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주년 기념행사: 손혁상 KOICA 이사장 초청 강연회
글로벌 팬데믹 시대 국제개발협력의 도전과 변화

아시아브리프

지난 4월 27일, 아시아연구소는 손혁상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을 초청하여 “글로벌 팬데믹 시대 국제개발협력의 도전과 변화”를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행사는 <아시아 브리프>, 아시아-아프리카 센터, HK+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이 공동 주관하고, 김태균 교수(아시아-아프리카 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여기에 손혁상 이사장의 강연, 고길곤 교수의 지정토론, 손혁상 이사장의 답변을 요약하여 게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국제개발협력에 미친 영향

2015년 UN에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대체하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이는 2030년까지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뿐만 아니라 공여국까지 포괄하여 지속가능발전에 중점을 두고 보건, 경제발전, 환경, 평화, 인권, 젠더, 거버넌스 등의 주제를 통합적으로 다루기 위한 전환적인 아젠다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로 SDGs에 대한 목소리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빈곤인구가 최대 1억2천4백 명이 증가함에 따라 MDGs에서부터 SDGs로 이어지던 가장 중요한 성과, 즉 ‘빈곤감소’가 후퇴하게 되었다. 성평등, 보건, 교육 등 전반적으로 발전성과가 후퇴하였다. 아울러 OECD에 따르면 많은 개발 재원이 코로나19로 전용됨으로써 SDGs 달성에 필요한 재원이 매년 4조2천억 달러씩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만큼 자원 배분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되면서 다양한 사회, 경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 노력이 저하되었다.

다음은 부국과 빈국 간의 격차가 심화되었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경제 성장률이 8%이상을 유지하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우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코로나 이후 이전의 성장궤도를 회복하지 못해 부국과의 격차가 점점 더 심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팬데믹으로 취약계층과 빈곤국의 식량 수급이 더욱 불안정해져 경제성장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사회적 자원을 소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GDP에서 식량 수입 비용으로 지출하는 비중이 더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작성된 것인데,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로 식량문제가 갖는 시급성은 더 커졌다. 소득에서 식품비 지출 비중이 급상승했고 이는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부채 문제가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 개도국의 부채 부담은 점진적으로 줄어들었으나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부담이 늘기 시작하였다. 2020년 코로나19,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개도국 채무 위험은 더욱 상승하고 있으며 중국과 민간 채권자 등 ‘비전통적’ 신규 대주(creditor)의 증가양상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스리랑카가 중국에서 빌린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빠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국제개발에서 중국이 갖는 중요성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2006년에는 개도국 차관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였다. 2020년 중국의 비율은 18%로 증가하였다. 지속적으로 중국 차관의 압박이 더 커지는 것이다. 21세기 국제개발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를 따지자면 현상적인 면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겠지만 행위자의 측면에서는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수원국 내부의 정치 및 경제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 방식의 원조에 나서는 이유로 개발 영역에서 새로운 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수원국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원조에 대한 대안이 생기는 것이고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통일되고 일관된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백신 공급 불평등 문제도 심각하다. 국제사회가 빈곤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돕기 위해 COVAX AMC 매커니즘을 만들고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백신이 배포된 것은 성과였다. 하지만 여전히 빈곤국들이 백신 확보와 바이러스 퇴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것이 경제사회적 충격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새로운 변이가 나왔을 때 현재의 수준보다 더 포용적인 국제협력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연구자나 정책 결정자들이 많지 않다.

코로나가 분쟁과 연결된다는 점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팬데믹의 증가가 사회의 정치, 사회, 경제적 토대들의 취약성을 노출시켜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면이 있다. 경제 발전이 저하되는 것이 분쟁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경험적 연구 결과도 있다. 수단의 경우에도 테러지원국 지위가 해제되면서 시장이 개방되고 개혁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후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국제사회 편입 도중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바 있다.

ODA 펀딩과 관련하여서는, 코로나19를 전후해 전세계적인 ODA 펀딩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2020년 OECD DAC 회원국의 순ODA 규모는 1612억 달러로 전년대비 3.5%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수준이다. 2021년 OECD ODA는 1789억불로 사상 최고치(증가율 4.4%)를 이어갔다. 각국의 국내 코로나19 대응이라는 큰 위협에도 불구하고 ODA를 줄이지 않은 것은 의미있다고 하겠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여러 도전에 대응할 만큼 ODA 규모가 충분하냐는 점이다. 많은 국가들이 기존에 있던 ODA 예산을 전용해 코로나19 대응재원으로 활용했는데, 기존 ODA 프로그램의 지속성(continuity)에 악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우려된다. OECD가 계속해서 ODA 재원의 추가성(additionality)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즉, ODA 재원이 추가적으로 투입되어 프로그램의 지속성이 보장되는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이후 국제개발협력이 당면한 새로운 도전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차원의 공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SDGs에 관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SDGs를 위한 국제적 협력이 활성화되고 있었다. 가령 북한의 경우에도 SDGs의 실현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국제 규범이 주류화가 되면 인력과 자금이 모여 실행력이 커지는 경향이 생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팬데믹으로 인하여 SDGs의 실현을 위한 추진력이 감소하고, 논의의 본격화가 조심스러워진 면이 있다.

또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후퇴하고 있다. 유럽연합위원회(EU)는 2022년 2월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녹색투자분류기준)에 대한 중대법안(Complementary Climate Delegated Act)을 발표하였다. 이 법에서는 2020년 적용된 원래의 EU 분류에서는 녹색투자에 포함하지 않았던 화석연료-천연가스와 원자력 투자를 녹색으로 분류하기로 하였다. EU는 규정 변경의 이유로 “재생에너지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2050 net-zero 달성이 어렵다”는 현실론을 얘기하지만, 이번 결정이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이러한 경향성이 보이는 가운데 ODA의 가용자원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팬데믹이 가져온 충격이 복합위기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앞서 보았듯이 경제적 회복탄력성이 감소하였고, 인터넷 접근성과 교육의 격차도 심각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팬데믹의 충격이 보건 위협뿐 아니라 경제적 충격, 교육 소외, 성평등 후퇴와 젠더 갈등 악화(예컨대 Gender Based Violence 증가) 등 다층적인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등장할 글로벌 위협도 복합위기의 성격을 가질 것이 확실시 된다. 또 개발협력에 대한 도전과 응전 방식도 복합적으로 변하고 있다. 즉 팬데믹, 분쟁, 난민, 기후위기 등은 글로벌 차원(global scale)으로 벌어지는 데에 비해 ODA에 활용하는 수단은 대개 국가 차원(state level)에서 갖고 있다는 점도 위기에 대처하기 힘든 어려움 중에 하나이다. 더구나 코로나19에서 보듯이 각국이 국내 상황 대처에도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해외, 글로벌 사회를 위해 기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퇴색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ODA 글로벌 트렌드는 국제기구와의 다자협력 강화, 비지정기여 증대, 순ODA 증액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 트렌드가 지속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영국은 국내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 0.7%(한국은 0.14%)를 지키는 선진 공여국으로 불렸으나 지난 해 법으로 명시된 ODA/GNI 비율을 ‘국내 사정이 개선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처럼 미국을 위시한 선진 공여국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자국 중심주의,’ ‘블록(bloc)화’ 추세가 강해지면서 ‘가치에 의한 협력’보다 ‘필요(국익)에 따른 선택적 협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이 나가야 할 방향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충격은 비단 한국만의 것이 아니며 국제사회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이다. IMF와 Global Fund 등은 ‘A Global Strategy to Manage the Long-Term Risks of Covid-19′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장기적 위험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처방안을 제시하였다. 위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나지 않고 그에 따른 보건·경제적 충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백신 및 포괄적 감염병 대응 수단에 대한 공평한 접근 달성’, ‘변이 바이러스 지속관찰과 능동적인 대응책 향상’, ‘긴급 위기대응에서 지속가능하고 통합적인 보건·사회대응으로의 전환’, ‘미래 감염병에 대한 균형잡힌 위험 감소책 마련’ 등을 조언했다. 타당한 조언이지만 팬데믹 시대의 도전에 비해 보고서에서 제시한 해법들은 다소 평면적이라 여겨진다. 변화하는 글로벌 도전이 굉장히 복합적인 만큼 해법도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한국은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다층적인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고자 한다. 이러한 협력 강화는 변화하는 글로벌 도전에 대해 다층적, 복합적 접근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국제기구와의 협력은 그대로 지속하면서 유사협력국(like-minded countries)과의 협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중견국 모임인 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와 ODA 협력체를 발족하였으며 신흥공여국·신흥공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였다.

하지만 ODA 재원의 만성적 부족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ODA 재원 부족 문제와 팬데믹·전쟁 등으로 인한 ODA 수요의 지속적 증가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세금, 해외 직접 투자 등 기존의 ODA 자원 마련 방안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은 ODA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KOICA는 ODA 재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민간의 ODA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KOICA는 2021년 녹색기후기금(GCF) 인증기관이 됨으로써 GCF 연계사업 4건을 통해 5억5천만 달러의 기후 재원을 유치했으며 해외 임팩트 투자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2천6백2십1만 달러의 개발 재원을 확보했다.

그렇다면 확보한 재원을 가지고 글로벌 팬데믹 시대에 어떻게 ODA를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ODA는 인류공영이라는 글로벌 사회적 가치실현에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ODA의 재원이 국가재정으로 구성되는 만큼 국가재원의 ODA 투입과 관련해서 다양한 국민적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국내 ODA 인지도 조사를 해보면 국민 5명 중 3명이 ODA에 대해 알고 있고, ‘알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의 80%는 ODA를 지지한다고 답하였다. 또한 ODA의 순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국회, 언론, NGO 등 ODA에 있어서 중요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의 지지를 받아야 ODA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를 배경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서 정부, 기업이 참여하고 국가 및 지역과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난 해 채택된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에서 한국은 향후 ODA의 비전으로 글로벌 공동의 문제에 대응하는 글로벌 사회적 가치 실현과 상생의 국익 창출을 함께 명시하였다. 이는 각국의 ‘자국 중심주의’와 같은 행태는 경계하면서도 ODA의 목표를 실행하면서 제한된 국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누구를 상대로 ODA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별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빈국, 저소득국에 대한 ODA 지원을 늘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글로벌 추세는 최빈국(LIC)에 대한 지원은 주춤한 반면 중소득국(MIC)에 대한 지원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도 낮은 소득이라는 하나의 기준만으로 ODA 수원국을 선정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은 콜롬비아를 중남미 핵심 ODA 파트너로 보고 있는데, 콜롬비아는 소위 ‘잘 사는 나라 모임’으로 불리는 OECD 회원국이다. ODA의 목적이 기아와 빈곤 퇴치라는 문제 해결에만 있지 않기 때문에 소득만을 기준으로 ODA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인권향상과 같은 이슈 해결과 상생의 국익 실현처럼 복합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빈국 외에도 중소득국과의 개발협력이 필요하다.

<지정 토론과 답변>

고길곤 교수(행정대학원)의 지정 토론

글로벌 팬데믹 시대에 국제개발협력 추진 방향에 있어서 첫째로는 새로운 세계질서라는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팬데믹이 가져온 긍정적 요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로는 한국이 국제개발협력에서 맡아야 할 역할에 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는 국제질서의 변화가 올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 블록화가 진행되면서, 규범 지향적 협력에서 실익 지향적인 협력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치적 이익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UN 결의안의 경우에도 35개국이 기권을 하였다. 그 면모를 살펴보면 각국이 처해있는 역사적 맥락이 특수하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즉, 국제 질서가 변화한다는 것을 우리의 시점만을 통해 볼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ODA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개발도상국의 관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SDGs와 관련해서 17개 목표 간의 상관성을 보면, 일부 그룹의 목표 간에 음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환경과 관련된 목표와 빈곤 및 경제에 관련된 목표 간의 갈등관계가 그 예이다. 안타깝게도 환경과 관련된 목표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또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가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개발도상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이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특히 변화하는 국제 질서라는 맥락에서 개발도상국이 당면한 고민들에 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팬데믹이 갖는 긍정적인 역할에 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의료체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팬데믹이 끝난 이후 과거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긴 기회의 창을 지원할 수 있는 면이 있다. 여기에 상생 협력의 방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울러 의료체계 지원에 있어 국가 단위가 아니라 지역 단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절실해졌다. 아프리카 연합이나 아세안의 사례를 볼 때에도 국가 단위의 통제가 어려운 점이 있다는 면에서, 지역 단위에서의 대응이 더 중요해진다. 중국의 경우에도 한 국가의 통제 실패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또한 지역적 차원에서 같이 풀어가야 할 문제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개발도상국에서 디지털 혁신은 행정뿐 아니라 교육, 사회 및 문화 전반에 적용되고 있는데 그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여 지원한다면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금과 같이 현실주의적 정치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일수록 글로벌 가치와 상생의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글로벌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힘의 균형에서 가치의 균형점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이 국제개발협력에서 맡아야 할 역할에 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정된 재원으로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을 해볼 것은 자신의 수요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지원의 전략을 짤 때 성공의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따라서 수요가 명확한 국가들을 모니터링해서 전략적인 우선순위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각 국가가 갖는 다양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컨대 필리핀의 경우 방역에 있어 국가의 엄격성(Stringency index)은 높지만 효과성은 높지 않았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의 경우 방역의 엄격성은 낮았지만 효과성은 높은 편이었다. 그 원인을 보면 자국의 맥락에 맞는 조치를 취한 국가들이 높은 효과를 가져 온 것을 알 수 있다. ODA에 있어서도 개별 국가의 특수성을 고민해나가면서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재원 부분에서는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공헌을 위한 다양한 재원을 연결하면 기회를 열릴 것으로 것이다. 또한 한국이 갖고 있는 문제해결 및 대응 능력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활용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있어 큰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손혁상 이사장의 답변

국제질서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여러모로 실감하고 있다. 예를 들어 USAID와 같은 기관의 협력 제안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미국 또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개발협력을 기획하고 협력의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국제개발협력 또한 과거의 DAC이라는 다소 평면적인 집단의 모습에서 개별 국가의 특수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한국이 가장 많은 원조를 하는 국가 중 하나가 캄보디아인데, 캄보디아가 미얀마 군부정권을 가장 먼저 인정하는 국가 중 하나였다. 이와 같이 한국의 대외정책적 지향과도 불일치하는 점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자국의 수요를 명확히 알고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지원하자는 제안과 관련해서는 실행 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딜레마가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 수요가 명확한 국가가 원조의 효과성이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는 국가이다. 다만 자국의 수요를 명확히 알고 있는 것도 하나의 역량이라고 할 때, 그 역량을 같이 키워나가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이기에 개발 협력의 목표가 이미 수요가 명확한 국가를 지원하는 것이어야 할지, 또는 수요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지에 있어야 할지는 추가로 논의해야 할 점이다.

코로나로 인한 기회요인과 관련해서는 현장에서도 실감되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개발도상국의 공무원과 의사소통하는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의사소통이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사업의 진행속도가 더 빨라진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이 코로나로 인한 기회요인을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2권 26호 (2022년 5월 16일)

Tag:
국제개발협력,ODA,코로나19,SDGs,글로벌가치사슬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아시아브리프(2021). “한국 녹색외교의 미래: P4G 서울정상회의의 성과와 과제” 『아시아브리프』 1권 19호. http://asiabrief.snu.ac.kr/
  • 한국국제협력단(KOICA). (2021). 『열두 개의 키워드로 이해하는 국제개발협력』 (한울, 2021)
  • 손혁상(2020). “국제개발협력에서의 다자주의(Multilateralism) 위기에 대한 비판적 검토: 행위자와 규범의 제도화를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60권 2호. https://www.dbpia.co.kr/
  • 곽재성 외(2018). “SDG16 달성을 위한 KOICA 이행방안 연구.” 한국국제협력단 연구보고서. https://www.dbpia.co.kr/

저자소개

손혁상(hsohn@khu.ac.kr)

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전) 경희대학교 대외부총장,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주요 저서:『북한개발협력과 지속가능발전목표』 (공저), (오름, 2020)
『북한개발협력의 이해』 (공저), (오름, 2017)
『시민사회와 국제개발협력』 (집문당, 2015)

 

고길곤(kilkon@snu.ac.kr)

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아시아지역정보센터 센터장
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주요 저서: 『데이터 시각화와 자료분석』, (박영사, 2019)
『범주형 자료분석』, (문우사, 2018)
『싱가포르 다시보기: 싱가포르의 정치·행정시스템 분석』, (문우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