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해외 전문가 시각 (5)
일본의 기시다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 전망
본 글에서는 먼저, 한일관계는 한일 양국의 정권교체에 따라 달라지는 정권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한일관계를 파악함에 있어 국가 간 관계를 형성하는 구조적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둘째, 대(對)한국 외교를 비롯해 외교 전반에 관한 기시다 정부의 기본적 자세를 참조해 기시다 정부 하의 한일관계를 전망하고자 한다. 셋째, 현재 진행 중인 한국 대선을 일본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대선의 결과에 따라 한일관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관한 시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는 비대칭적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대칭적 상호경쟁적 관계로 구조 변용을 겪고 있는 한일관계를 좀 더 깊게 들여다봄으로써, 한일 양국의 가능한 외교지평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한일관계의 현주소: 구조 변용
지금까지 한일 사이에는 역사 문제가 오랜 기간 뚜렷하게 존재해 왔지만, 항상 관계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최근 급격히 한일 관계가 악화되었을까? 필자는 그 원인으로 1990년 전후 글로벌 냉전의 종식 및 한국의 선진국화와 민주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한국의 체제우위가 확립된 것을 계기로 하여 한일관계가 ‘비대칭적이며 상호보완적인 관계(Asymmetrical Complementary Relations)’에서 ‘대칭적이며 상호경쟁적인 관계(Symmetrical Competitive Relations)’로 변용한 점에 주목한다.
대칭적이라는 것은 다음 네 가지 차원에서 고찰해 볼 수 있다. 첫째,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의 변화이다. 이는 경제력 등 국력에서 한일이 대등한 힘을 지니게 되거나, 수평적인 분업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서로 대등한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호 이해가 증진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세계정치경제 체제에서 상호 간의 위상이 대등하다는 점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등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기존에는 서로 간의 규모 차이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으나, 점차 서로 간의 규모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협력을 통해 절대적 이익(Absolute Gains)이 늘어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상대적 이익(Relative Gains)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 불리하다고 느끼는 쪽은 협력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둘째, 체제 가치관의 균질화 측면이다. 1980년대까지 일본은 선진 민주주의국가였으며 한국은 개발독재 국가였다. 그러나 한국의 지속적 발전이나 민주화에 동반한 선진국화를 통해 한일 양국은 선진적인 시장 민주주의라는 체제 가치관을 공유하게 된다. 체제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것은 상대국의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으로써 상호이해가 증진되어 공통이익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한일 민주주의의 작동양식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일본이 보수 일당 우위 체제가 지속됨에 따라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희박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양당제가 정착되어 정권교체가 가능한 정치체제가 자리 잡았다. 또한, 민주화운동의 ‘성공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파면을 떠받친 ‘촛불혁명’을 통해 기존 체제를 한층 더 민주화하는 역학이 작동했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체제로서의 민주주의의 안정을 중시하는 데 비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운동으로서의 민주주의를 통해 기존의 민주주의 체제를 한층 더 민주화하려는 정치 역학이 작동한다는 의미에서 대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일방적으로 상대의 현상을 평가함에 따라 서로의 차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될 위험성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좌파’가 주도하는 불안정한 체제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거꾸로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민주주의는 역동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답지 않다”고 평가하기 쉽다. 따라서 서로의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셋째, 관계의 다층화와 다양화이다. 1980년대까지의 한일관계는 중앙정부 간 정치 관계, 재계 간의 경제 관계로 대부분 집약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화, 지방자치의 실시에 따라서 양국 간의 관계는 지방정부 간 관계나 시민사회 간 관계를 포함한 다층적인 관계로, 나아가 사회문화 영역까지 포함한 다양한 관계로 변용하였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활발하고 풍부한 내용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 호혜적 한일관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내용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지면, 그만큼 마찰도 생기게 마련이다.
넷째로, 관계의 쌍방향화이다. 1980년대까지는 관심, 정보, 가치 등의 흐름 면에서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일방적 흐름만이 현저히 나타났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한국에서 일본을 향하는 흐름이 증대됨에 따라, 한일 사이에 유통되는 관심, 정보, 가치가 거의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무관심하였던 일본 사회는 한국을 향한 관심이나 흥미를 증대시켰고, 한국문화 등을 향한 관심을 높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쌍방향화에 따라 일본 사회에서는 일본을 향하는 한국의 시선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 한국으로부터의 비판에 민감하게, 그리고 때로는 강경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반면 안보 면에서는 오히려 관계의 쌍방향화가 사라지게 된다. 냉전체제 하에서 한일 협력을 통하여 한국의 경제발전과 정치적 안정이 확보되었고 북한에 대한 한국의 체제 우위가 확고하게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한일의 안보에 이바지한다는 공통목표가 달성되었기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관계의 쌍방향화가 사라지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할지가 불투명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외교 목표에 관한 사항에서 한일 입장 간의 괴리가 도드라짐에 따라, 역사 문제로 기인한 대립 관계가 격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한일 양쪽이 공유하기는 어려워졌다. 게다가 한일이 대칭적이며 상호경쟁적인 관계가 되면서, ‘상대에게는 절대 지고 싶지 않다, 양보할 수 없다’라는 양 국가의 국내 여론, 특히 일본의 국내 여론이 한층 더 강경해짐에 따라, 일본 정부로서는 위험부담을 껴안으면서까지 상대와의 타협을 시도한다는 선택을 하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이 한일관계는 1990년 즈음을 계기로 그 이전의 비대칭적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대칭적 상호경쟁적 관계로 변용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구조변화에 한일 양국 정부와 사회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현재 한일 관계 긴장 격화의 구조적 원인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한일 양국에서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서 한일관계가 필연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기시다 정부와 일본의 정치 역학
기시다 정부는 아베 정부나 스가 정부와 비교할 때 유의미한 차이가 없으며 한일관계에 관해서도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인가?
아베 정부와 비교할 때 기시다 정부의 특징이라고 하면, 역사 문제에 관해서는 과거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한중을 비롯한 인접 국가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에도, 총리 시절에도 역사 인식에 관해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의 행보는 그다지 나쁜 것만이 아니었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차대전 이전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역사관을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해 왔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재임 시절 ‘전후 70년 담화’에서 1930년대 이후 일본의 대외 행보에 대해서는 반성하려는 인식을 보였으나, 그 이전의 메이지 시대의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그다지 반성하려는 인식을 보여 주지 않았다. 이것은 ‘전후 70년 아베 담화’에 대한 한국 정부나 사회의 불만의 원인이기도 했다. 또한, 위안부에 관해 일본의 강제성과 사죄를 명시했던 고노 담화를 결국 백지화하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정권 초기에는 그것을 부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2015년 말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정부 합의를 이뤄낸 이후 문재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는 등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으나, 아베 총리 자신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합의의 내용을 담은 서신을 보낼 생각이 없느냐.”라는 국회 질의에 대해 “毛頭ない(털끝만큼도 없다)”라고 답변함으로써 한국에서는 아베 총리에게 사죄할 의사도,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려는 의사도 없다고 받아들이게 되면서, 결국 합의에 의한 문제 해결을 가일층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아베 정부의 역사 문제에 관한 행보와 비교하면, 기시다 총리 자신은 과거의 언동으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역사 문제 제기를 두드러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역사 문제의 범위를 어떻게 보는지에 관한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괴리가 있다. 예컨대 한국 정부와 사회의 인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도 독도는 한국 고유의 영토’이며, 그에 따라 한국 정부와 사회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자체를 ‘역사를 왜곡’하려는 ‘역사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와 사회의 인식에 따르면 ‘역사적이나, 국제법적으로, 지리적으로도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그 섬을 ‘불법 점거’하는 한국과의 사이에는 순수한 ‘영토 문제’만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독도(다케시마)를 둘러싼 문제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역사 문제’이지만, 일본에서 보면 ‘역사 문제’의 범위를 벗어나는 순수한 영토 문제가 된다.
기시다 정부도 한국의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해 항의할 수밖에 없으며, 한미일 3자 차관회의 기자회견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 또한 기시다 정부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기시다 총리 자신의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와 역사 문제나 영토 문제 등에 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구분하여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착각하면 서로 상대 정부에 대한 오해나 실망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비둘기파1)는 미일관계를 기축으로 삼으면서도, 중일 관계에도 신경을 씀으로써 어디까지나 상대적 의미에서 ‘전방위 외교’를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일본정부로서도 미중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일본 외교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확실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 따라 일본 입장에서는 미중 대립 구도에 관해 한국 정부와 얼마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에 따라 한일관계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즉,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외교적으로 한국과 공유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크고, 협력해야 하는 영역이 크다고 판단하게 되면, 한일 간의 쟁점이 한일관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과감히 관리하려 할 것이다. 거꾸로 외교정책에 관해 공유할 부분이 작다고 판단되면, 한일관계에 관해 상대적으로 강경한 일본 국내 여론을 설득하면서까지 한일협력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기시다 정부는 한국 정부와 대북정책이나 미중 대립 구도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얼마나 협력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한일 사이에 놓여 있는 역사문제나 영토 문제를 과감히 관리할 수도 있고, 또는 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의 인식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겠으나, 후발 변수로서는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이 한국 정부로 집권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선과 그에 따른 차기 정부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대선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
기시다 정부로서는 문재인 정부가 크게 양보하지 않는 한, 한일 간 긴장 요인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에 관한 정부 간 합의가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어, 문재인 정부에 의해 성실히 이행되지 못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진 정권 말기의 문재인 정부와 타협해도 합의가 지속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한일관계를 타개하려는 의욕을 보였으나, 그 이후 일본 정부의 ‘협력’을 얻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함에 따라, 지금은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관계를 개선해 나가려는 의욕은 약해지고 있다.
한국 대선은 진보 여당의 이재명 후보와 보수 야당의 윤석열 후보 간의 일대일 대결 구도가 될 것이 확실하다.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경제정책이 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세제 강화를 통해 투기를 위한 부동산 거래를 억제하고 공공사업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 문제 해결을 시도하려고 한다. 즉, 정부 개입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 세제를 완화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민간주도의 주택공급사업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와 같이 두 후보는 정부 주도와 민간 주도라는 대조적 처방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두 후보의 대일관이나 대일정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대조적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즉, 이재명 후보는 역사적으로 일본을 ‘우방’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일본에 대한 불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도 영토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지금도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혹시나 독도를 강탈하려는 의도가 있을지 모른다는 근거에서 일본을 경계를 소홀히 해서 안 되는 나라라고 인식한다.
이와 같은 이재명 후보의 행보에 대해서는 일본 언론들은 이미 ‘반일’이라고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만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 한일관계의 앞날은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보다 더 어렵고 비관적이지 않을까 걱정되는 분위기다. 필자는 한국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이 뽑는 것이며, 분석에 관해서도 가능한 한 당파적 선입견에 따른 분석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거전이 본격화되지도 않는데 벌써 일본에 ‘싸움을 거는 자세’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벌써 이재명 후보에 대해 ‘반일’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이와 같은 자세를 강조하는 것은 그로 인하여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지 모른다. 한국 정치에서는 대일관계가 쟁점화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강경론이 우세해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정치를 가려내는 ‘보수’ 대 ‘진보’의 대립축을 형성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역사관이며, 특히 ‘진보’는 ‘보수’의 원류는 일제 강점기 일본의 식민지 권력과 ‘협력’함으로써 권력이나 경제력을 축적했던 ‘친일파’였다는 ‘친일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주장할지 모른다. 다만 한반도의 앞날에 대해 미중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해, 때로는 외교정책에 관해 협력을 얻어야 할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강경한 자세를 강조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 비해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의 최대실책의 하나로서 대일관계 악화를 들고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일관계 개선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겠다. 현재 두 나라 사이의 현안들은 쉽지는 않지만, 해결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두 나라가 전향적으로 접근한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을 예로 들기도 했다. 또한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를 위해 이용하지 않겠다.”고 한일관계 개선에 전향적 자세를 강조한다. 이와 같은 자세는 일본에서도 크게 보도됨으로써, 윤석열 정부에 대한 대망론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다만 지금 한일 사이의 긴장 고조는 지도자들끼리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사법부의 판단이 한일 정부 사이의 조약이나 협정에 관한 기존의 해석과 실질적으로 충돌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구체적 문제에 대한 해법이 없는 한 한일관계의 개선도 어려울 것이다. 물론 대선 기간이기 때문에 구체적 해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가 어려운 만큼 과연 한국 국내 여론이나 일본 정부·사회 등 모든 관계 행위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또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하여도 적어도 2024년 4월 예정된 차기 총선까지는 180석을 진보 ‘야당’이 차지하는 ‘여소야대’ 국회가 지속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아무리 한국의 대통령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되었을 때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만의 일방적 해법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며, 일본 정부의 ‘협력’도 절실한데 과연 일본 정부가 얼마나 ‘협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도 미지수이다.
결론: 한일 양국에게 한일관계는 얼마나 중요한가?
한일관계 악화는 정치지도자 요인과 정책 요인으로 인하여 시작되었으나, 그 바탕에는 비대칭적 상호보완 관계에서 대칭적 상호경쟁 관계로 양국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정권교체나 정치지도자의 교체라는 차원의 문제만 가지고서는 관계의 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와 같은 전제를 감안할 때 어떻게 우리의 앞날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한편으로는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고려할 때 정권교체나 지도자 교체라도 기대하고 싶다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한일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한국 사회도, 일본 사회도 ‘답답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답답하기 때문에’ 무언가 작은 변화라도 기대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들은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인가? 단순히 이웃끼리 불편하기 때문인가? 필자는 그러한 감정적 측면뿐만 아니라, 좀 더 실천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북정책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미중 대립 구도에 대해 한일 양국은 그 나름의 정책적 선호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독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한일은 서로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 간에 무언가 괴리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또한 미중 양국 간 문제에 관해서는 접근하여 타협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협력을 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대북정책이나 미중 대립 구도에 대한 한일 양국의 자세는 괴리감을 보이는 것인가? 이 문제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한일 외교의 지향은 양보할 수 없는 것일 뿐, 협력할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미중 관계가 극단의 대결로 치닫지 않는 범위 안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 한일 양국에게 공통의 이익이 된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공유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협력하여 미중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일 간 외교 협력을 방해하는 역사문제 등에서 대립을 관리하고, 갈등이 한일관계 전체에 영향울 미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을 우선하여 생각해야 할 것이다.
1) [편집자 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 자민당의 7개 파벌 중 평화주의를 내건 ‘고치카이(宏池會)’를 이끌어 비둘기파 정치인으로 평가되어 왔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Tag: 기시다정부, 한일관계, 한국대선, 한일양국, 일본의정치역학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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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기미야 다다시 (kimiya@ask.c.u-tokyo.ac.jp)
현) 도쿄대학교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교수
전) 호세이대학교 법학부 조교수,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방문연구원
저서: 『일본의 한반도 외교:탈식민지화, 냉전체제, 경제협력』 (제이엔씨, 2013)
『박정희 정부의 선택: 1960년대 수출지향형 공업화와 냉전체제』(후마니타스, 2008)
『日韓関係史』 (岩波書店, 2021)
『ナショナリズムから見た韓国·北朝鮮近現代史』(講談社、2018)
『国際政治のなかの韓国現代史』(山川出版社、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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