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美·中관계 심층 이해 한국, 생존의 문제다”

[언론보도] “美·中관계 심층 이해 한국, 생존의 문제다”

기사입력 2014-09-25 14:30

“美·中관계 심층 이해 한국, 생존의 문제다”

‘미·중 관계 연구론’ 발간한 정재호 교수

 

‘미·중 관계 연구론’ 발간한 정재호 교수

“천안함 피폭 사건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남북 문제가 순식간에 미·중 갈등으로 번지는 게 한반도가 처한 현실입니다. 미·중 관계 연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난 2013년 5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미·중 관계 전문 연구기관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미·중 관계 연구센터가 첫 성과물을 내놨다. 센터 소장직을 맡고 있는 정재호(정치외교학·사진) 교수는 최근 ‘미·중 관계 연구론’(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을 발간하고 “지정학적 딜레마를 타개할 중장기적인 국제관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 교수는 “미·중 관계는 21세기를 좌우할 국제정치·경제의 핵심 변수다. 특히 중국은 당초 전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패권국(미국)을 따라잡고 있는 모습이다”며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는 것은 이미 사족에 불과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가 이 두 나라 패권경쟁의 첫 번째 장(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21세기를 향한 포괄적 전략동맹’을,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따라서 미·중 관계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이해는 생존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독립변수로서의 ‘미·중 관계’연구는 양적·질적으로 매우 부족한 편이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의 대외관계 그 자체보다는 한·미 동맹 전문가가 더 많고, 중국 내부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보다는 한·중 교류에 더 큰 관심이 주어지는 이상현상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중 관계 연구론’의 제1장에서 의미 있는 지표를 제시했다. 책에 따르면 1995∼2013년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미·중 관계 관련 단행본 수는 총 29권으로 연 1.5권 정도여서 상당히 미약한 수준이다. 정 교수는 정책서클, 싱크탱크, 특히 관변 연구소 등에서 ‘정책 보고서’ 형태로 이뤄지는 미·중 관계 관련 연구의 학술적인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우려했다.

그는 “시사적·단기적 주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 수명이 짧고 본원적 연구보다 한국의 대응방안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이 주어진다”고 평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중 관계 연구론’ 발간은 미·중 관계 연구에 대한 기반을 체계적으로 다지는 작업으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관련 연구 성과에 대한 한국 학계의 독자적인 평가 작업을 우선 담아내고자 한 것도 높이 살 만하다. 특히 다섯 편의 학술논문 외에 두 개의 부록이 눈길을 끈다.

하나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 이후 2013년 말까지의 미·중 관계 연보(年譜)로서, 양국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외교사적 자료이며, 다른 하나는 국내 미·중 관계와 관련한 포괄적인 서지 목록이다. 후속 학문에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 교수는 다음으로 ‘패권국·도전국의 상호인식’에 대한 연구를 준비중이다. 19세기 후반 국제관계를 21세기와 비교하는 것인데, 주로 패권 이동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19∼20세기 영국(패권국)과 미국(도전국)의 상호인식 과정을 21세기 미·중 관계와 비교·분석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