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아시아는 通한다] 中·인도의 지속 성장, 韓·대만 ‘새 성장모델’이 관심
[아시아는 通한다] 中·인도의 지속 성장, 韓·대만 ‘새 성장모델’이 관심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4] 경제 성장의 현 주소
-아시아 경제, 미래의 변수는
韓·대만 등 2세대 발전국가 ‘중진국 함정’ 빠진 南美앞서… 홍콩과 달리 선진국엔 못 끼어
아시아의 경제 성장 모델은 일본이 맨 앞에 서고 한국과 대만 등 2세대 국가들이 뒤따라가는 ‘날아가는 기러기 편대’ 형태로 불렸다. 이 2세대 국가들은 남미 국가들이 소득 수준 정체라는 ‘중진국 함정’에 빠진 사이 이들을 추월해 성큼성큼 성장해 나갔다. 그러나 3세대 국가로 꼽히는 중국과 인도라는 대국(大國)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기러기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일본의 정체와 중국·인도의 급성장으로 아시아의 경제 구조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졌고, 세계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원천으로 뜨고 있다.
중국은 1970년대 이후 개혁·개방 실시로 1인당 소득이 5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과 대비해 30% 수준까지 올랐다. 중국이 남미처럼 성장률 정체로 인한 ‘중진국 함정’에 빠지느냐, 아니면 한국·대만처럼 이를 뛰어넘느냐에 대한 논란이 한때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 논란은 일찌감치 끝났다. 중국이 미국에 출원하는 특허 증가율은 과거 1등이었던 한국을 제쳤다. 포천 500대 기업 수에서도 중국 기업은 1980년대 초반 3개였다. 그러나 지금은 90개 이상으로 일본을 제쳤다.
소득 수준 이외에 경제추격지수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지표인 경제 규모(시장환율 기준)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절반 수준까지 올라갔다. 한·중 수교 때인 1992년 중국의 경제 규모는 한국보다 작았다. 15년 전만 해도 일본의 3분의 1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 일본을 넘어 세계 2등이 됐다. 한국의 5배다.
이와 함께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라는 아시아의 4룡(龍) 국가 간에도 소득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1인당 실질 소득이 미국을 넘어선 반면, 한국과 대만은 아직 미국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홍콩·싱가포르가 독자적 성장 전략으로 선진국에 합류한 반면 한국과 대만은 아직 확실히 그 문턱을 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05년(1.9%)으로 세계 12위였다. 그러나 이후 계속 하락해 현재는 1.7% 수준이다. 그동안 인도와 브라질, 멕시코가 경제 규모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한국은 1인당 소득과 경제 규모를 가중 평균한 ‘추격지수’가 23위에 그쳤다. 또 소득 수준과 경제 규모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커지는를 나타내는 ‘경제추격 속도지수’에서는 2012년 세계 58위로 세계 평균에도 못 미쳤다. 2013년엔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28위로 올랐지만 다른 경쟁국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성공 모델이 1990년대 이후 외부 환경 및 내부 조건 변화로 유효성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성장과 소득 수준 상승에 따라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를 대체하는 민주주의의 요구가 커졌고, 국제사회로부터 시장 개방과 금융자유화 압박도 높아졌다. 개방화가 정책 실패와 결부되면서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개별 기업 이득과 국민경제 이득과의 괴리 현상이 나타나고, 수출과 내수, 일자리 사이의 연결고리도 약해지고 있다. 이것이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켜 추가 성장의 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는 새로운 분배 요구와 경제적 민주화와 연결돼 있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소득 불균등 문제가 성장 둔화 이후 표면화하면서 사회적 갈등 및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 중국이 현재까지의 양적인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인 성장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지금까지는 정부 주도로 급성장을 하는 데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지역·계층 간 소득 격차와 정치적 민주화 요구 등이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의 2세대 국가들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성공적으로 찾을 수 있을지, 중국·인도 등이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아시아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