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2): 2022 한국인의 아시아 인식 설문조사 결과 분석
한국인의 아시아 인식: 공고한 아시아 정체성, 국제관계에 따른 인식의 변화

김윤호 (서울대학교), 김춘석 (한국리서치)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한국인의 아시아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본 조사의 목적은 한국인들이 전 세계, 그중에서도 특히 아시아를 어떤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조사에서는 아시아 지역 선호도 및 아시아 정체성, 아시아 전반에 대한 이미지, 아시아 주요 지역별·국가별 선호도 등을 물었다(조사 기간: 2022년 12월 6일~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활용한 웹 조사 방식). 조사 결과 중 주목할 만한 점을 중심으로 요약 정리하였다.

아시아 정체성과 이미지

한국인의 아시아인 정체성(Identity), 공고하게 유지

2021년 조사에 이어, 한국인의 아시아 정체성은 공고하게 유지되었다. “나는 아시아인이다”라는 진술에 94.8%가 동의하는데, 이는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진술의 동의율(98.2%)과 큰 차이가 없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1년 전과 비교할 때도 2.6%P 상승한 결과이다. 한국인이라는 국가 정체성만큼이나, 아시아인 정체성 또한 높은 것이다. 반면 “나는 세계인이다”라는 데 동의하는 응답은 76.7%로 1년 전보다 1.8%p 하락했다. 이 수치가 낮은 건 아니지만, 아시아인 정체성에 비하면 세계 시민이라는 글로벌 정체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그림 1 참조>.

<그림 1> 한국인의 정체성 (단위: %)

아시아에 대한 이미지, ‘신흥국과 저개발국’, ‘다양한 식문화

아시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이나 이미지를 최대 2개까지 물은 결과, ‘신흥국과 저개발국(45.1%)’, ‘다양한 식문화(33.3%)’, ‘거대 인구(24.2%)’, ‘신흥경제/수출시장(24.0%)’, ‘인기 관광지(19.8%)’, ‘군부독재/쿠데타(15.7%)’,‘환경 오염(12.9%)’, ‘전통 축제(10.6%)’,‘종교 갈등(10.2%)’, ‘거대 도시(3.9%)’ 등의 순서로 확인되었다. 2021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다양한 식문화(4.6%p 상승)’, ‘인기 관광지(3.4%p 상승)’, ‘군부독재/쿠데타(3.3%p 상승)’를 떠올린 응답은 상승, ‘신흥국과 저개발국(5.5%p 하락)’, ‘종교 갈등(3.5%p 하락)’ 이라는 응답은 하락했다.

2021년 조사 보다 응답 비율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신흥국과 저개발국’이 2회 연속 선정되었다. 한국인이 ‘아시아’를 생각할 때, 한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등 경제력과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를 기준으로 두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여전히 ‘서구는 선진국, 아시아는 후진국’이라는 이분법적인 도식이 판단의 근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양한 식문화’, ‘인기 관광지’, ‘전통 축제’ 등 문화·여행과 관련한 이미지 언급이 늘었다는 점은 향후 한국인의 아시아 정체성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그림 2 참조>.

<그림 2> 한국인의 아시아에 대한 이미지. (단위: %)

아시아인에 대한 호감도

북아메리카인, 유럽인과 비슷한 아시아인 호감도

북아메리카(미국/캐나다)인, 아시아인, 유럽인, 오세아니아(호주/뉴질랜드 등)인, 라틴아메리카(중남미)인, 아프리카인 등 전 세계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를 확인한 결과, 아시아인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63.2점으로 북아메리카(미국/캐나다)인(65.9점)보다는 낮고, 유럽인(62.9점), 오세아니아인(호주/뉴질랜드 등, 62.6점)과는 큰 차이 없이 비슷하다. 전 세계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가 모두 작년보다 상승하였으며, 2021년에는 보통(50점)을 밑돌았던 라틴아메리카(중남미)인에 대한 호감도(52.0점)와 아프리카인에 대한 호감도(50.2점)도 모두 50점을 넘어섰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북아메리카, 유럽인들에게도 아시아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호감을 느낀다는 점은, 한국인이 아시아 사람들에게 가진 정서적 유대감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것이다. 한국인의 아시아 정체성이 높기는 하지만, 이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위치한다는 점 때문에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히려 더 나아가면, 한국인이 탈(脫)아시아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시아 지역 내에서는 중앙아시아, 서아시아인 호감도 상승

아시아 각 지역 사람들의 호감도는 동북아시아인(58.1점), 동남아시아인(55.2점), 중앙아시아인(52.5점), 서아시아인(47.6점), 남아시아인(47.0점) 순이다. 2021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모든 지역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가 적게는 1점, 많게는 4점 이상 상승해, 아시아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동남아시아인에 이어, 2022년 중앙아시아인에 대한 호감도가 보통(50점) 이상을 기록한 것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그림 3 참조>.

<그림 3> 한국인의 아시아인 호감도 (단위: %)

주요 국가에 대한 인식

주요 아시아 국가 호감도, 싱가포르대만몽골 등의 순

주요 국가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 관계 수준, 영향력 등의 조사 결과에는 최근의 국제정세와 한국의 외교 정책 변화가 잘 드러나 있다. 먼저 세계 주요 20개 국가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는 미국(67.7점), 스웨덴(64.4점), 호주(63.6점), 독일(61.5점), 프랑스(61.2점) 등 2021년에 이어 서구 주요 국가가 1~5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로 한정하면, 싱가포르 호감도가 59.7점으로 아시아 국가 중 1위였고, 대만(54.5점), 몽골(54.0점), 우즈베키스탄(51.9점), 태국(51.4점) 등이 뒤를 이었다.

2021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러시아, 북한, 중국의 호감도만 하락했는데 특히 러시아 호감도가 44.5점에서 35.9점으로 8.6점 하락했다. 반면 일본 호감도는 2021년 33.6점에서 2022년 42.2점으로 8.6점 상승했다. 북한 호감도는 31.0점으로 20개 조사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렀고, 중국 호감도도 35.5점으로 2021년과 큰 차이 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러시아, 중국, 북한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한 자릿수에 그쳐

주요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살펴보면, 2021년에 이어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다. 전체 응답자의 71.2%가 미국을 신뢰한다고 답했고 이어서 싱가포르(62.9%), 대만(47.3%), 몽골(39.3%), 태국(37.7%) 등의 순서이다. 반면 북한(2.9%), 중국(4.5%), 러시아(9.4%)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한 자릿수에 그쳤고, 인도(21.5%), 일본(22.4%)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편에 속한다. 한국과 가장 긴밀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한반도 주변 4개국에 대한 불신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 월등하게 높은 점이 2021년에 이어 2022년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다만 신뢰도 변화의 방향성은 국가별로 조금 다른데, 러시아 신뢰도는 2021년 조사 대비 반토막이 난 반면, 일본 신뢰도는 9.1%p 상승하였다.

미국, 한국과의 관계가 좋고 긍정적인 영향 주는 국가

한국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71.0%가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가 좋다고 답했다. 두 번째, 세 번째로 높은 응답을 받은 국가인 싱가포르(41.4%), 베트남(34.0%)의 결과와 비교하면, 미국의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면 관계가 나쁜 국가로는 북한(80.2%), 일본(62.4%), 중국(47.8%), 러시아(42.0%)의 순서로, 신뢰도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주변 4개국과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러시아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응답이 2021년과 비교했을 때 24.0%p나 상승한 반면,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응답은 17.2%p가 줄어들었다. 북한과 나쁜 관계라는 응답 또한 2021년 대비 16.1%p 늘어났다<그림 4 참조>.

<그림 4> 한국인의 주요국 신뢰도 변화(2021년~2022년) (단위: %)

한국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미국이 한국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응답(69.8%)이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북한(부정적 영향을 준다. 83.7%), 중국(63.1%), 일본(57.5%), 러시아(55.2%) 등은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국가라는 응답이 높았다. 러시아, 북한이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각각 31.0%p, 12.8%p 상승한 반면, 일본이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14.3%p 감소했다.

미국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

주요 국가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 상호관계와 영향력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인은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상호관계 및 긍정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이는 오랜 시간 동맹관계로서 구축해 온 긍정적인 이미지가 굳건할 뿐만 아니라, 2022년 악화된 한러 관계, 남북 관계의 반작용이 미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러시아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고, 상호관계 및 영향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었고, 위기감을 심어준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셋째, 일본에 대해서는 불신한다는 응답이 높고 상호관계 및 영향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여전하지만, 1년 전에 비해서는 긍정적 인식이 증가하였다. 이는 윤석열 정부 이후 일본과의 관계 개선 노력이 진행되고, 한미일 협력이 강화된 것에 호응한 결과로 보인다. 넷째, 북한에 대한 신뢰도와 상호관계, 영향력 모두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졌는데, 이는 10월~11월 이어진 미사일 도발과 연이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탓으로 보인다. 끝으로, 중국에 대해서는 1년 전과 큰 변화 없이 믿을 수 없고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우세하며, 그 외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한 평가 역시 1년 전과 큰 변화는 없었다.

주요 국가와의 협력

한국이 가장 협력해야 할 국가는 미국,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는 중국

한편, 한국이 가장 협력해야 할 국가(1+2+3순위)로는 미국(86%)이 가장 높고, 중국(46.3%), 일본(35.6%), 북한(2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21년과 비교했을 때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은 7.4%p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2021년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은 24.6%로 북한, 일본 등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22년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은 9.6%로 절반 아래로 감소하였다. 그 외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큰 변동은 없다.

반면,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로는 중국(88.9%), 북한(76.6%), 일본(63.8%), 러시아(33.2%) 등의 순이다. 러시아를 경계해야 할 국가로 지목한 응답은 2021년 16.1%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반면, 일본을 경계해야 한다는 응답은 12.9%p 감소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를 경계해야 한다는 응답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외정책의 최우선 국가는 미국이라는 인식이 확고한 가운데 일본에 대해서는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러시아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증가했다. 또한 미국과 한반도 주변 주요 4개국에 대해서는 협력해야 할 국가이면서 동시에 경계해야 할 국가라는 양면적 인식이 공고하지만, 그 외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협력 대상이라는 인식도, 경계 대상이라는 인식도 모두 미미한 수준이다.

한반도의 대외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과 한반도 주변 주요 4개국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다른 지역은 아직 중요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또한,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월등히 높은 것은 다소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최대의 국익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으나,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외교 정책은 자칫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그림 5 참조>.

<그림 5> 한국인이 경계해야 할 국가, 협력해야 할 국가

종합 정리

앞서 살펴본 설문조사 결과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인의 아시아 정체성은 여전히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인에 대한 호감도가 북아메리카인 유럽인과 비교해서 특별히 높지 않고, 아시아 주요 국가에 대한 호감도 또한 유럽 및 북미지역 국가에 비해 낮다. 이는 한국인이 갖고 있는 아시아 정체성은 아시아 사람 및 국가에 대한 신뢰와 동질성이 아닌, 지리적 위치라는 단순 논리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아시아 각 지역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는 상승했고, 특히 중앙아시아인에 대한 호감도가 50점을 넘었다. 이는 아시아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한국인이 가진 아시아 정체성이 강화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결과이다. 셋째, 최근의 한반도 주변 정세 및 국제적 역학관계, 국내 정치 환경의 변화가 주요 국가에 대한 신뢰도와 관계 수준, 영향력 인식 등에 영향을 주었다. 미국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이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눈에 띄게 상승한 반면,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인식이 커졌다. 주변국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한국의 외교 정책 수립 시 중요하게 참고할 수 있는, 정책적으로도 의미가 큰 결과이다.

3권 2호 (2023년 1월 17일)

Tag:
한국인,아시아인식,아시아정체성,설문조사,지역선호도

저자소개

김윤호(kic555@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아시아 브리프> 편집위원


김춘석(cskim@hrc.co.kr)

현)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사업본부 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