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엄은희의 내가 만난 동남아_9 – 양곤, 처음이니까 여행처럼
[미래지구 프로그램 엄은희 공동연구원]
“지난해 여름 양곤을 다녀왔다.”
이 한 문장을 써 놓고 반나절이 넘도록 글 진도를 못 뺐다. 동남아연구를 업(業)으로 삼으며, 동남아 10개국을 다 가보리 다짐도 하고 기대도 했었다(아직 브루나이와 동티모르는 가지 못했다). 이 업계 13년차에 이르도록 미얀마와는 연닿을 일이 없었는데 지난해 여름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겨우 아흐레(9일을 뜻합니다). 그 짧은 방문을 하고 그 곳에 대해 뭘 쓰려고 하다니.
‘가 본 적 있어’와 ‘그곳을 좀 알겠어’ 사이의 간극은 넓은데, 뭐가 아는 게 있어야 쓸 거 아닌가 싶어 정리가 안 된다. 그런데 이건 좀 겸손한 버전의 망설임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잘 아는 도시가 아닌 줄 알면서도 그럴듯한 글을 쓰고픈 욕구를 누르지 못해서다. 그러니 글도 생각도 머뭇거린다.
그런데도 나는 이 도시에 대해 내가 보고 느낀 바를 한 번은 정리해 보고 싶었다. 이럴 때 나에게 용기를 주는 만트라(mantra)를 되놰본다. “글은 마스터피스(Master-piece)가 아니라 퍼스트피스(First-piece)로 쓰는 거다.” 이글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결정하지 않았지만 일단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