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설문조사+SNS분석
코로나19로 잠식당한 일상 에도 인권과 국제협력 추구 2021
아시아 이슈에 관한 소셜미디어와 설문조사 비교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는 격랑의 2021년을 마무리하며 아시아 10대 이슈를 정리하였다. 먼저 아시아연구소와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하여 아시아지역의 10대 주요 이슈를 선정하고, 전문가가 선정한 아시아 10대 이슈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와 소셜미디어분석을 실시하였다.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아시아연구소와 외부 전문가가 선정한 10대 이슈를 제시하고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각 이슈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바이브(VAIV)에 의뢰하여 트위터(Twitter)와 신문기사 등 총 40 여 억 건의 자료를 대상으로 전문가 선정 아시아 10대 뉴스와 관련한 반응도를 살펴보고 관련 키워드를 분석하였다.
설문조사와 소셜미디어에서 아시아 이슈에 대한 관심도 달라
설문조사와 소셜미디어에 드러난 10대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는 달랐다. 먼저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가장 관심이 컸던 이슈는 아시아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인데 반해, 소셜미디어에서는 도쿄올림픽이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된 이슈였다. 1위 외 관심도 순위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수집 방법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는 연구자가 미리 작성한 구조화된 질문(Text)을 읽고 제시된 예시 중 동의하는 정도를 응답하는 방식이지만, 소셜미디어 분석에서는 연구와 무관하게 소셜미디어 사용자가 발화한 수많은 텍스트 중 연구자가 키워드를 사용하여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관심도 순위가 다른 것은 두 조사의 정확도 차이라기보다 응답자, 데이터 수집 시점, 데이터 제공 주체 등의 방법자체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며 두 분석이 설명하는 바는 상호보완적이다.
반면, 소셜미디어 분석은 연구자가 수집단계에서 ‘아시아’(아시아 지역 키워드 포함)와 ‘코로나19’(관련 키워드 포함)을 모두 포함하는 데이터만을 수집하였기에 아시아 지역이 언급되지 않은 코로나19 언급이나 미주나 유럽에서의 한류 스타의 활약, 혹은 지역을 밝히지 않은 한류 확산은 분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한 설문조사는 제시된 10개의 이슈를 한꺼번에 돌이켜 보며 응답한 회고적 데이터인 반면, 소셜미디어 분석은 각 이슈가 발생한 시점에 소셜미디어 사용자가 언급한 현재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관심도를 가늠한 것이다.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당시 그 이슈에 대한 관심도와 시간이 지난 후 여러 이슈에 대한 상대적인 관심도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코로나19 확산은 지난 2년 동안 아시아 뿐 아니라 전 지구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사건이기에 이에 대한 관심은 압도적일 수 밖에 없다. 설문응답자가 설문조사의 목적이 아시아 지역(에 방점이 찍힌) 10대 이슈에 대한 관심도를 질문한 것으로 인지하고 답변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응답자의 입장에서는 ‘아시아지역의 코로나19’과 ‘코로나19’ 확산 사이의 차이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로 높은 관심을 받은 이슈로 꼽힌 아시아지역 한류의 확대 역시,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아시아 지역만을 분리해서 응답했을 가능성은 낮다.
무엇이 누구에게 중요한가? 남녀별, 세대별 인식 차이 두드러져
설문조사 데이터의 가장 큰 강점은 응답자, 즉 어떤 사람이 응답하였는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의 경우 전국 만 18세 이상의 남녀 중 주민등록상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율을 고려하여 1000명을 추출한 것이다. 응답에 대한 성별, 지역, 직업 집단간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문지에 언급된 다른 질문에 대한 응답과 연결지어 분석할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 모든 집단에서 관심도가 유사한 이슈와 집단별로 관심도에 차이가 있는 이슈가 있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아시아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을 가장 관심이 컸던 이슈로 뽑은 경우가 10%이상 많았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고용이 단절된 비정규직, 서비스 직종에 상대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높고, 코로나19로 아동, 노인 등에 대한 돌봄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점도 여성의 관심도가 높은 이유로 생각된다. 또 남성의 경우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5위에 머물렀고 북한 핵과 아시아에서의 미중경쟁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으나, 여성의 경우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3위에, 북한 핵이 4위 미얀마 사태와 아시아의 기후재해가 그 다음으로 관심이 큰 이슈였다. 연령별로도 관심에 차이를 보였는데, 60대 이상에서의 북한 핵 이슈에 대한 관심은 20~30대의 관심의 두 배 가량 되었다. 또 직업별로도 학생, 주부, 기타 직업군에서 코로나19를 가장 큰 관심이슈로 뽑은 경우가 두드러졌다. 표본 수가 작기는 하지만 농림어업군 중 40프로 가까이가 북한 핵이슈에 가장 관심이 크다고 응답했다. 반면, 주관적 계층인식이나 이념성향 등에 따른 이슈의 관심도 차이는 미미하였다.
언론보도량에 비해 소셜미디어에서 높은 관심도를 보인 미얀마사태
언론 보도량이 많은 것은 시민의 관심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항상 두 가지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 언급량이 많은 것은 해당 이슈에 대하여 시민들이 정서적으로 다양한 의견으로 개입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다. 아시아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은 정보전달 측면이 중요한 이슈인 반면, 도쿄 올림픽이나 미얀마 사태는 일반인들이 의견을 내고 참여하고자 하는 이슈임을 알 수 있다.
소셜미디어언급량과 언론의 보도량을 비교해 보면 도쿄 올림픽의 경우 언론의 보도량은 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의 절반도 되지 않으나, 소셜미디어에서의 언급량은 8배 가까이 많았다. 코로나19 확산과 미얀마 사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언론보도랑과 소셜미디어 관심도는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얀마사태의 경우 뉴스 보도량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비해 적었으나 소셜미디어 관심도는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보도대로 광주민주화 운동을 겪은 한국시민들이 미얀마 사태에 더 큰 공감과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비해 대통령, 국회의원과 지자체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등 한국 내 정치인과 시민단체의 실천 행보가 미얀마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0 도쿄 올림픽: 반일감정의 표출, 젠더 이슈의 부상, 국가주의 대 개인주의
소셜미디어 분석에서는 도쿄올림픽 연관어를 분석함으로써 단순한 관심의 정도 외에도 관심의 맥락을 알 수 있다. 국가 대항전인 올림픽인 만큼 메달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주를 이루었다. 다음으로 일본 선수에 대한 특혜, 시설 미비 등에 대한 비판, 욱일기 허용 등 올림픽 위원회의 편파적 행위에 대한 비판 등, 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경쟁의식을 반영하는 연관어가 많았다. 다른 한 축으로 기존의 국가별 메달 순위와 메달 획득 여부에만 집중된 언론보도행태 비판과 안산 선수에 대한 린치와 옹호 등 젠더 이슈의 부상이 눈에 띄였다.
미얀마사태: 광주민주화운동과 시민사회연대
두 번째로 언급량이 많았더 미얀마 사태의 경우 도쿄 올림픽에 비해 총 관심도는 적지만 2021년 2월부터 6월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관심도가 지속되었다. 연관검색어를 살펴보면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난과 미얀마 시민에 대한 지지가 주를 이룬다. 특이한 사항은 군부가 살상 무기까지 동원하여 자국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한국인들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함께 언급하였고, 실제로 광주와 전라 지역을 중심으로 미얀마 시민에 대한 연대 행사가 많았다. 설문조사에서도 광주·전라 지역에서 미얀마 사태를 가장 관심있던 이슈로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미얀마 사태는 아프가니스탄 사태나 아시아지역의 자연재해, 북핵 문제, 중국의 디지털 독재 등에 비해 언론에 비슷하거나 혹은 덜 보도되었음에도 소셜미디어 관심도는 압도적으로 높았다.
아프가니스탄 사태: 인권의식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책무성
이에 비해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꾸준히 이어졌으나 소셜미디어의 관심은 주로 미군의 철수와 탈레반의 집권이 본격화된, 사태의 초기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는 사태 초기부터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난이 집중적으로 표출되었으며 이후 한국 정부의 미라클 작전 성공으로 언론의 보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관심도도 증가하였다. 미라클 작전 성공 후 자연스럽게 한국 내 난민 수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는데, 특히 난민을 수용하기로 한 진천군을 응원하는 메세지와 난민의 신분을 노출한 언론의 취재행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미라클 작전의 성공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이들이 한국 조력자이며 여성과 아동이 대다수인 점 등이 기존의 난민에 대한 우려섞인 반응과 차이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2021년의 한국인: 팬데믹과 자연재해, 북한핵개발의 긴장 속에서도 인권과 국제협력의 가치 추구
마지막으로 아시아 10대 이슈 중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5가지 이슈의 연관어를 함께 분석하였다. 분석의 대상이 된 도쿄올림픽, 미얀마사태, 아프가니스탄 사태, 북핵문제, 아시아의 자연재해의 연관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유엔, 정상회담, 협력, 국제기구, 평화유지군 등 국제협력의 키워드와 난민, 인권, 불평등 등 인권과 차별에 대한 키워드가 상위에 있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소셜미디어의 주요 사용자로 추정되는 10-30대를 중심으로 특정 사건의 인권 및 국제 협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정리하면 설문조사는 한국인 전체 모집단을 추정할 수 있도록 표집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10대 이슈를 모두 제시한 후 회고적으로 조망하여, 상대적 관심도를 판단한 결과이며, 같은 질문지에 언급된 다른 응답과 결합하여 분석이 가능하다. 반면, 소셜미디어분석은 상대적으로 협소한 집단인 소셜미디어 사용자가 이슈가 발생한 당시 자연발화한 데이터를 분석자가 10대 이슈 관련 키워드를 수집하여 분석한 것으로 이슈에 대한 현재적 관심도와 발화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으나 사용자의 사회인구학적 배경이나 다른 이슈에 대한 생각은 알 수가 없으며 특정 연령대나 성별이 집중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다. 다만 소셜미디어 데이터는 시간에 따른 관심도와 맥락의 추이를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은 2021년을 돌아보며 아시아에서의 코로나19 확산과 한류의 확대, 아프가니스탄 사태, 북한핵개발, 아시아에서의 미중경쟁 등을 주요한 이슈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분석 결과, 정서적으로 개입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싶은 이슈는 2020 도쿄올림픽, 미얀마 사태, 아프가니스탄 사태였다. 도쿄올림픽은 올림픽이라는 지구촌 축제에 대한 큰 관심 외에 뿌리깊은 한일 관계의 맥락이 있었으며 미얀마 사태는 미얀마 군부의 참혹한 진압과 미얀마 시민들의 강인한 저항과 더불어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의 경험이 투영된 맥락이 보였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탈레반의 폭정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우리정부에 조력한 아프가니스탄 인들에 대한 책무를 다한 한국정부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개별 이슈를 가로지르는 자유주의적 보편 인권과 국제적인 협력에 대한 관심이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Tag:
아시아, 10대이슈, 소셜미디어, 트위터, 설문조사, 코로나19
저자소개
허정원(jwhuh@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아시아지역정보센터 선임연구원
전) Senior Research Analyst, University of California, Diversity and Engagement
주요 논문: “COVID-19 Vaccination Campaign Trends and Challenges in Selected Asian Countries.” (ed.), (As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2021)
“대도시 코로나19 대응비교: 확산양상과 정책대응을 중심으로.” (공저), (한국지방자치학회보 , 2021)
“확산 시기 서울시 외국인 밀집지역의 지역특성과 생활인구 변화.”(공저), (공간과 사회,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