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브리프 창간 1주년 기념 <에세이 공모전>: 최우수상
동북아 3국의 IT산업 규제와 소스타인 베블런의 ‘기술과 제도’
최근 거대 플랫폼 기업과 새로운 가치를 가진 화폐인 ‘가상화폐’의 등장이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세계의 각국은 나름대로의 규제를 통해 새로운 권력을 견제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과 기술을 가진 자들, 그리고 정부와의 규제와 갈등은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예언했던 기술제도 간의 충돌상황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동북아 3국 (한국, 중국, 일본)은 플랫폼 기업과 가상화폐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하는 반면, 미국과 유럽은 엄격한 규제보다는 관리와 감독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도 동북아 3국과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동북아 3국과 서양의 규제를 비교하여 보고, 베블런의 관점에서 본 상황을 바라봄으로써 한국이 앞으로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한·중·일, 그리고 미국·EU의 IT 규제
2021년 가을, 정부의 카카오에 대한 규제 발표와 동시에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이때 무너진 카카오의 주가는 세계적인 금융침체와 최근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회복되고 있지 않다. 당시 정부의 규제 이유는 카카오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지만, 정부의 규제는 금융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작년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전기통신사업자들이 직접 수집한 이용자의 데이터를 다른 사업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 규제의 주된 목적이 플랫폼 대기업들의 독점과 사업확장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플랫폼 제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조직개편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에 ‘플랫폼 전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플랫폼 독과점 제재가 가능한지 살펴보며 법 개정과 제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하였다. 또한 지난 9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실명 확인을 하지 않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영업을 강제로 종료하는 법안으로, 익명의 거래를 추구하는 가상화폐 거래시스템에 강력한 규제를 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규제는 중국에서 더욱 강력하게 나타났다. 중국은 작년 5월부터 플랫폼 기업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였고, 공산당 회의에 ‘텐센트’, ‘징둥닷컴’ 등 대형 IT기업의 대표들을 소환하였으며, 비트코인 채굴자들을 구속시키고 중앙발행 디지털 화폐인 ‘CBDC’를 발행하는 등 가상화폐와의 전면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일본의 경우, 2020년 투명성과 공정성 향상을 명분으로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의 향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공표하였다. 이 법률은 가상화폐로 인한 소득을 ‘잡소득’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일본국민들은 가상화폐로 인한 소득과 근로소득을 합친 금액의 55%를 세금으로 내야 하고, 따라서 일본 국민들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낮다.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동아시아 3국에서보다 비교적 약하게 플랫폼 기업과 가상화폐를 규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당시, 정부 당국은 대형 플랫폼과 가상화폐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음에도 직접적인 제재는 가하지 않았다. 다만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폐지와 전문기술직 비자(H-1B) 제한을 통한 다국적 인재 영입 방해와 망 중립성 정책의 폐지,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조정 등의 간접적인 방법으로 대형 플랫폼 기업을 견제했을 뿐이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민 촉진, 망 중립성 원칙의 재확립 등 IT 기업에 상당히 유리한 정책을 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닛 옐런(Janet Louise Yellen) 미국 재무부 장관이 대학 강연에서 가상화폐의 장점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가 관리할 것이라 발언하는 등, 바이든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조치에 대해서는 조심해왔다.
지난 11월 11일,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로 꼽혔던 미국의 FTX사가 파산하며 FTX사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수많은 투자자가 엄청난 금액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FTX 사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하며, 가상화폐 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신중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이든 행정부가 시장에 직접적인 규제 장치를 가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는 등, 직접적인 규제 조치에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유럽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EU에서도 채굴 과정에서 가상화폐가 전력 소모가 크다는 이유로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ECON)에서 에너지 효율이 낮은 가상화폐를 금지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부결되어 어떠한 규제도 가해지지 않았다. 또한 EU가 디지털 서비스 법안(Digital Services Act)을 통과시켜 2024년부터 플랫폼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15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제공하며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도의 규제이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강력한 규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베블런의 ‘제도’
이와 같은 사례를 보면, 이 규제들은 약 100년 전 역사적 발전과정에 대한 소스타인 베블런의 예언이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노르웨이 이민자 출신의 미국 제도주의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대중에게 ‘유한계급론’과 ‘과시적 소비’로 잘 알려져 있으나, 그의 가장 핵심적인 이론 중 하나가 바로 기술과 제도의 관계성에 관한 내용이다. 베블런은 제도가 “집단에 의해 제재를 받는 관습이나 습관의 덩어리”라고 말한다. 제도가 새로운 기술이 탄생함에 따라 기술과 필연적으로 충돌하며, 이 충돌을 통해 결국 제도가 그 기술에 맞게끔 변화하며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이 베블런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제도의 기득권을 이용해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집단은 그 제도를 유지하려 하고, 기술을 가진 집단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자본과 권력을 취하려 하기 때문에 두 집단 사이에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한다. 이렇듯 단절적으로 발전하는 지식체계와 과학기술이 낡은 제도 – 안정화된 기득권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오래된 제도 – 와 충돌하며 제도의 극단적 변혁으로 이어지고, 제도의 변혁을 따라 역사가 선형적이지 않고 단절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플랫폼 기업과 정부 규제 간 갈등, 가상화폐와 국가 화폐 시스템 간의 갈등은 무려 150년 전의 경제학자가 예언했던 거대한 충돌이 마치 오늘날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수천 년 동안의 모든 정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단 몇 시간 안에 만들고 추출하여 관리할 수 있는 오늘날의 혁신적인 기술은, 독점적인 정보력과 이를 통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유지해온 기득권의 제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강력한 중앙 권력 없이 당사자들 간에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화폐 기술은, 모든 금전거래를 직접 감시해오던 기득권의 제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베블런이 오래 전 대단한 통찰로 주장했던 기술과 제도의 충돌을 통해 곧 마주하게 될 새로운 역사를 예측해보며, 이 충돌들이 갖는 함의와 이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기존 제도에 대한 플랫폼·가상화폐 기술의 도전
아주 오래전부터 데이터의 권한을 갖는 것은 곧 권력이었고, 국가의 몫이었다. 범죄예방과 복지를 이유로 국민의 명부를 관리하고, 지문을 수집하고, 해외 입출국 기록을 관리하고, 통계청이라는 기관을 통해 국민의 정보를 수치화하고 이용하며, 심지어는 외계인에 대한 데이터까지 모두 국가만이 비밀리에 소유한다. 이렇게 국가가 독점한 데이터들은 치안이나 질병 관리 등 양적인 곳에 선한 목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고, 국민을 사찰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등 음적이고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이렇듯 국민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은 국가 권력의 원천이며, 이러한 권력은 제도와 문화에 스며들어 동사무소에 지문을 등록하는 것을 당연한 관습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휴대용 디바이스와 인터넷, 그리고 플랫폼은 데이터 수집과 이용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들의 등장을 통해 정부가 합법적으로 조사하거나 불법적으로 도청하는 대화 내용보다 훨씬 더 깊고 많은 내용을 카카오톡의 관리자는 알 수 있게 되었고, 위치와 소비 습관, 백신접종 상태, 심지어는 지문, 얼굴 등 생체정보까지 모든 상세한 데이터를 플랫폼 기업이 소유하게 되었다. 2020년 기준으로 네이버와 카카오톡의 월간 사용자 수 (MAU) 평균은 모두 3,000만 명을 웃돈다. 즉, 카카오와 네이버는 국민 절반 이상의 상세한 데이터와 메타데이터까지 소유하고 있고 그들의 의지에 따라 사용자를 조종할 수도 있는 것이다.
플랫폼이 국민의 삶의 질과 복지를 상승시켜 주기 때문에 의존성은 계속해서 높아질 수밖에 없고, 기업이 갖게 되는 국민에 대한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듯 기술 발달로 인해 기업이 국가에 버금가는 데이터 권력의 소유권을 갖게 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대선 선거 기간 동안 데이터 컨설팅 회사인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는 유명 SNS인 페이스북(Facebook)에 퀴즈 게임을 게시하여 5,000만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한 하였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이 데이터를 트럼프 선거운동에 이용하여 페이스북 내에서 미국 내 중도층에게 맞춤형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냈고, 이를 통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현대사회에서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는 그 어떤 권력에도 도전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게 된 것이다.
등장한 날부터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으로 한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상화폐 또한 기존의 제도에 도전하는 또 다른 새로운 기술이다. 가상화폐는 거래 당사자 외에 제삼자가 개입하지 않으므로, 가상자산의 가치와 안정성을 누구도 담보하지 못할뿐더러 거래가격의 변동을 조절할 수도 없어 위험도가 매우 높은 투기성 자산이다. 앞서 언급한 FTX 파산 사태로 인한 수많은 사용자에게 피해자를 입힌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루나 코인’의 창립자인 신현성 대표는 자신이 축재하고 있던 루나 코인의 가격이 폭등하자 대량 매각하여 1,40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28만 명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3자가 없이 거래되는 불안정한 자산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불안정성뿐만 아니라, 가상화폐의 익명성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마약 사범 증가 이슈와 더불어 지난 1년간 검거된 마약 사범 중 20%가 가상화폐로 마약을 거래하였다는 경찰의 발표가 있는 등, 출처를 추적할 수 없는 가상화폐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는 문제점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많은 보안전문가와 금융업 관계자들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혁신적인 기술이라 평가한다. 캐나다의 미래학자 돈 탭스콧(Don Tapscott)은 인터넷의 다음 세대를 대변하는 블록체인이 온라인 네트워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고, 넷스케이프 브라우저의 창시자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블록체인의 ‘분산 신뢰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인터넷의 등장과 온라인 혁신에 버금가는 새로운 기술혁신이 블록체인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술은 디지털 화폐 자체에 거래 제공과 보상에 대한 알고리즘을 심어, 당사자간의 거래가 자동으로 안전하게 이러우지도록 하는 기술이다. 개인 간의 거래에서 이 기술을 이용하면 거래의 시간과 중간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시중 디지털 은행보다 훨씬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 이미 2019년에 전 세계 금융산업에서 2억 9,480만 달러를 들여 블록체인 솔루션 구축에 힘쓰는 등 블록체인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듯 가상화폐는 실제 통용되고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술이며, 실사용자인 국민에게는 편리하고 유용한 신기술이다.
그러나 국가 입장에서는 가상화폐가 심각한 국가적 위협 요소이다. 비단 소비와 현금 유통에 대한 모든 정보를 국가가 통제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뿐만 아니라, 세금 수취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당시 경제적 기반을 이루는 이론으로 화제가 되었던 경제이론인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에 따르면 국가의 가장 강력한 권력은 세금을 강제로 수취하는 것에서 기인하며, 화폐제도는 국가의 세금 수취를 위해 탄생한 제도라고 할 만큼 세금 수취는 국가 고유의 권한이며 강력한 권력이다. 따라서 국가가 발행하지 않은 가상화폐가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는 순간 국가주도의 화폐제도는 그 본질적인 힘을 잃게 된다. 결국 가상화폐가 실제로 국민 개개인에 편리함을 주는 경제적인 기술임에도 국가는 쉽게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되려 정상적인 화폐제도가 붕괴된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써 채택하면서 후발주자의 이익을 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전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기술들이 권력의 차원에서 기존의 제도와 기득권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자신의 존립을 위협하는 새로운 기술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행위는 상식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술이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고,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수 있는 요소라는 점 또한 자명하다. 미국에 엄청난 돈을 벌어 주고 있는 미국의 시가총액 1위부터 4위 기업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4개 기업(2022년 11월 기준) 모두 플랫폼 기업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결국, 새로운 기술은 점점 아래에서부터 위로 차오르고, 국가가 얼마나 유연하고 지혜롭게 이를 받아들일지가 미래사회의 주도권을 잡는 관건이 될 것이다.
한·중·일의 사회문화적 규제 배경, 그리고 한국의 나아갈 방향
앞서 언급하였듯, 동아시아의 3국 한국, 중국,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제도적으로 새로운 기술들을 압박하는 정도가 높다. 그렇다면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경직되어 있다. 80년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과 ‘선부론’을 앞세워 개혁개방정책을 펼치며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왔지만, 공산당의 강력한 독재 속에서 중국 기업들이 제도에 맞서는 새로운 기술을 펼치기엔 무리가 있다. 시진핑 주석은 ‘공동부유’를 선언하며 강하게 빅테크 기업가들을 통제하여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힘쓴 공로로 국민적 인기를 얻고 당헌까지 개정하며 3연임에 성공하였다. 시진핑 3기 출범과 더불어 규제 당국은 빅테크 규제를 풀지 않을 것을 강조하였다. 3기 출범 이후, 인터넷 규제를 담당하는 중국 국가사이버판공실(CAC)은 기자회견을 열고 법에 따라 인터넷 플랫폼을 매일 감시하고 있다고 말하며, 인터넷을 정화하기 위해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였다.
일본은 문화적 관습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첨단 산업으로 한때 세계 GDP 2위에까지 올랐었지만, 2019년 기준 신용카드 거래 비율이 20%를 밑돌만큼 일본은 아날로그적 생활 습관을 고집하고 있다. 또한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 직장에 대헤 충성하는 ‘잇쇼켄메이(一所懸命)’ 정신은 노동과 경영의 유연성을 낮추며 사회를 경직되게 유지해오고 있고, IT인재를 홀대하고 단순히 연공 서열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일본형 고용’은 일본 사회의 IT와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문화적으로 매우 민첩한 나라이며, 해방 이후 불과 70년 동안 불합리한 지도자들을 국민 스스로의 힘으로 끌어내릴 만큼 국민의 민주주의와 합리적인 제도에 대한 기대감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또한, 2022년 상반기 기준 가상화폐 투자자의 50.7%가 50대 이상일만큼 기성세대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나라이다.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민첩하게 받아들이고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국민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규제와 제도하에서 한국은 이러한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세계사회의 선두 주자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은 카카오 먹통 사태를 겪으며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플랫폼의 독점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과 불편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커졌다. 또한 루나 사태를 지켜보며, 한때 가난에서 구해줄 ‘황금 동아줄’처럼 여겨지던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국민 여론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고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국민의 정보와 자산이 무분별하게 악용되지는 않는지 살피고 걱정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 규제의 방향이 단지 기득권의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규제인지, 한국의 사회문화적 잠재력을 끌어올려 국민에게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한 규제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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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타인베블런, 가상화폐, 플랫폼, 빅테크, 규제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이승민(2022). “한국에서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현황과 쟁점.” 『경제규제와 법』 15권 1호, 98-122.
- 김현수(2020).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와 계약법적 쟁점에 관한 소론.” 『법학논총』 44권 2호, 171-192.
- 이희서(2019).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의 사회사상.” 부산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 김종호(2018). “가상화폐와 핀테크 산업의 발전에 따른 금융기관의 대응 방향.” 『법학연구』 18권 1호, 211-245.
- 임배근(2012). “제도주의 경제학의 접근방법과 한계점.” 『제도와 경제』 6권 2호, 97-121.
저자소개
고영우 (kodavid@snu.ac.kr)
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 4학년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