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한국과 터키의 삼권 분리와 법치 현황(2014.10.14)

[후기]한국과 터키의 삼권 분리와 법치 현황(2014.10.14)

지난 10월 14일(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이스탄불 문화원과 공동으로 ‘한국-터키 상호이해 연속세미나’의 첫발을 내딛었다. 한-터키 상호이해 연속세미나는 한국과 터키 간의 문화의 상호교류 및 이해’의 증진을 위해 2020년까지 6년간 계속되는 대장정으로, 민주주의의 확대와 도전(2014-2016), 갈등의 해결과 조화로운 사회(2016-2018), 경제성장을 넘어 사회발전으로(2018-2020)의 세가지 주제 영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기존 한국에서 서아시아에 대한 인식은 주로 서구의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 서구중심의 사고방식이 반영된 ‘무슬림 문화’ 소개에 한정되어 왔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무슬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세미나 시리즈는 서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무슬림 문화’와 서아시아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첫번째 자리로 마련된 이번 세미나는 ‘한국과 터키의 삼권 분리와 법치 현황’을 주제로 터키 24대 국회의원을 역임하였던 하산하미 일드롬과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부좌현의 발표, 그리고 본 발표를 토대로 한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종철 교수의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14일(화) 오후 4시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개최된 이번 세미나에는 강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을 비롯하여, 연구소의 관계자들과, 종교인, 학생들 등 각계각층의사람들이 참여하여 활기있게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는 한국어와 터키어의 동시통역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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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미나에는 연구소 관계자를 비롯, 종교인, 학생들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활발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과 터키 양국간의 상호이해를 넓혀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강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소장의 인사말에 이어, 후세안 이지트 이스탄불 문화원장의 인사말로 세미나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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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 소장(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이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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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이지트 이스탄불 문화원장이 행사에 앞서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첫 발표는 하산 하미일드름의 “터키의 삼권분리와 법치현황”에 관한 내용 이였다. 도시공학 박사이며 터키에서 환경부장 및 사무차장을 역임하였던 하산 하미일드름은 터키의 환경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터키의 정치분야에서 주요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하미 일드롬은 최근 터키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소개하면서, 터키의 삼권분리와 법치현황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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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하미 일드름(터키24대 국회의원)이 첫번째 발표를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터키도 기본적으로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의 분리, 즉 철저한 삼권분리에 기반한 민주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집중된 권력을 나누고 민주주의로의 이행에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권력분립은, 터키에서 오랜 기간 동안, 권력기관들의 분립과 견제의 목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권력을 잡은 엘리트 계층의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사용되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현재 터키의 민주주의 의식은 특히 투르구트 외잘 시기에 형성된 것들을 토대로 삼고 있는데, 터키의 민주주의는 90년대에 일시적으로 그 발전이 중단되었지만, 2002-2010년 사이에 상당히 발전하였다고 한다. 특히 정치나 사법기관까지 미치고 있던 군사 권력이 약화되었으며, 유럽연합 적응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로에 들어갔으며, 2010년 9월 12일에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통해 인권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투표 이후, 즉 군사권력을 정치와 사법기관에서 상당히 분리시킨 직후 2011년 총선거에서 여당이 50%대의 득표율로 다시 정권을 잡게 된 후 터키의 민주주의는 후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여당이 3선에 성공한 2011년 총선 이후 입법기관이 행정기관의 영향 아래에 들어가며 그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터키에서 여당의 사법권에 대한 인식,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인식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시민사회의 위치에 대한 인식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던지고 있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선출을 모든 것을 해도 되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선출된 권력은 역사 동안 형성된 보편적 가치들과 인권 선언 그리고 헌법의 제한을 받아야 함을 지적했다.

하산 하미 일드름 발표 요약문_터키의 3권분리와 법치 현황(pdf)

 

두번째 발표는 부좌현 제19대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의 삼권분리와 법치현황”을 주제로 진행하였다. 그는 제헌헌법으로부터 1987년 10월에 탄생한 제6공화국 헌법에 이르는 각각의 특징을 역사적으로정리하며, 한국에서의 삼권분리와 법치의 의의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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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좌현(대한민국 19대 국회의원)이 두번째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제헌헌법은 3권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국가의 원수인 동시에 행정권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선출되도록 하면서도, 국회에 대하여 하등의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도록 국회의 정부불신임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행정권이 우월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었다. 이후 제2공화국헌법은 이러한 신대통령제에 대한 반성으로서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면서 3권분립에 대해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보다 철저하게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 헌법에 의하여 구성된 민주당정부가 통치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헌법시행 11개월 만에 헌정이 중단됨에 따라 3권분립제도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한편 제3공화국헌법은 대통령 책임제를 택하면서도 정당국가적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권력분립제를 채택하였다. 이는 헌법상으로는 3권의 견제와 균형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도록 규정되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행정부에 의한 국회의 통제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어 행정부 우위현상이 나타났다고 그는 지적했다. 유신헌법으로 불리는 제4공화국헌법은 3권분립에 대해서도 명목상으로만 어느 정도 이를 유지하고 있었을 뿐, 실제에 있어서는 국가 원수에 의한 권력 집중현상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제5공화국헌법은 이러한 절대적 우월의 대통령제에 대한 반성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히 축소하여 조정한 대통령제를 채택하였고, 삼권에 대한 대통령의 절대적 우월의 지위를 상당히 약화시켜,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가 입법부 및 사법부와 서로 어느 정도 견제를 하도록 규정하였다. 이후 1987년 10월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제6공화국 헌법이 탄생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3권분립은 이제는 한국에서도 외래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근본적인 정치원리로 인정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3권분립이 먼저 실시되어온 서구의 사례로 볼 때 이제 현대복지국가 원리에 맞추어 행정기능의 확대와 강화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개인의 자유 보장을 기조로 하는 법치국가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단계를 넘어서서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행정기능을 통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봉사자’로서의 국가기능을 인정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의 3권분립은 앞으로 이러한 두 가지 요청을 동시에 실현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로서의 기능과 복지국가적인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좌현 의원 발표 요약문_ 한국의 3권분리와 법치 현황 (pdf)

이어서 한국과 터키의 3권 분리 현황에 대한 두 연사의 발표에 대해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가 토론을 진행했다. 또한 청중들로 부터도 많은 질문과 토론이 오가며 세미나의 열기를 더했다. 특히 두 나라의 민주화의 경험과 삼권 분립의 현재적 의미를 찾고,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 속에서 행정 기능의 적절한 강화와 견제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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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두 발표 내용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와 이스탄불 문화원은 앞으로도 상호 이해를 높여가기 위한 연속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1단계인 2014-2016년에는 ‘민주주의의 확대와 도전’을 주제로 법과 규제, 언론의 역할, 경제 민주주의라는 세부 주제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작성자: 오유경(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2기 연구인턴), 이성민(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홍보담당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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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후세인 이지트(이스탄불 문화원장), 부좌현(대한민국 19대 국회의원), 하산 하미 일드름(터키 24대 국회의원), 강명구(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소장), 김종철(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스탄불 문화원 홈페이지: http://www.turkey.or.kr/main.php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nu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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