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성범죄 뒤덮는 ‘부산 포퓰리즘’ 재앙
[권혁주 교수(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디렉터)]
박원순·오거돈 전 서울·부산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서울·부산의 4·7 보궐선거가 포퓰리즘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실시될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이번 선거에 뛰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재임하던 2015년에 만들어진 이 당헌 조항을 상대방을 공격할 때는 활용하고 자신들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민주당의 태도는 공당으로서 지켜야 할 신뢰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은,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부동산 가격 폭등, 지역 경기 침체 등 정책 실패로 수세에 몰려 있던 민주당이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약을 들고나오면서 부산의 보선 판세를 크게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검토돼 2007년 이명박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사이에 충돌을 빚었던 사안이다. 부산 쪽은 가덕도신공항을 선호한 반면 대구 쪽은 밀양에 공항 건설을 원했기 때문이다. 많은 논쟁 끝에 김해공항 확장으로 2016년 결론지어졌다. 이후 정책 조정을 위해 총리실에서 검증위원회가 가동되던 차에 갑자기 민주당이 이 사안을 부산 보선의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