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을 나는 닭: 중국 네이멍구 초원 사막화
이 책은 사막화 방지를 위해 중국 북방 초원 지역에서 실시된 실험과 시범사업을 민족지 방법을 통해 기술함으로써, 과학지식의 생산, 목축민의 생활양식, 도시민의 윤리적 소비로 이어지는 새로운 생태계의 구성을 분석하려는 시도다.
초원목계(草原牧鷄) 프로젝트, 사막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다
이 책은 사막화 방지를 위해 중국 북방 초원 지역에서 실시된 실험과 시범사업을 민족지 방법을 통해 기술함으로써, 과학지식의 생산, 목축민의 생활양식, 도시민의 윤리적 소비로 이어지는 새로운 생태계의 구성을 분석하려는 시도다. 저자는 중국 네이멍구 훈산다커 사지에 위치한 황막초원(荒漠草原) 지역에서 중국과학원 식물연구소와 생태학자들에 의해 실시되었던 사막화 방지 실험 및 시범 프로젝트에 대해 현지연구를 진행하고, ‘생태정치(ecopolitics)’의 관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의 번역을 통해 타협‧조정‧논쟁‧협력하는 과정을 기술하고자 했다. 기존의 문화생태학과 정치생태학에서 보여 준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하는 공통의 연결망을 생태 연구의 중심에 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 소개
이선화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와 인류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외국인노동자 유입에 따른 도시지역 주민의 대응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중국 네이멍구 초원과 중국과학원 식물연구소에서 사막화 방지에 대한 민족지연구를 진행하여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구 생태문제를 둘러싸고 과학자, 원주민, 식생, 토양, 동물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합함으로써 생성되는 새로운 세계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학술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중국 산둥대학교 인류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2』(공저)가 있고, 논문으로 「중국 내몽고 초원의 위기와 사막화 논쟁: 초원목계가 등장하기까지」, 「중국 내몽고 초원 몽골족 생활방식의 다변화: 황막초원 지역 몽골족 마을의 사례」, 「초원과 닭의 세계상: 중국 북방 초원 사막화 방지와 생태실험」, 「닭과 우리: 동물의 습관화와 초원의 생태정치」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제1장 초원생태계에 닥친 위기
- 네이멍구 초원에서 날아온 모래폭풍
- 생태정치를 바라보는 이론들
- 초원 네트워크 따라가기
- 어떤 내용을 다루나
제2장 네이멍구 초원에 닥친 위기와 사막화 논쟁
- 네이멍구로 가다
- 사막화 논쟁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 초원 위기 쟁점이 이동하다
- 초원목계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제3장 실험시범기지를 만들다
- 닭 방목 실험: 관심끌기 장치들
- 왜 소 대신 닭인가
- 닭장의 진화와 초원의 변신
- 몽골족 생활양식이 변하다
- ‘목금’이라는 새로운 생태계
제4장 생태 모델의 모범적 전시장
- 한 마을 촌장이 찾아오다
- 사회주의 모델, 시장 모델, 그리고 생태 모델
- 몽골족 목축민과 과학자의 갈등과 타협
- 함께 모델이 되다
제5장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수익을 늘려라
- 1제곱미터의 세계: 표본 속의 초원
- 봉인과 이송: 멀리서도 초원을 눈앞에 두는 법
- 이산화탄소 배출량, 사료 비용, 병충해와 동맹
- 최적의 그림 그리기
제6장 초원목계의 생태계
- 초원목계, 지식 공동체에 등록되다
- 초업특구 건설을 제안하다
- 생산-운송-판매 시스템을 구축하다
- 초원목계 네트워크의 완성: 도시민의 유기농 식품 소비
- 초원-도시 동맹: 윤리적 소비와 사막화 방지
제7장 초원의 생태정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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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본문 중에서
2010년 간쑤성 바이인시(白銀市)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은 한반도를 넘어 북미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2013년 4월, 중앙기상대는 네이멍구자치구 서부와 간쑤성 서부, 랴오닝성(遼寧省)에 이르는 지역에 다시 모래폭풍남색주의보를 발령했다. 우리에게 이른바 ‘황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모래폭풍의 진원지인 중국 네이멍구를 비롯한 서북지역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리고 시시때때로 국경을 넘어 숱한 사람을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이 현상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일까?(2쪽)
중국 북방의 대표적 사지(沙地)인 훈산다커 사지(渾善達克沙地)에서는 초원 및 사막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온 중국과학원 식물연구소의 생태 연구기지가 2002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사막화 진전을 우려하는 정부의 금목정책으로 이 지역의 목축민들은 더 이상 소와 양을 초원에 방목하지 못하게 되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지 주민들의 경제적 곤란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학원 과학자들은 ‘초원목계 프로젝트’ – 초원에서의 닭 방목 – 를 제안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초원에서 닭을 사육하는 것이 소나 양 같은 몸집이 큰 가축을 방목하는 것보다 식생을 덜 퇴화시키면서도 정부의 금목정책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에서 목축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원목계 프로젝트는 그동안 타협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과학자, 정부, 목축민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창의적인 시도였다.(6-7쪽)
이 글은 계경(鷄經)이다. 단, 확장된 계경이다. 닭을 기르는 방법을 기술하는 것을 넘어서 초원의 사막화 방지와 몽골족의 경제적 이익, 과학지식의 생산, 소비윤리로 확장된 민족지이다. 이 글은 몽골족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利)’이며, 초원과 대기로 이루어진 생태의 협치(協治)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義)’다. 그래서 이 글은 품위 있게 닭을 기르는 법에 대한 민족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