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전략적 딜레마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응패턴 연구 | 정재호

  • 연구책임자: 정재호
  • 지원기관: 외교부
  • 문의: cjhir@snu.ac.kr
  • 보고서: 직접문의

요약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 중국 견제가 본격화되었다. 미국 중심의 지정학과 중국 중심의 지경학 간의 충돌로 규정할 수 있는 과정 속에서, 양국이 역내 국가들에게 자신의 정책선호를 채택하기를 요구하는 ‘제3자 강요'(third- party coercion)가 향후 보다 빈번해질 것이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자신의 세력권으로 간주해왔고, 또 미-중간 패권경쟁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격렬히 펼쳐질 동아시아에 위치한 한국은 이미 양국 간 ‘기 싸움’으로 인한 다양한 전략적 딜레마(8년간 무려 9가지)를 겪었고, 이 같은 딜레마는 미-중간 대립이 심화될수록 그 빈도 및 강도가 보다 높아질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러한 ‘제3자 강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살피는 것은 한국에게도 적잖은 함의를 가진다. 2004-7년과 2011~16년 기간 동아시아 15개국의 대응 패턴을 살펴보면, 북한, 캄보디아 및 라오스가 대 중국 ‘편승’ (bandwagoning)을 선택했으며(미얀마는 후 시기에 이탈), 일본, 대만, 호주와 몽골은 대 중국 견제/균형(balancing)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난다. 절반에 가까운 7개국이 ‘위에서도 소극적 위험 분산 전략을 취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이 있으며, 보다 적극적인 위험 분산 전략을 택한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과 한국도 있다. 두 시기의 차이라면 국가들이 조금은 분산의 추세로 – 즉, 중간점으로 – 수렴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들 15개국의 대 중국 좌표 설정에서 드러난 편차 요인으로는 정치체제의 유사성, 미국과의 동맹 여 부, 중국과의 국경 공유 여부, 중국과의 전쟁 경험 유무 등이 중요해 보인다.

동아시아 15개국에 대해 채용한 기준을 한국의 대 중국 전략적 좌표에도 적용해 세 가지 옵션의 행태적 특징들과 면밀히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의 좌표는 대체로 균형 전략과는 거리가 먼 것(13%)으로 보이며, 그보다는 오히려 위험 분산(60%)과 편승(57%)의 두 옵션에 훨씬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위험 분산 전략의 경우, 이 보고서에서 다루는 15개 동아시아 국가들 중 절반에 가까운 국가들이 채택하는 전략인 바 – 특히, ‘이슈별 선택적 지지’가 많은 국가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기에 –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전략적 좌표가 대 중국 편승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는 것은 일정 부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한국이 경제, 무역, 안보 구조 등에서 강대국의 압력에 매우 취약할 뿐 아니라, 역사적 맥락에서도 그리 간단치 않은 존재’로 각인되지 못한 상태에서 네 가지 정도의 향후 연구 과제에 대한 제안을 할 수 있겠다. 이에는 (1) 대한민국의 국익 기준의 설정, (2) 트럼프 행정부 시기(2017~)의 동아시아 15개국의 화웨이, ‘인도-태평양’ 전략, 그리고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한 대응 패턴, (3) 호주,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대 중국 좌표 설정에 대한 비교사례 연구, 그리고 (4) 중국의 영향력 확대 작전 (influence operations)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