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풍수는 미신 아닌 과학”…풍수 서적 잇따라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집터나 묏자리를 평가할 때 따지는 풍수(風水)는 흔히 미신 혹은 기복신앙으로 치부된다.
이러한 생각은 풍수가 중국에서 전래한 고루하고 비과학적인 사상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풍수를 대하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한 현실에서 풍수를 학문으로 연구해 온 학자들의 글이 최근 잇따라 책으로 묶여 나왔다.
동아시아풍수문화연구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함께 엮은 ‘동아시아 풍수의 미래를 읽다’와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를 지낸 최창조 씨의 ‘한국 자생 풍수의 기원, 도선’이다.
‘동아시아 풍수의 미래를 읽다’는 지리학, 종교학, 생태학, 건축학, 환경학 등 전공이 다양한 학자 13명이 쓴 논문집이다.
그중 조인철 원광디지털대 동양학과 교수가 집필한 ‘건축과 도시에 대한 현대 풍수의 모색’은 많은 현대인이 갖고 있는 선입견을 반박한 논문이다.
그는 풍수는 경험과학이며 통계과학의 전통지식이라고 규정한 뒤 미신적인 측면인 ‘귀'(鬼)를 제거하고 ‘기'(氣)의 흐름만 파악한다면 오늘날 터를 잡는 데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옥한석 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논문 ‘환경풍수의 연구 방법론’에서 명당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특정 장소의 위치와 산세, 물길뿐만 아니라 기온, 강수량, 일조량, 풍향, 풍속 등 기후도 명당을 결정하는 요소임을 밝힌다.
논문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풍수’를 쓴 박수진 서울대 교수는 “풍수가 현대지식을 넘어서거나 우월하지는 않다”라면서도 “현대과학에서 미처 파악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풍수는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자생 풍수의 기원, 도선’은 통일신라시대 말기의 승려로 풍수의 대가였던 도선(道詵)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도선을 중국과 풍토가 다른 우리나라만의 자생 풍수를 만든 인물로 평가하고, 도선의 풍수에는 고대신앙부터 불교와 도교, 그 외의 외래 종교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도선이 확립한 자생 풍수의 핵심 개념은 치유와 비보(裨補)다. 비보는 모자라는 것을 도와서 채운다는 의미다.
풍수적으로 완벽한 명당은 없다고 생각한 도선은 수동적으로 명당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아픈 땅을 고쳐서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특히 명당이나 길지(吉地)에 대해 집착하는 것은 도선의 풍수가 아니었다.
또 저자는 고려시대에는 왕건과 그의 가문이 무명의 승려인 도선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면서 그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허구라고 설명한다.
‘동아시아 풍수의 미래를 읽다’ = 지오북. 400쪽. 2만4천원.
‘한국 자생 풍수의 기원, 도선’ = 민음사. 640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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