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시리즈 제목: “여기에 우리를 위한 공간은 없다!”: 아시아의 성소수자
- 1주차(10월 5일): 중동의 성소수자들을 위한 무지개는 언제 뜰 수 있을까? (구기연, 아시아연구소)
- 2주차(10월 12일): 전통과 근대화 사이에 감춰진 이들의 이야기: 중앙아시아 역사와 문화 속 성소수자 (신보람, 전북대학교)
- 3주차(10월 19일): 근현대 일본 트랜스젠더의 여러 얼굴 (조수미, 명지대학교)
- 4주차(10월 26일):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 남아시아의 성 소수자 히즈라(Hijra) (김경학, 전남대학교)
- 5주차(11월 2일): “여기에 우리를 위한 공간은 없다”: 편견과 혐오의 물결에 직면한 인도네시아 성소수자 (이연, 한국외국어대학교)
Review
“여기에 우리를 위한 공간은 없다!”: 아시아의 성소수자 – 근현대 일본 트랜스젠더의 여러 얼굴
발표자: 이연 (한국외국어대학교)
10월 19일 진행된 <아시아의 성소수자> 특별강연 시리즈의 세번째 강연에서 조수미 명지대학교 교수는 “근현대 일본 트랜스젠더의 여러 얼굴”을 주제로 일본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개괄하고 현대 일본의 트랜스젠더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발표하였다.
일본에서는 근대 이전부터 제한된 영역에서의 젠더크로싱(gender crossing)이 용인되었다. 근대 이전의 일본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의 경계와 성역할의 구분이 분명했지만, 신체의 성과 성역할이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근대 일본의 젠더크로싱은 주로 종교적 맥락과 유흥, 예능의 영역에서 관찰된다. 여성의 진입이 금지된 분야에서 남성들의 섹슈얼리티 표출의 수단으로 MtF(Male to Female) 젠더크로싱이 사용되었다. 이성애보다 고상하게 여겨진 사찰에서의 남성 동성애, 여성스러움의 전범으로 여겨지기도 한 가부키의 온나가타(여성 배역을 맡는 남성)의 사례처럼 MtF 젠더크로싱이 유흥과 예능의 영역에서 용인되고 때로는 칭송받는 반면, FtM(Female to Male) 젠더크로싱은 성별과 신분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이유로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문명개화를 추진하면서 서구의 성과학(sexology)을 수용한 결과 성별이분법은 이전보다 강화되었다. 예능의 영역에서 용인되던 남성동성애와 여장남성은 이상성욕으로 여겨져 제거의 대상이 되었다. 전후에는 유흥과 예능에 종사하는 트랜스젠더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대중매체에 진출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MtF 예능인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미디어의 트랜스젠더들이 소비되는 방식은 오히려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는 한계를 가지기도 했다.
2000년대부터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성동일성장애(GID)라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성동일성장애 개념은 비정상적인 성욕의 영역으로 취급받았던 트랜스젠더를 신체의 성과 마음의 성이 일치하지 않는 질환, 장애로 설명하였다. 따라서 이를 치료하기 위한 성적합수술(SRS)이 허용되고 성전환을 허용하는 특례법이 제정되었다. 동시에 당사자운동이 발생하면서 기존에 미디어에 노출되던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회 속 평범한 트랜스젠더들’이 가시화되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는 질환, 장애로 분류되면서 때문에 여전히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받았다. 또한 성전환에 관한 특례법은 의료적 수술을 통해서 이분법적 남성/여성의 특징에 정확히 들어맞는 경우만 성전환을 허용했기 때문에 성별 정체성이 완전히 한 성별에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세계적인 LGBT 운동의 영향으로 일본에서도 성동일성장애 대신 트랜스젠더라는 용어가 보급되었다. ‘나다움 교육’, 포괄적 성교육의 공교육 정착, 세계보건기구의 트랜스젠더 비병리화의 영역으로 일본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었다. 그러나 의료적 수술과 혼인, 자녀 여부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특례법에 문제가 제기되는 등 일본 내 트랜스젠더의 완전한 권리 인정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