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방황하는 청년들의 최전선'(6.19, 정수남) -대중문화프로그램

[후기]’방황하는 청년들의 최전선'(6.19, 정수남) -대중문화프로그램

지난 6월 19일(목),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대중문화 프로그램은 “방황하는 청년들의 최전선 : ‘평범함’에 대한 열정”이란 제목으로 초청강연을 개최했다. 감정사회학 및 청년세대와 계급의 문제 등의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해 온 정수남(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후연수연구원) 박사가 연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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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중인 정수남 박사

 

이번 초청강연은 한국 사회의 청년들의 생애과정에 대한 비교를 통해서, 성인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꿈’이 계급적 맥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어떻게 그것이 현재적 삶을 규정하는지를 살펴보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대중문화프로그램은 “아시아 청년의 꿈과 고뇌”라는 장기적 기획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청년세대의 삶과 현실, 문화 등에 대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수행 중인 연구자들을 초청하여 특강과 세미나를 진행하며, 이를 통해 아시아 연구소를 중심으로 청년세대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향후 청년에 대한 연구방향과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고 있다.

정수남 박사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복지체제의 허약함, 과잉된 개별화 등의 상황에서 자기계발하는 주체로 스펙쌓기를 비롯하여 진학과 졸업, 결혼 등의 생애과업들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 당대 한국 청년들의 현실을에 주목하여 논의를 전개했다.특히 ‘계급’을 중심으로 하여, 구별되는 계급 범주에 속하는 서로 다른 청년들의 ‘계급적 실천’의 경향과 그 특징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수남 박사는 수도권의 20~30대 (취업 밖에 있는)중간계급과 (빈곤계층에 속하는)하층계급 청년들에 대한 비교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청년들 사이에서 집안배경, 소득수준 등에 따른 계급적 분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과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짐을 밝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하층계급 청년들은 등록금 문제, 생활고 등으로 열악한 노동시장에 자발적으로 진입해야 하고, 그 속에서 노동에 대한 보람과 자존감을 찾고, 성실함, 책임감, 정직함을 강조하는 ‘전략으로서의 도덕’을 추구하는 정체성 전략의 특징을 보였다. 그리고 꿈의 실현 가능성을 포기함으로써 동료 집단들과의 동질감을 통해 위안을 삼고 자기 삶을 현실에 맞춰 ‘소소하게’ 살아가려 하는, ‘평범한 삶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청년 세대의 계급성에 집중한 연구가 흔치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주로 구체적인 연구방법과 비교의 타당성 문제 등에 대한 질의응답과 토론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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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은 최근 청년 세대들의 열악한 삶의 조건 들에 대한 논평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구체적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발표였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열띤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이상규(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씨는 “청년 세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계급’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변수다”라고 말하며, “청년 연구에 관심이 많은 대학원생으로서 세대화의 문제, 계급성의 문제 등 평소에 궁금했던 문제들에 대해 깊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강연을 주최한 대중문화 연구 프로그램은 ‘문화가 삶의 총체’라는 인식 아래, 현재를 살아가는 아시아인들의 삶과 욕망, 가치, 세계관에 주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단위다. 특히 중국,일본,한국의 보통 사람들이 겪는 일상 세계와 그것이 투영된 대중문화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초기 3년간 ‘동아시아 청년 세대의 꿈과 고뇌’라는 주제를 설정, 현재 빅데이터·설문조사·질적분석 방법으로 연구 중이다.

* 대중문화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nuac.snu.ac.kr/pcp

아시아연구소 대중문화프로그램 강연
<방황하는 청년들의 최전선 : ‘평범함’에 대한 열정>
강연교수 : 정 수 남(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후연수연구원)
장소 : 아시아연구소 304호 세미나실
주최 : 아시아연구소 대중문화프로그램

연사 주요 논저 :
<고도 경쟁 사회 노동자의 감정과 행위 양식 : 공포의 감정동학을 중심으로> (2013)
<‘청춘’ 밖의 청춘, 그들의 성인기 이행과 자아정체성 – 빈곤 청년을 대상으로> (2012)
<‘부자되기’ 열풍의 감정동학과 생애 프로젝트의 재구축> (2011)
<공포, 개인화 그리고 축소된 주체 :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일상성> (2010)

(강연 초록)
“방황하는 청년들의 최전선: ‘평범함’에 대한 열정”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청년들은 새롭게 호명되고 있다. 그간 한국사회가 후기근대자본주의사회로 진입해온 과정에서 사회구성원 대부분은 소비주체와 자기계발하는 주체로 전환되어 왔다. 청년집단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그동안 하나의 신화로서 작동해왔던 ‘청춘’ 유토피아는 더 이상 청년들의 현재적 삶의 정초가 아니다.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생애의 한 단편을 장식해왔던 순수함은 냉혹한 자본주의적 현실 앞에서 냉소와 환멸로 전환되어 왔고, 무한경쟁이라는 터널을 지나면서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구분되는 열패감 가득한 사회가 출현했다. 이러한 사회에서 세대공감은 사라지고 세대 내 분열이 심화되면서 청년들은 더 철저하게 계급적 논리에 의한 삶의 양식과 세대감수성을 습득하는 집단으로 전환되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가정환경은 청년들의 미래와 꿈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자원으로 차곡차곡 축적되어 왔다. 청년들이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은 예전이 비해 오늘날 더 구역화되고 등급화되었다. 더 이상 오늘날 청년들에게 ‘방황’은 그들의 특권이자 낭만적 경험이 아닌 빨리 제거해야하는 트라우마이자 미래의 괴물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적인 미래 앞에서도 청년들은 불가피하게 방황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불안한 자신의 삶에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필자는 이를 평범함에 대한 열정으로 규정하고자 한다. 여기서 평범함은 현재 중간계급과 하층계급 청년 대부분이 추구하는 꿈의 표상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평범함 또한 계급적 차이를 지니면서 청년들의 성인기 이행을 각기 다르게 특징짓는다. 본 발표에서는 중간계급과 하층계급 청년들의 생애과정을 비교해보면서 이들의 ‘꿈’이 계급적 맥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현재적 삶을 규정하는지를 살펴본다. 나아가 ‘청년’과 ‘청춘’을 후기근대적 맥락에서 새롭게 담론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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