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미중 경쟁 이슈별 호주·아세안(싱가포르, 필리핀) 입장 및 대응동향 분석 | 정재호
- 연구책임자: 정재호
- 지원기관: 외교부
- 문의: cjhir@snu.ac.kr
- 보고서: 직접문의
요약문
본 보고서에서 다루는 다섯 가지 현안은 발주처인 외교부에서 제시한 8개 영역 중 현안의 중요성이 상당하고, 또 향후에도 문제 발발/재발의 여지가 많은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 중 세 가지 – 남중국해, 인⦁태 전략, 그리고 INF 미사일 배치 – 는 각기 다른 문제이면서도 상호 연결성을 지닌 안보전략 이슈이다. 5G/화웨이는 기술안보 이슈이며, 홍콩/신장 문제는 주권, 규범 및 가치, 그리고 소프트 파워과 연관된 문제다.
호주, 싱가포르와 필리핀 사례의 선정과 관련해서는, 모든 조건에서 다 일치하지는 않아도 3국 공히 중국 및 미국과의 교역이 매우 중요하고 –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 민주체제이자 미국의 오랜 동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세 국가가 2016-2020년의 기간 동안 위의 다섯 영역에서 어떤 대응을 보였는지를 상세히 살피는 것은 한국에 대한 함의가 적지 않는 작업이다.
홍콩/신장 문제에서 싱가포르와 필리핀이 유사한 입장을 보이는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호주가 가장 미국의 선호에 가까운 입장을 일관되게 보이며, 필리핀은 중국의 선호에 보다 근접한 행태를, 그리고 싱가포르는 전형적인 ‘헤징’(moderation 혹은 mid-point의 추구)의 신중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3국 입장을 상세히 비교하면, 호주의 경우 동맹으로서의 ‘상관성’(relevance)을 지속적으로 부각하려 노력하며, 높은 대 중국 경제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필요 시 강경한 입장 – 예컨대 화웨이 이슈와 남중국해 문제의 경우 – 을 표해왔다. 원칙, 전례 및 국제규범이 제시하는 논리에 많이 의존하며 현안에 있어 자국의 당사자 여부를 중요하게 인식하면서도 동맹/규범에 대한 중시 역시 두드러지는 편이다. 특히, 주권에 대한 인식과 외부 개입에 대한 정치적 민감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민주체제다보니 전임 정부의 차별화 노력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보정책에서의 일관성은 비교적 높다. 중국으로부터의 지리적 거리가 상당하다는 차이가 있지만, 대 미국 동맹과 대 중국 경제의존도 등의 측면에서 한국에 주는 정책적 함의가 적지 않다.
싱가포르는 – 호주와 유사하게 – 자국의 당사자 여부를 중시하고 주권에 대한 외 개입에 매우 민감하다. 미국과 중국이 공히 중요하다는 ‘이중적 접근’을 취하지만 정권의 변화가 없는 정치체제로서 안보정책에 대한 일관성 – 특히, 경제관계에는 중국이, 그리고 안보에는 미국이 중요하다는 접근 – 이 높게 드러난다. 예컨대, ‘인⦁태 전략’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대신 미국과의 군사협력의 증대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또 신중하고 중도적(mid-point) 입장 모색에 능하지만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는 배짱도 갖고 있다. 다만 공식 동맹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필리핀의 사례는 여러 모로 부정적 측면을 많이 갖고 있다. 우선, 집권 정당이 바뀔 때마다 대외정책이 큰 진폭의 ‘시계추 현상’을 보일 뿐 아니라 – PCA 판결에 대한 필리핀의 입장에서 볼 수 있듯이 – 심지어 현안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배치되는 정책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또 외부 개입에 대한 정치적 민감도가 매우 낮으며, 국격에 대한 고려 역시 매우 적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likeminded countries)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국가’(similarly-situated countries)라는 측면에서 필리핀의 사례는 한국이 결코 따라 해서는 안 될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