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3년 아시아 정세전망(6)
대만해협에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조영남 (서울대학교)

중국의 대만 공격 문제는 단순히 미·중 관계나 중·대만 관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나아가서는 전 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본 글은 단기간 내에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섣부른 무력 동원은 국제적 고립, 국력 낭비, 경제발전 좌절 등 막대한 손해가 따르는, ‘중국의 꿈’ 실현을 포기해야만 할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 수행 대신에 중국은 대만의 독립을 저지하고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과 함께 다양한 ‘대안 전략(alternative strategy)’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대만해협에는 여전히 거대한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세 곳의 화약고(flash point)’와 중국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전쟁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세 지역이 주목을 받았다. 첫째는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고, 둘째는 중국과 대만이 마주하는 대만해협이며, 셋째는 남북한이 대립하고 있는 한반도다. 이 중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즉 2022년 2월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대만해협에서는 군사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미·중 간 혹은 중·대만 간에 군사 충돌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실제로 2021년과 2022년에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 책임자, 미국의 전·현직 군 지도자, 대만 국방부 장관은 몇 년 내에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행히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세 지역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모두 강권 통치자(strongman)가 지배하는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 이로 인해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라는 대립 전선이 형성되고, 권위주의 국가들이 서로 연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러시아-북한의 연대 강화가 그것이다. 둘째, 미국의 국력 쇠퇴와 군사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나토(NATO) 회원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지 못했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위협―예를 들어,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전개한 대규모 군사 작전―도 저지하지 못했다. 북핵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마찬가지다. 셋째, 부상하는 중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가 서방 국가의 제재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비공식 동맹국(informal alliance)’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미의 강력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중국의 지원 덕분이다. 최근 들어 대만해협에 전운이 감도는 것은,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이 대만해협을 자기 뜻대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 곳 화약고는 모두 중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무력을 동원하여 대만과의 통일을 시도할 것인가? 이 문제는 단순히 미·중 관계나 중·대만 관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나아가서는 전 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한국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단기간 내에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신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만의 독립을 저지하고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의 대만 정책: ‘무력 통일의 준비?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2022년 10월)에서는 대만과 관련하여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이 나타났다. 첫째, 시진핑은 정치 보고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외세의 개입에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둘째, ‘외부 간섭 세력’과 ‘대만 독립 세력’을 대상으로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대만 통일을 위해서라면 무력 사용도 불사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이를 법제화하기 위해 <당헌(黨章)> 수정을 통해,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견지하고, 대만 독립을 굳건히 반대 및 억제한다”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로써 공산당 차원에서도 대만 통일을 위해서는 무력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사실 국가 차원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지를 오래전에 법제화했다. 2005년에 제정된 <반국가분열법(反分裂國家法)>에 따르면, 중국은 세 가지 경우에 무력을 사용한다고 한다. 첫째, ‘대만 독립 세력이 어떤 명의나 방식으로 대만의 분리 사실을 조장할 경우’다. 이는 대만 정부의 공식적인 독립 선언을 염두에 둔 조항이다. 둘째, ‘대만이 중국과 분리되는 중대 사건이 발생할 경우’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될 수 있는데, 대만군과 미군이 합동 군사훈련을 전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셋째, ‘평화통일의 가능성이 완전히 상실할 경우’다. 이는 애매한 조항으로 중국이 자체 판단으로 무력을 사용한 후에 그것을 정당화할 목적으로 추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 보고에는 대만 통일을 위한 군사적 대응 방침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에 분투 목표를 실현’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히 군 현대화의 3단계 목표 중 1단계 목표를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 2027년까지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준비를 완수한다는 목표를 암시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외의 여러 연구소와 군 관계자들은 중국이 2027년 이전에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군사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2027년은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강대한 전략적 억제 능력(戰略威懾能力) 체계’를 조성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중국이 향후 전략핵무기를 확장한다는 방침으로, 이미 추진하고 있던 일을 정치 보고 형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미 국방부가 2022년에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력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400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데 2035년에는 그것이 1,500개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미국 내 보고서도 중국이 2027년에는 700개, 2030년에는 1,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시점에서 공산당이 당대회라는 중요한 정치행사를 통해 전략핵무기 확장 방침을 공식화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대만이 가지는 지정학적 가치, 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 유지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과 2022년에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중국이 아무런 도발 요소가 없는데도 침공할 경우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개입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미국의 방침을 보여준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직후에 백악관이나 국무부는 미국의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말이다.

따라서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과 통일할 생각이라면 미국의 군사개입에도 대비해야 한다. 최단 시간에 대만을 정복하여 미국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속전속결 전략’은 그런 대비책 중의 하나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군사력과 대만의 대응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 이런 방식으로 대만을 점령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미국의 군사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전략핵무기 확장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즉 미국과 맞설 수 있는 핵전력을 구축하여 미국이 군대를 파견할 엄두도 낼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전략과 ‘제한 억제(limited deterrence)’ 전략을 폐기하고 대신 미국처럼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 전략과 ‘최대 억제(maximum deterrence)’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과 나토 회원국이 직접 군대를 파견하는 대신 무기와 장비 제공 등 군수 지원에 그치는 모습은 중국의 이런 판단을 강화하는 근거가 되었을 것이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5,000개와 6,000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러시아와의 핵전쟁을 각오해야만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군수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은 우크라이나와 달리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에 미국이 유사시에 무기와 장비를 지원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이 공중과 해상 모두를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개입은 곧 주일미군과 주한미군 등 미군 파견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이 러시아처럼 핵전력을 대폭 확장한다면 미국의 군대 파견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시진핑 집권 3기의 무력 통일가능성은?

<그림> 중국과 대만의 지배 영토
출처: Wikipedia

현재 상황에서 볼 때 단기간 내에 중국이 무력을 동원하여 대만을 점령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만을 신속하게 점령할 수 있을 정도의 재래식 군사력과 미국의 군사개입을 차단할 수 있을 정도의 핵전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직면한 국내외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여 2035년에는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2050년 무렵에는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을 완성’한다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에 주력해야만 한다. 섣부른 무력 동원은 국제적 고립, 국력 낭비, 경제발전 좌절 등 막대한 손해가 따르는, 그래서 ‘중국의 꿈’ 실현을 포기해야만 할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정책이다.

대신 중국은 대만의 독립을 막고 통일을 위한 협상 탁자에 끌어내기 위해, 동시에 미국의 군사개입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과 함께 다양한 ‘대안 전략(alternative strategy)’을 사용할 수 있다. 대규모 심리전과 여론전을 동반한 정치전(political warfare)의 전개, 정보전과 사이버 작전과 함께 사용하는 핵무기 사용 위협(nuclear blackmail), 공중과 해상 봉쇄를 통해 대만을 고립시키는 압박 전략(pressure campaign), 대만 주변 해역을 접근 금지 지역으로 설정하여 대만의 외부와의 교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배제 지역 전략(exclusion zone strategy), 긴급 상황 발생 시에 미사일 공격과 공중 폭격을 통해 대만 지도부와 민중의 독립 의지를 꺾는 전략(air and missile campaign)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대안 전략도 상황에 따라서는 전면적인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이런 면에서 대만해협에는 여전히 거대한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3권 8호 (2023년 1월 20일)

Tag:
중국,대만,대만해협,미중경쟁,양안문제,안보위기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이종구 (2022). “대만문제와 미중 충돌 가능성.” 『EAI 스페셜리포트』 12월 15일, 동아시아연구원. http://www.eai.or.kr/
  • 장영희 (2022). “바이든 시기 양안관계의 지속과 변화: 대만의 전략적 가치 상승과 전략적 모호성 2.0.”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https://www.ifans.go.kr/
  • Jensen, Benjamin, Adrian Bogart, and Riley McCabe (2022). “What If… Alternatives to a Chinese Military Invasion of Taiwan.” CSIS (October 7). https://www.csis.org/

저자소개

조영남(yncho@snu.ac.kr)

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부원장)
전) 북경대학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 연구원, 남개대학 정치행정학과 방문학자,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학자

주요 저서

『중국의 통치 체제 1: 공산당 영도 체제』 (21세기북스, 2022).
『중국의 통치 체제 2: 공산당 통제 기제』 (21세기북스, 2022).
『중국의 엘리트 정치: 마오쩌둥에서 시진핑까지』 (민음사,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