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고전의 활용: <취교전,Truyện Kiều>을 중심으로

일시: 2022년 11월 01일(화) 12:00-13:00 장소: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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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일 - 12: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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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일 - 1: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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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406호

<취교전>은 베트남이 낳은 대문호 완유(阮攸, Nguyễn Du, 1776-1820)에 의하여 창작된 6 ㆍ8구체 형식의 소설이다. <취교전>은 여자 주인공 취교(翠翹, Thuý Kiều)의 파란만장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재명사상’, ‘효도 사상’, ‘권선징악’, ‘인과응보’와 같이 인간사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교훈이 담겨져 있다. 또한 표현이 매우 시적이고 인물을 매우 사실적이며 생동감넘치게 묘사하고 있어 베트남어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베트남인들은 <취교전>의 많은 구절을 암송할 수 있으며, <취교전>을 인용하여 공감을 얻는 것이 매우 익숙하다. 어려서부터 <취교전>을 듣고 말하며, 각급 학교과정에서 이를 학습했기에 베트남인의 생각에서 <취교전>의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운명이 마치 그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베트남인의 영혼을 사로잡고 있는 작품이다. 심지어 설날에는 <취교전>으로 운명을 점치는 ‘끼에우점’이 있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베트남인의 호응을 얻기위하여 베트남의 정치인과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은 <취교전>을 인용하곤 한다.
1992년 수교이후 한국과 베트남간의 경제교류 및 인적교류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양국 간의 관계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여 진정한 동반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베트남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는 지를 알아가는 노력일 것이다. 문화에 깊은 이해는 그 첫 단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과의 문화교류는 매우 일방적인 흐름만 있을 뿐이며 아직 충분치 않은 학문적인 성과조차도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취교전>이 베트남인들에게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고, 외국정상들의 연설문에 나타난 <취교전> 인용사례를 통하여 베트남 문화활용의 방향을 생각해 본다.

Review

<베트남 고전의 활용: <취교전, Truyện Kiều>을 중심으로>
발표자: 장진(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 내에서 베트남에 대한 관심은 주로 경제, 투자, 문화에 쏠릴 때가 많다. 특히 일방적으로 한국의 기업이나 문화를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일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곤 한다. 이번 브라운백 세미나의 발표를 맡은 장진(아시아 연구소 방문학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트남 마케팅연구소장) 교수는 한국-베트남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나”(한국)의 관점으로 “너”(베트남)을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베트남인 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적극적으로 알고 공감하려는 상호간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발표자는 베트남의 국민 문학으로 알려진 <취교전, Truyện Kiều>를 중심으로 베트남 고전문화 활용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흥부와 놀부, 심청이, 홍길동과 같은 이름들이 자연스레 정서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듯, <취교전> 속 서사와 인물들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왔다. 베트남에서는 <취교전>이 고대 그리스의 일리아드(Iliad)나 셰익스피어의 햄릿(Hamlet)과 같이 대표적인 서사시(epic)로도 여겨지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 속 끈끈한 연대와 시대상을 보여주고 베트남어 표현의 다양성과 심미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교육과정에도 꾸준히 게재되어 왔고, 시기에 따라 여러 형태와 방식으로 리메이크가 많이 되었을 정도로 <취교전>은 베트남의 국민 문학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발표자는 <취교전>이 베트남 사회와 정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문화적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베트남과 미국의 국가 정상들이 어떻게 <취교전>을 활용해왔는지 알아보았다. 먼저, 베트남의 호치민 주석은 <취교전>에 나오는 구절과 이야기들을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인용하였으며, 2010년에는 호치민 주석의 <취교전> 활용 사례만 따로 모은 책이 출판되었을 정도이다. 현 베트남 서기장은 <취교전> 속 “마음은 재주보다 3배는 더 중요하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2020년 중앙위원 및 정치국원 선출기준에서도 언급되었다고 한다. 또한 발표자는 미국 대통령(빌 클린턴, 존 바이든, 버락 오바마)들의 연설 속 <취교전> 인용 부분을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버락 오바마가 인용한 구절의 섬세함과 활용성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취교전> 인용이 미국-베트남 관계가 역사적 갈등과 아픔을 딛고 나아갈 수 있는 정서적 디딤돌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는 베트남인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3위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의 사례로 넘어오며, 발표자는 한국 정상들의 베트남 관련 연설 19개를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의 표현으로 분류하며 분석했다. 그 결과, 인지적 공감을 표현하는 문구들은 대부분 경제나 투자에 관한 내용에 초점을 두었으며, 정서적 공감이라고 여겨지는 표현 (속담 인용, 영화, 유명 인물 사례)도 베트남인들이 실제로 느끼는 친근감과는 별개로 한국인들의 관심사 위주로 언급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한국 학계에서 진행된 베트남 관련 연구 추이를 살펴보면 문학 관련 논문의 숫자는 전체 논문의 8.9% 정도에 머무르며, 베트남 문학과 정서에 대한 연구는 경제나 무역과 관련된 연구에 비해 훨씬 미진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한-베트남 관계가 한국의 일방적 수출이 아닌 상호간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가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베트남을 알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발표자는 베트남인들의 정서, 전통, 그리고 자부심이 담긴 <취교전>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통해 그들의 “마음”에 더욱 다가가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세미나는 마무리 되었다.

[아시아연구소 연구연수생 17기 학술기자단 김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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