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국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실시되었던 조선에서 문화통치 기구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던 경성제국대학을 다룬다. 고등교육기관의 교육 제도 차원에서 식민지대학을 연구하려는 것이 아니고, 대학 차원에서 실시되었던 학술 사업과 소속원들에 의해서 실천되었던 학술 업적 중 특히 인류학 분야에 한정해 논의하는 것이 이 책의 일반 목적이다. 그리고 경성제국대학이 존치했던 1926년부터 1945년 사이에 대학 차원에서 또는 소속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던 인류학적 작업들을 망라해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이 이 책의 구체적 목적이다.

 

저자 소개

전경수(全京秀)

1949년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고고인류학과에서 고고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인류학 석사, 미국 미네소타대학 대학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1 982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교수를 역임하면서 문화이론, 생태인류학, 인류학사를 가르치고 연구했다. 2011년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을 받았다. 학문사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제식민지 시기의 인류학사를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대표 저술로 『문화의 이해』(1994), 『환경친화의 인류학』(1997), 『한국인류학 백년』(1999), 『이즈미 세이이치와 군속인류학』(2015) 등이 있다.

한국문화인류학회, 제주학회, 진도학회, 근대서지학회 회장으로 봉사했다. 객원교수, 방문교수, 특빙교수, 연구원 등의 신분으로 도쿄대학, 국립민족학박물관, 규슈대학, 야마구치대학, 가고시마대학, 오키나와국제대학, 야마구치현립대학(이상 일본), 운남대학, 상해대학, 귀주대학(이상 중국), 예일대학(미국), 오클랜드대학(뉴질랜드), 중앙연구원 민족학연구소(대만), 유이떤대학(베트남) 등에서 교수와 연구를 수행했다.

 

차례

머리말

제1장 서언: 불멸의 식민지 경험

제2장 경성제국대학의 학술 조사와 ‘경성학파’의 탄생

  1. 서론: ‘희망’ vs. ‘상황’
  2. MAB 복합과 학술 조사
  3. ‘만몽’에서 ‘대륙’까지: 경성제국대학 중심의 ‘문화연구회’
  4. 대학 병영화와 대륙자원과학연구소
  5. 패전에서 폐교까지: ‘상황’ 종료와 ‘희망’ 재생
  6. 소결: ‘경성학파’의 학통 잇기

제3장 아카마쓰 치조의 원시문화학과 무파론

  1. 서론: 오해의 시발
  2. 가계와 학통의 약보
  3. ‘원시문화학’: 종교학과 민족학의 가교
  4. 무파론
  5. 조선인 연구자들과의 관계
  6. 제대교수-만주국촉탁-의원면본관
  7. 소결: 전쟁이라는 ‘블랙홀’

제4장 아카마쓰 치조의 미출간 원고와 사진 자료

  1. 서론
  2. 범문에서 종교학으로
  3. 제 종교론
  4. 소결: 칙임관 사임의 은항책

제5장 아키바 타카시의 조선과 만몽 연구: 식민주의적 혼종성

  1. 서론: 관점으로서의 혼종성
  2. 지적 배경: 프티 오리엔탈리즘
  3. 조선민속학의 토대 구축: 식민지적 학문 양식
  4. 학-첩 합작의 만몽민족학: ‘토케부·요시오카’와 함께
  5. 박물관
  6. 무속: ‘기묘한 학문’의 박사학위
  7. 황도주의의 전도사
  8. 소결: ‘속학’ 유전

제6장 앨범 속의 아키바 타카시

  1. 서론
  2. 유학(영국과 프랑스)
  3.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4. 아이치대학 사회학과

제7장 인골 연구와 전시인류학: 이마무라 유타카의 남가일몽(?)

  1. 서론: 해부학자의 체질인류학
  2. 경성제국대학 해부학교실
  3. ‘만몽’과 ‘대륙’의 체질인류학자
  4. 결전 체제와 자원 조사
  5. 폐교와 인양
  6. ‘복원’: 팔학련과 경성학파
  7. 소결: 고해성사와 유산

제8장 이즈미 세이이치의 뉴기니 조사와 군속인류학: 대동아전쟁과 학문

  1. 서론: ‘남선북마’
  2. ‘해군 뉴기니 조사대’
  3. ‘군속’의 학술 조사: 미완과 은폐
  4. ‘대동아’의 시뮬라크르: ‘상징물리학’
  5. 소결과 과제

제9장 경성제국대학 제3차 몽강학술조사대보고의 소개

제10장 결론: 제국 일본의 식민지인류학과 전시인류학

참고문헌

찾아보기

발간사

 

 

책 속에서

이 책의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연재되어 있다. 한국인들이 보지 못하였던 것들, 또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들, 또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들이다. 동시에 다음과 같은 것들도 들어 있다. 일본인들이 보지 못하였던 것들, 또는 일본인이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들, 또는 일본인이기 때문에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들이다. 양자가 서로의 거울 역할을 하면서, 서로를 비추어주는 기능이 작동하면서, 서로의 그늘진 부분들과 뒷면들을 보여주게 되었다. 식민지는 제국의 그림자를 비추었고, 제국은 식민지의 그림자를 비추었다. 결과적으로 제국을 모르면 식민지를 모르게 되는 것이고, 식민지를 모르면 제국을 모르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지일(知日)을 넘어선 통일(通日)이라는 실천양식을 생각하게 되었다.(vi쪽)

일제의 군국주의가 경성제대에는 어떻게 스며들 수 있었을까? 경성제대의 시발점에서 표현되었던 아베 요시시게(安倍能成)의 ‘희망’을 인용해 보자. “우리들이 삼고 있는 이상을 말하라고 다잡는다면, 동서 대륙의 교통이 점점 더 편리해지고 (왕래가) 빈번하게 되는 장래에 경성제국대학의 위치는, 단연코 이 대학에서 하는 동양 연구의 중심에 머무르지 않고, 서양 연구에 있어서도 역시 신생의 면모를 발휘하는 장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리하여 과한 언설이 허락된다면, 지극히 곤란한 동서 문화의 융합이라는 사업에도 이 대학은 어느 정도의 공헌을 이루게 된다. 그리스의 소아시아(小亞細亞)에 있는 밀레토스가 그리스 철학의 탄생지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경성제국대학의 사명도 역시 가볍지 않다는 점을 생각”(安倍能成 1926.6: 17)한다면서 경성과 아테네를 직접 대비하는 언설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安倍能成 1928.11). 대륙을 바라보고 동서 문화의 융합을 가정하며 학문의 융성을 기대하는 웅대한 포부로 출발한 경성제대의 ‘희망’, 그것이 조선에 건립되었던 제국대학의 존재를 지지할 수 있는 본질적 문제의식이다.(30쪽)

아키바의 학문 역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좌속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비교 연구의 강점을 터득했고, 혼속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고문헌 자료의 중요성과 인류학을 이해했고, 무속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야연의 중요성을 확신했다. 아키바의 35년여 속학(俗學) 유전(流轉) 과정은 현재 인류학을 공부하는 우리들이 수행해야 하는 준거의 하나로 역할하기 충분하다. 물론 그의 학문 역정에 개입된 제국과의 악연에 대해 그의 입장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제국과의 악연에 의해서 왜곡 과정을 경험하는 그의 학문 과정에 대해 우리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가장(假裝)해 급습할지 모르는 군국주의적 제국 권력에 대처할 방안 모색에 소홀하게 되고, 그 결과는 권력과 단절되지 못한 왜곡된 학문의 모습을 재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속학은 식민주의적 혼종성이라는 사상적 배경 속에서 성장.발전했음을 지적하고 싶다.(287쪽)

이즈미와 스즈키의 작업은 ‘경성학파 인류학’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후일 자원조사대의 보고서와 그들이 발표했던 논문은 거의 인용 대상이 아니었다. 보고서 전면에 적힌 “비(秘)”라는 글자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군속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던 보고서의 내용은 보고문을 작성했던 당사자 자신들도 인용하기 어려운 전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후일 작성하는 문서에서도 기피하는 대상이 되었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비 자를 선명하게 찍었더라도 기록은 공적 부문에 저장될 수밖에 없다. 감추고 싶은 사적 부문의 기억이 비 자의 질곡에 갇혀 사회적 기억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상황이 진행되는 한 역사는 왜곡된다. 그 과정에 전문가의 ‘전문적 부인’이라는 메커니즘이 자리하고 있음도 논했다. 문자라는 수단이 없는 사회에서의 기억 능력과 문자에 의존한 사회의 기억 능력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기억 능력이 떨어진 문자 사회에서는 기록에 의존해 역사가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점에서 기록은 사회적 기억을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역사적으로 조성된 이해 양식’인 민속지 작성이 목적인 인류학자들이 비라는 도장에 가려진 기록들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4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