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아시아의 미래와 전략 (2)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및 중국 전략과 한국의 대응

전재성 (서울대학교)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 사태와 경제 악화라는 비상한 사태 속에서 출범하였기 때문에 대외정책도 보건, 경제 위기 극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국 이익의 사활이 걸린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접근법은 크게 다르다.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지역의 운용원리 전체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으며, 미국 주도 자유주의 규칙기반 질서 전체에 대한 접근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외전략이 점차 공세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협력보다는 경쟁의 영역이 강화되고 있다고 본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한국은 여러 사안에서 취약성이 훨씬 강하므로 이슈별 영역을 더욱 세분해서 대처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및 중국 전략의 주요 특징

바이든(Joseph R. Biden) 행정부는 출범 후 지난 6개월 동안 미국의 인도태평양(인태)전략과 중국 전략의 전체적인 윤곽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층 인사들의 연설이 있었고, ‘국가안보전략 잠정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 4대 산업 공급망에 대한 100일 조사 보고서 등 미국의 대중전략을 담은 공식 보고서도 출판되었다. 무엇보다 미국의 극단적인 정치양극화에도 불구하고 4월 8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메넨데스(Bob Menendez) 위원장(민주당)과 리시(James Risch) 공화당 간사가 대중 견제를 위한 ‘전략적 경쟁법(Strategic Competition Act of 2021)’을 공동 발의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법안은 초당적 차원에서 대중 전략의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 질서 유지, 자유주의 규범과 가치를 지닌 국제기구와 제도의 유지, 미국에게 유리한 인태지역 힘의 균형 유지, 동맹국의 방어 보장, 개방된 해상 및 항공로 보존, 개방적이고 투명한 시장을 통한 상거래의 자유로운 흐름 촉진, 개인의 자유 및 인권 증진 등이다.

이러한 정책담론과 구체적인 정책 이행 과정을 기초로 바이든 정부의 인태전략과 대중 전략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바이든 정부는 외교정책에서 코로나 사태 해결과 경제 회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 사태를 내년까지 진정시키지 못하고 중산층 경제 회복의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다른 분야의 외교정책 성공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는 위태롭게 될 것이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바이든대통령 소속 민주당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외교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 양극화된 국내정치 환경 속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보건,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외교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둘째, 아시아, 인도태평양, 중국 등이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외교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바마와 트럼프 정부가 미국 외교의 초점이 아시아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지만,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국 이익의 사활이 걸린 지역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중국이 미국 외교의 최우선 대상이며, 전략적 경쟁국이라는 점도 큰 틀에서 불변의 지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셋째, 바이든 정부는 인태전략이라는 용어,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 쿼드의 중요성 강조 등 몇몇 부분에서 트럼프 정부와 연속성이 있지만 차이점이 훨씬 크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인도태평양지역의 운용원리 전체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으며, 소위 미국 주도 자유주의 규칙기반 질서 전체에 대한 접근을 중시하고 있다. 대중 전략 또한 무역 등 경제 부분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안보, 공급망, 기술, 이념 등 전선을 더 촘촘하게 넓히고 있다. 무엇보다 동맹과 협력하여 대중 견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거래적 동맹정책과 큰 차이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대중 전략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접근보다 이슈에 기반한 세부적인 접근법을 추구하고 있다. 협력, 경쟁, 대결(cooperation, competition, confrontation)이라는 3가지 범주로 나누어 소위 3C 전략에 따라 이슈별로 대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기후 및 환경 문제, 코로나 사태와 같은 국제보건 문제는 협력의 사안으로 놓고 있다. 안보와 군사의 영역에서 대만 문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문제 등은 중국의 회색지대전략, 강압전략, 현상변경전략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군사력을 사용해서라도 억제하고 더 나아가 군사적 대결을 준비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경제, 기술, 공급망, 이념, 국제적 공공재 제공, 동맹 및 파트너 전략, 개발협력 등 다양한 사안들에서 미국은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은 협력 분야를 강조하고 있고, 또 미중 양국 모두 대결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늘이며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쟁을 이끌어가고 싶어 하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많은 어려움과 난관을 거친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설리번(Jake Sullivan) 안보보좌관의 언급처럼 사안별 중국의 협력이 미국에 주는 특혜(favor)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의 적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협력 사안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동적으로 미중간의 이익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의 대전략: “지구재건전략(Build Back Better World)”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대중 외교 전략은 미국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전략(grand strategy)에 기초를 두고 있다. 우선, 바이든 정부의 대전략은 약화된 패권의 기초를 다시 재건하는 것이다. 소위 “지구재건전략(Build Back Better World)”과 통하는 논의이다. 이는 단순히 트럼프 정부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와 경제 위기,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으로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고, 동맹국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 군사적 패권을 바탕으로 다양한 외교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여러 영역에서 앞으로 어떠한 국제질서의 규범과 규칙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주된 관심사이다.

군사부문의 당면한 핵심사안은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내는가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가 자국의 핵심이익이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대만이 독립선언을 할 경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이를 막고,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력을 사용한 통일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은 시진핑 정권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강압적으로 탄압하고 홍콩보안법으로 홍콩에 대한 지배를 강화한 데 이어, 대만의 독립선언이 없더라도 무력통일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지원과 동맹국들의 중국 견제를 통해 양안관계의 현상유지가 긴박한 과제라고 본다.

한편 남중국해 거의 전역이 중국의 영해라는 중국의 구단선 주장과 인공섬 건설 등 남중국해의 군사화에 대해서도 미국의 경계심은 매우 높다. 자유의 항행 작전을 수행하면서, 아시아 동맹국 및 전략적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쿼드 및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남중국해 현상변경 시도에 대해 새로운 군사적 견제 장치도 만들어 가고 있다.

둘째, 미국의 외교 전략이 중국 견제라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중국 견제기조가 어느 정도 충돌적인가 하는 점이다. 도시(Rush Doshi)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선임국장은 올해 6월에 출간한 저서에서 중국은 장기간 추구해온 외교대전략이 있으며 이는 미국을 대신하는 패권을 수립하는 전략이라고 주장하였다. 중국이 1949년 이후 패권을 추구해왔다는 점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견해가 있는가 하면,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의 패권전략을 확신하는 견해가 미국 내 존재한다고 소개하면서 도시 국장은 후자의 입장에서 중국의 외교대전략 성격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도시 국장은 향후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비대칭 전략, 즉 중국의 패권 추구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국가안보회의에서 도시국장과 함께 일하고 있는 캠벨(Kurt Campbell) 인태조정관 역시 중국의 대외전략이 점차 공세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협력보다는 경쟁의 영역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에 이어 신장 문제, 무엇보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세가 강화된다고 보면서 중국에 대한 억제와 견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공세적 정책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의 현재 리더십이 존재하는 동안 미중 관계가 경쟁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미국 내에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캠벨 조정관만 하더라도 현재 아시아의 운용체제(operating system)를 ‘세력균형’과 ‘공동의 가치’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미중 협력체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쟁을 하더라도 파국과 대립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협회 회장인 하스(Richard Haass) 역시 중국, 인도 등을 포함하는 강대국 간의 협력체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포용적 견해를 제시하기도 한다. 현재에도 미국 내에서 중국 대전략에 대한 인식과 담론은 여전히 진화중이며 앞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는가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불가피하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국가이익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 대한 역외균형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셋째, 바이든 정부의 외교대전략이 패권회복전략이지만 중국 견제전략과 함께 이러한 전략이 계속 추진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과거 미국 행정부들은 출범 초에 다양한 목표를 제시했지만 결국 애초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21세기 초 부시행정부는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으로 8년을 보냈고, 오바마 정부 역시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애초에 예상치 못한 아시아 중시 전략을 추구하게 되었다. 트럼프 정부 역시 코로나 사태로 애초의 미국 우선주의라는 기치가 무색해졌다.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모든 정책 실패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테러방지에 힘을 기울여야 하고, 2008년 경제위기에서 파생된 문제와 코로나 경제 위기를 동시에 극복해야 하며, 코로나 사태라는 보건위기, 그리고 정치양극화도 해결해야 한다.

향후 예상하기 어려운, 또한 극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국제적 위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바이든의 패권적 외교대전략은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내 많은 학자들은 이미 대전략의 불가능시대가 도래했으며, 일관되고 거시적인 외교대전략을 추진하기에는 국제정치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후, 환경위기만 하더라도 점차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국 혼자 국제적 공공재를 제공하기는 어려운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미중이 점차 경쟁과 대립을 지속하더라도 어느 시점에선가 공통의 지구적 문제에 직면하면 기존의 패권경쟁과는 다른 차원의 미중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바이든 정부 4년 동안 그러한 변화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미국 외교대전략의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전략을 분석할 때 거시적 흐름 속에서 여전히 예상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지난 6개월 동안 바이든 정부의 인태전략과 대중 전략은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가능성과 성공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기본 구도
출처: https://m.segye.com/view/20200709526051

한국의 대응 원칙

미중 관계가 상당 기간 격렬한 경쟁관계를 띨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며, 한국에 주는 정책적 딜레마도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 가지 대응 원칙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중 관계는 전략 경쟁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패권경쟁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여전히 미중 공동의 과제를 축으로 협력의 기제를 강화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국제정치의 문제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 미중 간의 경쟁 이슈들이 정리되고, 경쟁을 위한 규칙이 마련되면 협력의 사안이 강조될 수도 있다. 한국은 미중 관계를 경쟁 일변도, 혹은 대립 일변도로만 보지 않고 협력의 가능성도 함께 보아야 한다.

둘째,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대해 협력, 경쟁, 대결의 3C 정책을 추구하며 다양한 이슈 영역별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여러 사안에서 취약성이 훨씬 강하므로 이슈별 영역을 더욱 세분해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미중 간 확실한 협력이 가능한 이슈영역이 있는가 하면, 협력이 가능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한 영역, 미중 경쟁에서 한국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 한국이 개입해야 하는 대결의 영역과 개입을 피할 수 있는 대결의 영역 등 세분된 대처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미중 경쟁이 단순한 이익의 경쟁이 아닌 가치의 경쟁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시아의 질서는 세력과 군사력 기반 질서에서 미국 주도의 규칙기반 질서로 진화해왔다. 향후 아시아가 가치와 규범에 기초한 질서로 나아가고 미중이 아시아 전체를 위해 긍정적인 경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과 견해를 같이하고 규범기반 질서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당면한 북핵 문제와 같은 사안에서 미중의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은 한반도 지정학적 미래를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의 사안이기도 하지만 비확산이라는 협력의 사안이기도 하다. 미중 간 경쟁이 심화되고 상호인식이 악화되면서 북핵 문제를 보편적 비확산 규범의 문제로 보려는 의도는 점차 약화될 수 있다. 한국은 북핵 문제를 지속적으로 규범의 문제로 위치시키고 이를 위한 담론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1권 21호 (2021년 8월 17일)

Tag: 바이든정부, 인도태평양전략, 미중전략경쟁, 한국외교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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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전재성(cschun@snu.ac.kr)

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국제정치학회장, 외교부 자문위원
전)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장,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

 

주요 저서:

『동북아 국제정치이론: 불완전국가들의 국제정치』(한울출판사, 2020).
『주권과 국제정치: 근대주권국가체제의 제국적 성격』(서울대출판부, 2019).
『정치는 도덕적인가: 라인홀드 니버의 초월적 국제정치사상』(한길사, 2012).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동아시아연구원, 2011).

발행처: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 발행인: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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