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조선일보·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광복70년 국민의식조사] [上] 정치·외교·통일

긍정전망 20년만에 최고… 2년前보다 11.8%p 급등

남북통일 가능하다 여론조사 응답 결과 그래프

우리 국민의 대다수인 86.0%가 ‘남북한 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처럼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국민이 과거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강명구 교수)와 공동으로 통일·국제·정치·사회·경제 등 각 분야에 대한 국민 의식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남북한 통일의 가능 여부 질문에 응답자의 86.0%가 ‘가능하다’고 답했고 ‘불가능하다’는 14.0%였다. 과거 한국갤럽 조사에선 통일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1995년(82.2%), 2001년(79.6%), 2005년(80.0%), 2010년(80.0%), 2013년(74.2%) 등으로 하락 추세였지만 최근 반등하면서 지난 20년간 조사한 결과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3년 말 장성택 처형 등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 증가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통일 대박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통일까지 걸릴 시일에 대한 예상은 ’20년 이후’란 응답이 27.5%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15~ 19년’ 18.0%, ’10~14년’ 12.5% 등이었고 통일이 ’10년 이내에 이뤄질 것’이란 응답은 3.2%였다.

이 조사는 지난 6월 12일부터 30일까지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성인 1000명 대상의 일대일 방문 면접으로 실시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명예교수, 이재열 교수, 김석호 교수와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 등 아시아연구소 연구진이 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北체제에 대한 인식 나빠져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 그래프

‘광복 70주년 국민의식 조사’에서 통일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커졌지만 북한 체제에 대한 인식은 10년 전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 장성택·현영철 처형 등 김정은 체제의 폭압성과 고립 노선 강화 등 북한에 대한 실망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 국민 중 북한을 ‘협력 대상’이라고 꼽은 사람은 43.5%였다. 10년 전인 2005년 조사 당시 66.2%였던 것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이상 줄었다. 반면 ‘적대 대상’이라는 응답은 10년 전 조사의 15.5%에서 올해 25.6%로 10%포인트가량 늘었다. ‘경계 대상’이란 응답도 9.0%에서 19.7%로 높아졌다. 북한은 2005년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내용으로 하는 ‘9·19 합의’를 했지만 이후 약속을 어기고 2006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북의 이 같은 도발이 우리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응답도 10년 전의 49.1%에 비해 52.9%로 높아졌다.


“미국에 호감 있다” 54.2%… 주변국 중 유일하게 상승
韓日정상회담 반대가 우세

일본에 대한 호감도 변화 그래프

본지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광복 70주년 국민 의식조사’에서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1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절반을 넘었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에 대해 호감이 있다’는 응답은 13%(매우 호감 0.5%, 약간 호감 12.5%)로 본지가 지난 2005년 실시한 ‘광복 60주년 국민의식 조사’의 호감도 26.8%(매우 3.2%, 약간 23.6%)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거부감이 있다’는 응답은 10년 전 43.7%(매우 9.4%, 약간 34.3%)에서 이번엔 55.4%(매우 13.9%, 약간 41.5%)로 늘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1991년 실시했던 국민의식조사에선 ‘일본에 대해 호감이 있다’는 응답이 13.2%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선 ‘일본을 좋아한다’는 의견이 32.4%까지 올라갔었다.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과거사 문제 등으로 인해 대일(對日) 호감도가 1991년 수준으로 후퇴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반도 주변 강대국 중 호감도가 올라간 나라는 미국밖에 없었다. 미국에 ‘호감이 있다’는 응답은 54.2%로, 10년 전(53.7%)보다 소폭 상승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3.1%로 10년 전(39.3%)보다 상당히 떨어졌다.

우리 국민은 일본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한반도 안정에 방해가 된다’는 응답은 53.9%로 중국(42,1%), 러시아(37.9%)보다 높았다. 한반도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미국이 51.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중국(19.5%)과 러시아(10.6%)였고, 일본은 9.2%로 나왔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57.5%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 42.5%보다 많았다.

 


적합도 – 김무성 43%로 2위
인지도 – 문재인 74%로 2위

광복 70주년 국민 의식 조사에서 다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16명 각각을 대상으로 ‘대통령이 되면 좋을 만한 사람인가’라며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물어본 결과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62.1%로 1위였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60.2%), 새정치민주연합(60.5%) 등 여야 지지층뿐 아니라 무당파(64.8%)에서도 “대통령으로 적합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그 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42.7%), 박원순 서울시장(39.2%),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38.5%),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30.9%) 등이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똑같이 23.9%를 얻었다. 다음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18.9%),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14.0%), 안희정 충남지사(9.6%),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9.4%), 남경필 경기지사(8.2%), 원희룡 제주지사(5.9%), 천정배 무소속 의원(3.4%),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3.0%), 김부겸 전 새정치연합 의원(2.8%) 등이었다.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와 인지도 그래프

여당 지지층에선 김 대표가 64.6%로 반 총장(60.2%)보다 높았고, 야당 지지층에선 문 대표가 66.8%로 반 총장(60.5%)보다 높았다.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박 시장의 적합도가 68.3%로 문 대표(67.3%), 반 총장(53.5%) 등보다 높았다. 영남에선 김 대표가 64.6%로 1위였고 그다음은 반 총장(52.7%), 문 대표(39.2%) 등이었다.

각 후보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란 질문으로 측정한 ‘인지도’ 부문에서도 반기문 총장이 79.0%로 1위였다. 다음은 문재인 대표(74.2%), 안철수 의원(72.5%), 박원순 시장(68.3%), 정몽준 전 대표(68.0%), 오세훈 전 시장(54.0%), 손학규 전 대표(41.9%), 나경원 의원(39.4%), 김문수 전 지사(38.3%) 등이 뒤를 이었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2위였던 김무성 대표는 인지도에선 58.9%로 6위에 그쳤다.

‘차기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후보 간 양자(兩者) 대결로 치러질 경우엔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새누리당 후보(55.4%)가 새정치연합 후보(43.7%)를 앞섰다. 여야 후보 간 양자 대결 지지도는 20대(40.6% 대 57.2%)와 30대(46.2% 대 53.2%) 등에선 야당 후보가 앞섰고 40대(50.9% 대 47.7%)에선 비슷했다. 반면 50대(59.7% 대 39.8%)와 60대 이상(75.4% 대 24.6%) 등에선 여당 후보가 앞섰다.


– 정치 혐오감 증가

20·30대 중도층 비율 50% 넘어 가장 높아
“정치 관심 없다” 66%, “호감 정당 없다” 63%
“난 정부에 영향 못줘” 60%… 정치 참여 만족감도 낮아

– 개헌 추진
49대 51로 찬반 팽팽

최근 10년 동안 우리 국민 중에서 중도층 비율이 크게 늘어난 반면 보수층과 진보층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함께 실시한 ‘광복 70주년 국민 의식 조사’에서 응답자 스스로가 판단한 정치적 이념 성향은 ‘중도’가 47.4%로 절반가량이었고 ‘보수’ 28.7%, ‘진보’ 20.5% 등이었다.

10년 전인 2005년에 광복 60주년을 맞아 조선일보가 실시한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보수’는 41.1%에서 12.4%포인트, ‘진보’는 26.0%에서 5.5%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도’만 28.1%에서 19.3%포인트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중도층 비중은 20대(51.1%), 30대(54.8%), 40대(49.1%), 50대(46.4%), 60대 이상(38.4%) 등으로 20·3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도층이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새누리당(30.6%)이 새정치민주연합(19.8%)에 비해 많았지만, 이 중에선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파가 47.9%로 절반가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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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도층의 증가는 정치 무관심과 정치 혐오감의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관심 없다'(66.3%)가 ‘관심 있다'(33.7%)의 두 배에 달했다. 정치에 ‘관심 없다’는 응답도 20대(72.2%), 30대(73.7%), 40대(61.2%), 50대(63.9%), 60대 이상(62.5%) 등으로 중도층이 많은 20·30대가 정치에 더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정당 중 가깝게 느끼는 정당이 있는가’란 질문에도 ‘없다'(62.9%)가 ‘있다'(37.1%)에 비해 25.8%포인트나 높았다. ‘가깝게 느끼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도 20대(83.9%)와 30대(75.3%) 등에선 대다수를 차지했고 40대(61.7%), 50대(59.7%), 60대 이상(39.7%) 등 연령이 높을수록 다소 줄었다. ‘가깝게 느끼는 정당이 있다’는 응답자들이 지지하는 정당은 새누리당(64.7%)이 새정치민주연합(32.1%)의 두 배에 달했다.

한편 ‘정치효능감’ 즉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만족감도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 같은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어떤 영향도 주기 어렵다’는 체념이 59.6%로 절반 이상에 달하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12.0%에 비해 훨씬 높았다.

‘정부는 나 같은 사람들의 의견에 관심이 없다’는 불만도 59.4%로 과반수였고 ‘관심이 있다'(12.1%)는 소수였다. ‘나는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정치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32.5%)는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23.6%)에 비해 높았지만, ‘반반이다’란 중립적 의견도 43.9%로 절반가량이었다.

한편 개헌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선 ‘필요하다'(48.9%)와 ‘필요하지 않다'(51.1%)는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여당 지지층은 개헌이 ‘필요하지 않다'(60.7%)가 다수인 반면 야당 지지층은 ‘필요하다'(52.0%)가 과반수였다. 개헌에 찬성하는 응답자들이 원하는 개헌 방향은 ‘분권형 대통령제'(38.4%), ‘4년 중임제'(32.1%), ‘내각제'(17.0%) 등이었다.


보수·진보 성향 모두 “통일 해야한다” 응답이 “불필요” 응답의 거의 2배…
20代는 부정적 의견 많아

조선일보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실시한 ‘광복 70주년 국민의식 조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필요하다’는 의견(51.7%)이 ‘불필요하다’는 의견(48.3%)보다 약간 많았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추진하더라도 ‘시간을 갖고 하는 게 좋다’는 의견(42.5%)이 ‘조속히 해야 한다’는 의견(9.2%)보다 훨씬 많았다. 연령별로 40대 이하에선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가 많았고, 60대 이상에선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50대에선 두 의견이 각각 50%로 조사됐다.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자의 52.9%가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의 61.4%, 정의당 지지자의 90%가 같은 응답을 했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392명인 무당파 층은 42.1%만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평양 시내의 택시·2층버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지난 4~8일 방북한 사진작가 홍성규씨가 찍어 공개한 평양 사진. 왼쪽은 지난 6일 평양 시민이 택시를 타는 모습이며, 오른쪽은 평양 시내를 운행하는 이층버스.
평양 시내의 택시·2층버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지난 4~8일 방북한 사진작가 홍성규씨가 찍어 공개한 평양 사진. 왼쪽은 지난 6일 평양 시민이 택시를 타는 모습이며, 오른쪽은 평양 시내를 운행하는 이층버스. /뉴시스
한편 이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은 39.5%로 ‘필요하지 않다(26.6%)’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3.9%는 ‘반반이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와 ‘진보’ 모두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44.6%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한 반면 ‘필요하지 않다’는 사람은 24.7%였다.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도 45.9%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했고 ‘필요 없다’는 사람은 26.3%였다. 세대별로는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는 40대 이상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필요 없다’는 응답의 2배가량이었다. 40대의 경우 40.2%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했고 ‘필요 없다’는 응답은 22.9%였다. 50대는 46.4% 대 25.5%, 60세 이상은 48.2% 대 20.5%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일 세대’라고 불리는 20대에서는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33.9%로 ‘필요하다’는 응답(31.1%)보다 많았다. 30대도 ‘필요하다'(29.0%)가 ‘필요 없다'(32.3%)보다 적었다. 전후 70년이 지나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 실업 문제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통일이 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47.6%)’가 꼽혔다. 이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24.3%,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14.2%,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12.2% 등의 순이었다.

남북 통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그래프

통일이 국가에 이익이 되는 정도에 대해서는 ‘매우 이익(7.1%)’ ‘다소 이익(41.6%)’ 등 이익이 된다는 의견이 48.7%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일이 응답자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75.2%)이 ‘이익이 될 것'(24.8%)보다 많았다. 통일 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 상당수가 ’10년 이후(58%)’라고 답해 단기간 내에 통일을 예상하는 사람은 적었다. 통일 비용에 대해선 ‘부담 의사가 있다'(46.3%)와 ‘부담 의사가 없다'(53.7%)가 대략 반반으로 나뉘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