땃마도의 파국, 혁명진영 내부혁명에 달렸다*

박은홍 (성공회대학교)

미얀마 군부, 즉 땃마도의 지도자들은 주요 소수민족이 동등한 권력을 나눠가질 수 있는 연방주의를 파국적 경로로 단정하고 반대했다. 그러기에 땃마도 지도자들의 연방주의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없는 한 연방민주주의를 선언한 민족통합정부(NUG)와 군부 간 타협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NUG는 쿠데타 군부를 지원하는 중국의‘내정간섭’에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고 있으며, 대(對) 아세안 관계에서도 성과를 못 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혁명 진영의 협의체인 민족통합자문위원회(NUCC) 활성화에 실패하는 무능을 보였다.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다지기 위해 내부 혁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각 민족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국가연합(united states)으로부터 ‘새로운 미얀마’(New Myanmar)를 시작하는 정치 현실주의와 점진주의(gradualism)를 상상해 볼 때이다.

<사진 1> 삼형제 동맹의 일원인 아라칸군(AA)이 2024년 2월 땃마도를 물리치고 라카인주 북부 민뱌시를 장악하였다.
출처: AA Info Desk

2021년 2월 1일 미얀마 쿠데타가 일어난 지 3년하고도 9개월이 되었다. 반군부 민주진영은 쿠데타 직후 시민불복종운동(CDM)을 시작했다. 땃마도(미얀마 군부)에 맞서 하나가 되어 싸우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는 각오였다. 이어 민주진영은 임시정부 민족통합정부(NUG)를 출범시켰다. 또 군부의 정치개입을 보장한 2008년 헌법 폐기 선언과 함께 연방민주주의 헌장(Federal Democracy Charter)과 12단계의 정치 로드맵을 공표했다. 연방군의 모체가 될 수 있는 시민방위군(PDF)이 창설되고 소수민족혁명군(EROs)과의 연대가 진행되었다.

같은 해 9월 7일 NUG는 군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출범 당시 NUG는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도 주목을 받았다. 내각에 소수민족 출신이 대거 참여하였다. 청년층도 영입되었다. 대량학살 피해로 국제사회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로힝야족 출신 인권부 차관도 나왔다. 하지만 요직 중의 요직인 국방부 장관이 우 이몬(U Yee Mon)이라는 유명 시인이라는 점은 의아한 부분으로 남았다.

NUG는 소수민족혁명군과 시민방위군의 공세로 전 국토의 60% 정도가 혁명군의 통제하게 놓이거나 미얀마 군부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과연 이 지역을 NUG가 얼마나 정치행정적으로 장악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는 곧 NUG가 작년 10월 27일, 1027작전을 주도한 아라칸군(AA),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 따앙민족해방군(TNLA), 이른바 삼형제 동맹(Three Brotherhood Alliance)과 어떤 빈도와 강도로 소통했는지, 과연 지휘력을 갖고 있는지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올해 6월 말 삼형제동맹의 일원인 MNDAA가 제2단계 1027작전에서 샨주 북부의 주요 도시인 라쇼를 점령하였다. 이미 작년 1027작전 이후 땃마도의 위기의식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올해 초부터 남녀를 불문하고 현지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제징집을 시작했고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무시하고 외국에 나가 있는 자국 노동자들에게 명분 없는 소득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군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노략질을 하자 인접국 태국에서는 국경을 넘는 미얀마 청년들의 탈출 러쉬(escape rush)가 사회문제가 되었다.

지난 10월 17일에는 PDF로부터 공격을 받은 땃마도 병력이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 부뜰린시 시바 마을을 습격해 주민들의 머리를 자르고 사지를 담장 위에 쌓아 놓는가 하면 일부 시신은 불에 태우는 끔직한 만행을 저질렀다. 부뜰린에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땃마도 군사작전으로 인해 대규모의 피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21년 쿠데타 주동자 민아웅흘라잉(Min Aung Hlaing)이 이끄는 땃마도는 현재까지 5천6백 명을 상회하는 민간인을 살해했고 6백만 명이 넘는 실향민을 발생시켰다. 러시아제, 중국제 공군기로 1천900회가 넘게 폭격을 해댔다. 2022년 7월에는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군부 지도자급 인사 4명을 처형했다. 2023년 5월에는 악명 높은 인세인 교도소 내에서 이루어진 재판에서 청년 활동가 5명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들 청년은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다.

민아웅흘라잉은 2021년 4월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지도자 회의에서 즉각적인 폭력 근절 등 다섯 가지 합의사항(5PC: Five Point Consensus)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는 귀국하자마자 언제 합의했느냐는 듯이 막무가내로 민간인 학살을 계속했다.

<사진 2> 내전 이후 모든 학교들의 사정도 어려워졌다. 절이 운영하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출처: 성공회대 국경없는 민주주의학교

땃마도 내에서 아직까지 민아웅흘라잉을 몰아낼 만한 분열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민아웅흘라잉은 NUG를 제외한 소수민족혁명군과 시민방위군을 향해 선거에 참여해서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즉, 비군사적 수단을 통한 갈등해결을 제안했다. 하지만 사카잉 지역의 버마민족혁명군(BNRA) 지도자 보낫가(Bo Nagar)는 이 제안이 진실성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소수민족진영도 그동안 있었던 군사정부들의 상투적인 얘기라며 일축하였다.

그러나 민아웅흘라잉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총선 실시를 예고하며 정치적 정당성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인구조사도 시작하였다. 종교계 지지를 얻기 위해 작년 8월 1일에 세계 최대 사원을 자처하는 마라위자야 봉헌식을 가졌고, 널리 알려진 고승 디따꾸(Sitagu)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6월 군부 쿠데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불교계 원로 윈니미따용(Win Neinmitayon) 스님이 군인들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국민들이 볼 때 다분히 의도성이 있는 살인 행위였다. 군부는 반군으로 오인한 실수였다고 변명했다.

그렇다면 NUG의 전략은 무엇인가? 외교적으론 최소한 중국의 중립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중국은 한때 소수민족혁명군을 지원해주면서 동시에 민아웅흘라잉이 이끄는 군사정부와 접촉하는 ‘이중플레이’를 하였다. 최근 중국정부가 제2단계 1027 작전을 벌이던 MNDAA와 TNLA의 공세를 멈추게 하고, 왕이 외교부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하자, 중국의 신임에 힘입어 민아웅흘라잉의 선거 준비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심지어 중국측이 와(Wa) 소수민족과 비공식회의를 할 때 중국은 서방 진영과 관계를 맺고 있는 NUG, PDF가 땃마도를 붕괴시키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혁명군과 무기 거래를 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유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MNDAA가 외압에 못 이겨 서방 진영과의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

반면 NUG는 중국이 이렇듯 노골적으로 ‘내정간섭’을 하고 있는데도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고 있다. 또 아세안으로 하여금 민아웅흘라잉의 다섯 가지 합의사항(5PC)이행을 목표로 보다 강도 높게 압박하도록 하는 데도 성과를 못 내고 있다.

내부적으로 NUG는 2020년 11월 총선 당선자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방의회대표자회의(CRPH), 소수민족대표 등을 포함한 모든 혁명진영의 협의체인 민족통합자문위원회(NUCC)를 활성화하는 데도 무능을 보였다. 아웅산수지(Aung San Suu Kyi)의 민족민주동맹(NLD)이 NUCC를 탈퇴한 것이 그 한 예이다. 한마디로 소수민족혁명군과 시민방위군의 군사 능력을 NUG 정치력이 못 따라가고 있다.

<사진3> 작년 1027 작전 이후 땃마도의 지상 전투력이 위기를 맞으면서 무장반군의 점령지를 향한 공습도 격화되었다.
출처: Khit Thit Media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 군부 이후 역대 군사정부는 영토, 인구 규모와 상관없이 주요 소수민족들에게 동등한 권력 지분을 보장하는 연방주의를 미얀마가 해체되는 파국적 경로로 단정했다. 따라서 군부 지도자들의 연방주의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없는 한 연방 민주주의를 선언한 NUG와 군부와의 타협 여지는 없다. ‘길고 끝을 알 수 없는 정치투쟁’이 불가피하다. 이는 NUG와 소수민족혁명세력이 내전에서 승리하는 것 이외에 Plan B가 불필요함을 의미한다. 땃마도의 잔혹함이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굳이 Plan B를 세운다면 군부를 분열시킬 수 있는 화전(和戰) 양면 전략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일종의 저강도전쟁(low-intensity warfare) 전략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다. 적의 분열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고강도전쟁(high-intensity warfare)보다는 저강도전쟁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땃마도의 사기가 저하되어 있고 투항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그들을 고려할 때 특히 그러하다. 고강도전쟁과 저강도전쟁, 즉 응징의 정치(politics of prosecute-purnish)와 화해의 정치(politics of forgive-forget) 병행전략(two-track approach)의 유효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군사적으로 땃마도를 보다 거세게 몰아붙여야 한다. 아라칸군(AA) 대장 툰미얏나잉(Tun Mratt Naing), 카친독립군(KIO)의 관머(Gun Maw) 장군 등의 역할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이다. 나아가 NUG가 고강도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소수민족혁명군과 시민방위군 중심으로 대폭 재편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NUG와 혁명진영이 민족과 계층과 세대의 차이를 뛰어 넘어 모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또 이를 다지는 길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미얀마’(New Myanmar)를 각 민족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국가연합(united states)으로부터 시작해 보자는 정치 현실주의 또한 필요하다. 저강도 연방주의(low-intensity federalism)로부터 고강도 연방주의(high-intensity federalism)로 진화하는 점진주의(gradualism)를 상상해 볼 때이다.


* 이 글 작성 과정에서 미얀마 국내 활동가 져른(Zaw Lun)님을 비롯해 한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웨노에(Wai Nwe Hnin Soe), 찬빅체(Chan Bik Ce), 코칸(Ko Khant)님의 도움을 받았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4권 26호 (2024년 10월 28일)

Tag: 미얀마,땃마도,시민불복종,쿠데타,NUG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김희숙․Myo Hein (2024). 『미얀마 위기의 안과 밖: 3년의 여정을 돌아보다』. 정한책방.
  • 박은홍 (2024).『불복종의 정치학: 미얀마와 타이 청년들의 세손가락 혁명』. 드레북스.
  • 최경희․장준영 외 (2024). 『봄의 혁명: ‘새로운 미얀마’를 향한 담대한 행보』. 진인진.
  • 박은홍 (2023). “미얀마 ‘봄의 혁명’어디까지 왔나?” Glocal Issue Monitoring Report Vol.3, May 18.
  • Oliver Slow (2023). Return of the Junta: Why Myanmar’s Military must go back to the Barracks? Bloomsbury Academic.

저자소개

박은홍(ehpark@skhu.ac.kr)

현) 성공회대 정치외교학과 및 동대학 일반대학원 아시아비정부기구학과(MAINS) 교수, 국제민주연대 실행위원,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자문
전) 태국 마하사라캄대학교 정치행정대학(College of Politics and Governance) 방문학자, 태국 왕립 쭐라롱껀대학교 정치경제연구소(Political Economy Centre) 방문연구원

 

주요 저서와 논문

『불복종의 정치학: 미얀마와 타이 청년들의 세손가락 혁명』 (드레북스, 2024).
『동아시아의 전환: 발전국가를 넘어』(아르케, 2008).
“동남아시아의 민주화 이후 ‘개발’과 ‘인권’의 갈등적 공존: 시민사회의 시각.” 『동남아시아연구』 19(2), 2009.
“The State Nationalism vs Liberal Nationalism in Thailand and Myanmar: Focusing on the National Revolution Traits in the Process of Nation State Building.” Journal of Politics and Governance 14(3),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