하지 않고 여유롭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 나가는 용기. 내 것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넓은 포용력. 음악가로서의 높은 자존감. 아직 부족하기에 평소에도 잊지 않으려 애쓰는 나의 매일의 결심들이다. 이 결심들이 하나씩 쌓이다 보면 결국 나도, 첼로댁도 더욱 성장한 그 무언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매일 바라본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3권 33호 (2023년 7월 10일)

Tag:첼리스트,첼로댁,1인브랜딩,퍼스널브랜딩,유튜버

저자소개

조윤경(yoonkyungcellist@gmail.com)

현) 첼리스트, 첼로댁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운영, 한경아르떼TV <아르떼 라르고> MC
전) 영국 뮤지션스 컴퍼니 프린스 컴페티션 우승 및 관객상, 브람스 국제콩쿠르 첼로부문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